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염구준은 아내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알고 피식 웃었다.“당신은 운기만 해. 내가 인도할게.”염구준은 한 손을 손가을의 머리 위에 올리고 기운을 조금씩 주입하면서 운기하는 규칙을 가르쳤다.운기하는 회수가 늘어날수록 손가을은 자신의 운기에 점점 익숙해졌다.반보천인 고수가 직접 가르치니 옆에서 지켜보는 무술인들은 정말 부럽기 그지없었다.한 시간 뒤 손가을이 눈을 떴다.그녀는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구준 씨, 이제 혼자 할 수 있어.”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욕심내면 안 돼.”기운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며칠을 배워야 할 것이다.염구준은 옆에 있는 원종과 정경림에게 다가갔다.“혹시 강호에서 이런 문자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그는 본인의 휴대폰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어제 민씨 가문에서 가져온 서책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었다.그중에서 한 글자만 염구준이 직접 쓴 것이다.“못 봤어. 아마도 용하의 문자와 같은 맥락일 거야.”두 사람은 고개를 흔들었다.서책에 관한 옥패의 정보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이 일은 조급해 말고 천천히 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어차피 지금 한가하니 염구준은 두 사람과 무술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얼마나 습득할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무관 내에서 모두 화기애애한 분이기에 각자 무술을 연습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바로 그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렸다.“실력이 좋은 무술인을 찾아서 연습해야 돼. 평범한 무술인은 일방적으로 맞는다니까.”“그럼요. 신위무관은 청해에서 가장 큰 무관이라서 다양한 무술인들이 있어요. 분명 적합한 상대를 찾을 겁니다.”한 남자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열 명 정도 되는 일행이 위풍당당하게 신위무관에 들어섰다.“당신들 관장은 어디 있어? 나와보라고 해.”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건방지게 말했다.그 말에 무관에서 연습하던 무술인들이 동작을 멈추고 입구 쪽을 쳐
김대석이란 인물은 알고 있었다.손씨 그룹 산하 파트너인데 손가을의 눈치를 살피면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었다.“저기요. 여기 관장 있어요?”김영영이 큰소리로 물었다.“나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원종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말했다.그들이 신위무관에 들어오자마자 언성을 높여서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왕자 경지 무술인과 연습하고 싶어요. 가격을 부르세요.”김영영은 바로 가격으로 해결하려 들었다.“하, 돈거래는 자발적으로 나서야지 난 절대 강요하지 않아.”나이 있는 원종은 말을 재치 있게 받아 치면서 뜻을 확실히 전달했다.“알았어요. 그럼 훈련장을 내주세요. 그래줄 수 있죠?”김영영은 억지를 부리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한 시간에 5만 원이야. 편한대로 해.”원종은 말을 끝내고 더는 상대하지 않았다.그런데 김영영도 조급하지 않았다.그녀는 일행과 무관 내부를 관람하듯 천천히 둘러보았다.한참 둘러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손가을이 있는 훈련장을 가리켰다.“저기 마음에 드네. 저분한테 자리 비켜달라고 해.”저분이라고 말했지만 강도 짓이나 다름없었다.둘러보면 빈 훈련장이 많았는데 굳이 다른 사람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심보가 나쁘거나 시비를 거는 것이 틀림없었다.“알겠습니다. 성녀님.”김영영 곁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대답하더니 번쩍 뛰어서 손가을에게 돌진했다.전신 경지 고수였다.쿵!남자가 허공에 떴을 때 예상치 못한 한 줄기 검기에 휩쓸려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진 후 아예 일어나지 못했다.“감히 내 아내를 건드려? 죽고 싶어?”반보천인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자 곁에 사람들은 숨을 쉬기 힘들었다.염구준은 엄청 화가 났다.“선배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당황한 남자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이런 고수에게 함부로 대항할 수 없었다.하지만 김영영은 주제를 모르고 반보천인 고수 앞에서 당당하게 굴었다.“선배님, 저희 해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러는 겁니까? 게다가 저희 가문
