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안 주면 내가 알아서 가지면 되지. 설마 때리기라도 할 거야?”대영은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일행은 대영의 성격을 감당하지 못했다.“경고하는데,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은 힐끗 보며 나지막하게 경고했다.여기 음식들은 염구준의 것이니 누구에게 주든 안 주든 본인 마음이었다.하지만 대영은 건방지게 손을 내밀어 염구준의 가방에 손을 가져갔다.탁!염구준이 마른 나뭇가지를 들어 가볍게 대영의 손등에 던졌다.“아야!”대영은 재빨리 손을 거두며 옆으로 털었지만 손등이 이미 벌겋게 부어 있었다.염구준이 힘을 주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손등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대영 오빠, 괜찮아?”그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바로 대영의 여자친구 오설희였다.방금 대영이 생수병을 빼앗을 때 속으로 자기 몫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기뻐했었다.“날 때렸어? 밖에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어.”대영이 화를 내며 겁을 주었다.“맞아요. 대영이 어쩌지도 않았는데, 왜 그랬어요? 그리고 식재료도 많으면서 당연히 우리한테 나눠야 하지 않나요?”오설희가 나서서 맞장구를 쳤지만 멍청하게 염구준의 탓처럼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했다.이런 사람들과 도리를 따져도 알아듣지 못하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싸늘하게 노려봤다.눈빛에서 살기가 감돌았다.“이런 숲에서 두 명이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지.”그 말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봤다.지금 염구준의 눈빛은 너무 싸늘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구준 오빠, 그러지 마세요. 다들 내 친구인데 물이라도 주면 안 돼요?”이연은 같이 온 일행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사정했다.탈수가 심하면 죽을지도 모른다.염구준은 그들을 둘러보았다.젊은 사람들이 입술이 갈라져서 왠지 마음이 측은했다.“알았어. 연이 체면을 봐서 한 사람당 한 병씩 마셔.”그러자 다들 기뻐하며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감사합니다.”“좋은 사람일 줄 알았어요.”일행은 생
일행은 짐을 챙기고 염구준의 안내에 따라 길을 떠났다.모두 평범한 사람이기에 움직이는 속도가 많이 느리지만 그래도 방향은 정확했다.솔직히 염구준도 그렇게 급하지 않았다.이 속도로 걷는다면 날이 어둡기 전에는 도착할 것이다.그리고 내일이 음력으로 보름이다.지금 그가 팀의 핵심 인물이니 누구나 다가가서 말을 걸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어쩔 수 없이 이연에게 다가가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모험 동아리들은 하나 같이 대단한 수다쟁이들이었다.마실 물이 없어서 목이 말라도 쉬지 않고 계속 말했다.“그거 알아? 유령 저택에 이상한 물건들이 있어서 엄청 무섭대.”“무섭게 그런 말 하지 마. 다 헛소문이야.”“알게 뭐야. 나중에 만나면 바로 눈을 감고 사진을 찍어야지. 돌아가서 비싼 값에 팔 수 있어.”그들 모두 진씨 저택으로 가려고 했다.말은 모험이지만 실은 각자 목적이 달랐다.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러 가는지는 본인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오빠,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요?”이연이 염구준의 등에 대고 물었다.“없어. 어쨌든 난 보지 못했어.”염구준은 대답하고도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주제가 너무 유치해서 대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흥, 세상에 못 봤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지.”대영이 시큰둥하게 말하며 끼어들었다.그 말에 염구준은 기분이 잡쳐 힐끗 노려봤다.“네 부모님은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끼어들라고 가르쳤어?”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보지 못한 물건은 정말 많지 않았다.“아니.”대영은 욕이 튀어나왔다.하지만 방금 일을 생각하고 바로 입을 닫아버렸다.지금 어리석게 굴면 바로 깊은 산속에 묻힐 것이다.그가 염구준을 공격한 것은 트집잡으려는 본능이 발작했기 때문이다.“물 소리가 들리네.”“오빠, 무슨 말이에요?”이연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저기 계곡이 있는 거 같아. 그것도 작지 않아.”염구준은 오른쪽 방향을 가리켰다.바로 그들이 가는 방향이었다.“계곡, 물이다!”그 말에
