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용필은 차용증을 테이블 위에 탁 치면서 올려놓았다.깜짝 놀란 조훈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만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알겠습니다.”그 와중에도 혹시나 당하지 않을까 계약서를 들고 자세히 읽어 보았다.촤아악!그런데 조훈은 또 뺨을 맞고 말았다.지금 그의 얼굴은 자주색 멍이 들고 입과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차용증에 사인하라는데 뭘 꾸물거려?”용필은 못마땅해서 목소리를 높였다.“습관돼서 그래요. 죄송해요.”조훈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는 펜을 들고 사인했다.그리고 도장을 꺼내 인장을 찍으려고 할 때 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물었다.“잠깐만. 정말 돈은 갚을 수 있어요?”“그… 그럼요. 갚을 수 있어요.”조훈은 무슨 이유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정말 솔직하게 대답했다.“돈이 없다면 당신 인장을 찍을 필요가 없잖아요. 천맹그룹의 도장을 찍어요.”염구준은 대놓고 힌트를 주었다.천맹그룹의 도장이라는 말에 조훈은 큰 충격을 받았다.어느 정도 염구준의 의도를 파악한 거 같아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렇게 되면 조훈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천맹그룹에서 빚을 진 것이 된다.그러면 차용증을 작성하고 끝까지 잡아떼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아니요. 제 도장을 찍을게요.”그런데 용필이 또 손을 드는 바람에 망설이지 않고 천맹그룹 청해 지사의 도장을 꺼내고 말았다.천억이라는 거금을 빚지면 위에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지만 지금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탁!용필은 도장을 찍은 차용증을 가져와 염구준에게 건넸다.“됐어요. 병원으로 이송하세요. 다들 돈줄이니 잘 모셔요.”염구준은 계약서를 힐끗 쳐다보고 밖으로 나갔다.고작 천억을 떼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수중의 차용증이 큰 쓸모가 있기 때문이었다.필경 천맹그룹에서 원재료를 구입한 절차가 합법이고 배후 사장도 얼굴을 내밀지 않아서 지금 바로 뿌리를 뽑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다.그래서 천천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저 인간 완전히 악마야!’조훈은 웅장한 그의 어깨를 보며 몸
“알았어. 뭘 또 신비스럽게 그래.”손가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어차피 때가 되면 남편이 말해줄 거라 믿고 있었다.오늘 손씨 그룹은 간만에 시끌벅적했다.천맹그룹에서 소란을 피운 대가로 거액의 배상금을 준 것 외에 손중석이 원재료를 대체할 물건을 연구했다는 소식이 퍼졌다.그런데 정작 손중석 본인은 어리둥절했다.소문을 퍼트린 장본인이 염구준이라는 것을 알고서야 지금 조정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나중에 염구준이 그를 찾아가 본인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일렀다.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거짓말로 인해 손씨 그룹의 직원들이 다시 의욕을 불살랐다.신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해서 몇 달 동안 바쁘게 지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어느 날 거짓말이 들통나면 어마어마한 위기에 닥치겠지만 염구준은 그런 날이 올 때까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한편, 조훈 패거리는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간단한 처치를 한 후에 회사로 돌아갔다.천맹그룹의 청해 지사도 규모가 꽤 커서 개인 의사가 있었다.조훈을 비롯한 패거리 다섯 명은 천억이라는 빚을 지고 치료할 겨를도 없이 회의를 열었다.각자 머리에 붕대를 감고 팔에 링겔을 꽂은 채로 회의실에 앉아 이 일에 대해 토론했다.“사장님이 너무 충동적으로 처리했어요. 천억은 천문학적인 숫자예요.”한 사람이 조훈을 책망하기 시작했다.“무슨 개소리야? 내가 대답하지 않았다면 우리 다 죽었어.”조훈은 버럭 화를 내며 그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반박했다.평소에 보기 좋게 몰려다니다가 정작 심각한 문제에 닥치면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다.그때 한 사람이 일어서서 중재했다.“다들 그만하세요. 우리 한 배를 탄 사이인데 천억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세요.”그것은 천맹그룹에서 진 빚이라 위에서 책임을 묻는다면 다섯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그제야 회의실이 조용해졌다.거액의 배상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다.솔직히 천억을 갚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그들은 으리으리한 회사에 다니는 것 같
