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염구준은 제이든을 데리고 호텔을 떠나 하린턴 정신병원으로 향했다.현재 제이든은 노엘테크놀로지의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위험해 염구준이 항상 보호해야만 했다.하린턴 정신병원은 오스타국,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정신병원으로, 염구준이 찾고자 하는 설계자, 헨리도 바로 이곳에 있었다.“헨리 씨를 보러 왔는데, 어느 방에 있나요?” 염구준은 프런트 데스크로 걸어가 물었다.“뒤쪽 공터에서 햇볕을 쬐고 있어요. 거기 가서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되세요.”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는 대충 대답하며 옆문을 가리켰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예의 바르게 대답하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으나 주의력은 간호사에게 쏠려있었다.뭐라고 형용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이상하게만 느껴져서였다.프런트 데스크의 간호사는 염구준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주시하다가, 그가 옆문으로 나갈 때 즉시 전화를 걸었다.“니체르 공작님, 타겟이 하린턴 병원에 왔습니다. 헨리를 찾으러 왔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어서 일단 딴 데로 가게 하기는 했습니다.”“그 녀석이 찾기 전에 헨리를 죽여.”전화 너머에서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니체르의 냉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내린 명령으로부터 그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알겠습니다.”프런트 간호사는 전화를 끊고 또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이때, 염구준은 옆문 밖에 서 있었는데, 일반인보다 뛰어난 청력 덕분에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역시 문제 있었어. 근데 헨리는 어디 있을까?’“끄아악, 뭐 하는 거야?”그러나 이 순간, 염구준 바로 머리 위에 있는 곳의 창문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3층!’판단을 마친 염구준은 제이든을 안고, 발끝으로 땅을 가볍게 박차 3층 창문 쪽으로 뛰어올랐다.이 병실엔 헨리 혼자 있었는데, 각종 의료 장비들이 완비되어 있었다.헨리가 소리를 질렀던 이유는 방금 전에 세 명의 복면 쓴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와
위급한 상황에 처하니 놈들은 닥치는 대로 핑계를 댔다.“사과 깎는 칼이에요!”‘삼릉칼로 과일을 깎는다고? 이것들이 눈뜬장님 취급을 하나?’다른 두 사람은 망치와 소방용 도끼를 들고 있었다.염구준은 일일이 따지기도 귀찮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희들 배후가 누군지만 말해.”“배후는 없어요. 예전에 헨리가 우리 돈을 빌렸는데 그 빚을 받으러 왔을 뿐이에요.”그때 한 킬러가 염구준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말을 바꾸었다.평범한 사람에게 이 말을 한다면 정말 그런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믿겠지만, 정신환자에게 빚을 받으러 오다니 제정신이 아닌 이상 이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계속 숨길 거야?”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며 기운을 더 끌어올렸다.강력한 기운의 압박으로 두 사람의 몸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세 사람은 여기서 즉사할 것이다.“선생님, 우리 지시를 받고 온 건 맞지만 그분의 정체를 말할 수 없어요. 죽이려면 죽이세요!”삼릉칼을 든 킬러가 가까스로 목소리를 냈다.탁!그 말에 염구준은 단번에 기운을 거두었다.바닥에 쓰러진 세 사람은 거친 숨을 내쉬며 공기를 들이마셨다.이로서 염구준은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니체르는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킬러를 키우고, 킬러들은 니체르가 두려워서 본인의 목숨을 내놓더라도 감히 배신하지 못했다.“내가 언젠가는 찾아갈 거라고 전달해. 눈치 있으면 인질 풀어주고 꺼져! 예전의 일은 캐묻지 않을게.”염구준은 겁만 주고 죽이지는 않았다.말단 부하들을 죽여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알겠습니다. 반드시 전달하겠습니다.”세 사람은 겨우 일어서서 도망치듯 병실에서 나갔다.온몸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 다행이었다.염구준은 병실 의자에 앉아 혼자 궁시렁대는 헨리를 보았다.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당신한테 제국 빌딩 같은 건물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러 왔는데 헛걸음을 했군요.”방금 발생한 일