시간이 흘러, 다들 충분히 놀았는지 물을 챙기기 시작했다.그때 갑자기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빨리 도망쳐. 말벌이 오고 있어!”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계곡에 몇 사람이 사라진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다고 판단했다.웡웡!멀리서 곤충의 날개 짓 소리가 들리더니 말벌 무리가 대영 일행을 쫓고 있었다.저것은 사람을 죽이는 벌이었다.두 번만 찔러도 바로 쇼크사로 사망할 수 있었다.대체 어떤 자식이 건드렸는지 두통이 밀려왔다.대영 일행은 계곡 옆에 뛰어오더니 바로 물속에 들어가 숨었다.나머지 사람들도 말벌의 공격을 피해 물속으로 들어갔다.목표가 사라지자 말벌은 이번에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꺼져!”그는 거대한 기운으로 말벌을 쓸어버리며 뒤로 물리쳤다.강적을 만난 말벌은 재빨리 날개를 저으며 멀리 도망쳤다.말벌도 억울하게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니 불로 태우지 않은 것이다.“푸웁!”그제야 다들 참지 못하고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주변에 말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말벌은 왜 건드렸어?”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대영이 꿀벌을 발견했다면서 같이 꿀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한 남자가 벌에 쏘였는지 퉁퉁 부은 볼을 감싸며 어눌한 소리로 말했다.벌과 말벌도 구분 못하면서 꿀을 먹겠다니 용감한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만약 염구준이 없었다면 전부 여기서 죽었을 것이다.촤아악!염구준이 손을 뻗어 대영의 뺨을 쳐서 물에 빠트렸다.이번에야말로 대영은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염구준이 무서워서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지금부터 누가 사고 치면 스스로 책임져. 난 다시는 도와주지 않아.”염구준이 주의를 주고 목적지로 걸어갔다.멍청한 팀원을 이끌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짜증이 났다.다들 입을 꾹 다물고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가는 길에 누구도 사고 치지 않으니 이동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해가 지기 전에 진씨 저택이
“말 조심하지 않으면 이를 전부 뽑아버린다.”“미친… 다시 안 그럴게요.”깜짝 놀란 대영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뒷담화를 하다가 들키고 뺨을 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은 다시 움직여서 제자리에 사라졌다.이 구역 내에서 그림자만 스쳐 지나며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몇 킬로미터 범위라도 시간이 필요했다.남은 사람들은 더는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염구준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정말 식겁했었다.탐색은 계속 진행되었다.염구준은 속도를 높여 최대한 빨리 찾아내려고 노력했다.‘이 구역의 식물에 가려졌을 수도 있어.’하늘에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육지에는 소형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염구준이 스치는 곳마다 깜짝 놀란 동물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순식간에 숲이 난장판이 되어버렸다.한편, 숲 어느 곳에서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깜짝 놀랐다.“큰 짐승인가? 먼저 철수할까?”“설마. 여기 며칠 동안 잠복해 있어도 그런 짐승은 보지 못했어.”두 사람은 이 구역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진씨 저택의 보물은 큰 비밀이 아니기에 일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때문에 이 보물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아니야, 사람 같은데. 속도가 엄청 빨라.”한 남자가 경악했다.“두 분, 거기서 뭘 보고 있지?”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 뒤에 염구준이 나타났다.그 실력으로 미행하다니,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참 궁금했다.“저놈을 죽이자.”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더니 기운을 끌어올려서 염구준을 포위하여 공격했다.2 대 1이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쿵!하지만 염구준에게 접근하기 전에 중상을 입고 뒤로 튕겨 나갔다.두 사람이라도 무술 실력이 형편없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냈어?”염구준이 싸늘하게 물었다.여기에 있다는 것은 진씨 가문의 보물을 노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하지만 어느 쪽 세력인지 알 수 없었다.“우리를 보내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배후는 네가 건드릴 만한 사람이 아니야.”
