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을 대로 생각하신 것 같네요. 저는 단지 사람을 때려놓고 그냥 가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염구준이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그들 모두 남의 선동에 휘말려 이곳까지 와서 폭력을 휘둘렀기에 이들 중 무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래서 어쩌겠다는 겁니까?”이에 담이 큰 누군가가 물었다.“아까 어떻게 때렸으면 똑같이 자신을 때려보세요. 비록 이쪽에서 기회를 낭비한 행위이긴 합니다만, 그걸로 봐드릴게요. 제가 나서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염구준은 이연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전부 기어서 나가야 했을 것이다.“이게...”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중 누군가가 나서서 말했다.“그냥 갑시다! 우리 쪽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뭘 무서워할 게 있어요?”누군가가 선동을 하자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얻고 흩어지기 시작했다.자신을 때리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이 모습을 본 엄구준은 표정이 굳어진 채로 낮게 중얼거렸다. “난 기회를 줬어. 그걸 놓친 건 너희들이야.”쾅!곧이어 기파가 사람들을 휩쓸었고, 모두가 땅에 나가떨어졌다.염구준은 경고를 하기 위해 일부러 세게 힘을 쓰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들 중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아이고!”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를 내며 온몸의 통증에 고통스러워했지만 아무도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그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람들을 혼까지 낸 염구준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차에 올라 떠났다.그 후, 죽은 이들의 가족들은 보험금을 받으러 갔지만, 살인 사건은 상해보험 약관에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게다가 대장이 보험 사기를 시도한 것까지 발각되어 한 푼도 건질 수 없었다.한편, 이연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가볍게 다친 게 아니라서 며칠간 치료를 받으면서 휴식을
외부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소봉산에 있는 염구준은 외부인이 볼 수 없는 곳을 찾아 한가로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용의 기운은 이미 사용한 상태였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었다.막대한 이익의 유혹에 빠져, 소봉산의 아래에는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미 무기를 쥐고있었지만, 염구준을 두려워하여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그들 중 50여 명은 같은 세력에 속해 있었는데, 옷차림만 보아도 알 수가 있었다.전부 용의 기운을 얻기 위해 온 강호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처럼 위장한 걸 보면 쓸데없는 짓을 했단 평가를 하고 싶었다.고위급 몇몇은 한자리에 모여, 공격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방울뱀 님, 전 병력을 배치 완료했습니다. 소봉산은 이미 저희 쪽 사람들에 의해 포위되었습니다.”고위급 중 한 사람이 보고했다.방울뱀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시간이 되면 모두 함께 공격을 개시하자.”그러나 한 고위급이 이 의견에 반대하며 나섰다.“하지만 거록 존주께서는 정보를 얻으라고만 하셨습니다. 공격을 하는 건 허락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그들은 모두 거록 존주의 부하였고, 방울뱀은 그중에서도 강력한 여섯 명의 뱀 중 하나였다.용의 기운이 나타나자마자, 거록 존주는 흥미가 생겨 이들에게 상황을 조사하라고 지시했었다.“오? 그럼 네 말은 내가 하는 말이 전부 헛소리라는 뜻인가?”방울뱀은 반대 의견을 듣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되물었다.이곳에서 그는 최고 지휘관이었기 때문에 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단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반대하던 고위급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푸욱.그 순간, 방울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구절편을 꺼내 그의 가슴을 찔렀다.“모두들 기억해. 내가 말한 것이 곧 진리라는 걸.”방울뱀이 말을 하며 채
쾅!염구준은 움직이던 중 푸른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손바닥을 날렸다.‘끝났구나!’반보천인의 강자인 염구준을 마주한 적은 너무 두려웠지만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그의 몸은 멀쩡했고, 오히려 염구준이 몇 걸음 후퇴하더니 다시 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는 크게 놀라며 중얼거렸다.‘내가 막아냈다고? 근데 그것도 모자라 염구준을 뒷걸음질 치게 했다고?’그는 이제 진심으로 염구준이 주화입마 했다고 믿었다.그는 단지 전신의 경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쾅! 쾅!염구준은 연이어 다른 이들과 싸웠지만, 누구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염구준이 용의 기운과 동화할 때, 주화입마를 해서 힘을 잃었다고 믿기 시작했다.“염구준이 주화입마한 탓에 실력이 예전같지 않아. 빨리 죽여!”소봉산 위에서는 여기저기서 외침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모두가 힘을 잃은 강자를 잡기 위해 외친 거였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이 병든 틈을 타서 그를 죽이려고 했다.사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혈안이 된 건 염구준의 탓도 있었다. 그가 정진 왕자조차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연기를 한 것이다.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감을 얻고 그를 뒤쫓으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를 죽일 수만 있다면 이름을 날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말이다.순식간에 그의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붙었고, 전부 그를 죽이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으며 대오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염구준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무리들을 힐끗 쳐다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수가 달라. 오합지졸들에 불과해. 다 거록의 부하가 아니군.”그는 계속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면 들키고 말 테니까 말이다.주화입마에 빠진 사람이 오랜 시간 달려도 잡히지 않는다면 의심을 살 게 분명했다. “오늘,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그러나 이때, 오만한 말투와 함께 방울뱀이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다른
