말을 마친 염구준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정형을 뒤로한 채, 손가을을 데리고 성큼성큼 출구 쪽으로 향했다. “염 부장님, 잠시만요. 잠시만요!”오정형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급하게 염구준과 손가을의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는 얼굴에 비굴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제가 눈이 멀어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다시 얘기 나눠 보시죠. 제가 안된다고 확정한 건 아니었잖아요. 오해가 있었던 거니, 일단 안에 들어가서 다시 대화 나누시죠.”오정형은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손씨 그룹과 관계를 잘 이어온다면 분명 이루 말할 수 없는 이익과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게 뻔했다. 오정형은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다시 이들의 마음을 돌리고 화련상조회에 가입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존심을 버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 때였다. “이제 와서 아쉽나?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어.”염구준은 뻔히 보이는 수작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그에겐 더 이상 갖춰야 할 예의따위 없었다.“비켜!”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염구준은 내공을 운용해 오정형을 옆으로 밀쳤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손가을과 임명성을 데리고 화련장조회 본부를 떠났다. “손 대표님, 염 부장님!”오정형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떠나가는 벤츠를 붙잡으려 몇 번이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분노에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이 빌어먹을 놈!오정형은 화련상조회의 책임자로 임명된 뒤로 남에게 아첨을 받으면 받았지, 이런 무시는 처음이었다. ‘감히 나를 거절해?’오정형은 반드시 이 굴욕을 갚아 주리라 마음먹었다!“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도 화련상조회 전체가 힘을 합친다면, 상대나 될 것 같아? 손씨 그룹, 두고 봐!”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정형은 염구준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지치지 않고 고래고래 욕설을 퍼 부었다.“무례한 놈들, 어디 한번 날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 봐!”
손가을이 염구준의 팔을 붙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엔 봉황국에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은데, 언제까지 호텔에 묵을 수는 없어. 해외발전팀 직원들이 올 때까지 반드시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춰야 해.”그런 다음, 운전하고 있는 임명성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했다.“이사님, 우리 시간도 넉넉한데 저번에 연락했던 그 사무실 좀 가볼까요?”임명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회사 대표가 손가을이긴 했지만, 염구준이 실세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이사님, 앞으로 무엇이든 망설이지 마시고 가을의 뜻을 따라주세요. 가을의 의견이 곧 제 의견이에요.”임명성이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럼 출발하시죠!”약 40분 후, 봉황국 상업 거리에 위치한 7층짜리 건물 앞에 벤츠 한 대가 멈춰 섰다. 바로 해외 발전팀이 사무실로 사용할 그 건물이었다. 임대료 3년에 12억 원, 임명주는 이미 전화로 건물주와 협상을 마친 상태였다. 누구는 3년이 다소 짧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시세가 변동하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기간이었다.“황 사장님!”임명성이 마침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건물주, 황종우를 발견하곤 인사를 건넸다.“이렇게 공교로울 데가! 마침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아, 참! 이 분들은 저희 본사 대표님과 부장님이십니다!”본사에서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들은 황종우는 눈을 번뜩였다. “귀한 손님들이 오셨군요.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본 황종우가 다급히 담배를 끄며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난감한 듯 말을 꺼냈다.“아이고, 그런데 어쩌죠? 사실 전에 임대해 드리기로 했던 사무실,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임명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종이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을 뿐, 이미 모든 협의를 끝낸 뒤였다. 사인만 하면 끝날 일에 갑자기 이런 봉변이라니, 그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제가 좀 계산을 잘못해서 임대 금액을 잘못
그러나 황종우는 전혀 자신의 생각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손가락을 비비며 왜 이러냐는 듯, 더 뻔뻔하게 굴었다. “다 아시면서, 사업하는 사람끼리 이러지 맙시다. 서로 상부상조하면 살아야지, 혼자서 좋은 거 다 해먹으려 들면 쓰나?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면 이정도는 좀 부드럽게 넘어가요. 20억나, 12억이나, 여러분처럼 큰 사업하는 사람한테는 별 차이 없잖아요. 선심 써서 좀만 더 얹어줘요.”큰 차이 나지 않다니, 임명성은 기가 막혔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애먼 돈이 나가는 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처음부터 20억이면 몰라도, 갑작스레 8억이나 껑충 뛰어올랐는데, 이대로 넘어가줄 수는 없었다. “됐어요.”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염구준이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옆에서 지켜본 봐, 황종우는 한번 돈 냄새를 맡은 이상 쉽사리 물러설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이 계약 없던 것으로 합시다!”