유령 고택을 찾은 모험 동아리는 너무 기뻤다.그들은 모닥불을 피워 주변에 둘러앉았다.지금 물도 있고 건조 식품도 있고 쉴 곳도 찾아서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반나절 전에 마실 물도 없어서 걸걸거렸던 사람들 같지 않았다.그들은 웃고 떠들며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염구준은 옆에서 이곳의 보물에 대해 생각했다.이렇게 많은 은세가문도 찾지 못한 물건을 혼자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가자. 자극적인 시간이 왔어.”그때 세 사람이 장비를 들고 고택 깊숙이 들어갈 준비를 했다.염구준이 힐끗 보았다.바로 귀신 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던 일행이었다.겁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염구준이 한마디 경고했다.“이곳은 안전하지 못해. 그러니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괜찮아요. 금방 올게요.”세 사람은 대답하고 황급히 떠났다.그들은 여기서 사진 찍은 것을 팔기 위해서 온 것이다.귀신은 보지 못해도 공포스러운 장면만 찍어도 꽤 돈을 벌 수 있었다.어차피 목숨은 자기 것이니 이렇게 말한 이상 염구준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떠나자 모닥불 주변이 조용해졌다.그때 오설희가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대영 오빠, 나 불편해. 나랑 화장실 가자.”“가자. 얼마나 위험하다고. 어디 한번 보자.”대영은 염구준의 눈치를 힐끗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말 속에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염구준은 이번에 멍청한 녀석에게 따지지 않았다.한 번에 다섯 명이 가자 더는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염구준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생각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았다.30분 뒤, 다섯 명은 돌아오지 않고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들렸다.“살려줘! 귀신이야!”비명소리와 동시에 담벼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사방에서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모닥불에 모여 있던 일행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각성을 높였다.비명소리에 놀란 것이다.게다가 지금은 바람에 풀들이 흔들거리고 있어 무섭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정말 못 말리는 녀석들이었다.“귀신이 어디 있다고 호들갑이야.”
주변에 은세가문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염구준이 해결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아마도 더 있는 것 같았다.그들은 이곳을 주시하면서 들어온 사람들은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전에 그림을 파는 사람이 말하길,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나가지 못했다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그럼 여기서 죽기를 기다려요?”대영이 고함을 지르며 가방을 메더니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오빠, 난 오빠를 믿어요.”이연은 모닥불 옆으로 다시 돌아갔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지금 상황에서 염구준을 믿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혼자 걸어가던 대영은 누구도 따라오지 않자 다시 돌아왔다.워낙 겁이 많아서 혼자 야밤에 숲을 빠져나갈 용기가 없었다.“왜 돌아왔어? 간다며?”염구준이 비웃었다.대영은 살기 위해서 옆에서 뭐라고 하든 꾹 참고 있었다.따르릉!“아아악!”그때 염구준의 휴대폰이 울렸다.바짝 긴장해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위성 전화였다.안목이 있는 사람은 염구준의 손에 있는 통신설비가 무엇인지 알아챘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초상비의 목소리가 들렸다.이미 쇄룡산의 외곽에 도착했다고 보고했다.염구준은 위치추적기를 열면서 몇 마디 당부했다.“내일 아침에 도착할 거 같아.”상대방의 이동속도라면 내일 저녁에 도착할 것 같았다.통화를 마친 염구준은 위성전화를 챙겼다.스스슥!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나 봤어. 바로 저기 있어. 너무 무서워.”검은 그림자를 본 사람이 눈을 질끈 감으면서 몸을 웅크렸다.“눈을 감으면 안 무서워?”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밝은 모닥불 근처에 있어서 본인이 눈을 감아도 다른 사람 눈에 잘 띄었다.“얍!”그때 기합소리가 들리며 그림자가 공격해 왔다.상대방이 접근할 때 달빛을 빌어 얼굴을 확인했는데 푸른색 피부에 송곳니가 튀어나온 귀신이었다.탁!염구준은 바