“진짜 미친 거 맞네.”염구준은 그를 홱 하고 병상에 던지고 제이든과 병실에서 나왔다.입구에서 구경하던 환자들은 두려워하지도 않고 염구준을 향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넌 한 손으로 하나님의 멱살을 잡았어. M78행성에서 온 게 틀림없어. 나도 데리고 가줘!”“외계인이야. 빨리 외부인에게 전달해. 내 블랙홀 이론은 맞았어!”“넌 침략자야! 침략자를 물리쳐야 해!”염구준은 정신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들을 차마 때릴 수 없어서, 뒤를 돌아 병실 창문으로 뛰어내렸다.충격적인 장면을 본 정신환자들은 믿을 수 없어 저마다 괴이한 소리를 질렀다.병원 3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그 사이 1층에 도착한 염구준은 제이든과 함께 프런트에 다가갔다.전에 가짜 정보를 준 간호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어차피 잡것들이니 도망을 쳐도 그의 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염구준이 병원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호주머니를 뒤져 USB 하나를 꺼내 들었다.방금 헨리를 잡았을 때 염구준의 암시를 이해하고 호주머니에 넣은 것이었다.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병원을 돌아보며 속으로 약속했다.“걱정 마세요. 내가 니체르를 죽이면 당신은 정신병에 걸린 척하지 않아도 됩니다.”그는 제이든을 데리고 차에 가다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추었다.“삼촌, 왜 그러세요?”제이든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뭔가 수상해. 위험한 냄새가 나. 게다가 미행하던 놈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염구준의 타고난 직감은 차에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했다.혼자라면 이런 위기감에 신경 쓰지 않겠지만 제이든이 옆에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했다.쾅!가까이 다가갈 때 갑자기 차가 폭발하며 뜨거운 열기가 염구준을 휩쓸었다.다행히 호체기운으로 막아서 다치지는 않았다.상대방은 차 폭발로 그를 죽이려고 했다.염구준이 오스크국에 온 후로 황실과 니체르 두 세력에게 찍혔다.에드로 친왕은 염구준을 떠받들고 있으니 해치려는 사람은 니체르 공작밖에 없었다.띠리링!차에서 불이 활활 타오를 때 염구준의
가족들이 이 도시에 살고 있어서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너희들이 죽든지 가족들이 죽든지, 선택권은 하나야.”니체르는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면서 대답을 기다렸다.네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적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라 여겼는데 결국은 자기 상사의 손에 죽게 되었다.“여보, 사랑해!”“아들아! 태어나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줘. 사랑한다!”“엄마, 날 기다리지 마!”그들은 저마나 유언을 남기고 비수를 꺼내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주변에 서 있던 니체르의 부하들은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지금 상황에서 본인부터 살아남아야 했다.니체르가 와인을 음미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부하들을 둘러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이번에 우리가 직면한 적은 아주 악독한 놈이다. 임무를 완성하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기필코 승리할 것이다. 다들 명심해!”“명심하겠습니다!”부하들은 니체르가 또 화를 낼까 봐 이구동성으로 우렁차게 대답했다.그때 심복 한 명이 나서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니체르 공작, 인질을 다른 곳으로 옮길까요?”“필요 없어.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거야.”니체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한편, 염구준은 금액이 가장 큰 지폐를 운전기사에게 건넸다.“기사님, 앞에서 내려주세요.”지폐를 보던 운전기사의 입이 귀에 걸렸다.“용하에서 온 손님은 참 통이 크네요.”이 돈을 받으면 오늘 장사는 그만둬도 되었다.끼익!택시가 황실호텔 입구에서 멈추자 경호원들이 다가와 욕을 퍼부었다.“저리 꺼져! 택시는 여기 주차하면 안 되는 걸 몰라?”당황한 운전기사는 황실 경호원과 부딪치기 싫어 기어를 당기고 출발하려 했다.그런데 염구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손님, 내리지 마세요. 경호원들에게 폭행당할 거예요.”운전기사가 좋은 마음으로 경고했다.오스크국의 황실 경호원은 일반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폭행을 일삼았기 때문이다.“염 선생님 오셨습니까?”그런데 경호원들이 염구준을 보더니 바로 태도를 바꾸고 굽신거렸다.에드
