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청연은 두 눈을 꼭 감고 애써 진정했다.외부 요소에 영향받지 않고 이해관계를 따졌다.한참을 생각하고 깨달은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단호한 눈빛에서 상사가 갖추어야 할 모습이 어느 정도 보였다.“어르신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 한 송씨 가문은 망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큰절을 세 번했다.그 모습을 본 송 가주는 크게 기뻐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하하하. 내게 후계자가 생겼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송청연의 결단에 적지 않은 노인들이 할 말을 잃었다.그녀의 욕심은 그들보다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몇 년만 더 성장하면 상업계의 여걸이 될 것이다.“이젠 갑시다.”송청연은 정신을 잃은 송현우를 업고 돌아섰다.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않았다.오히려 무능한 자신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에 화났다.“그럽시다.”염구준은 대답하며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에서 막고 있던 사람들은 무서운 기운을 감지하고 뿔뿔이 흩어졌다.“멈춰, 청연은 남거라!”뒤에서 송명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자 염구준은 홱 돌아서서 경멸하듯 노려봤다.“싫다면 어쩌실 건데요?”이제 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풋내기에 원소의 힘도 사용할 줄 모르는 실력이라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송명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송 가주를 발로 차버렸다.“너도 독연기를 많이 마셔서 기운이 많이 소모됐을 거야. 7할 전력밖에 남지 않았을 텐데 나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어? 눈치 있다면 사람을 남기고 넌 떠나라.”이해 관계를 따지는 것 같지만 실은 협박하고 있었다.“안목은 있네요. 독연기 덕에 확실히 7할 투력밖에 사용할 수 없어요.”염구준이 솔직하게 인정했다.그 말에 주변에서 깜짝 놀라 속으로 어리석다고 나무랐다.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겁을 먹은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우매한 놈. 목숨을 내놓거라!”양씨 가문의 노복들은 그가 7할 투력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반천인 경지와 조금 차이가
“6할 전력이야. 기운을 많이 쓸수록 빨리 소진된다!”송명호는 또 이길 확률이 높아졌다고 기뻐했다.이 독은 잠시 전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치명상까지 줄 수 있다.“뭘 그렇게 좋아하세요? 당신을 상대하는 데 6할 전력이면 충분하거든요.”염구준은 본원 검의를 시험하려고 나섰는데 상대방 실력이 약해서 흥이 나지 않았다.그가 얕잡아 보자 송명호는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했다.“마지막으로 말할게. 청연을 남길 거야 아님 네 목숨을 남길 거냐?”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자 송명호는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염구준은 대꾸하지도 않고 하품을 했다.“하음, 싸우고 싶으면 빨리 시작해요. 꾸물거리지 말고.”솔직이 두 사람은 서로 할 이야기는 없었다. 송명호가 일방적으로 염구준이 물러설 거라고 착각했을 뿐이다.“그럼 죽어!”송명호는 창을 들고 염구준에게 무섭게 돌진했다.모두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고 상대방이 6할 전력만 남아 있다면 패배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검래!”염구준이 손을 뻗자 강력한 흡인력으로 송현우의 등에 있는 검을 뽑았다.검이 손에 잡힌 순간 온화한 기운이 온몸을 채우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좋은 검이군.’그래도 구자검에 비하면 조금 부족했다.웡웡.그때 검신이 흔들거리며 그에게 잡히지 않겠다고 몸부림을 쳤다.“흥.”염구준은 콧방귀를 끼며 순식간에 검의로 제압해버렸다.검에 대한 깨달음이 풍부해서 아무리 오만한 검이라도 모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명호가 기회를 잡은 듯 비아냥거렸다.“하하하. 돌을 들어서 자기 발등을 찧는 격이군.”말하는 동시에 창을 들고 염구준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일격에 싸움을 끝내고 싶었다.촤아악!곧 창이 닿을 무렵, 염구준이 검을 휘두르며 막았다.검신을 감싼 검기가 창을 두 동강으로 잘라버리고 신속하게 송명호를 공격했다.‘검의다.’엄청난 기운을 감지한 송명호는 창을 버리고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자고로 검이라면 모두 검의를 깨달을 수 있지만 이
