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을 다 처리한 후, 염구준은 몇 마디 분부하고 다시 텐트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이번 마리아성전의 방문은 그에게 신호를 주었다.성조국의 숨은 세력들이 전부 이 싸움을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 말이다. 열세를 보이는 순간, 적들이 한꺼번에 몰려들 게 너무나도 뻔했다.속전속결이 이번 싸움의 최선의 전략이었다.그날 밤, 마리아성전에서 온 사람들 빼고는 아무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날이 밝았다.“후!”염구준은 깊은 숨을 내쉬며 혼탁한 기운을 내보냈다. 이미 어젯밤의 조절을 거쳐 다시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온 상태였기에 그는 정식으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예정대로 모두 리아 성산을 향해 출발해.”그가 예상한 대로라면 최후의 싸움은, 진정한 결전은 그곳에서 벌어질 것이었다.“예!”각 부대의 지휘관들이 각자의 수하들을 이끌고 전에 짜놓았던 노선으로 행군했다.전사들은 최근의 승리로 인해 사기가 넘치는 상태였다.염구준은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해야 했기에 조금 늦게 출발했으나 한 시간 후에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들었다.“청룡 부대입니다. 절반을 넘게 오는 동안 32차례의 기습을 받았고, 사망자도 생겼습니다.”“주상, 리아성전의 자식들이 너무 교활합니다. 소규모 기습을 계속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기습하는 횟수가 점점 더 잦아듭니다.”이것이 바로 리아성전의 전략이었다.전체 대군을 작은 부대들로 나누어 리아 성산 주변의 광활한 숲 속에 숨어 있게 한 것이다. 너무 흩어져 있었기에 한번에 소탕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염구준은 깊이 고민했다. 이 상태에서 리아성전을 소탕하려면 최소 몇 달,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작전을 변경한다. 모두 돌아와.”그의 머릿속에 새로운 작전이 떠올랐다.모든 부대가 돌아온 후, 염구준은 100명의 정예를 선발해 소규모 형태로 재편성하고 직접 리드했다.그리고 나머지 부대 또한 가만히 두지 않고 외부를 에워싸라고 보냈다. 이쪽 구역을 봉쇄해 아
수많은 포위 공격에도 염구준은 싸움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의 틈을 만든 후, 측면으로 빠르게 돌파했다.최상급 전력들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아성전의 병력은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곧 포위 구역을 완전히 돌파하고 나온 염구준은 리아 성산의 위에 우뚝 서 있는 궁전을 볼 수 있었다.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이 바로 앞에 있었다.“내가 준 좌표를 타겟으로 전력으로 포화 공격을 퍼부어라.”염구준은 리아 성산의 경도와 위도를 말하며 분부했다.그는 리아성전의 강자들이 전부 이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콰앙! 콰앙!곧, 첫 번째 공격이 발사되었고, 수많은 탄두가 리아 성산에 떨어져 리아 성산을 활활 불태웠다. 하늘엔 검은 연기들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궁전들 역시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몇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강력한 세력인 리아성전은 이번만큼 처참하게 공격당한 적이 없었다. 이처럼 본거지가 완전히 파괴된 적은 없단 말이다.“드디어 끝난 건가?”불타는 궁전을 보며 염구준의 뒤를 따르던 이들은 모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싸움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아마도 방폭 비밀 통로를 갖추고 있을 거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염구준은 경고를 남기고는 불길이 사그라진 리아성전을 향해 돌진했다.이 모든 일도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가 왔다.타버린 땅 위를 걸으며 염구준은 잔해만 남은 벽들을 발견했다. 주위는 모두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이 주위의 건물은 이제 완전히 파괴되었다.‘용하국을 건드렸을 때부터,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생각했었어야지.’우뚝.염구준이 걸음을 멈춘 뒤, 예리한 기운을 내뿜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서 매복을 할 줄은 몰랐는데. 이미 들켰으니 나와.”지하에서부터 적지 않은 기운들이 흘러나오는 걸 그는 느낄 수 있었다.그 중 몇몇 기운은 반보천인급으로, 리아성전의 최고 전력인 게 틀림없었다. 슈슉.순식간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지하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리아성전의 정예병들이 전부