염구준이 공포스러운 기운을 뿜자 다들 기운에 억눌려 숨이 턱 막혔다.“선배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희 다 말할게요.”“거록 존주님은 저희 주인입니다. 그분의 체면을 봐서 풀어주세요.”일행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속을 밝혔다.20년이 넘어도 거록 존주는 이곳에 사람을 파견하면서 보물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었다.“거록의 개라면 죽어야겠다.”염구준은 손에 힘을 주면서 손에 잡힌 놈을 가볍게 죽였다.“도망쳐!”살의를 느낀 나머지 그림자는 소리를 지르며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도망쳐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염구준이다.그 정도 실력으로 도망쳐도 소용없었다.얼마지나지 않아 염구준은 한 명씩 쫓아가 전부 살해했다.그리고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그에게 있어 애송이 몇 사람을 해결했을 뿐이었다.“귀신은 다 물리쳤어. 그 정도로 무서웠어?”“악!!”모닥불에 모여 있던 이연 일행은 염구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방금 싸우는 장면을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염구준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똑똑히 봤었다.가면을 쓰고 귀신인 척하는 나쁜 놈들도 무서웠지만 그들을 과감하게 살해한 염구준은 더 무서웠다.이토록 넓은 숲에서 사람이 죽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까지 죽일까 봐 너무 두려웠다.“구… 구준 오빠, 안 다쳤어요?”이연은 생각보다 차분했다.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괜찮아. 저놈들 실력으로 날 해치지 못해.”확실히 염구준의 얼굴과 옷은 다친 곳이 없이 멀쩡했다.거록의 개들을 처리하는 일은 원래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하… 하지만 사람을 죽였잖아요. 감옥에 가면 어떡해요.”이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괜찮아. 내 세상은 너희들과 달라.”하지만 염구준은 손을 휘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강호의 분쟁은 평범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지금은 속으로 벌벌 떨고 있는 사람은
이연은 너무 무서웠다.그래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삽을 들고 그쪽으로 다가갔다.어쨌든 두 사람은 동아리 멤버이니 모른 척할 수 없었다.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고 모닥불 옆에 있었다.“가지 마. 내일 내가 처리할게. 화장을 하면 유골을 가져가.”염구준이 나서서 말렸다.이 밤중에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또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연은 친분을 봐서라도 무조건 청해에 데리고 갈 것이다.“오빠, 정말 감사해요. 제가 동아리와 고인의 부모님 대신 인사를 드릴게요.”이연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이런 곳에서 죽임을 당했으니 유골이라도 가져가서 고이 묻어준다면 본인들도 안식할 수 있을 것이다.“아니야. 아직 처리할 것이 있으니까 너희들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염구준이 괜찮다 말하고는 한마디 주의를 주었다.물론, 이런 일을 겪고도 경고를 무시한다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피 비린내 사건을 겪은 후, 몇몇 사람들은 악몽을 꿀까 봐 잠에 들지 못했다.염구준은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다 곤히 잠들었다.진씨 저택에는 여전히 검은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숨었는지 모르겠지만 염구준을 건드리지 않고 먼 곳에서 지켜보기만 했다.방금 염구준이 발산한 기운은 너무 강력해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달은 밝게 비추고 각종 벌레 소리와 작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끊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온했다.실은 잠복한 세력들이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 오면서 그들의 경각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여기 잠복해 있던 무술인들은 이미 여기 소식을 밖으로 내보냈다.한편, 충격을 받은 은세가문에서 고수들을 진씨 저택에 파견했다.솔직히 염구준도 눈치를 챘지만 귀찮아서 신경 쓰지 않은 것뿐이었다.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도 대응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그렇게 날이 밝아질 때까지 잠을 잤다.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서 따뜻한 햇살이 모두에게 비췄
“알았어. 지금 갈게.”염구준은 대답하고 통화를 끊어버렸다.각 세력에서 온 정영병들은 교만함에 익숙해져서 타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특히 다른 세력과 만나면 한바탕 싸워서 갈등을 만들었다.염구준이 거실을 지나갈 때 멍하니 앉아 있는 제이든을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내가 지금 갈 데가 있는데 거기 무술인들이 많아. 나랑 같이 가서 볼래?”어린 녀석이 서양권법에 열광을 하더니 연달아 패배한 후 지금은 자폐 상태에 빠졌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반보천인 고수는 녀석의 실력으로 어떤 권법을 사용해도 이길 수 없었다.“안 갈래요. 영화나 볼래요.”제이든은 힘없이 대답하면서 티비에서 나오는 곰돌이를 보았다.“녀석도 참!”