그 말에 임명성은 물론 황종우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내일 팀원들이 내려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건물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 알아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종우가 이 건물을 다른 데로 넘긴다면, 앞으로 올 직원들은 길바닥에서 일을 시작해야 할 지도 몰랐다.그런데 오히려 계약을 파기하려 들다니, 임명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구준 씨?”마찬가지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손가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12억이든 20억이든, 현재 손씨 그룹의 자산으로 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돈이었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구는 것보단, 건물을 얻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염구준이 이렇게 나오다니, 손가을은 혼란스러웠다.“아닌 건 아닌 거야.”염구준은 단호히 말하며 황종우가 보이지 않을 각도에서 손가을을 향해 눈짓했다. 그 표정을 본 손가을은 뭔가 깨달은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사님, 구준 씨 말대로 해요. 갑시다!”염구준과 손가을이 앞장서
염구준이 말한 친구는 다름 아닌, 요즘 새로 떠오르는 도박신인 고해와 삼죽문의 새 문주 왕종서였다.“설마 진짜 포기한 건 아니겠지?”황종우의 발 밑엔 담배 꽁초가 쌓여갔지만, 떠나간 벤츠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점점 마음이 초조해졌다. ‘망했다! 어쩌지?’그의 건물은 확실히 좋은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독이었다. 이곳은 중심 상권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이미 봉황국 내부에 있는 기업들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황종우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외부 기업뿐인데, 현재 상황에선 매우 제한적이었다. 즉, 염구준 쪽에서 건물 임대를 거절한다면 아예 건물 자체가 공실이 되어 처음 12억조차 받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그쪽이 여기 건물주?”그런데 이때, 황조우의 귓가에 들려온 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봉황국 사람 중에 내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박왕, 고해라고 한다!”‘요즘 봉황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도박신, 고해?’ 황종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네, 접니다! 건물주!”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고해 쪽으로 다가갔다.“아이고, 그 유명하신 고해 선생님을 제가 뵙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혹시 선생님께서도 이 건물을 빌리시려고요? 정말 잘됐네요. 마침 손씨 그룹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제가 막 거절한 참이었어요!”고해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속으로는 비웃었다. ‘네 놈이 거절한 사람이 누구인 줄은 알아? 멍청한 놈. 우리 무적의 전신전 전주, 손씨 그룹의 실세, 내 은인! 절대로 원한을 사지 말아야 할 분한테 원한을 샀구나!’“쓸데없는 소리는 이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고해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말했다.“봉황국에 사설 카지노를 오픈하려고 하는데, 그쪽 건물이 꽤 괜찮아 보여서 임대하려고. 계약기간은 3년, 매년 임대로 10억! 어때?”‘그렇다는 건 3년이면 30억? 예상보다 10억이나 더 받게 생겼네!’“그럼요! 저야 너무 감사
하지만 황종우는 전혀 그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위약금은 어차피 위반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을 일, 그의 눈엔 지금 계약금만 보였다.이 지역에, 이 정도 시세면 기껏 해봐야 연 4억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고해는 무려 그거의 2배 넘는 가격인 10억을 불렀다. 이런 호구가 다시 나올 리 없었다.이건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계약 위반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여기 건물주 누구야?”고해가 떠나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또 험악한 분위기의 중년 남자가 허리춤에 검을 꽂은 채 건물 입구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광고 그대로 있던데, 이 건물 안 나갔지?”황종우는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중년 남자의 정체는 바로 삼죽문의 새 문주, 왕종서였다. 재벌과 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정체를 모를 수가 없었다. 맹월과 오대붕이 죽은 뒤로, 삼죽문도 대폭 물갈이되었다. 왕종서는 바로 그 새로 구축된 삼죽문도의 주인으로서 현재 봉황국에 가장 유명한 거물이었다.제호 카지노, 대붕분타, 청영분타… 삼죽문의 이천 제자까지 모두 왕종서의 휘하로 들어가 봉황국 최강 세력이 되었다!“왕 문주님께서 어쩐 일로, 어서 오세요! 제가 문 앞까지 모시러 갔어야 했는데, 아이고, 죄송합니다!”황종우는 겁에 질린 채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문주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 건물 좀 전에 계약 체결되었어요. 광고도 내릴 참이었는데….”그의 말을 들은 왕종서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누구한테 임대했어? 광고를 내리지 않았다는 건 아직 체결 전이라는 뜻이잖아! 누구한테 임대했던, 내게 넘겨!”황종우는 자리에 얼어붙은 채 울상지었다.평생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봉황국 넘버 원투를 하루 만에 만나버렸다. 심지어 자신의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건물을 노리고 있었다. 좀 전까지 운이 좋다며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문주님, 제발…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드디어 왕종서가 기다리던 배상 얘기가 나왔다. 그는 속으로 만족하며 계속해서 연기를 이어갔다.“그깟 60억, 내가 없을 것 같으냐? 황종우, 이 건물은 내가 점찍었다고 고해에게 전해라! 내가 3년 임대료로 30억이 아니라, 100억을 주마!”‘100억, 100억이라니!’