윙!염구준은 혼신의 힘을 다해 검기를 사방으로 발사했다.혼자서 다섯 명을 상대하고 있어도 짧은 시간에 우세를 차지했다.리아성전의 반보천인 고수들은 모두 전통 무술을 계승했어도 염구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만 놀고 칠절진법을 펼쳐!”옆에서 관전하던 라누엘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전투에 참여했다.이렇게 되면 일곱 명이서 한 명을 상대하는 셈이다.심지어 전주 라누엘의 실력은 막강했다.변태 같은 몸매만 봐도 혼자서 거뜬히 염구준을 상대할 수 있었다.“얼마든지 덤벼!”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전의를 고조로 불태웠다.이번 싸움을 통해 무공을 단련하여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싶었다.그러나 일곱 명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아직 반격할 여유가 없었다.라누엘 일행은 수백 번도 넘게 공격했는데도 염구준이 쓰러지지 않자 조바심이 났다.“내가 정면으로 저놈을 잡을 테니까, 너희들은 기회를 노려서 공격해. 강력한 초식이 있다면 전부 사용하도록!”그는 돌진하면서 몸으로 염구준의 검술에 맞섰다.검이 그의 몸을 벨 때마다 한 줄기 자국이 나더니 이내 원래대로 회복되었다.‘육체 강도가 이미 극한에 도달했나?’염구준은 속으로 경악하고 말았다.하지만 리아성전의 고수들이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공격해서 계속 맞서야 했다.상대방의 칠절진법은 꽤 효과과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에게 경상을 입힌 것이었다.“하하하, 염구준. 내년 오늘은 너의 제삿날일 거다. 그만 발악해.”우세를 차지하자 라누엘은 금세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이번 전투에서 무조건 리아성전이 승리할 거라고 확신했다.윙! 쿵!염구준은 그가 말하는 틈을 타 검을 허공에 휘두른 후, 칠권합일로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확보했다.칠절진법의 폭발력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어서 위력을 탐색하느라 시간을 조금 지체했었다.“하하, 전신전의 주인이 이대로 도망치는 건가?”라누엘이 일부러 신경을 자극했다.‘내가 도망친다고?’그 말에 염구준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이제부터 내 진법을 보여줄게.”
염구준은 흑풍에게 숨 쉴 틈도 없이 검을 휘둘러대더니 수상함 낌새를 느끼고 추격을 멈추었다.흑풍이 실력을 숨기는지 실력이 강해졌는지 기운을 숨기는 수법이 특별했다.“예전의 내가 아니야. 더는 너한테 당하지 않아.”염구준의 검을 막아내던 흑풍이 거만하게 말했다.정면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내서 본인도 놀란 모양이었다.그런데 좋아할 것만 같은 라누엘의 안색이 굳어졌다.이번 습격에서 반보천인이 11명이나 협력했는데 손발이 맞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다.작전이 실패한 이상 어쩔 수 없이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갑작스러운 변고에 상황이 조금 미묘하게 흘러갔다.반보천인 11명 앞에서 염구준의 전력이 하늘을 찔러도 전신전은 열세에 처했다.멀리서 관전하던 성조국의 고수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염구준이 아무리 강해도 반보천인이야. 이번은 저놈을 죽일 절호의 기회야!”성조국에서 어느 은세가문의 가주가 운기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성녀가 설득하러 갔는데 너희들이 납치했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리아성전의 고수들은 저마다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공격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염구준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 그 전에 제거해야 해.”은세가문의 가주가 전투장에 접근하며 공격하려고 했다.멀리 있는 염구준은 그들의 말을 듣지 못했지만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고 있었다.예전에 타국에서 싸울 때 일단 열세에 처하기만 하면 적들이 떼로 몰려들어 공격했었다.이쪽 전투장에서 잠시 조정 시간을 가졌을 때 사상진법은 다시 형성되었다.“먼저 흑풍부터 처단한다!”염구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4대 전존은 동시에 공격을 흑풍에게 돌렸다.진법에서 강력한 에너지 파동을 느낀 흑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의 실력으로 혼자서 막을 자신이 없었다.만약 다섯이 협공한다면 그는 저항도 못하고 바로 죽을 것이다.“라누엘 전주, 뭐 하고 계십니까?”겁에 질린 흑풍이 소리를 질렀다.그런데 라누엘은 여전히 칠절진법을 유지하면서 교활하게 옆에서