“가을아, 밖에 바람이 부는데 왜 나왔어?”그러자 손가을이 되려 화를 내며 말했다.“밥 먹을 시간인데 전화도 받지 않아서 기다렸잖아!”“전화했었어? 배터리 나갔네. 다음에 꼭 충전하고 전화도 잘 받을게.”염구준은 아내의 손을 잡으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아내가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제야 손가을은 앞으로 다가와 남편의 팔짱을 끼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알았어. 이번에 봐줄게. 내가 음식들 남겼으니까 빨리 가서 먹어.”호텔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내가 있어서 그런지 전보다 마음이 한결 편했다.반대로 그를 미행하던 니체르의 부하들은 바짝 긴장해야 했다.방금 임무에 실패한 킬러들이 모두 처형되었으니 임무를 진행할 때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황실호텔 어느 룸.아내랑 먹는 밥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밥이 엄청 맛있었다.“천천히 먹어. 부족하면 내가 배달 시켜줄게.”손가을은 따뜻한 물을 건네며 말했다.남편과 함께라면 그가 밥 먹는 모습을 봐도 행복했다.“이것도 충분해!”염구준은 음식을 입에 가득 넣고 씹으면서 웅얼거렸다.이 순간, 두 사람은 매일 이렇게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어 잠시 떨어져야 했다.배부르게 밥을 먹은 후, 두 사람은 각자 할 일을 하기에 바빴다.염구준은 USB에 저장된 자료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찾으러 나갔고 손가을은 미팅하러 갔다.“제이든, 이리 와. 내가 이걸 보내주면 같이 찾아보자.”염구준은 옆에 앉은 제이든에게 말했다.“알았어요.”제이든은 아버지에 관한 일이란 걸 알고 엄숙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여러 파일을 뒤적이며 그 속에서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원래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어느 자료를 찾아도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난이도가 너무 컸다.“뭐 이상한 거 있어?”염구준이 자기 몫을 다 보고 물었다.전체 설계 도안에서 맨 아래에 주차장만 있고 지하 밀실은 없었다.게다가 모든 층의 평면도는 똑같이 생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제이든도 고집을 피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끼익!“아직도 안 끝났어? 저녁 먹을 시간이야.”손가을이 들어오더니 깜짝 놀라며 잔소리를 했다.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오후 내내 도안을 붙들고 있었다.레스토랑에 내려온 온 후, 손가을은 밥을 먹다가 문득 뭔가 떠올랐다.“구준 씨, 오늘 저녁에 파티 있는데 같이 갈래?”“파티?”염구준이 작은 소리로 되물었다.방금 단서를 찾아서 오늘 저녁에 무조건 오스크국의 제국 빌딩에 가야 했다.그런데 아내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바쁘면 관둬. 이번 파티는 니체르가 주최했어. 장소는 제국빌딩이고 규모가 꽤 크다고 들었어.”손가을이 야릇하게 웃더니 그의 표정을 살피며 떠보듯 말했다.남편이 요새 조사하는 사건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일부러 자극한 것이었다.“여보,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염구준이 피식 웃었다.“당신한테서 배웠지. 언제까지 거짓말만 할 거야?”손가을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전에 염구준이 했던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식탁에서 티키타카 장난을 치며 잡담을 나누었다.부부로 산 지 오래되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화내거나 따지지 않았다.어둠이 내리자, 용하의 대표팀은 손가을의 안내로 제국빌딩의 파티에 참석했다.내일 신에너지에 대한 토론회가 있는데 아직도 토론 내용을 결정하지 않은 것이 참 이상했다.그리고 제이든은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딘가 잘 감추어 놓았다.목적지에 도착하면 할 일이 워낙 많아서 그를 보살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제국빌딩 입구에 일행이 모였다.그중에서 염구준만 턱시도를 입지 않고 특이하게 검갑까지 메고 있었다.“창피해 죽겠어요. 그냥 호텔에 있지 왜 나와서 꼴사납게 굴어요?”안세환은 또 염구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창피하면 우리랑 있지 말고 가세요.”염구준은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솔직히 그도 특이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파티에
초대장은 손가을에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안세환은 속에서 열불이 나도 참아야 했다.“염 선생님, 손 팀장님 오셨네요.”그때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이 염구준 부부를 보더니 바로 웃는 얼굴로 공손하게 인사했다.이것이 바로 신분 차이었다.안세환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우쭐거리기만 할 뿐, 솔직히 타인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여기 초대장이요.”손가을이 초대장을 건넸다.“두 분이 직접 오셨는데 초대장은 없어도 됩니다. 들어가십시오.”마침 매니저가 나오면서 공손하게 문을 열어줬다.매니저가 이러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위에서 염구준을 보면 절대 무례하게 굴지 말고 항상 감시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가자.”염구준은 손가을의 손을 잡고 입구로 걸어갔다.그러다 안세환을 스칠 때 한마디 던졌다.“옷보다 신분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수영복을 입고 온다해도 저들은 지금처럼 깍듯이 모실 겁니다.”