염구준은 손에 든 검을 몇 바퀴 돌리고 과감하게 맞섰다.공격하자마자 상황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쉽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다들 이것이 6할 전력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버티자. 저놈의 체력을 소모시켜야 해.’송명호는 공격을 피하며 가까스로 버텼다.독연기로 염구준의 기운을 전부 소모시킨 후에 본격적으로 공격할 생각이었다.하지만 한참이나 싸웠는데도 공격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염구준은 지치지도 않는지 싸울수록 힘이 뻗쳤다.“거기서 뭐해? 송청연을 잡아와!”방금까지 비열한 수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상황이 불리해지니 어쩔 수 없이 송청연을 잡아서 염구준을 협박해야 했다.“빨리 잡아!”송대용이 몇몇 사람들을 이끌고 송청연에게 돌진했다.그중에 전신 경지 고수도 있어서 십중팔구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수상한 낌새를 느낀 염구준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뒤돌아보았다.그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송명호가 패왕창으로 머리를 내리쳤다.“나랑 싸우면서 한눈을 팔다니 죽고 싶어?”염구준이 왼손으로 창대를 꽉 잡더니 오른 손에 든 검으로 검기 광풍을 일으켜 송대용에게 발사했다.“위험해. 도망쳐!”광풍에서 치명적인 기운을 느낀 송명호가 포효했지만 이미 늦었다.검기가 송대용 일행에게 몰아쳐 가더니 무자비하게 살갗을 찢어버렸다.“아아아악!”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검기 광풍은 에너지가 소모된 후 바로 사라졌다.송대용 일행은 죽고 전신 경지 고수만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저러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송청연 남매를 납치하면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염구준의 말이 송씨 저택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송명호 측근에 서 있던 사람들은 식겁해서 뒤로 물러섰다.방금 검기 광풍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염구준! 내 유일한 핏줄인 손자를 죽이다니 네 목숨으로 갚아라.”이성을 잃은 송명호는 대노하며 소리질렀다.“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당신 손자를 죽이지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만능 전당포의 두 사자는 삼도 일행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를 한번 더 신중하게 살핀 후에야 제이든의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이 옷들을 입혀.”남자가 몇 벌의 옷을 꺼내 바닥에 던지면서 말했다. “또 나야? 맨날 나만 이런 허드렛일 한다니까.”여자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댔다.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소한 갈등들이 많기 쉽상이었다.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달래지 않고 오히려 싸늘하게 말했다.“이건 복덩이야. 상부에 넘기기만 하면 최소 천억은 챙길 수 있다고.”이번 거래로 그들은 순수하게 600억을 벌 수 있었다.“알겠어, 바로 갈아입힐게!”이 말을 들은 여자는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난 듯 움직였다.돈의 힘이란 싫어하는 일도 기꺼이 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여자는 얼마 걸리지 않아 의식이 없는 제이든의 옷을 다 갈아입혔고, 두 사람은 그렇게 제이든을 데리고 멀리 떠났다.“조심스럽긴한데 방법이 틀렸어.”염구준이 동굴 밖에 나와 밖이 어두운 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따라가기 시작했다.그들이 방금 전에 옷을 갈아입힌 이유는 제이든이 원래 입고있던 옷에 추적 장치나 도청기가 있을까 봐여서였다.그들이 괜한 걱정을 한 건 아니었다. 염구준이 확실히 제이든에게 추적 장치를 숨겨놨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옷에 숨겨놓지 않고 캡슐에 넣은 다음 제이든이 섭취하도록 했다.추적 장치 덕분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기에 염구준은 더이상 그들을 놓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이동했고, 염구준 역시 멈추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라 30분 남짓을 거쳐 청해시의 지계를 벗어났다.두 사람은 이동중에 어느 정도 가다가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추격자가 있는지 확인하곤 했으나 염구준이 몇 킬로미터 떨어져 따라가기도 했고, 거의 진기를 쓰지 않았기도 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해가 뜨기 직전에 두 사람은 걸음을 늦추고 한 모래 벌판에 들어섰다.‘혹시 여기가 만능 전당포 본거지인가?’염구준은 확신이 서지 않아 장애물