서로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던 라누엘과 염구준은 몇 시간의 싸움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라누엘 대인, 제가 돕겠습니다.”그때 리아성전의 고수가 외치면서 힘을 보태려고 나섰다.그런데 접근하기 전에 미처 공격도 못하고 한 줄기 기운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대규모 전투에 오직 고수들만이 대결할 자격이 있고 전신지상의 고수는 끼어들 실력이 되지 못했다.이어서 쌍방은 상대를 경계하면서 전심전력으로 싸움에 몰두했다.윙!“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겨우 기회를 잡아 가장 강력한 검초식으로 라누엘의 가슴을 찔렀다.피가 사방으로 튕기자 두 사람 모두 경악했다.염구준은 상대방의 단단한 몸뚱이에 속으로 감탄했다.가장 강력한 검초식에 찔렸는데도 경미한 부상만 입혔기 때문이었다.그리고 라누엘은 상대방의 검이 자신의 방어를 뚫었다는 것이 놀라웠다.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의 실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지는 건가?”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수근거렸다.하지만 라누엘의 몸으로 볼 때, 이 정도 부상은 모기에 물린 것과 같았다.“염구준의 검술은 까다롭고 날카롭다. 더는 지체하지 말고 최강 공격을 개시한다!”라누엘은 왠지 방금 검초식에 중상을 입지 않은 것이 수상하게 느껴졌다.단단한 방어가 뚫렸으니 더 많은 검이 공격해 올 것이다.“내가 바라던 바야. 빨리 끝내자!”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그러자 두 진법은 주변의 원소 힘을 흡수하면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마지막 일격으로 승부를 가릴 셈이었다.지금 염구준은 온몸에 황금빛 화염으로 뒤덮이고 타인이 질식할 정도로 충분히 검기를 모았다.진법과 일체가 된 순간, 라누엘도 불 원소 힘을 끌어내 먼저 공격했다.“칠절분천.”꿈틀거리는 화염은 마치 거대한 용처럼 사납게 돌진했다.염구준도 진법의 힘을 전부 구자검에 주입하자 두 줄기 검의가 절정에 도달하면서 화염에 휩싸인 거대한 검의 환영이 희미하게 반짝거렸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곧 펼칠 막강한 공격에 휩
“날 과대평가하지 마. 진짜 극한 반보천인에 도달했다면 네 검에 찔리지도 않았어.”아무리 같은 경지인 반보천인이라도 각자 실력에 따라서 경지가 달랐다.대략적으로 초보 반보천인, 평범한 반보천인, 초강력 반보천인 그리고 극한 반보천인으로 나뉘었다.위로 올라갈수록 어떤 극한 반보천인은 천인 경지를 돌파하는 경우도 있었다.그런데 최근 100년 동안, 천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고수들은 위천인경에 도달할 뿐 앞으로 더 나가지는 못했다.그래서 어떤 고수들은 육신, 의경, 기운의 숙련도가 극한에 도달한 극한 반보천인만 추구했다.염구준과 라누엘은 모두 극한 반보천인을 추구하는 무술인이었다.물론 염구준도 천인 경지를 돌파하려고 여러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위천인경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드디어 싸움이 막을 내렸다.염구준과 4대 전존은 최선을 다해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그리고 라누엘 일행은 반보천인 고수 세 명이 죽고 나머지는 중상을 입거나 기절했다.“에빈과 용하의 재무 총괄을 살해한 놈을 넘겨!”승전한 염구준은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리아성전에서 이렇게 많은 일을 벌이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어떻게 보면 그들이 일을 너무 크게 벌인 탓이었다.“꿈… 깨!”하지만 라누엘은 간신히 말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했다.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고 해도 리아성전의 전주로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컥!”염구준은 그의 기개에 탄복하지만 적인 이상 봐주지 않고 검을 앞으로 무찔렀다.이미 체력이 바닥난 라누엘의 몸에 또 구멍이 생기고 피가 줄줄 흘렀다.“계속 고집을 피운다면 끝까지 싸울 거야. 시간이 걸려도 언제든 찾아낼 수 있어.”염구준은 검으로 찌르면서 협박했다.라누엘의 입장에서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면 굴복하는 거나 다름없었다.“라누엘 전주!”리아성전의 부하들이 고함을 지르며 미친듯이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여길 넘는 사람은 바로 죽일 것이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바닥에 경계선을 긋자 날카로운 기세
