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는 어두워진 얼굴로 땀을 닦았다.원래 입구를 지키는 게 그들의 일이기는 했으나 오늘 찾아온 사람이 너무 무섭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건 그들의 능력 범위를 넘어섰다. "귀찮아.""가자. 감히 나더러 맞이하라니, 어떤 놈인지 보자고."옆에 유능한 부하가 없었기에 염구준은 직접 처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출근 시간까지 30분 남았으니 그 전에 일을 다 처리해야했다.한편, 그룹 입구는 매우 시끌벅적했다.입구에는 젊은 남녀와 늙은 노인 한 명이 있었는데, 옷차림과 오만한 말투로 보아서는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빨리 염구준더러 나를 만나러 나오라고 해. 나한테는 그 놈을 기다릴 시간이 별로 없다고."젊은 남자는 매우 오만하게 행동하며 소란을 피웠다.입구를 지키고 있던 7~8명의 경비들은 노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겁을 먹고 말을 더듬었다."외... 외부인은 등록하셔야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그리고 염 선생님을 욕하지 마세요."그들은 비록 상대방을 매우 두려워했지만, 모두 입구를 지키며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염구준이 직접 골라서 뽑은 사람들인데 겁쟁이일 수 없었다."허, 봐줬다고 기어오르네?""주백, 이 녀석들을 손 좀 봐줘. 우리 송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줘야지."경비들의 태도에 화가 난 젊은 남자가 옆에 있던 노인에게 명령을 내렸다.그가 일을 기억할 때부터 그에게 감히 대드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 겨우 문 지키는 경비 따위가 자신에게 대드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그건 좋지 않을듯 합니다. 저희는 부탁하러 온 사람들이니까요."노인이 완곡하게 충고했다."부탁?""그건 가문의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그래. 우리는 무려 송씨 가문이야. 무슨 일을 처리하지 못하겠어? 지금 괜한 짓 하는 거야. 알아?""게다가, 하인 따위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젊은 남자는 너무 오만해서 누구의 충고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예, 도련님."이에 주백은 한 걸음 내디디며 기운을
염구준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방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주백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때린 거 맞아?""그래."주백은 인정했지만 스스로도 자신의 행위가 옳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조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대방에게서 이따금씩 느껴지는 기운에 그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이런 상황은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첫째는 방금 무학에 발을 들여놓아 기운이 불안정한 것이고, 둘째는 실력이 너무 강하여 자신의 기운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럼 어쩔 수 없네."염구준은 말을 하자마자 대량의 기운으로 몸을 감싼 다음 앞으로 돌진했다.상대방이 갑자기 공격해 올 줄은 몰랐던 터라 주백은 다급하게 전신의 영역을 열었다.쾅!그러나 염구준의 강력한 주먹은 전신의 영역을 순식간에 뚫고 주백의 가슴을 때렸다.'강하다!'주백은 공포스러운 힘에 깜짝 놀라며 피를 토하면서 몇 미터 밖으로 날아간 뒤 그대로 쓰러졌다.이 한 방으로 누구의 실력이 더 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겨우 이정도로 여기 와서 소란을 피운 거야?"염구준은 기운을 거둬드리고는 깔보면서 말했다. 전신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어찌 그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너... 감히 송씨 가문의 사람을 때려? 내가 누군지 알아?" 젊은 남자는 화가 나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의 눈에는 염구준이 그냥 사람을 때린 게 아니라 송씨 가문의 얼굴을 때린 것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송대강이지? 국주한테 들었어."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송대강이면 뭐 어떤가? 아무 이유도 없이 손씨 그룹의 사람을 때린 사람이라면 신이 와도 한 방은 맞고 가야했다."난 송도겸이야. 송대강이라고 부르지 마!"송대강은 자신의 이름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기에 바로 상대방의 말을 바로잡았다."송대강, 너희 송씨 가문에서는 남한테 부탁할 때 이런 태도로 부탁해?"그러나 염구준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물었다.국주의 분부 때문에 자기 일을 모두 내려놓고 그룹에