압도적인 기운이 사라지자 김영영 일행은 몸이 홀가분해졌다.드디어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눈치가 있었다면 지금 당장 떠나겠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도전장을 내밀면 대결해줄 수 있어?”체면이 구긴 김영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염구준 부부를 노려보았다.리아성전의 성녀가 된 이후로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너를 죽일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 하지만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염구준은 그녀를 경멸하듯 쳐다봤다.두 사람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여서 대결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주먹 한방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다.“아니, 당신 아내 말이야.”김영영은 손가을을 가리켰다.비열하게 만만한 상대를 고른 것이다.“하, 저놈이 내 아내를 공격하려고 해서 저 지경이 되었어. 보고도 모르겠어?”염구준은 손가을의 앞을 가로막았다.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만약 여기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구준 씨!”손가을은 염구준의 분노를 느끼고 가볍게 옷자락을 당겼다.괜히 일을 크게 벌이지 말라는 뜻이었다.“휴.”염구준은 긴 숨을 내쉬고 주변의 기운을 거두었다.그러자 손가을이 앞으로 나서며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받아줄게. 넌 내 첫 상대야.”염구준은 경악하며 아내를 쳐다봤다.속으로 걱정되어 지금 김영영을 죽일까 생각하고 있었다.어쨌든 아내가 위험하게 둘 수 없었다.염구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손가을이 안심시켰다.“구준 씨, 괜찮을 거야. 게다가 당신이 많은 보물을 줬잖아.”“알았어. 당신 결정을 존중할게.”염구준은 대답하면서 속으로 다른 계획을 생각했다.만약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아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을 가차없이 살해할 것이다.반대로 김영영은 복수할 기회를 찾아서 속으로 기쁘기 그지없었다.“흥, 당신 남편이 무례하게 굴었으니 날 탓하지 마.”완전히 상황 판단이 안 되고 염구준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도 알지 못했다.그녀가 손가을을 이겨도 여기서 멀
‘엄청 날카로운 검이잖아.’검술에 능한 전문가들은 손가을의 검이 비범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흥.”그래도 김영영은 불복하지 않았다.그녀는 부러진 검을 홱하고 바닥에 던지고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기회를 노렸다.리아성전에서 키운 성녀도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그녀가 빙빙 돌자 손가을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김영영은 그 기회를 노리고 공격했다쿵!하지만 손가을은 멀쩡하고 김영영이 공격을 받아 뒤로 튕겼다.그때 손가을의 손목에 있던 옥 팔찌가 반짝거렸다.두 차례 공격에서 김영영은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왠지 평범한 사람이 신에게 대항하는 느낌이었다.관전하던 염구준은 손에 식은 땀을 쥐고 있었다.방금 김영영이 공격했을 때 하마터면 나서서 죽일 뻔했다.“흥, 재미없어. 잔꾀만 부리잖아!”김영영은 흔히 보는 부잣집 아가씨처럼 씩씩거리면서 입구로 걸어갔다.상대방이 무장한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리아성전은 워낙 궁핍해서 남을 탓할 것도 없지.”염구준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김영영은 화가 났다.수중에 있는 무기는 상대방에게 불쏘시개처럼 무력하게 부러져서 반박할 힘마저 없었다.원래 손가을을 이겨서 체면을 찾으려고 했는데 아예 다가가지도 못했다.아내가 무사하자 염구준도 나서지 않았다.주변에서 관전하던 무술인들은 지루한지 하나둘씩 흩어졌다.솔직히 하나도 재미없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몰랐다.“이렇게 이겼어?”손가을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검만 뽑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귀한 무기 덕분이었다.“가을아, 승전을 축하해. 우리 가서 축하주라도 마시자.”염구준은 크게 칭찬했다.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조금만 더 훈련할까?”손가을이 씨익 웃으면서 의견을 물었다.그녀는 본인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만약 무장하지 않았다면 싸울 상대도 되지 않았다.“알았어. 조금만 훈련하자.”염구준은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해 그저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았다.부부는 무관에서 오후까
