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은세가문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염구준이 해결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아마도 더 있는 것 같았다.그들은 이곳을 주시하면서 들어온 사람들은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전에 그림을 파는 사람이 말하길,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나가지 못했다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그럼 여기서 죽기를 기다려요?”대영이 고함을 지르며 가방을 메더니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오빠, 난 오빠를 믿어요.”이연은 모닥불 옆으로 다시 돌아갔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지금 상황에서 염구준을 믿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혼자 걸어가던 대영은 누구도 따라오지 않자 다시 돌아왔다.워낙 겁이 많아서 혼자 야밤에 숲을 빠져나갈 용기가 없었다.“왜 돌아왔어? 간다며?”염구준이 비웃었다.대영은 살기 위해서 옆에서 뭐라고 하든 꾹 참고 있었다.따르릉!“아아악!”그때 염구준의 휴대폰이 울렸다.바짝 긴장해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위성 전화였다.안목이 있는 사람은 염구준의 손에 있는 통신설비가 무엇인지 알아챘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초상비의 목소리가 들렸다.이미 쇄룡산의 외곽에 도착했다고 보고했다.염구준은 위치추적기를 열면서 몇 마디 당부했다.“내일 아침에 도착할 거 같아.”상대방의 이동속도라면 내일 저녁에 도착할 것 같았다.통화를 마친 염구준은 위성전화를 챙겼다.스스슥!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나 봤어. 바로 저기 있어. 너무 무서워.”검은 그림자를 본 사람이 눈을 질끈 감으면서 몸을 웅크렸다.“눈을 감으면 안 무서워?”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밝은 모닥불 근처에 있어서 본인이 눈을 감아도 다른 사람 눈에 잘 띄었다.“얍!”그때 기합소리가 들리며 그림자가 공격해 왔다.상대방이 접근할 때 달빛을 빌어 얼굴을 확인했는데 푸른색 피부에 송곳니가 튀어나온 귀신이었다.탁!염구준은 바
염구준이 공포스러운 기운을 뿜자 다들 기운에 억눌려 숨이 턱 막혔다.“선배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희 다 말할게요.”“거록 존주님은 저희 주인입니다. 그분의 체면을 봐서 풀어주세요.”일행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속을 밝혔다.20년이 넘어도 거록 존주는 이곳에 사람을 파견하면서 보물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었다.“거록의 개라면 죽어야겠다.”염구준은 손에 힘을 주면서 손에 잡힌 놈을 가볍게 죽였다.“도망쳐!”살의를 느낀 나머지 그림자는 소리를 지르며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도망쳐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염구준이다.그 정도 실력으로 도망쳐도 소용없었다.얼마지나지 않아 염구준은 한 명씩 쫓아가 전부 살해했다.그리고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그에게 있어 애송이 몇 사람을 해결했을 뿐이었다.“귀신은 다 물리쳤어. 그 정도로 무서웠어?”“악!!”모닥불에 모여 있던 이연 일행은 염구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방금 싸우는 장면을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염구준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똑똑히 봤었다.가면을 쓰고 귀신인 척하는 나쁜 놈들도 무서웠지만 그들을 과감하게 살해한 염구준은 더 무서웠다.이토록 넓은 숲에서 사람이 죽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까지 죽일까 봐 너무 두려웠다.“구… 구준 오빠, 안 다쳤어요?”이연은 생각보다 차분했다.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괜찮아. 저놈들 실력으로 날 해치지 못해.”확실히 염구준의 얼굴과 옷은 다친 곳이 없이 멀쩡했다.거록의 개들을 처리하는 일은 원래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하… 하지만 사람을 죽였잖아요. 감옥에 가면 어떡해요.”이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괜찮아. 내 세상은 너희들과 달라.”하지만 염구준은 손을 휘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강호의 분쟁은 평범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지금은 속으로 벌벌 떨고 있는 사람은