“아이? 스무 살도 넘었는데 아이라고 했어? 납득한 만한 이유를 말해. 게다가 송씨 가문 대신 후배를 교육한 거 고맙게 여겨.”염구준은 상대방의 이유가 황당하여 끝까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이런 사람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그만 때리세요. 치료비를 댈게요.”몇 분 사이에 송대강의 태도가 180도로 바뀌더니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주백은 애처로운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다.“실례합니다.”그는 깍듯이 인사한 후, 파이프를 꺼내 염구준을 공격했다.맞아도 좋고 틀려도 좋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부하의 유일한 사명은 주인만 잘 보호하는 것이니까.촤아악!하지만 염구준이 휘두르는 손에 주백은 파이프를 든 채로 날아갔다.내상을 입은 그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콜록콜록. 도련님. 저 최선을 다했습니다.”그가 피까지 토하며 바닥에 철푸덕 쓰러질 때 경호원도 싸움을 멈추었다.“염구준 씨, 기절했어요.”“깨우세요.”아직 해결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깨우라고?’경호원은 난감했다.사람을 때려서 쓰러트리는 건 간단하지만 깨우는 것은 엄청 까다로운 일이었다.하지만 염구준이 지시한 일이라 아무리 힘들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다들 모여서 풍유를 사용하고 꼬집어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젠장, 다들 에워싸서 오줌 싸.”인내심이 바닥난 누군가가 성질을 부리며 소리를 질렀다.“아, 아니. 나 깼어요.”송대강은 겁에 질려 벌떡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봤다.오늘 이 사람들에게 오줌 세례를 받는다면 집으로 돌아갈 낯짝이 없었다.염구준이 다가와 도끼눈을 뜨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가서 전해. 그런 태도라면 날 찾아오지 말라고. 꺼져.”아무리 중요한 일이어도 오늘은 해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송대강은 미칠 것 같았다.“염구준… 형님. 방금은 내가 경솔했어요. 어르신들이 이 편지를 전하라고 하셨어요.”임무를 맡을 때, 집안 어른들 앞에서 온갖 허풍을 떨었는데 해결하지 못하고 돌아가면 틀림없이 웃음거리가 될
송대강은 부랴부랴 일어나 부하들을 데리고 죽어라 도망쳤다.여기서 계속 매달렸다가 황천길로 갈까 봐 두려웠다.차에 타려고 할 때 그는 돌아서 원망 가득한 눈으로 노려봤다.염구준은 시계를 보고 출근 시간이 되자 경비원들을 물러나라 분부했다.그리고 초상비에게 연락했다.어느 고급 레스토랑 도로변에 검정색 아우디가 멈춰 섰다.차에서 초상비가 망원경을 들고 레스토랑 내부를 살펴보고 있었다.입술 모양으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보다가 중요한 단서를 발견하면 노트에 기록했다.밖에서는 차안에 누가 뭘 하는지 전혀 볼 수 없었다.역시 프로는 장비부터 달랐다.쿵!그때 차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올라탔다.“이것이 목표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거야.”염구준은 노트를 받아서 자세히 보았다.장모가 운전하여 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혼자 구석진 곳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고급진 것 외에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었다.노트에 어떤 요리를 주문했으며 어떤 소설을 읽고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염구준이 보기에 전혀 의심이 들지 않았다.“상황 발생.”초상비의 말에 염구준은 망원경을 들고 레스토랑 내부를 들여봤다.한 노인이 레스토랑에 들어가더니 곧바로 진숙영의 앞자리에 앉은 것이다.그 장면에 두 사람의 안색이 굳어졌다.초상비는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부끄럽기 그지없었다.