“아닙니다. 저희는 서서 말할게요.”염구준에게 사과하러 왔으니 당연히 성의껏 태도를 보여야 했다.그 모습을 본 리아성전의 성녀 김영영은 참지 못하고 불쾌함을 토로했다.“할아버지, 이 사람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이 세상에서 저희 성전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거든요.”“이 녀석아, 넌 닥치고 있어.”김대석은 속으로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리아성전이고 뭐고 그가 알바가 아니었지만 손씨 그룹은 용하에서 얼마나 큰 세력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정말 상대방에게 밉보인다면 김씨 가문의 작은 사업은 파산하고도 남을 것이다.“사실인데. 고작 청해 무술인이 얼마나 강하다고.”김영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들의 말다툼을 들어줄 인내심이 없었다.“그딴 말을 하러 왔으면 가세요. 듣기도 싫습니다.”본래 큰일도 아니어서 상대방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받아주려 했다.그런데 이런 태도라니 정말 오지 않는 것보다 더 역겨웠다.“선배님, 저는 진심으로 사과하러 왔어요.”쿵!전삼권은 말을 하면서 아들을 발로 차서 두 무릎을 꿇렸다.사과하는 방법이 김대석보다 훨씬 단호했다.“염… 염 선생님. 죄송합니다.”전기룡은 사과하고 있지만 목소리가 딱딱한 것이 아직도 불만이 차 있었다.“억지로 사과할 필요 없어. 네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서 참은 거야. 아니면 네가 소란을 피우러 왔을 때마다 죽지 않았으면 병신이 되었어.”염구준이 태연하게 말했다.그리고 전삼권에게 아들을 부축하라 하고 더는 따지지 않았다.전기룡은 이런 경험이 많았다.신위무관에서 소란을 피우고 돌아갔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상처가 나으면 또 잊어버렸다.솔직히 전기룡의 의도는 신위무관에 소란을 피운 것으로 아버지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전삼권은 공수하면서도 아들을 일으키지 않았다.눈앞에서 전삼권 부자가 쉽게 모순을 해결하자 김대석은 마음이 조급했다.그도 쿵하고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염 선생님, 제가 손녀 대신 사
‘지원군을 부르라고?’김영영은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들은 리아성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아서 물러섰는데 염구준은 오히려 강력하게 맞섰다.대단한 뒷배가 있거나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물러설 그녀가 아니었다.“알았어. 딱 기다려!”이젠 좋게 말로 끝낼 상황이 아니었다.김대석은 조바심이 났지만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혈압만 올라갔다.“걱정 마. 아무데도 가지 않을 테니까.”염구준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상대방의 지원군이 오길 기다렸다.김영영이 전화를 걸었다.“저 지금 청해에 있습니다. 지금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와서 도와주세요.”그녀는 리아성전을 찾지 않고 강호 무술인을 찾았다.필경 성녀이니 자주 조직을 부른다면 실력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그녀가 강호에서 인연을 맺은 무술인들은 모두 그녀의 신분을 알고 먼저 찾아온 것이었다.“알았어요. 성녀의 일은 우리의 일이죠.”상대방은 흔쾌히 대답하더니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그런데 상대방 이름이 뭡니까?”청해에서 대부분 무술인들은 딱 한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염구준이에요. 건방지기 짝이 없어요. 빨리 오세요.”김영영은 아주 의기양양하게 염구준을 노려봤다.그녀가 용하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신분을 알고 아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난 당신 같은 사람 몰라요. 잘 있어요. 다시는 보지 맙시다.”결국 지원군은 경악하면서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상대방이 염구준이라면 목숨이 백 개라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뚜뚜뚜…김영영은 끊어진 연결음 소리를 듣고도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는 다른 무술인에게 연락했지만 역시 염구준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절교하자는 대답만 들었다.“젠장! 다들 입에 바른 소리만 했던 거야?”탁!화난 김영영은 휴대폰을 바닥에 메치고 말았다.정말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강호의 무술인들이 그녀에게 아부한 것은 리아성전이라는 뒷배를 이용하려는 수작이지 그녀의 실력 때문