이연은 너무 무서웠다.그래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삽을 들고 그쪽으로 다가갔다.어쨌든 두 사람은 동아리 멤버이니 모른 척할 수 없었다.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고 모닥불 옆에 있었다.“가지 마. 내일 내가 처리할게. 화장을 하면 유골을 가져가.”염구준이 나서서 말렸다.이 밤중에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또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연은 친분을 봐서라도 무조건 청해에 데리고 갈 것이다.“오빠, 정말 감사해요. 제가 동아리와 고인의 부모님 대신 인사를 드릴게요.”이연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이런 곳에서 죽임을 당했으니 유골이라도 가져가서 고이 묻어준다면 본인들도 안식할 수 있을 것이다.“아니야. 아직 처리할 것이 있으니까 너희들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염구준이 괜찮다 말하고는 한마디 주의를 주었다.물론, 이런 일을 겪고도 경고를 무시한다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피 비린내 사건을 겪은 후, 몇몇 사람들은 악몽을 꿀까 봐 잠에 들지 못했다.염구준은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다 곤히 잠들었다.진씨 저택에는 여전히 검은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숨었는지 모르겠지만 염구준을 건드리지 않고 먼 곳에서 지켜보기만 했다.방금 염구준이 발산한 기운은 너무 강력해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달은 밝게 비추고 각종 벌레 소리와 작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끊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온했다.실은 잠복한 세력들이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 오면서 그들의 경각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여기 잠복해 있던 무술인들은 이미 여기 소식을 밖으로 내보냈다.한편, 충격을 받은 은세가문에서 고수들을 진씨 저택에 파견했다.솔직히 염구준도 눈치를 챘지만 귀찮아서 신경 쓰지 않은 것뿐이었다.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도 대응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그렇게 날이 밝아질 때까지 잠을 잤다.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서 따뜻한 햇살이 모두에게 비췄
”여기 사람 꽤 많네. 아가씨 예쁘게 생겼다.두 남자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척후야.”염구준은 기운으로 그들의 신분을 추측했다.여기 도착했다는 것은 머지않아 은세가문의 대부대가 곧 도착한다는 것을 설명했다.두 전신경 고수는 염구준 일행을 완전히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거록이 키운 개는 정말 약해. 뭘 이렇게 쉽게 죽냐?”“너희들이 죽였어?”정말 안하무인이었다. 전신 경지 정도면 어디를 가도 중견 고수에 속하니 다들 이렇게 거만했다.“잡것들은 내가 처리했어. 복수하러 온 건가?”염구준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되물었다.“복수? 하하하. 거록의 부하들은 원래 쓰레기야. 우리가 나서서 복수할 가치도 없어.”한 고수가 미친듯이 웃으면서 거록의 부하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염구준은 왠지 눈에 거슬렸다.“그래? 그럼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이유가 뭐야?”그런 성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당연히 너를 제압하러 왔지. 여기 물건은 외부인이 넘볼 것이 아니야.”상대방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나 여기 있어. 능력이 있으면 와서 제압해.”염구준은 쓰레기를 보듯 경멸하면서 보았다.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은 전신 경지 고수인데 이런 태도에 참을 수가 없었다.스스슥!두 고수는 갑자기 양쪽으로 흩어지더니 염구준을 잡으려고 협공했다.싸우기 전부터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마.”염구준은 제자리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워낙 실력 차이가 커서 아무리 전술을 사용해도 소용없었다.이연 일행은 두 전신 고수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믿기지 않아 계속 눈을 비볐다.그들 눈에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만 보였다.‘왔다.’염구준은 두 고수가 빠르게 다가오자 기운을 증폭시켰다.“우리를 우습게 봤어?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두 전신 고수가 돌진했다.그들이 다가올 때 염구준이 순식간에 공격 범위에 들어갔다.상대방은 양쪽에서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탁!그때 염구준이 양손을 들어 두 사람의 목을 조르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잘못 거셨습니다.”“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쿠궁!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염희주?“정... 정말 내 딸이라고?”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주군!”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알겠습니다!”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안녕히 가십시오, 주군!”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