염구준은 장모와 장인이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배신자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때 진숙영과 노인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진숙영 회원님, 빨리 오셨네요.”노인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장 매니저님, 제가 아침을 주문했어요. 먹으면서 얘기하시죠.”진숙영이 일어나 장 매니저에게 따뜻한 우유를 따랐다.“괜찮습니다. 전달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저희 클럽이 청해시대광장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다른 회원들도 가거든요. 그러니 진숙영 회원님도 바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남편분이 지난번에 우리 레스토랑을 망쳐서 사장님이 엄청 노하셨어요.”장 매니저는 말을
그 사람들의 대화, 행동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그때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장 매니저가 마지막 노인에게 통지한 후 왠지 모르게 한결 편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그리고 노인이 향한 곳은 청해시대광장이다.보아하니 이미 전달을 다해서 돌아가려는 것 같았다.염구준은 계속 뒤를 따랐다.왠지 이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그러다 외진 곳에 도착했다.“누구냐?”장 매니저가 갑자기 발을 멈추고 한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누군가 여기서 기다리는 것 같았다.그때 한 사람이 건물 안에 숨어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아직 무슨 상황인지 몰라 일단 지켜보았다.타타탁!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여러 명이 순식간에 장 매니저를 포위했다.모두 노인들이었다.생각지도 못하게 손태석도 그 무리에 있었다.“썩을 영감탱이. 우리 가족들을 속이다니 오늘 끝까지 따져야겠어.”“맞아. 우리 집은 돈이 많지 않은데 집 사람이 밑천을 다 너한테 갖다 바쳤어.”앞길을 막은 사람들은 바로 클럽 회원들의 가족이었다.“여기서 나를 막으면 바로 황천길로 보내주지.”장 매니저는 오히려 강하게 나왔다.가식적인 웃음이 흉악스럽게 변하더니 몸에서 무서운 기운을 발산하며 노인들을 공격했다.‘정진왕자다.’이런 실력은 염구준에게 애송이 수준이지만 일반 노인네들에게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었다.힘없이 당한 노인들은 모두 숨이 넘어갈 비명소리를 냈다.“하하하. 실력도 없으면서 앞길을 막다니 죽어도 시체를 못 찾게 될 거야.”장 매니저가 미친듯이 웃더니 갑자기 손태석의 멱살을 집어들었다.촤아악!“특히 너, 여러 번이나 우리를 방해했어. 꺽다리가 따라다니지 않았다면 넌 진작에 죽었어.”그 꺽다리는 바로 용필이다.그에게 맞은 가슴이 아직도 욱신거렸다.“퉷. 이 뱀파이어 같은 놈들아.”손태석은 장 매니저의 얼굴에 피와 침이 섞인 액체를 뱉었다.아내가 속은 것을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이글거렸다.“죽고 싶어?”장 매니저가 무서운 표정을
“넌 권력을 내세워 사리를 챙겼으니 나를 배신한 거나 다름없다. 너의 직무를 말해 보거라.”염구준이 명령투로 말했다.물어볼 것이 많지만 갑자기 몰아붙이면 오히려 탄로나기 쉬웠다.자백을 강요하려면 인내심이 있어야 했다.“아니, 넌 사장님이 아니야.”장 매니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쳤다.자백 약물은 무술인에게 큰 작용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괜한 헛수고를 했군.’정체가 발견되자 염구준은 상대방의 눈을 가린 천을 제거했다.“염구준, 너였구나.”“역시 회원들 가족을 훤히 꿰뚫고 있군.”이 사람들은 교묘하고 조심스럽게 부유한 사람만 골라서 작업했다.“날 건드리면 어떻게…”촤아악!매니저가 말을 끝내기 전에 염구준이 열 번은 되게 뺨을 후려쳤다.코와 입이 피투성이 된 매니저는 기가 한풀 꺾였다.“됐어, 이제부터 말해.”염구준은 손을 털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방금 매니저가 손태석을 때린 복수는 이것으로 끝났다.“휴. 염구준. 우리 조직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매니저가 거친 숨을 내쉬며 겨우 말했다.“그래? 내가 본 조직은 수없이도 많아. 결국은 다 내 손에 멸망했지.”염구준은 경멸하면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렸다.자신의 조직이 무시당하자 매니저가 분노했다.“우리 삼…”하지만 첫 글자만 말하고 입을 꼭 다물어버렸다.‘제법인데.’매니저는 이미 전문 훈련을 받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네 입으로 말해. 아니면 통째로 구워 버릴 거야.”염구준이 손에 힘을 모으자 불길이 타올랐다.“반천인 무술인이야?”그 모습을 본 장 매니저가 경악했다.속으로 일처리를 제대로 못한 부하에게 욕을 퍼부었다.반천인 고수를 건드리면 조직은 바로 망하기 때문이다.“알아봤으면 솔직하게 말하지.”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동시에 강하게 뿜어내는 살기는 당장이라도 매니저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깜짝 놀란 매니저는 기운에 눌려 꼼짝도 못하고 식은땀을 흘렸다.이렇게 공포스러운 살기는 수많은 사람을 죽