조훈 패거리는 회의를 끝내고 각자 치료하러 갔다.각종 치료를 받으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만약 손중석의 곁에 붙어 있는 에빈이라는 여자가 그의 아내이자 반보천인 고수라는 것을 안다면 지금보다 더 불안해할 것이다.이튿날 점심, 염구준 부부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가을아, 곧 주말인데 어디 가서 놀지 생각해 봤어?”“원재료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놀러갈 기분이 아니야. 걱정돼 죽겠어. 당신이 도와줘서 다행이야.”“잘 해결될 거야. 걱정 마. 내가 있잖아.”…두 사람은 업무와 일상에 관한 자질구레한 얘기들을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아내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염구준의 공이 더 컸다.최근 원재료 때문에 손가을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밤에 잘 때도 잠꼬대를 했었다.그때 두 사람이 급히 사무실로 들어왔다.바로 손중석과 에빈이었다.“방금 공원에서 누가 우리를 습격했어.”손중석이 들어오자마자 방금 겪었던 상황을 말했다.“괜찮아요?”손가을이 벌떡 일어서서 물었다.그녀는 팔자가 사나운 부부를 엄청 걱정하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아직 에빈이 반보천인 고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괜찮아. 다들 애송이들이라 에빈이 다 쫓아냈어. 그런데 벌건 대낮에 사람을 습격하다니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손중석은 용하의 치안을 굳게 믿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여 몹시 화가 났다.“무사하면 됐어요.”손가을은 그제야 진정이 되었다.그러다 문뜩 뭔가 떠올라 에빈을 쳐다보았다.“혹시 에빈 씨도 무술인이에요?”한 여자가 맨주먹으로 패거리를 쫓아냈다는 것은 무술인만 가능했다.“네. 예전에 조금 배웠어요.”에빈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겸손하게 대답했다.그 모습은 전혀 반보천인 고수 같지 않았다.“그렇군요.”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왠지 앞으로 에빈과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너무 기뻤다.남편 외에 적합한 반보천인 무술인인 친구가 없어서 가끔 주작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었다.그녀의 표정과 대비되게
“가을 씨, 내가 도와줄게요.”에빈이 컴퓨터 앞에 앉으며 말했다.그녀는 경영에 대해 배우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싶었다.그렇게 사무실에서 두 여자가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염구준은 차용증을 챙기고 용필과 함께 천맹그룹으로 향했다.청해 지사의 빌딩은 7층짜리 건물이면서 개업식 규모가 작지 않았다.천맹이라는 간판 덕분에 꽃바구니와 현수막이 거리에 쫙 걸려 있었다.최근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갑자기 부상한 그룹 때문에 용하의 사업계가 떠들썩했다.그래서 일반 중소기업은 방대한 세력을 갖춘 천맹그룹을 건드리지 못했다.오늘 지사가 개업하는 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선물을 들고 아부하러 온 것이었다.무대 위에 조훈 패거리가 헐렁한 정장으로 붕대를 감추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이런 몰골로 개업 행사에 참가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정해진 날짜를 바꿀 수도 없었다.“빨리 시작하세요. 12시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요.”조훈이 짜증을 부리며 사회자를 독촉했다.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운데로 가더니 개업식을 주최하기 시작했다.“오늘…”그런데 무대 아래에서 조훈의 이름을 언급하며 소란을 피우는 일행이 나타났다.“조훈, 이 나쁜 새끼야. 돈도 갚지 못했으면서 회사를 차렸어?”“퉷! 겉만 반지르르하고 인피가면을 쓴 짐승 같은 새끼. 우리를 속였어?”…빚을 독촉하러 온 일행의 깔끔한 차림새를 보아 다들 사업하는 사람들 같았다.개업식에서 이런 구경거리를 하게 된 주변 사람들은 흥미진진했다.“저 사람을 쫓아내세요!”조훈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주먹을 날릴 뻔했지만 보는 사람들이 많아 꾹 참았다.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였는데 이런 일까지 발생해서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지시를 받은 경호원은 고무 막대기를 들고 소란을 피운 채권자들을 폭행하기 시작했다.돈이 없어도 주먹만 살아 있다면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촤아악!그가 뻔뻔한 면상을 쳐들고 기고만장해 있을 때 갑자기 뺨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이 나타난 것이었다.“조 사장, 너