이에 다시 딸을 꼭 끌어안은 염구준이 아이의 뒤통수를 어루만졌다.“아니야. 엄마가 착각한 거야. 아빠 살아있어. 지금 바로 네 앞에 있잖아.”눈물의 부녀상봉을 마친 염구준이 물었다.“그런데 여기 말이야... 혹시 엄마가 보낸 거야?”염구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던 염희주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엄마가 날 이딴 곳에 보낼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얼마나 착한데! 이모, 나쁜 이모가 날 여기 보낸 거야. 이모가 엄마랑 날 집에서 내쫓은 거라고...”‘이모?!’생각지 못한 단어에 염구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손혜린 그 여자를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이 아이 엄마는 도대체 누구지? 나랑... 손혜린이 낳은 딸... 아니었나?’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염구준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빠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이모 이름이 뭐야?”“이모 이름은 손혜린. 우리 엄마 사촌언니랬어. 그런데... 나쁜 이모가...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말래. 이모가 내 엄마래!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그러니까 아저씨도 우리 아빠 아니지?”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던 염희주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그랬어. 아빠를 구하려다 성대를 다친 거라고.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라고. 그래도 이건 가르쳐줬다?”염희주은 작은 손가락으로 염구준의 큰 손바닥에 삐뚤삐뚤하게 “염구준” 세 글 자를 적어보였다.“엄마가 가르쳐 준 거야. 아빠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나 제대로 쓴 거 맞지?”한편, 염희주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염구준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날 구하려다 성대를 다쳤다고? 그날 날 구한 게 손혜린 그 여자가 아니었단 말이야? 손혜린 그 여자는 분명 말을 할 줄 알았었지... 그럼 그날 밤, 나랑 첫날밤을 보냈던 그 여잔 도대체 누구야?’“희주야.”전장에서 온갖 못 볼 꼴을 다 보며 살아남은 염구준이었지만 이 순간, 떨리는 목소리만큼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엄마 이름이 뭐야?”그러
혼인신고를 하고 맹세의 키스를 하고 서로의 부모님께 큰절로 인사를 올렸다.5년 동안 전장을 구르면서도 매일 밤 그리워했던 여자가 이 여자였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리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손혜린은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희대의 사기꾼이었다!결혼식마저 모두를 속이기 위한 사기극에 불과했다!그는 이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신전 군주 염구준이다!그런 그가 이 하찮은 여자에게 5년을 속았다니!“지금… 뭐 하자는 거야?”잠시 당황한 손혜린은 옆에 있는 서재원의 팔을 꽉 잡고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네 신분을 망각하지 마. 넌 우리 가문 데릴사위야!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염구준은 낮게 으르렁거렸다.“말해! 왜 나를 속였어?”“5년 전 나와 결혼한 사람이 너 맞아? 손가을은 누구야? 빨리 해명해!”손혜린은 흠칫 어깨를 떨더니 떨떠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설마… 다 알고 왔어?”알고 왔다니?염구준은 뿌드득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역시 그런 거였어!희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그 결혼식은 가짜였다.손가을, 손씨 가문… 저들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걸까?“혜린아.”여태 말이 없던 서재원이 냉랭한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두려워할 것 없어. 저 자식이 진실을 알게 된들 뭘 할 수 있는데? 너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 저놈은 그냥 벌레야. 남한테 놀아난 줄도 모르는 가련한 버러지일 뿐이라고!”손혜린은 깔깔 웃더니 가면을 완전히 벗어 던졌다. 그녀는 서재원의 품에 안기더니 염구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너랑은 이혼할 생각이었으니까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 넌 내가 널 살려준 은인인 줄 알았어? 내가 왜? 난 손가을처럼 멍청하지 않아!”과거, 손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다!4대째 내려온 가문은 이번 대에서 대가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손가을은 이 가문의 유일한 손녀였다. 결국 어르신은 친척인 손혜린을 호적에 입적시켰다. 손혜