“한마디만 더 하면 주둥이를 찢어버릴 거야.”언제나 당당했던 염구준은 이 정도 협박에 꼬리를 내리고 떠날 사람이 아니었다.지금 떠난다면 저들이 항복한 줄 알고 무리를 지어 공격할 것이다.“젠장!”서양 권투 고수는 두 주먹을 꽉 쥐면서도 나서지 않았다.전에 염구준이 싸웠던 장면을 회상해 보면 자신의 평범한 반보천인 실력으로 볼품없이 당할 것이 뻔했다.“그럴 용기가 없으면 찌그러져 있어. 쓸데없는 허세만 부리지 말고.”염구준은 누구도 두렵지 않다는 듯 거침없이 비난했다.체면이 깎인 서양 권투 고수는 인상을 구기며 분노를 억누를 뿐 감히 나서지 못했다.괜히 먼저 상대방의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테이, 저 녀석의 허세를 무서워할 필요 없어.”그때 한 노인이 나서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진퇴양난에 처한 테이는 어쩔 수 없이 목숨과 체면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주변의 끊임없는 부추김 속에서 테이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내 주먹 맛을 봐라!”그는 갑자기 주먹에 혼신의 힘을 모아 앞으로 찔렀다.“칠상권종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은 예리한 운동 신경으로 검을 바닥에 꽂고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무찔렀다.이 권법은 체력 소모가 많지 않지만 파괴력이 강해서 충분히 상대방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었다.쿵!두 주먹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충격에 튕겨 나간 테이는 뒤로 물러나며 체내에서 올라오는 기혈을 간신히 억눌렀다.지금까지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던 권법인데 이렇게 쉽게 패배당하다니 속으로 그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또 누구 없어?”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지금 그의 상태로 강력한 초식을 사용할 수 없었다.그것을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검에 찔려 죽을까 봐 몸을 움츠리며 대답하지 못했다.“리아성전의 고위층 임원을 데리고 돌아간다!”염구준은 더는 머물지 않고 다른 명령을 내렸다.일단 적들이 체력이 바닥난 것을 눈치채게 된다면 아주 번거롭게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반보천인 고수들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며 우르르 달려들었다.염구준의 실력이 초절정에 도달했어도 이렇게 많은 숫자를 상대하기 버거운데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결판을 내리자!”그래도 염구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한 손에 검을 들고 다른 손에 약을 움켜쥐었다.곁에 있는 4대 전존도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니 오로지 생사를 걸고 싸워야 살아남을 희망이 있었다.“말로는 전신전과 리아성전의 일이라고 하면서 왜 당신들이 함부로 끼어드는 겁니까? 우리 용하에 고수가 없는 줄 알아요?”일촉즉발의 순간, 숲에서 누군가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나타났다.그 사람은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한 용하의 무술인이자 염구준의 오랜 지인인 고대영이었다. “외적들 앞에서 예전의 원한은 잠시 내려놓겠다. 먼저 여기 애송이들을 제거하고 나중에 우리 원한을 따지자!”그리고 무적의 반보천인이라 자칭하는 공무적까지 나타났다.“손 대표님이 걱정된다면서 저를 보냈습니다.”호찬까지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렇게 용하의 반보천인 무술인들이 열 명 넘게 나타났다.대부분 은세가문의 무술인들이고 몇몇 고수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은세가문의 큰 조력자들을 동원한 사람은 아마 국주일 것이다.용하의 무술인들이 등장하자 성조국의 무술인들은 주춤하면서 공격하지 못했다.여기서 정말 싸운다면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게다가 공무적 일행의 기운은 브루니의 기운과 못지 않게 강력했다.윙!염구준은 그들과 회포를 풀지 않고 검을 바닥에 꽂더니 눈을 감고 조용히 기운을 회복했다.어차피 기운이 바닥난 것이 들통났으니 감출 필요도 없었다.4대 전존도 눈치 빠르게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이따가 또 싸울 수 있으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 나았다.…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군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렇게 쌍방은 먼저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반보천인 무술인끼리 싸우다가 방심한 사이에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득실을 따져야 했다.