염구준은 그를 번쩍 들어 올리고는 웃으면서 물었다.그의 새계획에 눈앞의 사람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강호에선 저를 삼도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저를 삼이거나 도라고 부르시면 돼요.”삼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아무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다.“삼도야, 내가 지금 네 도움이 좀 필요해.”“일이 끝나면 돈을 넉넉히 챙겨 줄 테니까 이 일은 없던 걸로 하자.”염구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는데,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져 진짜로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이 말을 들은 삼도는 마치 폭풍이 지난 후 무지개를 보는 듯한,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곧 그것이 환상임을 깨달았다.“염 선생님... 반보천인들의 싸움에 제가 감히 어떻게 끼어들겠습니까?”삼도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그럼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다는 거야?”그의 대답에 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싸늘하게 되물으며 기운을 다시 내뿜었다.이에 삼도는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염 선생님께서 하시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희 남산사괴가 의리 하나는 알아주거든요.”“그래. 그럼 지금 타겟을 이미 포획했으니 와서 데리고 가라고 연락해.”염구준은 이미 마음속으로 대충 전략을 세운 상태였다.‘지금 당장 못 찾는다면 직접 오게하면 되지.’삼도는 염구준의 지시에 따라 즉시 연락을 취했고, 곧 답장이 왔다.[오늘 밤 자정, 소봉산에서 거래. 늦지 않길 바람.]염구준은 답장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좋아, 가서 기다리자.”“네!”삼도는 대답을 하며 그의 뒤를 따랐으나 속으로는 재수 없다며 한바탕 욕을 했다.사실 제이든과 염구준이 아는 사이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그는 멀리하려고 했었다.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어. 그 잠깐 망설인 게 화근이 돼서 지금 도망도 못 치잖아.’소봉산은 여전히 음산하고 황량해 모험을 즐기는 이들도 기피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흉지일지 몰라도, 염구준에게 있어서 이곳은 길지였다.이곳에서는 그가 해내지 못한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사실 전 어제 장필립을 말렸었습니다. 그 놈이 제 말을 듣지 않고 간 거예요. 그러니 이 일은 저희랑 아무 상관 없습니다.”무리의 우두머리가 연신 빌면서 엮이지 않기 위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염구준이 정말로 화가 나면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랄 게 뻔하니까 말이다.“장필립은 이미 죽었어. 그리고 일어나서 말해.”그의 말을 듣고난 뒤,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장필립이 같은 목표를 가진 다른 조직이라는 걸 눈치채서였다.‘이쪽이 그나마 이성적인 건 다행이지만.’“저... 그냥 무릎 꿇고 있겠습니다. 다리가 너무 떨려서 못 일어나겠어요.”우두머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딱 한 가지만 물을게. 누가 너희를 보냈지?”염구준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어보는 동시에 강렬한 기운을 풀어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그건...”이 말을 듣고난 후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할지 말지를 망설였다.쾅!그러나 염구준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기운을 더욱 강하게 풀어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람들을 짓눌렀다.“염 선생님, 말할 테니 제발 멈춰주세요!”이에 우두머리가 겁에 질려 외쳤다. 그는 지금 뭘 더 숨길 마음이 없었다. 더 이상 말을 안 하면 죽을 게 뻔했다.“잘 생각해 보고 말해. 난 인내심이 많지 않으니까. 아, 그리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장필립도 도망가려다 죽었거든.”염구준은 사람들에게 경고하며 그들에게서 쓸모있는 정보를 들을 수 있길 기대했다. “하아...”우두머리는 한숨을 쉰 뒤, 업계의 도덕성 문제를 뒤로 하고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다. “저희는 만능 전당포에서 임무를 받았습니다.”“임무 내용은 제이든을 반드시 생포해서 데리고 오라는 거였습니다. 현상금으로는 600억을 내걸었고요.”‘만능 전당포?’염구준은 생소한 이름에 흥미를 느꼈다.‘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조직인데, 어디서 굴러온 놈들이지?’그는 고개를 돌려 제이든을 쳐다보았