“예전에 잘나갈 때 나도 잘해준다고 선물도 종종 가져다 주고 그랬는데 저 여자 나한테 시선 한번 안 주더라?”서석호는 두툼한 손으로 턱을 만지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도도하게 굴어도 어쩔 방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말을 마친 그는 손가을에게 손짓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거기, 여기 와서 앉아! 오늘은 오빠가 예뻐해 줄게!”피아노 박자가 다소 빨라지더니 손가을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으고 휴게실에 있는 손님들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는 서석호를 향해 억지 미소를 짓고는 손가락으로 의사를 표현했다.5년 전 사고현장을 목격한 그녀는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다가 뜨거운 일산화탄소에 성대가 손상되면서 다시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그 뒤로 그녀는 수화를 몸에 익혔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퇴근해야 해서요. 재밌게 놀다 가세요.]수화로 의사를 전달한 그녀는 다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그녀가 서석호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그가 그녀의 옷자락을 우악스럽게 잡았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애 보러 가는 거야?”그는 야비한 미소를 짓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아, 넌 아직 모르겠구나? 네 딸 희주 있잖아? 손혜린이 걔를 우리 조카한테 보내주기로 했어!”“우리 조카 알지? 우리 누나가 애지중지하는 왕자님이잖아. 애가 좀 멍청하기는 해도 예쁜 여자애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더라고! 지난번에 걔랑 같이 놀라고 데려온 여자애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즉사했다지?”손가을은 움찔하며 충격 어린 표정으로 서석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소리 없이 흐느꼈다.서석호가 거짓말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혜린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애였다.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딸 희주는 그녀에게 목숨과도 같은 존재였다.“왜? 마음 아파?”서석호가 입술을 감빨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딸 살리고 싶어? 간단해! 내가 평소에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 거야! 여기 사람
”여기 사람 꽤 많네. 아가씨 예쁘게 생겼다.두 남자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척후야.”염구준은 기운으로 그들의 신분을 추측했다.여기 도착했다는 것은 머지않아 은세가문의 대부대가 곧 도착한다는 것을 설명했다.두 전신경 고수는 염구준 일행을 완전히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거록이 키운 개는 정말 약해. 뭘 이렇게 쉽게 죽냐?”“너희들이 죽였어?”정말 안하무인이었다. 전신 경지 정도면 어디를 가도 중견 고수에 속하니 다들 이렇게 거만했다.“잡것들은 내가 처리했어. 복수하러 온 건가?”염구준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되물었다.“복수? 하하하. 거록의 부하들은 원래 쓰레기야. 우리가 나서서 복수할 가치도 없어.”한 고수가 미친듯이 웃으면서 거록의 부하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염구준은 왠지 눈에 거슬렸다.“그래? 그럼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이유가 뭐야?”그런 성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당연히 너를 제압하러 왔지. 여기 물건은 외부인이 넘볼 것이 아니야.”상대방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나 여기 있어. 능력이 있으면 와서 제압해.”염구준은 쓰레기를 보듯 경멸하면서 보았다.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은 전신 경지 고수인데 이런 태도에 참을 수가 없었다.스스슥!두 고수는 갑자기 양쪽으로 흩어지더니 염구준을 잡으려고 협공했다.싸우기 전부터 전술을 사용한 것이다.“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마.”염구준은 제자리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워낙 실력 차이가 커서 아무리 전술을 사용해도 소용없었다.이연 일행은 두 전신 고수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믿기지 않아 계속 눈을 비볐다.그들 눈에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만 보였다.‘왔다.’염구준은 두 고수가 빠르게 다가오자 기운을 증폭시켰다.“우리를 우습게 봤어?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두 전신 고수가 돌진했다.그들이 다가올 때 염구준이 순식간에 공격 범위에 들어갔다.상대방은 양쪽에서 손발이 척척 잘 맞았다.탁!그때 염구준이 양손을 들어 두 사람의 목을 조르