“당신 말대로라면 아내분이 다치지 않았다는 거죠?”라누엘이 상황을 따져 물었다.“당연한 거 아닙니까? 정말 아내가 다쳤다면 성녀는 진작에 죽어서 당신한테 전화도 할 수 없었겠죠.”염구준은 여전히 강세로 나오며 상대방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젠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협의하려면 성의를 보여줘야 했다.리아성전의 전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의 말투에서 엄청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하하. 그럼 잘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어떻게 해결하고 싶습니까?”라누엘이 질문했다.김영영은 리아성전의 성녀이니 무조건 구하겠지만 멀리 있어서 당장은 도와줄 수 없었다.“한쪽 손을 절단하면 용서할게요.”염구준이 조건을 제시했다.그러자 주변에서 모두 그를 쳐다봤다.사과하러 왔으면서 건방지게 굴었으니 누구라도 화낼만했다.“할아버지.”이제야 겁을 먹은 김영영이 나지막하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김대석은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속이 문드러질 것 같았다.“염 선생님, 제가 200억으로 성녀의 한쪽 손을 바꾸면 안 되겠습니까?”라누엘이 돈으로 해결하려고 들었다.그러자 김대석이 기회를 잡고 이런 말을 했다.“제 두 다리로 손녀의 한쪽 손을 바꾸겠습니다.”그러자 염구준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돈으로 해결해도 좋아요. 200억.”솔직히 겁주는 데 이미 성공했다.한쪽 손을 절단하라는 것은 김영영에게 겁을 주려고 한 말이었다.그래야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거래합시다. 계좌를 불러주세요!”리아성전은 워낙 돈이 많아서 흥정하기도 귀찮았다.결국 돈으로 쌍방의 갈등을 해결했다.원래 진심으로 사과하면 넘어갈 일인데 김영영이 하도 억지를 부려서 염구준에게 돈을 주게 된 것이다.“가 봐. 앞으로 또 시비 걸고 싶으면 200억을 준비하고 와. 언제든지 환영해.”염구준은 더는 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이런 인간들과 도리를 따지는 것이 머리가 아팠다.“감사합니다. 염 선생님.”김대석은
그 후로 며칠은 아내와 함께 있으면서 무술을 연습하고 업무를 도와주면서 안락하게 보냈다.그는 이런 생활을 즐겼다.계속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좋은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일주일이 되지 않았는데 청룡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주상님, 거록 존주의 행적을 찾았습니다. 전 세계가 다시 임시 작전팀을 조직하여 토벌하려고 합니다. 이번 작전 규모는 상당히 크고 반드시 죽일 거라고 기세를 몰고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또 유인 작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행적을 찾으면 바로 사람을 파견하면 그만이지, 굳이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일 필요가 없었다.“청룡, 거록 존주의 위치를 알려줘.”그는 누구도 모르게 혼자 움직여서 상대를 살해하고 싶었다.어떤 일들은 바로 시행하면 그만이었다.“저희도 모릅니다. 정보는 성조국에 있어요. 말로는 내일 용하 만성시에 집결하는데 그때 알려준답니다. 국주님께서 주상께 전하시랍니다. 내일 팀을 이끌되 마음에 드는 팀원을 고르라고 하셨어요.”청룡은 단번에 소식을 전달하고 염구준의 명령을 기다렸다.이번 일은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처음 임시 작전에 비해 음모의 냄새가 더 많이 풍겼다.그는 상황을 정리하면서 이해관계를 따져보았다.“나 혼자가면 돼. 용하에 더는 사람을 보낼 필요 없어. 이 일은 국주한테 보고하지 않아도 돼.”국주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염구준을 속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즉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니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국주도 음모를 느끼고 이런 대책을 내린 것 같았다.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던 것이다.“알았습니다. 어떻게 할지 알겠습니다.”청룡은 무언가 포착하고 대답했다.성조국에서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임시 작전팀을 구성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일을 크게 벌일 것이다.지난 작전에서 브레인이 쓸데없이 일을 벌이는 바람에 체면을 잃었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이 휴대폰을 챙겨 넣고 아내를 찾으러 갔다.“가을아, 나… 나 볼일이 있어서 며칠 들어오지 못할 거야.”“일찍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