자고로 하나의 산에 호랑이 두 마리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그러니 손씨 그룹이라는 막강한 세력이 있는 한 천맹그룹과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조훈은 아직도 무대 위에 앉아 다른 사람들의 인사도 받을 겨를이 없이 억지로 웃었다.“제가 음식들 다 준비했어요. 이따가 직원들이 안내할 거예요. 난 몸이 불편해서 이만 갈게요.”그는 옆에 있는 직원들을 쳐다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뭐 하고 있어? 빨리 휠체어 밀라고.”염구준이든 채권자들이든 한 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니 빨리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었다.“잠깐만.”그때 염구준의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았다.‘손씨 그룹에서 텃세를 부리기 시작하네.’다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절반만 맞췄다.염구준이 정말 텃세를 부린다면 적처럼 대하지 않을 것이다.어차피 조훈은 바지사장이라 손씨 그룹의 상업적 지위에 위협이 되지 못하지만 행동이 자꾸 선을 넘어서 눈에 거슬렸다.“염… 선생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조훈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내 돈을 받으러 왔어.”염구준은 차용증의 첫 페이지에 쓰인 금액을 보여줬다.“천억!”눈썰미가 좋은 사장들은 천문학적인 숫자를 보고 경악했다.그리고 경사스러운 날을 골라서 찾아왔다는 것은 전혀 살길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염구준 씨, 그건 당신이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작성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줄 수 없어요.”조훈은 딱 잡아떼며 본성을 드러냈다.억지를 부리는 데는 정말 일가견이 있었다.지금 상황은 염구준이 예상했던 것과 똑같았다.솔직히 애초부터 조훈에게서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그런데 염구준이 따지기 전에 채권자들이 뛰쳐나와 조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헛소리하지 마. 돈을 빌리고 갚지도 않으면서 누가 협박했다는 거야?”“우리 피 같은 돈을 돌려줘. 직원들이 월급을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억지 부리지 마! 그러다 너 벼락에 맞아 죽을 거야!”그들은 말할수록 점점 더 격분했다.앞에
“무식하긴, 저렇게 깔려 있는데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감당하지 못해.”조훈은 자신의 작전이 신의 한수라 여기면서 이미 이긴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다.이 작전은 원래 용필에게 사용하려 했는데 먼저 염구준에게 사용하고 말았다.그가 스스로 감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변고가 일어났다.쿵!폭발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염구준을 짓누르던 경호원들이 사방으로 튕기며 주변 시설에 부딪치고 말았다.솔직히 이 사람들로 염구준을 짓누르기는 어림도 없었다.만약 그가 기운을 사용했다면 경호원들은 진작에 피투성이가 되었을 것이다.“뭐야? 무술인이었어?”조훈의 웃던 얼굴은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그제야 어떤 사람을 상대하고 있고 왜 자신에게 맞서서 싸우지 않고 무시했는지 납득이 갔다.애초부터 염구준에 대해 확실히 조사하지 않은 것과 대표가 한마디 언급하지 않은 것이 몹시 원망스러웠다.“저런 놈은 끝까지 생떼를 부릴 거예요. 당장 잡아요.”염구준은 구경하고 있는 용필에게 주의를 주었다.“알았어.”용필은 정신을 가다듬고 앞으로 다가가 조훈을 덥석 잡았다.촤아악!가까이 다가갔을 때 용필은 또 다정하게 뺨을 갈겼다.“아주 그냥 매를 벌어라. 왜 그렇게 못 됐어?”조훈은 머릿속이 윙윙거리고 전에 다친 상처가 재발하여 너무 괴로웠다.이틀 사이에 뺨을 몇 대나 맞았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근육… 형님, 우리 좋게 말로 해결합시다. 우리 다 문명인이라 폭력은 쓰지 맙시다.”조훈은 꼼짝없이 또 맞게 되니 패배를 인정했다.촤아악!그런데 말을 하자마자 또 용필이 뺨을 날리며 꾸짖었다.“형님은 무슨, 친한 척하지 마. 난 너 같은 동생은 없어!”용필처럼 정직한 사람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여도 통하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천맹그룹의 청해 지사 개업식에서 100명 가까이 되는 경호원들이 두 사람에게 전부 당하고 말았다.왠지 손씨 그룹이라는 존재가 무섭기도 하고 탄복하기도 했다.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앞으로 다가갔다.“꼴을 보니까 갚을 돈