그 말에 안세환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더니 뻔뻔하게 일행의 뒤를 따랐다.이렇게 규모가 큰 파티에 수많은 거물들이 참석하기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염구준은 층수를 표시하는 모니터만 주시했다.‘움직였어.’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각 층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을 계산했다.처음 몇 층은 빨간 숫자가 나타나는 이동 시간은 똑같았다.그런데 12층과 13층 사이를 지날 때 시간이 2배로 늘어난 것이었다.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지막 층까지 각 층마다 이동 시간을 계산했다.이젠 12층과 13층 사이에 한 층이 더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곳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갈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 설계 도안이 있고 목표 층을 찾았으니 천천히 찾기만 하면 되었다.그렇다고 지금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기회를 노려야 했다.띵!그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오늘 파티는 바로 로얄 층에서 진행되었다.“하하하, 염 선생, 드디어 오셨군요.”염구준이 나타나자 오늘의 파티 주최자
니체르가 당황하더니 이내 인상을 굳히며 손에 힘을 주었다.일면식도 없는 불청객이 나서서 그의 계획을 망친 것이 너무 불쾌했다.“안녕하세요. 안세환 님.”“악.”안세환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거두려고 했다.그런데 니체르가 놓아주지 않아 결국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더니 기절해버렸다.누구도 시키지 않는 짓을 해서 명을 재촉하는지 정말 답이 없는 사람이었다.“의사 있어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습니다. 빨리 병원에 옮겨야 합니다.”니체르는 조급해하며 외쳤다.그러자 개인 의사 두 명이 나서서 안세환에게 응급처치를 하고는 들것에 눕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파티에 오자마자 쓰러지다니 차라리 오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니체르는 아직도 손을 내밀고 누가 잡아 주길 기다렸다.“휴.”손가을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어느새 은장갑을 꼈는지 한 손으로 염구준을 잡고 다른 손을 내밀었다.남편이 옆에 있으니 전혀 두렵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녀의 뜻을 알고 잠시 나서지 않기로 했다.그러면서도 체내에 기운을 끌어올려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했다.만약 변고가 생긴다면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니체르를 살해할 작정이었다.뒷일은 나중에 생각해도 그만이니까.쿵!손가을이 악수하자 쌍방은 기운을 사용하여 서로의 실력을 탐색했다.니체르는 반보천인 고수였다.염구준은 기운이 흐르는 것을 보고 상대방의 실력을 추측했다.아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다행히 손가을에게 은장갑과 호신 옥팔찌가 있어서 가까스로 견딜 수 있었다.“니체르 공작, 내 아내의 손을 그렇게 잡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니죠.”염구준이 니체르의 손목을 잡더니 갑자기 근육이 부풀 정도로 기운을 폭발시켰다.원래 가족을 끔찍이 여기는데 대놓고 아내를 괴롭히는 걸 참지 못했다.강적을 만난 니체르는 손에 힘을 풀고 염구준과 맞섰다.그 사이에 손가을이 빠르게 손을 거두었다.아내가 손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보물이 지켜서 부상을 입지 않았다.하지만 니체르와
홀로그램에 비친 얼굴을 확인하던 베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예의를 갖추었다.상대방은 대략 예순 살이 된 노인이고 어두운 동굴 속에 있으면서도 차림새가 깔끔했다.그는 바로 스텔라성의 진정한 주인 노세였다.“베르, 무슨 일이 있길래 밖이 어수선한 거야?”노세는 두 눈을 감고 입을 꼭 다문 채로 복음으로 말을 전했다.“성주님의 폐관 수련에 방해가 되어 죄송합니다. 사실은…”베르는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보고했다.결국은 자신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 성주를 볼 면목이 없었다.오늘 스텔라성의 고수들을 데리고 갔다면 십중팔구 염구준을 죽일 수 있었다.“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내가 폐관 수련 중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네가 부하들을 이끌고 고대 옥패를 가져오거라.”노세의 지시가 끝나자 홀로그램이 조용히 사라졌다.“반드시 임무를 완성하겠습니다.”베르는 엄숙하게 말하며 약속했다.이번에 성주가 대놓고 나무라지 않았지만 임무에 실패하면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처벌을 줄 것이다.그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동굴에서 나갔다.한편, 천기문 가문.염구준은 주둔지에 돌아오자마자 밥도 먹지 않고 조용한 방을 찾아 치료했다.