“그걸 어떻게 알아요?”제이든이 궁금해서 물었다.“거기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염구준은 설명하지 않았다.대답하면 또 새로운 질문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 뻔했다.차는 질주하여 바로 부두에 도착했다.거기서 일군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염구준은 차에서 내리더니 제이든을 데리고 이동 만두 포차에 갔다.아침에 밥을 먹고 왔는데 여기는 왜 왔는지 제이든은 이해되지 않았다.“사장님, 장사 잘 되네요.”염구준은 만두는 사지 않고 먼저 말을 건넸다.“작은 장사라 많이 벌지 못해요. 대표님 덕에 먹고 살 수 있어요.”사장님은 염구준을 보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마중 나왔다.딱 봐도 손이 큰 손님이 온 것을 눈치챘다.염구준이 봉투를 건네며 나지막하게 물었다.“하룻밤을 지켜봤는데 뭐라도 나왔어요?”사장님은 웃으면서 봉투를 받고는 안에 얼마 들어있는지 보지도 않았다.“이것이 저놈들의 활동 기록입니다. 30분 전에 목표 인물 한 명이 저한테서 만두 한 박스를 사갔어요.”염구준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고생하셨어요. 일찍 돌아가서 쉬세요.”이제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서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가 직접 나서야 했다.그 모습을 본 제이든은 입을 떡 벌였다.“삼촌의 정보통이 만두 가게 사장이었네요.”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녀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네가 정보통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사장님이 신분을 잘 감췄다는 걸 설명해.”청해에서 그의 정보통은 수없이도 많았다.대부분 각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파트타임으로 정보를 제공했다.“하긴 그렇네요.”제이든은 머리를 긁적거렸다.두 사람은 일군들의 거처로 향해 갔다.거처는 이동식 마루방이었다.염구준은 정보에 따라 곧바로 목표를 찾았다.상대방 숙소 앞에 도착한 그는 제이든에게 말했다.“넌 멀리 떨어져 있어. 아니면 다쳐.”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상대방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끼익!제이든이 멀리 가자 염구준이 문을 슬며시 밀었
그 사이에 손가을과 염희주가 도착했다.손태석과 진숙영도 뒤를 따라 들어왔다.“제이든, 가더라도 한마디는 하고 가야지. 다들 걱정했잖아.”손태석은 제이든을 보자마자 급히 달려와 몸을 살펴보았다.“죄송해요. 제가 걱정을 끼쳐드렸어요.”제이든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자책했다.아직 어린 아이라 전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은 이해되었다.“무사하면 됐다. 앉아서 밥 먹자. 우리 먹으면서 얘기해보자.”손가을이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했다.오늘은 송별 식사를 하는 날이니 제이든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음식들 올려주세요.”염구준이 타이밍 맞게 옆에 있는 종업원에게 말했다.그러자 맛있는 음식들이 줄을 지어서 들어왔다.워낙 식사량이 좋은 사람이 있어서 음식들이 많아도 낭비할 걱정이 없었다.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이니 다들 앞다투어 제이든에게 반찬을 짚어주었다.“감사합니다.”감동받은 제이든은 눈물을 글썽이며 애써 참았다.부모가 연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손태석 일가는 그에게 따뜻한 정을 주었다.“울지 마라. 여기는 청해이고 우리가 있잖아. 시간 나면 자주 놀러와.”손태석은 주스를 따라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제이든 오빠, 이거 선물이야.”염희주가 선물 박스를 건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일어나 선물을 건넸다.염구준의 가족은 멀리서 온 제이든에게 정말 친절하게 대했다.제이든은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그도 답례하고 싶었지만 가진 돈이 많지 않아서 나중에 만나게 되면 꼭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식사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졌다.다들 헤어지기 아쉬워서 저녁 식사는 오후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끝나지 않았다.하지만 헤어지지 않는 연회는 없다고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나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염구준이 맡게 되었다.“배불렀으니 이만 돌아가죠. 내일도 할 일이 있잖아요.”염희주는 학교에 가고 손가을은 회사에 가고 두 노인도 요즘 손씨 그룹에서 도와주고 있어서 바빴다.그들은 아쉬