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래도 친척이니 언젠가 시간이 되면 잘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무술을 연마하는 길은 좌절할수록 실력이 상승하니 이 정도 타격도 견디지 못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은 자리를 떠나 각국에서 온 무술인들을 만나러 갔다.방금 용준영의 말투를 들으면 조금은 일이 까다로운 것 같았다.그는 질주하여 글로리 호텔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입구에 서 있는 용준영이 눈에 띄었다.이번에 접대 업무를 그에게 맡기고 호텔마저 무술인들만 투숙할 수 있게 영업을 중단했다.용준영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염구준이 목소리를 높여서 인사를 건넸다.“안에 들어가지 않고 왜 나왔어?”“형님, 드디어 오셨네요.”용준영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안에 사람들은 정말 감당이 되지 않았다.“귀신들도 아니고 들어가서 보자.”염구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일행이 뒤를 따랐다.여기까지 온 이상 안에 어떤 놈들이 있든 얘기는 나누어야 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마치 다른 곳에 온 것 같았다.화려한 호텔 내부에서 전쟁이라도 치른 듯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이다.다양한 인종,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니 욕을 해도
“가식적인 인사치레는 필요 없어. 행동으로 보여줘 봐. 너 요새 무공이 급증했는데 심혈도 괜찮으니까 형한테 조금 주라.”거록은 광기가 서린 눈빛으로 흑풍을 쳐다봤다.‘미친 새끼!’흑풍은 경계하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넷째 형, 그런 농담은 하나도 웃기지 않아.”심혈 몇 방울을 준다고 죽지는 않지만 문제는 원기가 손상될 수 있었다.이기적인 흑풍의 성격으로 동의할 리가 없었다.방금까지 우애가 좋던 형제 사이에 갑자기 긴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았다.“하하하, 역시 융통성이 없어. 농담도 하지 못하냐?”거록 존주가 피식 웃자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졌다.저도 모르게 속심말을 해버린 것이었다.“하, 형 말이 맞아. 내가 눈치가 없었어. 미안해.”흑풍이 경계심을 내려놓았다.입씨름에서 져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비록 긴장했던 분위기가 누그러졌지만 아직도 뭔가 어색했다.두 사람 모두 불만을 품은 것이다.어쨌든 방금 거록 존주의 말이 선을 넘었다.“형제끼리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그나저나 네가 알려준 방법이 쓸모가 있어. 어디서 얻은 거냐?”거록 존주는 통쾌한 것처럼 흑풍에게 말을 걸었다.“유적지에 갔다가 우연이 얻은 거야. 형이 마음에 들면 됐어.”흑풍이 덤덤하게 대답했다.그 뒤로 몇 마디 더 얘기하고 불쾌한 마음으로 헤어졌다.예전 같았으면 흑풍은 이런 투로 말을 하지 않았다.이유는 최근에 우연히 만난 사람 덕에 전투력이 폭증하여 더는 반보천인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우연히 만난 사람은 바로 얼음 인간 봉유곡이었다.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조금 후회되었다.일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거록이 벌써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그래도 염구준과 이미 적이 되어서 다행이었다.흑풍이 떠난 후, 밀실에 한 사람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쿵!거록은 분노를 폭발하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쳐 산산조각을 냈다.“여우새끼, 자기는 힘을 들이지 않고 내 손으로 염구준을 처리하겠다고? 야비한 놈. 내가 심
하지만 가는 내내 사람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왠지 마음속으로 불안했다.소봉산에서 큰 소동을 벌였으니 틀림없이 누군가 주시를 하고 거록 존주에게 보고한 것이다.자칫하면 헛걸음을 했을지도 모른다.펑!와이너리 입구에 도착한 염구준은 다리를 번쩍 들어 대문을 차버렸다.사람은 없고 벽에 붙은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아마도 그에게 남긴 것 같았다.[염구준, 내가 성공하는 날에 너희 가문을 멸망시키겠다!]편지에는 원한이 가득한 말만 담겨 있었다.“어이없네!”염구준은 손바닥에 화염을 일으켜 메모지를 단번에 태워버렸다.협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도망친 주제에 협박을 하다니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이제 단서가 끊어졌으니 계속 있어도 의미가 없었다.이곳을 떠나려고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의 숨소리가 느껴졌다.조용히 숨을 죽이고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했더니 지하실에서 전해졌다.재빨리 지하로 가는 통로를 찾고 아래로 내려갔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던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짐승보다 못한 새끼!”이곳에 2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갇혀 있고 전부 심혈을 빼앗겨 기가 허약해 있었다.게다가 통로에 시체도 있었다.방금 죽은 것으로 보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도망간 것 같았다.거록 존주가 어디서 이런 수법을 얻었는지 궁금했었다.