낯선 땅에서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며칠밖에 되지 않았으니 별로 신뢰가 가지 않았다.역시 자신을 믿고 자신의 실력을 믿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염구준의 몸은 워낙 강해서 약효까지 발휘하니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그래도 이렇게 깊은 상처를 완전히 치료하기는 쉽지 않았다.이 속도라면 어쩌면 내일 출발하기 전까지 7할을 회복할 것 같았다.조용한 방안에서 그는 꼼짝하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 있었다.그리고 밤새 자지 않고 치료에만 집중했더니 체내의 어혈이 모공을 통해 배출하면서 몸 겉면에 피로 물든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이제 기운도 많이 생성되었고 혈색도 돌아왔다.끼익!염구준은 치료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신선한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며 따뜻한 햇살을 느끼고 있을 때 인기척이 들렸
하지만 걱정해도 소용없으니 염구준이 안배한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차 대열은 천기문으로 달렸다.조용해진 차 안에서 염구준은 완전히 치료 상태로 들어갔다.한편, 도망친 세라와 베르는 캐틀린성 밖으로 도망친 뒤, 단숨에 스텔라성 본거지로 돌아갔다.이번에야말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콜록콜록! 부성주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세라는 기침할 때마다 피를 토하면서도 예의를 갖추었다.퍽!그런데 돌아온 것은 베르의 발차기였다.“베르 부성주님, 제발 진정하세요.”세라는 겨우 몸을 일으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갑작스러운 발차기였지만 기운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막지 않았었다.이것으로 베르가 화풀이할 수 있다면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진정? 나를 배신하고 무슨 짓을 했어요?”베르는 충혈된 두 눈을 무릎 뜨고 언성을 높였다.“저 배신하지 않았어요. 조각 여섯 장과 관련된 유동심연에 숨은 보물도 전부 말씀드렸잖아요.”세라는 억울한 듯 반박하면서도 네 가문에서 스텔라성을 배신하려고 작정한 것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시치미 떼지 마세요!”베르는 분개하며 체내의 기운을 주변으로 발사했다.방금 중상을 입은 것도 모자라 배신까지 당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세라는 아예 두 무릎까지 꿇었다.아직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단 상대방이 알고 있는 것부터 말했다.비록 모두 절정 반보천인 고수지만 베르의 권력은 세라보다 훨씬 높았다.“유동심연에 고대 옥패가 있다는 사실을 왜 보고하지 않았어요?”베르는 숨기지 않고 바로 까발렸다.“거기에 고대 옥패가 있습니까?”처음 듣는 소리에 세라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그녀가 40대 초반에 이르렀을 때 가문을 위해 100년도 훨씬 넘게 대대로 전해진 해도 조각을 보관했지만 지금까지 옥패가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고대 옥패에 반보천인 이상의 무학이 기록되어 있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이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원망스러웠다.“정말 몰랐어요?”베르는
”그런데…”노신기는 전방에 있는 캐틀린 가문의 성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거기에 수많은 전리품이 있는데 이대로 가기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지금은 세 가문에서 항복하고 세라는 도망쳤으니 캐틀린 가문을 멸망시킬 절호의 기회였다.성 밖에 수백 명의 정예병이 대기하고 있기에 지시만 내리면 가능했다.그런데 염구준은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다.“염 선생 말 대로 하세요.”노신기의 속셈을 알아챈 그레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맞은편에 있는 일행은 염구준의 공포스러운 실력에 제압되고, 그레이의 근처에 있는 군사들은 이미 혼란스러운 그의 기운을 감지했다.“에휴, 철수하자.”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내렸다.일행은 염구준의 인솔 하에 캐틀린성 밖으로 이동했다.멀리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나머지 무술인들은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휴, 드디어 갔네요. 실력이 너무 강해서 인간 같지 않아요.”“그러게요. 중상을 입었는데도 베르 부성주한테 큰 타격을 주다니, 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하면 가능할까요?”“본인도 중상을 입었으면서 억지로 버텼겠지.”방금 구경하던 무술인들은 염구준의 실력에 충격을 먹고 감히 나서서 시탐하지 못했다.그들은 목숨을 갖고 장난칠 용기가 없었다.결국 세 가문에서 캐틀린 가문을 삼키지 못하고 서둘러 각자 주둔지로 도망쳤다.세라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위협이 존재하고 있으니 누구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캐틀린성 밖으로 나간 염구준 일행은 차를 타고 바로 떠났다.조수석에 앉은 노신기는 이해할 수 없었다.“염 선생, 방금 캐틀린 가문을 멸망시킬 절호의 기회였는데 왜 철수한 겁니까?”“우왁!”염구준은 목구멍으로 솟아오는 기혈을 억누르지 못하고 검은 피를 토하고 말았다.육망성광진법을 파괴할 때 중상을 입었는데 나중에 베르가 나타나는 바람에 억지로 대살수까지 사용하여 내상이 더 심각해졌다.그래도 적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지금까지 억지로 버티고 버틴 것이었다.“염 선생!”노신기가 백미러로 염구준의