그 말을 들은 황종우는 벼락 맞은 듯 강력한 흥분에 휩싸였다. 12억이었던 것이 30억이 되었고, 30억이 100억이 되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왕종서한테서 100억을 받게 된다면, 배상으로 60억을 낸다고 해도 40억이 남는 꼴이었다. 고해한테서 받았던 30억보다 10억이나 더 오른 셈이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비록 이렇게 되면 고해한테서 미움받을 수 있겠지만, 모든 원인을 왕종소에게 돌리면 그것도 해결이었다. 그 뒤에 둘이 치고받고 싸우던 알 바가 아니었다.“알겠습니다, 문주님! 제가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건물을 문주님께 임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황종우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적 같은 일이 오늘 연달아 두 번이나 일어나다니, 이런 기회 놓치는 건 바보나 할 짓이었다! “100억 맞죠? 제가 당장 가서 사람을 시켜 계약서를 만들어오라고 할게요. 거기, 너….”“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왕종서가 손을 내저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계약서가 필요해? 나 누구인지 잊었어? 아니면, 날 못 믿는 거야?”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밖에 세워져 있는 차를 향해 냉랭하게 소리쳤다.“일단 계약금으로 50억 보내줘. 고해와 상황을 마무리하면, 다시 인수하러 온다!”그러자 그 즉시 차에서 한 덩치가 내려 성큼성큼 황종우 앞에 다가와 이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해 쪽이 처리되면, 내게 연락해. 바로 사람 보낼 테니까!”하늘로 날듯한 기분에 휩싸인 황종우와 달리 왕종서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염구준이 원했던 대로, 덫은 놓아졌다.“만약 날 실망하게 한다면… 이 건물과 네 머리는 내가 가져간다!”이 말을 끝으로 왕종서는 부하
전화 너머로도 느껴지는 위협에 황종우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는 원래 이 건물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박 빚에 빠져 전 재산을 탕진하고 지금은 계좌에 겨우 4억이 전부였다. 여기에 고해가 지불한 30억에 왕종서가 준 50억을 더하면, 84억이 현 잔액이었다. 그런데 계약을 해지하려면 총 6억이 모자랐다. “고 선생님, 저 돈 있어요!”황종우가 침착한 목소리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좀 전에 삼죽문 왕 문주님께서 100억에 무조건 이 사무실을 임대하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승낙했어요. 고 선생님께 너무 죄송하지만, 저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대신 90억을 한 번에 드리진 못해도 84억은 바로 드릴 수 있어요. 나머지 6억은 왕 문주님이 잔금을 치르면 바로 보내드릴게요!”이 모든 것은 황종우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화였다. 그가 염구준의 심기를 거스르지만 않았어도, 일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업자득, 고해는 속으로 황종우를 욕하며 콧방귀를 뀌었다.“흥!”그리고는 차갑게 쏘아붙였다.“왕종서가 끼어든 거면 너도 어쩔 수 없었을 테니, 일단은 넘어가 주도록 하지. 대신 지금 가지고 있는 84억은 바로 보내. 그리고 남은 6억도 30분 안에는 내 계좌에 찍혀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알지?”그 말을 들은 황종우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허공에다 대고 연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지체 없이 통화를 마무리하며 계좌에 있는 돈 84억을 곧바로 고해에게 이체했다. 이제 그의 계좌엔 나머지 자투리 돈 2천만 원이 전부였다.그리고 이어서 다급히 왕종서에게 연락을 넣었다. “왕 문주님, 제가 간신히 고해 선생님과 계약을 파기했어요. 이제 잔금 보내주셔도 돼요!”고해와 상황을 마무리했다는 얘기를 들은 왕종서는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건물 임대는 취소하도록 하겠다!”그는 애써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며 차갑게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우리가 언제 정식으로 계약한 적 있어? 설령 계약했다고 한들 어쩔 건데? 내
30분 이내에 고해에게 돈을 갚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랐다. 정말 잘못했다가 목숨이 날아갈 판이었다. 황종우는 다급해졌다.“맞다. 손씨 그룹! 손씨 그룹이 있었어!”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더 초조해지며 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구명줄이 되어줄 손씨 그룹이 남아있었다! 원래 금액대로 임대해 주겠다고 한다면, 분명 그들도 거절할 수 없을 터! 12억을 받아 고해에게 6억을 갚으면 적어도 4억은 남는다! 돈이 적어진 건 안타깝지만,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지 않는가?황종우는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기로 했다.“임 이사님!”그는 곧바로 임명성에게 전화를 걸어 너그러운 척 말했다.“다시 생각해 봤는데, 역시 사람은 돈보다는 신용이죠! 20억은 안 된다고 해도 3년에 12억은 너무 적어요. 서로 양보해, 중간 가격인 16억으로 하시죠!”16억이라는 얘기를 들은 임명성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모든 것이 좀 전에 염구준이 말해준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황종우는 선심 쓰는 듯 말했지만, 임명성은 그의 목소리에 초조함을 읽었다. “대표님.”임명성이 핸드폰을 한 손으로 막으며 뒷좌석을 향해 공손히 물었다.“황종우가 16억을 불렀는데, 어떻게….”염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이미 고해한테서 상황 전달을 받은 상태였다. 지금 황종우가 고해에게 빚진 금액이 6억인 이상, 그들이 불러야 할 금액도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황종우는 거절할 수 없을 터였다.“고해 씨, 제법이네.”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고해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주었다.“이사님, 가격 더 낮추세요. 무조건 6억까진 내릴 수 있을 테니까, 망설이지 마시고 저 믿고 밀어붙이세요. 황종우는 반드시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6억이면 처음 황종우가 제안한 금액의 절반이었다. 이번엔 임명성뿐만 아니라 손가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손가을은 이미 옆에서 염구준이 고해에게 문자를 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