감히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면서 무공을 제고하려고 하다니 옛날 같았으면 틀림없이 능지처참을 당했을 것이다.“살려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 우리를 풀어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흑흑, 가슴이 너무 아파요. 치료할 수 있게 병원에 데려가줘요.”갇힌 사람들은 겨우 목소리를 내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걱정 마세요. 제가 이곳에서 나가게 해 줄게요.”염구준이 약속했다.이로서 거록 존주를 죽여야겠다는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그것도 최대한 빨리 죽여야 했다.염구준은 현지 법원과 병원에 연락하여 이 사람들을 치료하도록 안배했다.의료 비용은 역시 전부 그가 부담했다.만약 이 사실이 밖에 소문이 나게 되면 사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무적인 고수마저 패배하다니.”방울뱀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쳐다봤다.소봉산에서 유일한 반보천인이지만 감히 맞설 용기가 없었다.염구준이 앞으로 다가가며 싸늘하게 물었다.“거록 존주 어디 있어? 말해.”그가 방울뱀을 살려둔 것은 아직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날 풀어주면 내가 아는 것을 전부 알려 줄게.”방울뱀이 조건을 내세웠다.살기 위해서 모든 사람 앞에서 거록 존주를 배신한 것이다.지금 상황에서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넌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없어. 말해.”퍽!염구준은 말하는 동시에 도망치려는 왕구혼을 쫓아가 살해했다.주제를 알고 얌전히 있었으면 목숨이라도 부지했을 텐데 굳이 소봉산에 와서 일을 크게 벌였다.그렇게 또 한 명이 죽었다.관전하던 사람들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염구준이 가차 없이 살육하는 모습에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방울뱀은 비장의 카드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놓아주기를 바랬다.“농귀시 적포도 와이너리에 있어.”“좋아.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 줄게.”염구준은 말을 끝낸 동시에 검을 들어 죽이려고 했다.“이 망할 새끼야!”방울뱀이 큰소리로 욕을 했다.쿵!몇 분 후에 방울뱀도 참살을 당했다.네 명의 반보천인으로 구성된 포위 공격에서 결국 세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그중에 최강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도 있었다.은세가문에서 실력도 없으면서 칭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했다.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했다.“거록 존주의 부하가 아닌 사람은 머리를 감싸고 앉는다. 한 번만 말하겠다.”하지만 싸움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다들 싸움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염구준이 시키는 대로 했다.“다들 도망쳐!”당황한 거록 존주의 부하들은 그제야 위험에 빠진 것을 눈치챘다.싸움 구경을 하겠다고 도망치지 못한 것이었다.하지만 세상에는 후회약이란 없었다.염구준이 빠르게 움직이기
“으아아악!”염구준은 크게 외치며 과감하게 왼손을 회수하고는 곧바로 양손으로 검을 잡고 두 개의 검의를 발동하여 오른쪽의 왕구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쾅!검이 아래로 그어지며 날카로운 검기가 왕구혼을 밀어냈고, 적지 않은 량의 검기가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이 일격에 상대방이 다친 건 분명했으나, 얼마나 크게 다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쾅!그러나 그 사이 왼쪽에서 방울뱀이 그의 호체 진기를 부수고 그의 왼쪽 상반신을 공격했다.공격을 받은 뒤, 염구준의 몸 안에서 진기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다행히도 방울뱀이 조금 전 염구준에게 한 차례 타격을 입어 진기가 부족한 상태였기에 이번 공격은 치명적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검을 단단히 쥔 채로 앞에서 달려오는 공무적의 공격에 맞섰다.챙챙!두 사람이 다시 맞붙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밀리지 않고 팽팽히 맞섰다.반보천인의 경지에서 무적이라 는 칭호를 가진 만큼 공무적은 확실히 강했다. 대부분의 반보천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전투는 점점 격렬해졌고, 방울뱀과 왕구혼은 이 틈을 타 염구준의 뒤에서 공격을 시도했다.팽팽한 싸움 속에서 두 명이 힘을 합쳐 방해하니 귀찮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금 더 빨리!’염구준은 결단을 내리고는 진기를 무리하게 소모하며 공무적조차 막아내지 못 할 정도로 검을 점점 더 빠르게 휘둘렀다.순식간에 공무적의 몸에는 검으로 인해 난 상처가 여러군데 났으나, 전부 얕은 상처 뿐이었다.‘어마어마한 방어력이야.’‘설마 육신을 극도로 강하게 만든 건가?’“하하, 전 흙 원소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육신도 단단하니 절 크게 다치게 하지는 못 할 겁니다.”공무적은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어력이 너무 강한 탓에 단시간내에 그를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 중의 두 사람도 어느덧 그의 뒤에 다다랐다.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차마 막을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제기랄,