이연은 너무 무서웠다.그래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삽을 들고 그쪽으로 다가갔다.어쨌든 두 사람은 동아리 멤버이니 모른 척할 수 없었다.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고 모닥불 옆에 있었다.“가지 마. 내일 내가 처리할게. 화장을 하면 유골을 가져가.”염구준이 나서서 말렸다.이 밤중에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또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연은 친분을 봐서라도 무조건 청해에 데리고 갈 것이다.“오빠, 정말 감사해요. 제가 동아리와 고인의 부모님 대신 인사를 드릴게요.”이연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이런 곳에서 죽임을 당했으니 유골이라도 가져가서 고이 묻어준다면 본인들도 안식할 수 있을 것이다.“아니야. 아직 처리할 것이 있으니까 너희들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염구준이 괜찮다 말하고는 한마디 주의를 주었다.물론, 이런 일을 겪고도 경고를 무시한다면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피 비린내 사건을 겪은 후, 몇몇 사람들은 악몽을 꿀까 봐 잠에 들지 못했다.염구준은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다 곤히 잠들었다.진씨 저택에는 여전히 검은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숨었는지 모르겠지만 염구준을 건드리지 않고 먼 곳에서 지켜보기만 했다.방금 염구준이 발산한 기운은 너무 강력해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달은 밝게 비추고 각종 벌레 소리와 작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끊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온했다.실은 잠복한 세력들이 몰래 움직이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 오면서 그들의 경각심을 일으켰기 때문이다.여기 잠복해 있던 무술인들은 이미 여기 소식을 밖으로 내보냈다.한편, 충격을 받은 은세가문에서 고수들을 진씨 저택에 파견했다.솔직히 염구준도 눈치를 챘지만 귀찮아서 신경 쓰지 않은 것뿐이었다.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도 대응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그렇게 날이 밝아질 때까지 잠을 잤다.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서 따뜻한 햇살이 모두에게 비췄
염구준이 공포스러운 기운을 뿜자 다들 기운에 억눌려 숨이 턱 막혔다.“선배님, 제발 살려주세요. 저희 다 말할게요.”“거록 존주님은 저희 주인입니다. 그분의 체면을 봐서 풀어주세요.”일행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속을 밝혔다.20년이 넘어도 거록 존주는 이곳에 사람을 파견하면서 보물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었다.“거록의 개라면 죽어야겠다.”염구준은 손에 힘을 주면서 손에 잡힌 놈을 가볍게 죽였다.“도망쳐!”살의를 느낀 나머지 그림자는 소리를 지르며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도망쳐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염구준이다.그 정도 실력으로 도망쳐도 소용없었다.얼마지나지 않아 염구준은 한 명씩 쫓아가 전부 살해했다.그리고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그에게 있어 애송이 몇 사람을 해결했을 뿐이었다.“귀신은 다 물리쳤어. 그 정도로 무서웠어?”“악!!”모닥불에 모여 있던 이연 일행은 염구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방금 싸우는 장면을 전부 보지는 못했지만 염구준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똑똑히 봤었다.가면을 쓰고 귀신인 척하는 나쁜 놈들도 무서웠지만 그들을 과감하게 살해한 염구준은 더 무서웠다.이토록 넓은 숲에서 사람이 죽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까지 죽일까 봐 너무 두려웠다.“구… 구준 오빠, 안 다쳤어요?”이연은 생각보다 차분했다.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괜찮아. 저놈들 실력으로 날 해치지 못해.”확실히 염구준의 얼굴과 옷은 다친 곳이 없이 멀쩡했다.거록의 개들을 처리하는 일은 원래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하… 하지만 사람을 죽였잖아요. 감옥에 가면 어떡해요.”이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괜찮아. 내 세상은 너희들과 달라.”