“그럴 수도 있겠지.”염구준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하며 두 주먹을 꽉 쥐었고, 그의 기운은 곧 점점 더 높아지며 절정에 가까워졌다.쾅!염구준은 순식간에 방울뱀의 앞에 나타나 공기를 가르며 주먹을 날렸다.비록 칠권합일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 역시 결코 약하지 않았다.‘이 주먹, 대단한데!’방울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는 싸움에 진지하게 임하기 시작했다. 그는 재빨리 구절편을 접어 상대방의 주먹을 막았다.쾅!그러나 염구준의 주먹이 닿자마자 채찍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방울뱀은 팔이 저려오는 걸 느끼며 충격력을 이용해 급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단 한 방에 방울뱀의 무기는 박살났고 그 역시 싸움에서 밀렸다.두 사람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에 계속 싸운다면 방울뱀은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다.“다음에 무기 살 땐 좀 더 비싼 걸로 사.”그는 비웃으며 발에 힘을 주어 다시 방울뱀에게 돌진했다.거록 존주가 오지 않은 이상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빠르게 전투를 끝내는 것이 최선이었다.방울뱀은 염구준의 맹렬한 공격을 얼굴을 찌푸리면서까지 전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막아냈지만, 반격을 하지 못한다면 언젠간 죽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쾅! 쾅!상대방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방울뱀은 정면으로 몇 번 받아냈고, 오장육부가 뒤틀려 피를 흘렸다.그러나 그를 가장 두렵게 하는 건 염구준이 전력을 다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였다.“염 선생님, 대화로 해결합시다. 굳이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방울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좋게 말하기 시작했다. 하긴, 누가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겠나?“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네가 그냥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게 아니라?”그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점점 더 강력한 주먹을 휘둘렀다.거록 존주의 부하들이 먼 길을 찾아온 이상, 그는 상대방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방울뱀은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걸 보고 다른 방
“대화 다 했습니까?”사람들이 떠드는 와중, 평범한 외모에 중간 키를 가진 낯선 남자가 입을 열었다.그가 말을 꺼내자, 반보 천인 경지의 몇몇 강자들이 전부 입을 다물었다.위협감이 느껴져서였다.염구준은 그를 주의 깊게 살피며 그에게서 나오는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위천인들한테서만 느껴졌던 건데.’‘저 사람, 반보천인 중에서도 강하네. 어쩌면 나랑 비슷하겠어.’전투에 대한 열망이 염구준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까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공무적입니다.”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염구준을 빤히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에도 마찬가지로 전의가 불타올랐다.강자들끼리는 늘 서로를 아끼는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었다.염구준은 서둘러 공격하지 않고 상대방을 주시하며 말했다. “들어본 적 있습니다. 은세 가문 중의 탑이라고 불리우는 공씨 가문의 천재 아니십니까? 반보천인 중 무적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계시죠.”소문에 따르면, 공무적은 정의와 사악함을 넘나들며 강자의 오만함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인물이라고 했다.“저도 염구준 씨에 대해 들어본 적 있습니다. 반보천인의 경지에 이른 뒤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다죠.”공무적이 대답했다.둘의 대화는 사실이었지만, 묘하게도 서로를 띄우는 상업적 칭찬처럼 들렸다.순식간에 소봉산은 두 사람의 무대가 된 것 같았다.이때 옆에 있던 방울뱀이 기뻐하며 말했다.“무적 선배님, 함께 손을 잡고 저놈을 처치하면 용의 기운은 저희의 것이 될 겁니다.”염구준의 진기의 순수 정도로 보아 아직 전부의 용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러나 이미 이곳에 온 이상, 염구준의 체내에 남아 있는 용의 기운이 량의 얼마나 됐든지 일단 모두 뽑아야했다.“그래. 하지만 내가 7할을 가져야겠어.”공무적은 동의했지만, 욕심이 상당했다.이 말은 곧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더라도 겨우 1할밖에 얻을 수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휙휙.모두 반응이 느리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듣자마자 양 옆으로 피했다.다만 부상을 입은 문수찬은 반 박자 늦어 다른 사람들을 맞추지 못했다.머리로는 이해했으나, 심하게 다친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아서였다.“안 돼!”촤악!염구준은 동굴 안에서 번개처럼 튀어나와 무서운 기세로 문수찬을 향해 검을 휘둘러 목숨을 앗아갔다.이미 중상을 입어 반쯤 죽어 있던 사람이 굳이 왜 이런 싸움에 끼어들었던건지 누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 공격은 다소 기습적이긴 했으나 공무적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못했기에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상대는 다수였기에 염구준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야 했다. 