휙휙.모두 반응이 느리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듣자마자 양 옆으로 피했다.다만 부상을 입은 문수찬은 반 박자 늦어 다른 사람들을 맞추지 못했다.머리로는 이해했으나, 심하게 다친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아서였다.“안 돼!”촤악!염구준은 동굴 안에서 번개처럼 튀어나와 무서운 기세로 문수찬을 향해 검을 휘둘러 목숨을 앗아갔다.이미 중상을 입어 반쯤 죽어 있던 사람이 굳이 왜 이런 싸움에 끼어들었던건지 누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 공격은 다소 기습적이긴 했으나 공무적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못했기에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상대는 다수였기에 염구준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야 했다. 기회가 된다면 계략도 포함이었다.“아까는 도망치려고 한 거 아니었어? 왜 다시 돌아와서 싸우는 거지?”이 모습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속삭였다.‘도망?’‘장난하는 것도 아니고.’염구준이 동굴로 돌아간 것은 단순히 무기를 가지러 갔을 뿐이었지, 적들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그러나 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상대방 중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건 어찌보면 좋은 일이었다. 사기를 꺾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대단한 검입니다. 검의가 초보적으로 만들어졌다니.”공무적은 칭찬하며 손을 뻗어 등 뒤에서 삼자 쇠스랑을 꺼냈다.그는 이미 방금 전에 염구준이 보여준 검술에 흥미가 끌린 상태였다.반면, 왕구혼과 방울뱀은 방금 전에 죽은 게 자신이 아닌 걸 다행이라고 여기며 침을 삼켰다.그들은 전성기의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방금 이 한방으로 방울뱀은 아까전 자신의 행동이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와라!”염구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온몸에 검기를 두르고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현재 그의 눈에는 오직 공무적 한 사람만 보였다.“내가 주공격을 할 테니, 너희 둘은 염구준을 견제해.”공무적은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전술을 지시했다.이제 정식으로 구경꾼들이 기다리던 쌍방의 싸움이 시작되었다.쾅! 쾅!아직 거리감이 조금 남아 있었으나 양측은
“대화 다 했습니까?”사람들이 떠드는 와중, 평범한 외모에 중간 키를 가진 낯선 남자가 입을 열었다.그가 말을 꺼내자, 반보 천인 경지의 몇몇 강자들이 전부 입을 다물었다.위협감이 느껴져서였다.염구준은 그를 주의 깊게 살피며 그에게서 나오는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위천인들한테서만 느껴졌던 건데.’‘저 사람, 반보천인 중에서도 강하네. 어쩌면 나랑 비슷하겠어.’전투에 대한 열망이 염구준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몸까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공무적입니다.”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염구준을 빤히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에도 마찬가지로 전의가 불타올랐다.강자들끼리는 늘 서로를 아끼는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었다.염구준은 서둘러 공격하지 않고 상대방을 주시하며 말했다. “들어본 적 있습니다. 은세 가문 중의 탑이라고 불리우는 공씨 가문의 천재 아니십니까? 반보천인 중 무적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계시죠.”소문에 따르면, 공무적은 정의와 사악함을 넘나들며 강자의 오만함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인물이라고 했다.“저도 염구준 씨에 대해 들어본 적 있습니다. 반보천인의 경지에 이른 뒤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다죠.”공무적이 대답했다.둘의 대화는 사실이었지만, 묘하게도 서로를 띄우는 상업적 칭찬처럼 들렸다.순식간에 소봉산은 두 사람의 무대가 된 것 같았다.이때 옆에 있던 방울뱀이 기뻐하며 말했다.“무적 선배님, 함께 손을 잡고 저놈을 처치하면 용의 기운은 저희의 것이 될 겁니다.”염구준의 진기의 순수 정도로 보아 아직 전부의 용의 기운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러나 이미 이곳에 온 이상, 염구준의 체내에 남아 있는 용의 기운이 량의 얼마나 됐든지 일단 모두 뽑아야했다.“그래. 하지만 내가 7할을 가져야겠어.”공무적은 동의했지만, 욕심이 상당했다.이 말은 곧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더라도 겨우 1할밖에 얻을 수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염구준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하며 두 주먹을 꽉 쥐었고, 그의 기운은 곧 점점 더 높아지며 절정에 가까워졌다.쾅!