하지만 염구준은 손을 휘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강호의 분쟁은 평범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누구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지금은 속으로 벌벌 떨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 은세가문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염구준이 해결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아마도 더 있는 것 같았다.그들은 이곳을 주시하면서 들어온 사람들은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전에 그림을 파는 사람이 말하길,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나가지 못했다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그럼 여기서 죽기를 기다려요?”대영이 고함을 지르며 가방을 메더니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오빠, 난 오빠를 믿어요.”이연은 모닥불 옆으로 다시 돌아갔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지금 상황에서 염구준을 믿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혼자 걸어가던 대영은 누구도 따라오지 않자 다시 돌아왔다.워낙 겁이 많아서 혼자 야밤에 숲을 빠져나갈 용기가 없었다.“왜 돌아왔어? 간다며?”염구준이 비웃었다.대영은 살기 위해서 옆에서 뭐라고 하든 꾹 참고 있었다.따르릉!“아아악!”그때 염구준의 휴대폰이 울렸다.바짝 긴장해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위성 전화였다.안목이 있는 사람은 염구준의 손에 있는 통신설비가 무엇인지 알아챘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초상비의 목소리가 들렸다.이미 쇄룡산의 외곽에 도착했다고 보고했다.염구준은 위치추적기를 열면서 몇 마디 당부했다.“내일 아침에 도착할 거 같아.”상대방의 이동속도라면 내일 저녁에 도착할 것 같았다.통화를 마친 염구준은 위성전화를 챙겼다.스스슥!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나 봤어. 바로 저기 있어. 너무 무서워.”검은 그림자를 본 사람이 눈을 질끈 감으면서 몸을 웅크렸다.“눈을 감으면 안 무서워?”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밝은 모닥불 근처에 있어서 본인이 눈을 감아도 다른 사람 눈에 잘 띄었다.“얍!”그때 기합소리가 들리며 그림자가 공격해 왔다.상대방이 접근할 때 달빛을 빌어 얼굴을 확인했는데 푸른색 피부에 송곳니가 튀어나온 귀신이었다.탁!염구준은 바
유령 고택을 찾은 모험 동아리는 너무 기뻤다.그들은 모닥불을 피워 주변에 둘러앉았다.지금 물도 있고 건조 식품도 있고 쉴 곳도 찾아서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반나절 전에 마실 물도 없어서 걸걸거렸던 사람들 같지 않았다.그들은 웃고 떠들며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염구준은 옆에서 이곳의 보물에 대해 생각했다.이렇게 많은 은세가문도 찾지 못한 물건을 혼자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가자. 자극적인 시간이 왔어.”그때 세 사람이 장비를 들고 고택 깊숙이 들어갈 준비를 했다.염구준이 힐끗 보았다.바로 귀신 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던 일행이었다.겁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염구준이 한마디 경고했다.“이곳은 안전하지 못해. 그러니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괜찮아요. 금방 올게요.”세 사람은 대답하고 황급히 떠났다.그들은 여기서 사진 찍은 것을 팔기 위해서 온 것이다.귀신은 보지 못해도 공포스러운 장면만 찍어도 꽤 돈을 벌 수 있었다.어차피 목숨은 자기 것이니 이렇게 말한 이상 염구준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떠나자 모닥불 주변이 조용해졌다.그때 오설희가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대영 오빠, 나 불편해. 나랑 화장실 가자.”“가자. 얼마나 위험하다고. 어디 한번 보자.”대영은 염구준의 눈치를 힐끗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말 속에 그를 겨냥하고 있었다.염구준은 이번에 멍청한 녀석에게 따지지 않았다.한 번에 다섯 명이 가자 더는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염구준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생각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았다.30분 뒤, 다섯 명은 돌아오지 않고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들렸다.“살려줘! 귀신이야!”비명소리와 동시에 담벼락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사방에서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모닥불에 모여 있던 일행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각성을 높였다.비명소리에 놀란 것이다.게다가 지금은 바람에 풀들이 흔들거리고 있어 무섭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정말 못 말리는 녀석들이었다.“귀신이 어디 있다고 호들갑이야.”