기회가 된다면 계략도 포함이었다.“아까는 도망치려고 한 거 아니었어? 왜 다시 돌아와서 싸우는 거지?”이 모습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속삭였다.‘도망?’‘장난하는 것도 아니고.’염구준이 동굴로 돌아간 것은 단순히 무기를 가지러 갔을 뿐이었지, 적들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그러나 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상대방 중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건 어찌보면 좋은 일이었다. 사기를 꺾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대단한 검입니다. 검의가 초보적으로 만들어졌다니.”공무적은 칭찬하며 손을 뻗어 등 뒤에서 삼자 쇠스랑을 꺼냈다.그는 이미 방금 전에 염구준이 보여준 검술에 흥미가 끌린 상태였다.반면, 왕구혼과 방울뱀은 방금 전에 죽은 게 자신이 아닌 걸 다행이라고 여기며 침을 삼켰다.그들은 전성기의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방금 이 한방으로 방울뱀은 아까전 자신의 행동이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와라!”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온몸에 검기를 두르고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현재 그의 눈에는 오직 공무적 한 사람만 보였다.“내가 주공격을 할 테니, 너희 둘은 염구준을 견제해.”공무적은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전술을 지시했다.이제 정식으로 구경꾼들이 기다리던 쌍방의 싸움이 시작되었다.쾅! 쾅!아직 거리감이 조금 남아 있었으나 양측은
“으아아악!”염구준은 크게 외치며 과감하게 왼손을 회수하고는 곧바로 양손으로 검을 잡고 두 개의 검의를 발동하여 오른쪽의 왕구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쾅!검이 아래로 그어지며 날카로운 검기가 왕구혼을 밀어냈고, 적지 않은 량의 검기가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이 일격에 상대방이 다친 건 분명했으나,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쾅!그러나 그 사이 왼쪽에서 방울뱀이 그의 호체 진기를 부수고 그의 왼쪽 상반신을 공격했다.공격을 받은 뒤, 염구준의 몸 안에서 진기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다행히도 방울뱀이 조금 전 염구준에게 한 차례 타격을 입어 진기가 부족한 상태였기에 이번 공격은 치명적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검을 단단히 쥔 채로 앞에서 달려오는 공무적의 공격에 맞섰다.챙챙!두 사람이 다시 맞붙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밀리지 않고 팽팽히 맞섰다.반보천인의 경지에서 무적이라 는 칭호를 가진 만큼 공무적은 확실히 강했다. 대부분의 반보천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전투는 점점 격렬해졌고, 방울뱀과 왕구혼은 이 틈을 타 염구준의 뒤에서 공격을 시도했다.팽팽한 싸움 속에서 두 명이 힘을 합쳐 방해하니 귀찮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금 더 빨리!’염구준은 결단을 내리고는 진기를 무리하게 소모하며 공무적조차 막아내지 못 할 정도로 검을 점점 더 빠르게 휘둘렀다.순식간에 공무적의 몸에는 검으로 인해 난 상처가 여러군데 났으나, 전부 얕은 상처 뿐이었다.‘어마어마한 방어력이야.’‘설마 육신을 극도로 강하게 만든 건가?’“하하, 전 흙 원소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육신도 단단하니 절 크게 다치게 하지는 못 할 겁니다.”공무적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어력이 너무 강한 탓에 단시간내에 그를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 중의 두 사람도 어느덧 그의 뒤에 다다랐다.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차마 막을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제기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무적인 고수마저 패배하다니.”방울뱀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쳐다봤다.소봉산에서 유일한 반보천인이지만 감히 맞설 용기가 없었다.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며 싸늘하게 물었다.“거록 존주 어디 있어? 말해.”그가 방울뱀을 살려둔 것은 아직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날 풀어주면 내가 아는 것을 전부 알려 줄게.”방울뱀이 조건을 내세웠다.살기 위해서 모든 사람 앞에서 거록 존주를 배신한 것이다.지금 상황에서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넌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없어. 말해.”퍽!염구준은 말하는 동시에 도망치려는 왕구혼을 쫓아가 살해했다.주제를 알고 얌전히 있었으면 목숨이라도 부지했을 텐데 굳이 소봉산에 와서 일을 크게 벌였다.그렇게 또 한 명이 죽었다.관전하던 사람들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염구준이 가차 없이 살육하는 모습에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방울뱀은 비장의 카드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놓아주기를 바랬다.“농귀시 적포도 와이너리에 있어.”“좋아.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 줄게.”염구준은 말을 끝낸 동시에 검을 들어 죽이려고 했다.“이 망할 새끼야!”방울뱀이 큰소리로 욕을 했다.쿵!몇 분 후에 방울뱀도 참살을 당했다.네 명의 반보천인으로 구성된 포위 공격에서 결국 세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그중에 최강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도 있었다.은세가문에서 실력도 없으면서 칭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했다.“거록 존주의 부하가 아닌 사람은 머리를 감싸고 앉는다. 한 번만 말하겠다.”하지만 싸움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다들 싸움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염구준이 시키는 대로 했다.“다들 도망쳐!”당황한 거록 존주의 부하들은 그제야 위험에 빠진 것을 눈치챘다.싸움 구경을 하겠다고 도망치지 못한 것이었다.하지만 세상에는 후회약이란 없었다.염구준이 빠르게 움직이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