염구준은 순식간에 방울뱀의 앞에 나타나 공기를 가르며 주먹을 날렸다.비록 칠권합일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 역시 결코 약하지 않았다.‘이 주먹, 대단한데!’방울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는 싸움에 진지하게 임하기 시작했다. 그는 재빨리 구절편을 접어 상대방의 주먹을 막았다.쾅!그러나 염구준의 주먹이 닿자마자 채찍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방울뱀은 팔이 저려오는 걸 느끼며 충격력을 이용해 급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단 한 방에 방울뱀의 무기는 박살났고 그 역시 싸움에서 밀렸다.두 사람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에 계속 싸운다면 방울뱀은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다.“다음에 무기 살 땐 좀 더 비싼 걸로 사.”그는 비웃으며 발에 힘을 주어 다시 방울뱀에게 돌진했다.거록 존주가 오지 않은 이상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빠르게 전투를 끝내는 것이 최선이었다.방울뱀은 염구준의 맹렬한 공격을 얼굴을 찌푸리면서까지 전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막아냈지만, 반격을 하지 못한다면 언젠간 죽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쾅! 쾅!상대방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방울뱀은 정면으로 몇 번 받아냈고, 오장육부가 뒤틀려 피를 흘렸다.그러나 그를 가장 두렵게 하는 건 염구준이 전력을 다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였다.“염 선생님, 대화로 해결합시다. 굳이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방울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좋게 말하기 시작했다. 하긴, 누가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겠나?“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네가 그냥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게 아니라?”그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점점 더 강력한 주먹을 휘둘렀다.거록 존주의 부하들이 먼 길을 찾아온 이상, 그는 상대방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방울뱀은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걸 보고 다른 방
쾅!염구준은 움직이던 중 푸른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손바닥을 날렸다.‘끝났구나!’반보천인의 강자인 염구준을 마주한 적은 너무 두려웠지만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두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그의 몸은 멀쩡했고, 오히려 염구준이 몇 걸음 후퇴하더니 다시 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는 크게 놀라며 중얼거렸다.‘내가 막아냈다고? 근데 그것도 모자라 염구준을 뒷걸음질 치게 했다고?’그는 이제 진심으로 염구준이 주화입마 했다고 믿었다.그는 단지 전신의 경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쾅! 쾅!염구준은 연이어 다른 이들과 싸웠지만, 누구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염구준이 용의 기운과 동화할 때, 주화입마를 해서 힘을 잃었다고 믿기 시작했다.“염구준이 주화입마한 탓에 실력이 예전같지 않아. 빨리 죽여!”소봉산 위에서는 여기저기서 외침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모두가 힘을 잃은 강자를 잡기 위해 외친 거였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이 병든 틈을 타서 그를 죽이려고 했다.사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혈안이 된 건 염구준의 탓도 있었다. 그가 정진 왕자조차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연기를 한 것이다.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감을 얻고 그를 뒤쫓으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를 죽일 수만 있다면 이름을 날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말이다.순식간에 그의 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따라붙었고, 전부 그를 죽이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으며 대오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염구준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무리들을 힐끗 쳐다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수가 달라. 오합지졸들에 불과해. 다 거록의 부하가 아니군.”그는 계속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면 들키고 말 테니까 말이다.주화입마에 빠진 사람이 오랜 시간 달려도 잡히지 않는다면 의심을 살 게 분명했다. “오늘, 네 목숨은 여기서 끝이다!”그러나 이때, 오만한 말투와 함께 방울뱀이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