슥슥!염구준이 오른손가락으로 검결을 가볍게 튕기자 수많은 검기가 발사하며 놈들의 등을 꿰뚫었다.융통성이 전혀 없는 놈들은 죽어도 아쉽지 않았다.“저놈들 누군지 알아?”염구준은 제이든을 보며 물었다.“몰라요. 여기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거예요.”제이든은 고개를 도리도리하면서 말했다.이 사람들을 본 기억이 전혀 없었다.솔직히 말해서 제이든도 얼떨떨했다.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들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납치하러 온 것 같았다.“가자. 일단 나랑 돌아가서 얘기하자.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야.”염구준은 제이든을 끌고 돌아가려고 했다.“저 집에 돌아갈래요. 잡지 마세요!”제이든이 발버둥을 치면서 공항으로 가겠다고 억지를 부렸다.한 달 넘게 부모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지금 몹시 초조했다.그래서 무조건 돌아가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나랑 같이 가자. 내가 도와줄게. 너 혼자서 집에 갈 수 없어.”염구준은 손을 풀어주며 이해관계를 설명했다.어쨌든 그가 남길 바랬다.제이든은 나이가 어리지만 그래도 선택권은 있으니까.한참을 조용히 있던 제이든이 염구준을 보면서 말했다.“그럼 언제면 도와줄 수 있어요?”너무 오래 걸린다면 기다릴 수 없었다.“지금도 널 도와주고 있거든. 걱정 마. 너한테 거짓말하지 않아.”염구준은 제이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약속했다.“알았어요. 삼촌 믿을게요. 근데 빨리 돌아가야 해요.”제이든은 타협했다.필경 고수가 옆에 있으면 무슨 일을 해도 편리했다.염구준은 부하들을 불러 현장을 수습하고 자리를 떴다.“가자. 가족들이 널 걱정하고 있어. 다음에 말도 없이 떠나지 마. 알겠어?”제이든은 잘못을 알고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이번 사건을 통해 염구준의 추측을 증명해주었다.제이든의 부모도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그는 손씨 그룹에 가지 않고 제이든과 함께 글로리 호텔에 밥 먹으러 갔다.며칠 뒤면 제이든이 귀국해야 하니 그를 위해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아직 가족들이 도착하지 않아 시간이 남았다
“우리가 누군지 알 거 없고, 반항하지 않으면 고통을 덜 받을 거야.”일행에서 앞장선 남자는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그가 손을 뻗어 제이든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촤아악!제이든은 서늘한 빛이 감도는 비수를 꺼내 기운을 끌어올려 상대방의 손바닥을 향해 찔렀다.최근 신위무관에서 염구준의 관계로 수많은 강자들의 가르침을 받아 적지 않은 무술을 배웠다.예전에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던 서양권법은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하지만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른 손으로 제이든의 손목을 잡고 비수를 빼앗아갔다.“꼬맹이 기운도 있어? 곧 종사 경지를 돌파하겠는데.”평범한 사람에게 있어 제이든은 나이가 어리지만 어른 몇 명을 처리하는 것은 문제없었다.하지만 눈앞의 무술인들을 상대하기에 아직 버거웠다.“이거 놔. 여기 청해야. 우리 구준 삼촌이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제이든은 제압을 당해도 발버둥치며 벗어나려고 했다.“하하하, 우리 청해에 오자마자 너를 잡으러 왔어. 염구준이 아무리 대단해도 갑자기 나타날 리가 없잖아.”남자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비상한 머리를 자랑스럽게 여겼다.그가 본인에게 탄복해할 때 검정색 그림자가 스치며 염구준이 나타났다.“뒤에서 남을 씹지 마. 그거 나쁜 습관이야.”“구준 삼촌!”구세주가 나타나자 제이든은 활짝 웃으면서 불렀다.“염구준!”제이든을 포위하러 온 다섯 명은 당황했다.하지만 우두머리는 여전히 제이든을 놓아주지 않고 비수를 그의 목에 겨누면서 뒤로 물러섰다.반보천인 고수 앞에서 그들은 저항할 용기가 없었다.남자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어디서 튀어나온 거야?’염구준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녀석을 풀어주고 배후를 얘기해. 그럼 너희들 보내줄게.”염구준은 그들을 쓱 훑어보면서 조건을 제시했다.“움직이지 마. 우리 먼저 보내줘. 아니면 이 녀석을 죽여버릴 거야.”격분한 남자는 비수를 든 손을 벌벌 떨었다.저러다 제이든의 목을 벨 것 같았다.반보천인이라도 염구준을 만나면 죽