”하하하, 이겼어요. 아타 장로님, 보셨어요?”현장에서 감격에 벅차서 소리를 지른 사람은 바로 노신기였다.그는 드디어 50년 넘게 괴롭혔던 캐틀린 가문 앞에서 당당하게 콧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그때 염구준이 한 걸음씩 걸어가며 싸늘하게 말했다.“조각을 내주면 세라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줄 수 있어.”이번 행차에서 조각 네 개를 얻고 싶을 뿐이었는데 치열한 싸움을 면하지 못하고 부상까지 입었다.이 싸움을 일으킨 장보인이 바로 세라였다.“정말 조각만 주면 살려줄 거야?”레온 가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해도의 조각은 100년을 넘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기에 다들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했지만 솔직히 따져보면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못했다.“물론이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염구준이 확신하며 말하면서도 여전히 살기를 거두지 못했다.만약 이 사람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목숨을 거둘 것이다.“이건 우리 레온 가문에서 보관했던 조각이야. 가져가!”“대어당의 조각, 여기 있어.”“안설홍의 조각도 받아.”세 사람은 살기 위해서 저마다 몸을 더듬어 해도의 조각을 꺼내 주었다.지금 그들은 도마 위에 놓인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조건을 따질 자격이 없었다.스스슥!염구준이 손을 내밀어 기운으로 흡수하여 세 장의 조각을 거두었다.“세 사람은 옆으로 물러나. 그리고 이따가 애지중지하는 아들을 데려가는 거 잊지 마.”“살려줘서 고마워.”세 사람은 무릎을 꿇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재빨리 옆으로 물러섰다.그러자 세 가문에서 데리고 온 정예병도 캐틀린 가문과 거리를 두고 멀리 서 있었다.네 가문의 동맹은 이렇게 무너졌다.“이제 부인 차례입니다.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줄게요.”염구준은 전혀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두 사람의 원한은 이미 한 사람이 죽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콜록, 능력 있으면 와서 가져가. 내가 우습게 보여?”세라의 기운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것이 체내의 기운이 곧 바닥날
”진정해요. 패배를 인정하는 거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우린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조각만 주면 바로 떠날게요.”염구준은 싸우면서도 상대방의 정신을 분산시키려고 말을 계속 걸었다.하지만 저들이 얌전히 조각을 내준다면 약속대로 바로 떠날 수도 있었다.“퉷! 저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세라는 노련한 통찰력으로 몇몇 가주들의 속을 꿰뚫고 있었다.싸움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니 진법이 깨지지 않게 주의를 줘야 했다.세라의 울부짖음에 다들 정신을 가다듬고 계속 기운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만약 상대방의 유혹에 넘어갔다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식은 땀이 흘렀다.“재주 좋네. 내가 과소평가했어요.”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싸우는 데 집중했다.이제 검기가 꽉 찼으니 곧 강력한 대살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푸압!”바로 그때 상대 측에 변고가 생겼다.세라 측의 전신지상 한 명이 견디지 못하고 피를 뿜어낸 것이다.