”중상을 입은 너를 죽이는 것은 떳떳하지 않지만 절대 살려둘 수 없다.”반보천인 고수로서 공평한 싸움을 원했지만, 눈앞의 강력한 적을 살해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염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게요.”그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감지한 그레이가 전투장으로 달려왔다.쿵!하지만 그레이가 가까이 오기 전에 베르가 일장을 날려 뒤로 물리쳤다.절정에 도달한 반보천인에게 일개 초보 반보천인이 상대할 수 없었다.그러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정말 그레이가 나선다고 해도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다.“됐어. 1대1 싸움에서 누구 도움도 필요 없어.”염구준은 부상을 입었지만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그는 얼마 남지 않은 기운을 움직여 계속 싸우려고 준비했다.“하하하, 용기가 가상하구나. 오늘 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겠어!”베르가 껄껄 호탕하게 웃더니 쇠막대기를 들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중상을 입은 무술인을 제거하는 것은 한 초식으로 충분하다 여겼다.“구자검법, 검일참공!”적이 가까이 다가올 때 염구준은 남은 기운을 발동하여 강력한 초식을 강행했다.“뭐야?”수상함을 느낀 베르는 재빨리 기운을 끌어올려 강력한 초식으로 막아냈다.하지만 황급히 사용한 공격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악!”날카로운 구자검이 가볍게 쇠막대기를 스쳐서 베리의 왼쪽 어깨를 찌르고 말았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은 상대방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왼손바닥을 내밀며 상대방의 가슴을 공격했다.쿵!일장을 맞은 베르는 몇 십 미터나 떨어져 나가더니 피를 토하고 말았다.방심한 탓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너, 너… 이제 극한의 길에 올라섰구나. 육신, 기운, 의경 모두 극한에 도달했어.”단 한 번의 대결로 충격을 받은 베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극한 반보천인은 세 조건 중에서 하나라도 극한에 도달하는 것만해도 대단한 일인데, 염구준은 세 조건 모두 극한에 도달한 것이었다. “하, 이제 알아봐도 늦었어.”염구준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전의
”하하하, 이겼어요. 아타 장로님, 보셨어요?”현장에서 감격에 벅차서 소리를 지른 사람은 바로 노신기였다.그는 드디어 50년 넘게 괴롭혔던 캐틀린 가문 앞에서 당당하게 콧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그때 염구준이 한 걸음씩 걸어가며 싸늘하게 말했다.“조각을 내주면 세라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줄 수 있어.”이번 행차에서 조각 네 개를 얻고 싶을 뿐이었는데 치열한 싸움을 면하지 못하고 부상까지 입었다.이 싸움을 일으킨 장보인이 바로 세라였다.“정말 조각만 주면 살려줄 거야?”레온 가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해도의 조각은 100년을 넘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기에 다들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했지만 솔직히 따져보면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못했다.“물론이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염구준이 확신하며 말하면서도 여전히 살기를 거두지 못했다.만약 이 사람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목숨을 거둘 것이다.“이건 우리 레온 가문에서 보관했던 조각이야. 가져가!”“대어당의 조각, 여기 있어.”“안설홍의 조각도 받아.”세 사람은 살기 위해서 저마다 몸을 더듬어 해도의 조각을 꺼내 주었다.지금 그들은 도마 위에 놓인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조건을 따질 자격이 없었다.스스슥!염구준이 손을 내밀어 기운으로 흡수하여 세 장의 조각을 거두었다.“세 사람은 옆으로 물러나. 그리고 이따가 애지중지하는 아들을 데려가는 거 잊지 마.”“살려줘서 고마워.”세 사람은 무릎을 꿇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재빨리 옆으로 물러섰다.그러자 세 가문에서 데리고 온 정예병도 캐틀린 가문과 거리를 두고 멀리 서 있었다.네 가문의 동맹은 이렇게 무너졌다.“이제 부인 차례입니다.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줄게요.”염구준은 전혀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두 사람의 원한은 이미 한 사람이 죽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콜록, 능력 있으면 와서 가져가. 내가 우습게 보여?”세라의 기운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것이 체내의 기운이 곧 바닥날