조훈은 또다시 충격을 먹었다.“이거 거짓말이야.”대표가 지원한 비장의 카드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실력을 가졌음에도 염구준을 제거하지 못했다.“반보천인이야!”무술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철벽에 부딪친 것을 알고 속으로 임무를 맡긴 사람을 원망했다.임무를 받았을 때 아무도 상대방이 반보천인 고수라는 것을 일깨워주지 않았다.‘도망치자!’그는 싸울 의지를 상실하고 재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쿵!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폭발하더니 상대방의 체내에 에너지를 주입시켜 기절시켰다.그의 앞에서 습격하고 도망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아직 또 뭐가 남았어? 기회를 줄 때 다 써먹어.”염구준은 도발적인 말로 조훈을 조롱했다.“에휴.”조훈은 김빠진 공처럼 한숨을 푹 쉬었다.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염구준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시작하세요.”그가 미리 연락한 검사와 청해상회 담당자가 앞으로 다가왔다.“조훈 씨는 수백 개 기업에게 빚을 졌으니 모든 산업을 압류합니다.”법원 검사의 지시가 떨어지자 한 무리가 우르르 건물로 들어가 압류 스티커를 붙이고 관련 서류를 몰수했다.그리고 청해상회 담당자로 일행을 거느리고 한마디 했다.“이 산업들은 매각한 후 전부 손씨 그룹에 배상할 겁니다.”하지만 천맹그룹의 청해 지사 산업은 천억 가치가 되지 않았다.그때 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새로운 방안을 내세웠다.“저희 돈은 급하지 않습니다. 산업을 매각한 돈으로 다른 채권자들에게 먼저 갚아주세요.”수백 개 기업에 빚을 졌으니 해당 기업과 직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채권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돈을 드디어 받았어.”“하늘이 무심하지 않군요. 의인이 나서서 정의를 구현했습니다.”“흑흑, 몇 년 만에 받는 돈이야.”그동안 빚을 독촉하면서 온갖 고초를 겪었으니 오늘 의인에게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다들 일어나세요.”솔직히 염구준은 이렇게 무릎
한 시간 뒤, 손씨 그룹의 경호원들이 대형 버스에 조훈 패거리를 태우고 청해밖으로 보냈다.천맹그룹에서 그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는 손씨 그룹에서 알 바가 아니었다.그 외에도 염구준은 부하들에게 조훈의 행방을 주시하라고 지시했다.오늘 청해에서 발생한 일은 상업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천맹그룹이 강세로 청해에 지사를 차리려 했지만 발도 붙이지 못하고 손씨 그룹에 의해 쫓겨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그러든 말든 염구준은 차용증을 챙기고 현장을 떠났다.청해 지사는 무너졌지만 천맹그룹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구준 씨, 당신이 조훈을 청해에서 쫓아냈어? 방금 사장님들이 전화가 왔었어.”천맹과 손씨는 이미 적대 관계가 되어서 눈엣가시인 조훈이 사라졌으니 그녀도 마음이 편한 것은 사실이었다.그런데 염구준이 이렇게 빨리 해결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당신이 그놈들 싫어하는 거 같아서 빨리 쫓아냈어.”염구준이 헛웃음을 치며 대답했다.혹시나 아내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되어 혼자 해결하려고 상세한 과정은 설명하지 않았다.손가을이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역시 당신밖에 없어. 그럼 무슨 상을 줄까나?”그녀의 말속에 살짝 야한 느낌이 들어있었다.“일 끝났으면 일찍 집에 가. 주말에 아버지 보러 가자. 원재료에 관한 일은 내게 맡겨. 5일 내에 해결할게.”염구준은 장난치지 않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솔직히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그보다 천맹그룹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너무 수상하게 느껴졌다.“알았어. 당신 말 들을게.”손가을은 배시시 웃을 뿐, 더는 묻지 않았다.모든 일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통화를 마친 후, 염구준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한편, 청해를 떠난 조훈은 천맹그룹 본부에 들렀다 몰래 해외로 빠져나갔다.염구준의 지시를 받고 뒤를 미행하던 부하들은 능력에 한계가 있어 멀리서 떠나는 조훈을 지켜보기만 했다.황폐한 산장에 도착한 조훈 패거리는 상처를 돌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