“말 조심하지 않으면 이를 전부 뽑아버린다.”“미친… 다시 안 그럴게요.”깜짝 놀란 대영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뒷담화를 하다가 들키고 뺨을 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은 다시 움직여서 제자리에 사라졌다.이 구역 내에서 그림자만 스쳐 지나며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몇 킬로미터 범위라도 시간이 필요했다.남은 사람들은 더는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염구준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정말 식겁했었다.탐색은 계속 진행되었다.염구준은 속도를 높여 최대한 빨리 찾아내려고 노력했다.‘이 구역의 식물에 가려졌을 수도 있어.’하늘에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육지에는 소형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염구준이 스치는 곳마다 깜짝 놀란 동물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순식간에 숲이 난장판이 되어버렸다.한편, 숲 어느 곳에서 한 사람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깜짝 놀랐다.“큰 짐승인가? 먼저 철수할까?”“설마. 여기 며칠 동안 잠복해 있어도 그런 짐승은 보지 못했어.”두 사람은 이 구역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진씨 저택의 보물은 큰 비밀이 아니기에 일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때문에 이 보물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아니야, 사람 같은데. 속도가 엄청 빨라.”한 남자가 경악했다.“두 분, 거기서 뭘 보고 있지?”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 뒤에 염구준이 나타났다.그 실력으로 미행하다니,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 참 궁금했다.“저놈을 죽이자.”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마주치더니 기운을 끌어올려서 염구준을 포위하여 공격했다.2 대 1이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쿵!하지만 염구준에게 접근하기 전에 중상을 입고 뒤로 튕겨 나갔다.두 사람이라도 무술 실력이 형편없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냈어?”염구준이 싸늘하게 물었다.여기에 있다는 것은 진씨 가문의 보물을 노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하지만 어느 쪽 세력인지 알 수 없었다.“우리를 보내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배후는 네가 건드릴 만한 사람이 아니야.”
시간이 흘러, 다들 충분히 놀았는지 물을 챙기기 시작했다.그때 갑자기 숲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빨리 도망쳐. 말벌이 오고 있어!”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계곡에 몇 사람이 사라진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다고 판단했다.웡웡!멀리서 곤충의 날개 짓 소리가 들리더니 말벌 무리가 대영 일행을 쫓고 있었다.저것은 사람을 죽이는 벌이었다.두 번만 찔러도 바로 쇼크사로 사망할 수 있었다.대체 어떤 자식이 건드렸는지 두통이 밀려왔다.대영 일행은 계곡 옆에 뛰어오더니 바로 물속에 들어가 숨었다.나머지 사람들도 말벌의 공격을 피해 물속으로 들어갔다.목표가 사라지자 말벌은 이번에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꺼져!”그는 거대한 기운으로 말벌을 쓸어버리며 뒤로 물리쳤다.강적을 만난 말벌은 재빨리 날개를 저으며 멀리 도망쳤다.말벌도 억울하게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니 불로 태우지 않은 것이다.“푸웁!”그제야 다들 참지 못하고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주변에 말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말벌은 왜 건드렸어?”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대영이 꿀벌을 발견했다면서 같이 꿀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한 남자가 벌에 쏘였는지 퉁퉁 부은 볼을 감싸며 어눌한 소리로 말했다.벌과 말벌도 구분 못하면서 꿀을 먹겠다니 용감한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만약 염구준이 없었다면 전부 여기서 죽었을 것이다.촤아악!염구준이 손을 뻗어 대영의 뺨을 쳐서 물에 빠트렸다.이번에야말로 대영은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염구준이 무서워서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지금부터 누가 사고 치면 스스로 책임져. 난 다시는 도와주지 않아.”염구준이 주의를 주고 목적지로 걸어갔다.멍청한 팀원을 이끌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짜증이 났다.다들 입을 꾹 다물고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가는 길에 누구도 사고 치지 않으니 이동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해가 지기 전에 진씨 저택이