”진정해요. 패배를 인정하는 거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우린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조각만 주면 바로 떠날게요.”염구준은 싸우면서도 상대방의 정신을 분산시키려고 말을 계속 걸었다.하지만 저들이 얌전히 조각을 내준다면 약속대로 바로 떠날 수도 있었다.“퉷! 저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세라는 노련한 통찰력으로 몇몇 가주들의 속을 꿰뚫고 있었다.싸움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니 진법이 깨지지 않게 주의를 줘야 했다.세라의 울부짖음에 다들 정신을 가다듬고 계속 기운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만약 상대방의 유혹에 넘어갔다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식은 땀이 흘렀다.“재주 좋네. 내가 과소평가했어요.”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싸우는 데 집중했다.이제 검기가 꽉 찼으니 곧 강력한 대살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푸압!”바로 그때 상대 측에 변고가 생겼다.세라 측의 전신지상 한 명이 견디지 못하고 피를 뿜어낸 것이다.다른 전신지상 무술인도 얼굴이 창백한 것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이번 싸움은 역시 반보천인들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젠장,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요?”세라는 더는 진정할 수 없었다.육망성광진법이 파괴되어 각자 싸운다면 전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30분이요.”“5분이요!”두 전신지상이 시간을 보고했다.상대방의 진법이 곧 무너질 상황에 처했지만 염구준은 계속 공격 자세를 유지했다.적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었다.“그 초식을 사용합시다.”세라가 안색을 굳히며 중대한 발표를 했다.이 지경에 이른 이상 승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알겠습니다. 세라 부인과 함께 미치도록 싸워보죠.”반보천인 세 가주의 눈빛이 바뀌더니 광기가 이글거렸다.쿵!가주들이 미친듯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세라는 다시 그 힘을 빌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전투장에서 각자 기운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대살수를 준
쾅!또 한 번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각자 후퇴하면서 거리를 두었다.이번에 염구준이 5미터 정도 물러났다면 세라 일행은 10미터나 물러났다.쌍방은 여전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저 사람 너무 강해요. 설마 극한 반보천인인가?”레온 가주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대방의 기세에 충격을 먹었다.육망성광진법에서 두 사람이 반보천인에 달하지 못했지만 특수한 수단을 사용하여 세라를 절정 반보천인으로 이끌었다.그렇게 여섯 명의 힘을 합쳤는데도 열세에 처했다.“하하하, 통쾌해. 다시 공격해 봐.”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전의를 불태웠다.생각지도 못하게 이곳에서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간만에 싸울 맛이 났다.“내 진짜 실력을 보여 줄게.”세라는 더는 숨기지 않고 모든 기운을 발사했다.“절정 반보천인이군.”역시 세라는 진작에 이 지경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다만 이 나이에 몸을 극한까지 수련하지 못했기에 강력한 기운을 발휘한다면 몸이 감당할 수 없어서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래도 싸움에 대충 임하는 행위에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왜냐면 누구도 목숨을 재촉하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염구준은 위로 번쩍 뛰며 섬뜩한 빛이 담긴 검을 휘둘렀다.“단번에 널 죽이겠어.”세라는 상대방이 진짜 세력을 발휘하게 되어 몹시 언짢았다.그녀가 지팡이를 위로 올리며 염구준의 공격을 막았는데 상대방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도 다치지 않았다.염구준이 공중에서 몇 바퀴 몸을 굴린 후 가볍게 착지했다.그 순간, 체내의 기혈이 잠시 소용돌이를 치는 것 같았다.“강력한 진법이야.”절정 반보천인 한 명, 평범한 반보천인 세 명, 전신지상 두 명이 특수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진법의 위력은 생각밖으로 강했다.염구준이 이미 극한 육신을 연마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방금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흥, 그렇게 강하지도 않네. 육신, 기운, 의경 중에서 어느 하나도 극한에 도달하지 않았어. 다음에 꼭 죽여주겠어.”