다른 전신지상 무술인도 얼굴이 창백한 것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이번 싸움은 역시 반보천인들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젠장,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요?”세라는 더는 진정할 수 없었다.육망성광진법이 파괴되어 각자 싸운다면 전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30분이요.”“5분이요!”두 전신지상이 시간을 보고했다.상대방의 진법이 곧 무너질 상황에 처했지만 염구준은 계속 공격 자세를 유지했다.적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었다.“그 초식을 사용합시다.”세라가 안색을 굳히며 중대한 발표를 했다.이 지경에 이른 이상 승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알겠습니다. 세라 부인과 함께 미치도록 싸워보죠.”반보천인 세 가주의 눈빛이 바뀌더니 광기가 이글거렸다.쿵!가주들이 미친듯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세라는 다시 그 힘을 빌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전투장에서 각자 기운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대살수를 준
쾅!또 한 번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각자 후퇴하면서 거리를 두었다.이번에 염구준이 5미터 정도 물러났다면 세라 일행은 10미터나 물러났다.쌍방은 여전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저 사람 너무 강해요. 설마 극한 반보천인인가?”레온 가주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대방의 기세에 충격을 먹었다.육망성광진법에서 두 사람이 반보천인에 달하지 못했지만 특수한 수단을 사용하여 세라를 절정 반보천인으로 이끌었다.그렇게 여섯 명의 힘을 합쳤는데도 열세에 처했다.“하하하, 통쾌해. 다시 공격해 봐.”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전의를 불태웠다.생각지도 못하게 이곳에서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간만에 싸울 맛이 났다.“내 진짜 실력을 보여 줄게.”세라는 더는 숨기지 않고 모든 기운을 발사했다.“절정 반보천인이군.”역시 세라는 진작에 이 지경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다만 이 나이에 몸을 극한까지 수련하지 못했기에 강력한 기운을 발휘한다면 몸이 감당할 수 없어서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래도 싸움에 대충 임하는 행위에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왜냐면 누구도 목숨을 재촉하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염구준은 위로 번쩍 뛰며 섬뜩한 빛이 담긴 검을 휘둘렀다.“단번에 널 죽이겠어.”세라는 상대방이 진짜 세력을 발휘하게 되어 몹시 언짢았다.그녀가 지팡이를 위로 올리며 염구준의 공격을 막았는데 상대방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도 다치지 않았다.염구준이 공중에서 몇 바퀴 몸을 굴린 후 가볍게 착지했다.그 순간, 체내의 기혈이 잠시 소용돌이를 치는 것 같았다.“강력한 진법이야.”절정 반보천인 한 명, 평범한 반보천인 세 명, 전신지상 두 명이 특수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진법의 위력은 생각밖으로 강했다.염구준이 이미 극한 육신을 연마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방금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흥, 그렇게 강하지도 않네. 육신, 기운, 의경 중에서 어느 하나도 극한에 도달하지 않았어. 다음에 꼭 죽여주겠어.”