일행은 짐을 챙기고 염구준의 안내에 따라 길을 떠났다.모두 평범한 사람이기에 움직이는 속도가 많이 느리지만 그래도 방향은 정확했다.솔직히 염구준도 그렇게 급하지 않았다.이 속도로 걷는다면 날이 어둡기 전에는 도착할 것이다.그리고 내일이 음력으로 보름이다.지금 그가 팀의 핵심 인물이니 누구나 다가가서 말을 걸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어쩔 수 없이 이연에게 다가가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모험 동아리들은 하나 같이 대단한 수다쟁이들이었다.마실 물이 없어서 목이 말라도 쉬지 않고 계속 말했다.“그거 알아? 유령 저택에 이상한 물건들이 있어서 엄청 무섭대.”“무섭게 그런 말 하지 마. 다 헛소문이야.”“알게 뭐야. 나중에 만나면 바로 눈을 감고 사진을 찍어야지. 돌아가서 비싼 값에 팔 수 있어.”그들 모두 진씨 저택으로 가려고 했다.말은 모험이지만 실은 각자 목적이 달랐다.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러 가는지는 본인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오빠,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요?”이연이 염구준의 등에 대고 물었다.“없어. 어쨌든 난 보지 못했어.”염구준은 대답하고도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주제가 너무 유치해서 대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흥, 세상에 못 봤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지.”대영이 시큰둥하게 말하며 끼어들었다.그 말에 염구준은 기분이 잡쳐 힐끗 노려봤다.“네 부모님은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끼어들라고 가르쳤어?”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보지 못한 물건은 정말 많지 않았다.“아니.”대영은 욕이 튀어나왔다.하지만 방금 일을 생각하고 바로 입을 닫아버렸다.지금 어리석게 굴면 바로 깊은 산속에 묻힐 것이다.그가 염구준을 공격한 것은 트집잡으려는 본능이 발작했기 때문이다.“물 소리가 들리네.”“오빠, 무슨 말이에요?”이연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저기 계곡이 있는 거 같아. 그것도 작지 않아.”염구준은 오른쪽 방향을 가리켰다.바로 그들이 가는 방향이었다.“계곡, 물이다!”그 말에
“흥, 안 주면 내가 알아서 가지면 되지. 설마 때리기라도 할 거야?”대영은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일행은 대영의 성격을 감당하지 못했다.“경고하는데,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은 힐끗 보며 나지막하게 경고했다.여기 음식들은 염구준의 것이니 누구에게 주든 안 주든 본인 마음이었다.하지만 대영은 건방지게 손을 내밀어 염구준의 가방에 손을 가져갔다.탁!염구준이 마른 나뭇가지를 들어 가볍게 대영의 손등에 던졌다.“아야!”대영은 재빨리 손을 거두며 옆으로 털었지만 손등이 이미 벌겋게 부어 있었다.염구준이 힘을 주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손등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대영 오빠, 괜찮아?”그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바로 대영의 여자친구 오설희였다.방금 대영이 생수병을 빼앗을 때 속으로 자기 몫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기뻐했었다.“날 때렸어? 밖에 나가면 가만두지 않겠어.”대영이 화를 내며 겁을 주었다.“맞아요. 대영이 어쩌지도 않았는데, 왜 그랬어요? 그리고 식재료도 많으면서 당연히 우리한테 나눠야 하지 않나요?”오설희가 나서서 맞장구를 쳤지만 멍청하게 염구준의 탓처럼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했다.이런 사람들과 도리를 따져도 알아듣지 못하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싸늘하게 노려봤다.눈빛에서 살기가 감돌았다.“이런 숲에서 두 명이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지.”그 말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봤다.지금 염구준의 눈빛은 너무 싸늘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구준 오빠, 그러지 마세요. 다들 내 친구인데 물이라도 주면 안 돼요?”이연은 같이 온 일행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사정했다.탈수가 심하면 죽을지도 모른다.염구준은 그들을 둘러보았다.젊은 사람들이 입술이 갈라져서 왠지 마음이 측은했다.“알았어. 연이 체면을 봐서 한 사람당 한 병씩 마셔.”그러자 다들 기뻐하며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감사합니다.”“좋은 사람일 줄 알았어요.”일행은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