마침 세라가 갑자기 싸움을 유도한 것에 불만을 품은 가문에서 저마다 원망을 터트렸다.그렇다고 강적의 앞에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멍청한 것들, 조각을 준다고 해서 저놈들이 살려줄 거 같아요?”세라는 당당하게 반격할 이유를 내세웠다.그러자 가주들은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주춤하고 말았다.필경 해도 조각은 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패였기 때문이다.“일단 싸우지 말고 저 사람과 노신기를 잡으면 아무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그때 누군가 내란이 발생하여 서로 싸우기라도 할까 봐 나서서 중재했다.적들 앞에서 서로 물고 뜯는 것은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상황은 다시 바뀌어, 나머지 여섯 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기운을 끌어올렸다.“바로 진법을 사용합시다. 저 사람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세라는 아직도 저리는 팔을 휘두르며 지휘했다.방금 염구준의 공격과 부딪쳤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했다.장담하 건데 상대방의 실력은 압도적으로 강했다.“알겠습니다.”다섯 가주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위치를 변경한 후 세라까지 합세하여 기이한 힘을 발사했다.“진법?”저들이 진법을 형성하는 사이에 염구준은 황금색 기운을 조절하면서 검의를 끌어올리자 근육이 옷을 찢어버릴 기세로 부풀었다.쌍방은 어느 한 쪽도 약하지 않았다.관전하던 무술인들은 강력한 두 기운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일단 싸움에 휘말리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니 일단 피하고 봐야 했다.“염 선생, 조심하세요. 이것은 육망성광진법 육위일체라고 하는데 그 위력이 엄청납니다.”그때 안색이 급변하던 노신기와 아타가 다급히 주의를 주었다.이제 보니 예전에 두 사람이 담당했던 자리에 지금은 다른 무술인이 대신하고 있었다.그 당시 실력이 평등한 반보천인 여섯 명으로 육망성관진법을 구성했지만 지금은 전신지상 두 명이 대신했기에 위력이 많이 약해졌다.“배신자. 너희들을 죽인 다음 너희 가문을 멸망시킬 거야!”세라가 분개하며 진법을 지휘했다.슈우웅 펑!세라의 공격에 염구준이
’해도 조각?’가주들은 염구준의 손에 든 두 개의 조각을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아들이 잡힌 데다 상대방이 해도의 비밀 즉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노신기 이 배신자!”주름이 가득한 세라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유동심연의 보물은 오로지 그녀의 주머니 속에 챙기려고 점을 찍어서 다른 사람이 노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웃기시네요. 해도 조각은 내 몫인데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 아닌가요?”노신기는 오히려 당당하게 받아 쳤다.6대 세력은 원래 동맹 관계였는데 최근 몇몇 가문에서 각 방면으로 천기문을 억압했으니 노신기가 무엇을 하든 세라를 포함한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어떡합니까.”레온 가주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보며 세라에게 물었다.대어당, 안설홍의 가주 그리고 몇몇 고위층의 자녀도 염구준의 손에 잡혀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뭘 어떡해요. 조각을 내줘야죠!”“저도 내놓겠습니다. 대가 끝어지면 조각을 가져도 소용없어요!”“저도 내놓겠습니다.”짧은 시간에 세라 외에 나머지 세 가문에서 조각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그중에서 캐틀린 가문의 자식만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그 얘기를 들은 노신기가 기뻐하며 염구준에게 말했다.“염 선생, 좋은 계략이네요.”하지만 그가 바란 것은 염구준이 네 가문을 멸망시켜 천기문의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염구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었다.“우리는…”스스슥!“감히 내 가문과 내 후손을 죽여? 오늘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레온 등 세 가주가 타협하려 할 때, 세라가 갑자기 장법을 펼치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나이를 먹어도 그녀의 무공 실력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지금 염구준이 세 가문의 자식을 죽인다면 가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편에 선다고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었다.“공격해!”“저놈을 죽여서 우리 아들을 구하자!”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가주는 태도를 바꾸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네 사람이 협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