마침 세라가 갑자기 싸움을 유도한 것에 불만을 품은 가문에서 저마다 원망을 터트렸다.그렇다고 강적의 앞에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멍청한 것들, 조각을 준다고 해서 저놈들이 살려줄 거 같아요?”세라는 당당하게 반격할 이유를 내세웠다.그러자 가주들은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주춤하고 말았다.필경 해도 조각은 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패였기 때문이다.“일단 싸우지 말고 저 사람과 노신기를 잡으면 아무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그때 누군가 내란이 발생하여 서로 싸우기라도 할까 봐 나서서 중재했다.적들 앞에서 서로 물고 뜯는 것은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상황은 다시 바뀌어, 나머지 여섯 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기운을 끌어올렸다.“바로 진법을 사용합시다. 저 사람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세라는 아직도 저리는 팔을 휘두르며 지휘했다.방금 염구준의 공격과 부딪쳤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했다.장담하 건데 상대방의 실력은 압도적으로 강했다.“알겠습니다.”다섯 가주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위치를 변경한 후 세라까지 합세하여 기이한 힘을 발사했다.“진법?”저들이 진법을 형성하는 사이에 염구준은 황금색 기운을 조절하면서 검의를 끌어올리자 근육이 옷을 찢어버릴 기세로 부풀었다.쌍방은 어느 한 쪽도 약하지 않았다.관전하던 무술인들은 강력한 두 기운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일단 싸움에 휘말리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니 일단 피하고 봐야 했다.“염 선생, 조심하세요. 이것은 육망성광진법 육위일체라고 하는데 그 위력이 엄청납니다.”그때 안색이 급변하던 노신기와 아타가 다급히 주의를 주었다.이제 보니 예전에 두 사람이 담당했던 자리에 지금은 다른 무술인이 대신하고 있었다.그 당시 실력이 평등한 반보천인 여섯 명으로 육망성관진법을 구성했지만 지금은 전신지상 두 명이 대신했기에 위력이 많이 약해졌다.“배신자. 너희들을 죽인 다음 너희 가문을 멸망시킬 거야!”세라가 분개하며 진법을 지휘했다.슈우웅 펑!세라의 공격에 염구준이
’해도 조각?’가주들은 염구준의 손에 든 두 개의 조각을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아들이 잡힌 데다 상대방이 해도의 비밀 즉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노신기 이 배신자!”주름이 가득한 세라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유동심연의 보물은 오로지 그녀의 주머니 속에 챙기려고 점을 찍어서 다른 사람이 노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웃기시네요. 해도 조각은 내 몫인데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 아닌가요?”노신기는 오히려 당당하게 받아 쳤다.6대 세력은 원래 동맹 관계였는데 최근 몇몇 가문에서 각 방면으로 천기문을 억압했으니 노신기가 무엇을 하든 세라를 포함한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어떡합니까.”레온 가주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보며 세라에게 물었다.대어당, 안설홍의 가주 그리고 몇몇 고위층의 자녀도 염구준의 손에 잡혀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뭘 어떡해요. 조각을 내줘야죠!”“저도 내놓겠습니다. 대가 끝어지면 조각을 가져도 소용없어요!”“저도 내놓겠습니다.”짧은 시간에 세라 외에 나머지 세 가문에서 조각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그중에서 캐틀린 가문의 자식만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그 얘기를 들은 노신기가 기뻐하며 염구준에게 말했다.“염 선생, 좋은 계략이네요.”하지만 그가 바란 것은 염구준이 네 가문을 멸망시켜 천기문의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염구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었다.“우리는…”스스슥!“감히 내 가문과 내 후손을 죽여? 오늘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레온 등 세 가주가 타협하려 할 때, 세라가 갑자기 장법을 펼치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나이를 먹어도 그녀의 무공 실력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지금 염구준이 세 가문의 자식을 죽인다면 가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편에 선다고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었다.“공격해!”“저놈을 죽여서 우리 아들을 구하자!”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가주는 태도를 바꾸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네 사람이 협공한다
세라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세 가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약화시킨 것이다.“그렇다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네요.”그 말을 믿은 가주들은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그때 레온 가주가 기회를 잡고 질문했다.“노신기와 아타 영감을 제거하면 조각 여섯 장을 전부 얻게 되는데 부인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해도와 관련된 귀한 보물은 여러 세대가 거쳐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벌써 마음이 급해졌다.“당연히 찾아내서 네 가문에서 평등하게 나눠야죠. 그때면 군대를 모집하여 우리의 패권을 손에 넣을 겁니다.”세라는 나이가 많아도 그녀의 욕망을 채우는 데 거침이 없었다.전에 스텔라성을 굴복시킨 것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우리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건배합시다!”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세 가주는 와인잔을 들며 미리 축하주를 마셨다.패권을 쥐면 모두의 우상이 되는데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큰일 났습니다. 노신기가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쳐들어왔습니다.”기쁨에 취해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은 1분도 되지 않아서 싸늘하게 굳어져버렸다.“참 빨리도 왔네. 함께 나가서 보시죠.”세라는 와인잔을 놓고 지팡이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녀까지 합쳐서 반보천인 무술인이 네 명이나 모였으니 자신감이 넘쳤다.유일한 변수는 부하들이 아직도 염구준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캐틀린성 밖.염구준은 열 명을 거느리고 성 내에서 쓸어 나온 수백 명의 정예병과 대치하고 있었다.숫자로 보면 벌써 결과가 예상되겠지만 정작 싸운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천기문 노신기가 세라 부인에게 알현을 청합니다!”노신기는 큰소리로 외치며 배첩장을 성문에 붙여버렸다.그는 용하 세력의 분파로서 항상 예의를 갖춰 대했다.“…”그런데 한참이나 지나도 누구도 배첩장을 가져가지 않았다.“저들이 예의를 무시하면 그냥 쳐들어가요.”쿵!염구준은 이미 검을 들어 강력한 기운을 끌어올리며 싸울 준비를 했다.오늘