말이 나온 김에 염구준은 깨끗하게 씻은 연갑을 손가을에게 건넸다.“이건 당신 선물이야. 당신한테 맞을 거 같아서 구매했어.”이 연갑의 주요 재료는 은색 금속이라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고급지기만 해서 전혀 무기라고 상상이 가지 않았다.“반짝이 옷 너무 예뻐요.”염희주는 부러운지 연갑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하하하, 네가 어른이 되면 엄마가 물려줄게.”손가을은 연갑을 옆에 두고 계속 아침을 먹었다.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웃음속에서 가족들이 즐겁게 아침 식사를 마쳤다.“가자.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줄게.”염구준은 딸의 가방을 챙기며 입구로 나갔다.“구준 씨, 집에서 쉬어. 내가 데려다주면 돼.”손가을은 남편의 손에서 가방을 가져왔다.그가 밤을 새면서 달려온 것을 알고 은근 걱정되었다.그녀는 염구준보다 능력이 부족하지만 아내로서 남편을 존중했다.“아니야. 나…”염구준이 말을 하려다가 손가을과 눈을 마주치고는 바로 말을 바꾸었다.“진짜 졸리네. 그럼 자러 갈게.”방에 돌아온 그는 침대에 눕자마자 쿨쿨 잠들어버렸다.돌이켜보면 3일 동안 8시간밖에 자지 못했다.염구준이 워낙 체력이 강해서 그렇게 버틸 수 있었다.오후까지 꿈나라에 있던 그는 전화 한 통에 잠에서 깼다.휴대폰 액정을 보니 주작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혹시나 중요한 일일까 봐 바로 전화를 받았다.“주상, 리아성전에서 브레인을 데려갔어요. 게다가 거록 존주는 자기들이 죽였다면서 주상의 공로를 전부 빼앗아갔어요. 성조국에서 방금 해외에서 연쇄 사이코패스를 죽였다고 밝혔고요.”주작은 씩씩거리면서 함부로 타인의 공로를 빼앗은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임시 작전팀을 조직할 때 모든 작전은 비밀리에 움직인다고 했으면서 성조국에서 이런 짓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가장 뻔뻔한 놈들은 리아성전이었다.브레인이 잡혔는데도 거록 존주를 제거했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게다가 작전에 참여한 다른 세력들은 무슨 이득을 얻었는지 이 일에 닥치고 나서서 해명하지도
방에 들어간 두 사람은 방안의 상황을 보고 엄숙하게 물었다.“당신 누구야?”말하는 순간에도 가장 빠른 속도로 총을 꺼내 염구준을 겨냥했다.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있으니 총을 쥐어야 안심이 되었다.이렇게 된 이상 염구준은 참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필경 두 사람도 좋은 사람은 같지 않았다.“너희들이 경찰에 가서 자수할 거야, 아니면 내가 보내줄까?”“이놈을 죽여!”한 남자는 바로 염구준을 죽이려고 손가락을 움직였다.그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도 싼 놈들이었다.쿵!염구준은 제자리에 서서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자 두 사람은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기절했다.워낙 실력 차이가 커서 핵폭탄을 쏜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그 뒤로 염구준은 경찰을 불러 사후 처리를 맡기고 문화재를 박물관에 전달했다.노교수의 유언을 염구준이 이루었다.그중에서 언급할 가치가 있는 것은 경찰이 잡아간 놈들의 입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밀매 조직을 소탕했다.이것은 모두 나중의 일이며 염구준은 참여하지 않았다.모든 일을 마친 후, 그는 만성시에 머물지 않고 그날 밤 비행기로 청해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아침 먹을 시간이었다.염구준은 바로 주방에 들어가 가족들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했다.“와, 냄새 좋다. 틀림없이 아빠가 왔을 거야.”염희주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 한걸음에 주방으로 달려갔다.며칠 보이지 않던 염구준을 보자마자 달려가 허벅지를 껴안았다.“아빠, 보고 싶었어요. 선물은 사 왔어요?”염구준은 국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먼저 가서 씻어. 이따가 아침 먹을 때 줄게.”“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로 뛰어갔다.그때 손가을과 두 노인도 주방으로 들어왔다.염구준을 본 그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요리를 끝내고 음식들을 식탁에 올렸는데 왠지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제이든은 어디 갔어?’손가을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당신이 간 후로 제이든은 신위무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