젊은이들은 도시의 이미지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노신기가 염구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염 선생, 저들이 레온 가문과 대어당, 안설홍의 자식들입니다.”솔직히 그들도 노신기와 아는 사이었지만 지금 너무 취한 탓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하, 이런 우연이 있네요.”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말한 것 같았다.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휘청거리면서 발을 들어 염구준을 차려고 했다.“꺼지라고 했잖아!”쿵!그런데 젊은 남자는 발을 차기 전에 누군가에게 차여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감히 염 선생한테 무슨 무례입니까? 죽고 싶어요?”나서서 막은 사람이 그레이었다.“아…”차인 곳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던 젊은 남자는 갑자기 술을 깼는지 눈을 번쩍 떴다.반보천인이 가볍게 발차기를 날려도 고작 종사 실력으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방금 그레이에게 차여서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았다.나머지 두 젊은 남자도 정신을 차렸는지 건방지게 굴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았다.“노신기, 아타!”그제야 세 가문의 도련님들은 이미 적이 된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잡아!”노신기는 무시하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오늘 목표는 아니었지만 일단 잡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이거 놔. 지금 우리 가문이 캐틀린성에 있어. 우릴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천기문! 너희들 이젠 끝이야!”그런데 도련님들이 얌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왜냐면 예전에 천기문은 그들 세력들 중에서 최하급에 속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아타와 노신기를 제외한 남은 가문이 동맹을 맺었으니 천기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시끄러우니까 기절시켜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모든 세력이 한 곳에 모였다면 이 참에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퍽퍽!노신기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잠시 기절시켰다.지금 그의 눈빛과 표정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제아무리 도도한 사람이라도 순해지기 마련이었다.“미안해, 널 지키지 못했어.”노대영의 목소리엔 자책이 가득 묻어났다.“흥.”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신기는 팔을 탁 뿌리치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를 떴다.애지중지 키운 딸과 사랑하는 제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걸 영 달가워하지 않은듯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 없어서 위기를 넘긴 걸 보고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한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 더 심해지겠지.’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캐틀린성에서.캐틀린 가문이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을 얻게 된 이 도시는 산업의 절반 이상이 캐틀린 가문의 소유였다.이 몇년동안, 스텔라성의 도움으로 그들은 점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 도시 입구의 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났으며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통행증 내놔!”“오늘은 통행증 없이는 못 들어가!”입구에서 병사들은 엄격하게 사람들의 신원을 전부 하나하나 확인했다.이 도시는 이미 캐틀린 가문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점으로부터 그들의 권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전날의 작전이 실패한 것 때문에 세라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천기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비하고도 강한 염구준이 조금 경계되어서였다.“멈춰! 통행증을 보여라.”검문소 앞에서, 책임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손을 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 했다. “여기 검문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놈들이 있다. 사살해!”책임자는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리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탕! 탕!1분 남짓한 싸움 끝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이런 장면은 도시 곳곳의 검문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대의 선두에는 염구준이 있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