이미 두 번이나 막았는데 아직도 뭔가 남아있었다.그제야 염구준은 평범한 클럽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일이 꼬여서 이 신비한 클럽을 파헤치는 게 더 어렵게 되었다.염구준은 초상비와 합류한 후, 상대방 기록을 살펴봤는데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며칠 동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진숙영은 더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경을 읽었다.하지만 무엇을 읽고 있는지 누구도 알아듣지 못했다.그런 아내가 못마땅한 손태석은 불쾌했지만 어쨌든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겼다.사실은 장 매니저가 실종하여 클럽이 잠시 종적을 감췄다.상대방의 조심성은 염구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그동안 손가을도 물었지만 워낙 대단한 배후라 대충 얼버무렸다.오늘도 평범한 하루일 것 같았는데 염구준이 딸을 등교시킬 때 전화가 울렸다.“염구준 씨, 소란을 피우던 송대강이 또 나타났어요. 어떤 노인과 동행했는데 지금 만나자고 합니다.”“알았어요. 바로 갈게요.”염구준은 전화를 끊고 손씨 그룹으로 향했다.상대방이 계속 그런 태도라면 또 한바탕 참교육을 시킬 생각이다.회사에 도착하자 건물 입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였다.경비원들이 물리쳐도 구경꾼들은 떠나지 않았다.사람들 중간에 송대강이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등에 업은 가시나무가 살을 찔러서 옷에 피가 흥건히 묻었다.그날 집으로 돌아간 송대강은 사실을 과장해서 보고했다.열받은 송대강의 아버지는 바로 그를 냅다 발로 차버렸다.결국 송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그에게 직접 가서 사죄하라고 명령했다.하지만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사람은 없었다.“뭘 봐? 또 보면 너희들 눈알을 뽑아버릴 거야.”드디어 참지 못한 송대강이 욕을 퍼부었다.촤아악!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노인이 뺨을 쳤다.송대강은 머리가 윙윙거려서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둘째 할아버지. 평소 저를 제일 아끼셨잖아요. 왜 때리세요?”너무 억울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흘렀다.“네가 일을 망쳤으니 책임을 져야 한
“안녕하세요. 전 송윤호입니다. 손자 녀석을 데리고 사과하러 왔으니 제발 우리 가문을 도와주세요.”송윤호는 염구준을 보자마자 깍듯하게 인사했다,송씨 가문의 안위에 비하면 체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저희 회사 앞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시죠.”염구준은 아내의 손을 잡고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지난번에 송씨 가문과 잘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예의를 말아먹은 놈을 보냈으니 이번에 쌀쌀하게 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감사합니다.”송윤호는 바로 송대강의 등에 멘 가시덤불을 제거했다.이번 고비는 드디어 지나갔다고 생각했다.“둘째 할아버지, 나 병원에 가고 싶어요.”그런데 송대강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일이 다 해결되면 나랑 같이 가자.”송윤호도 가슴이 아팠지만 이런 상황에서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었다.손씨 그룹 회의실.세 사람만 있어서 그런지 더욱 조용했다.손가을은 강호에 대한 일에 관여할 수 없어서 참여하지 않았다.“무슨 일인지 먼저 말씀해 보세요.”염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한 달 전부터 얘기해야 합니다.”송윤호가 서류 봉투를 그에게 내밀며 천천히 말했다.한 달 전, 송씨 가문의 제조 공장에 도적이 들었는데 모두 로봇을 생산하는 부품을 훔쳐간 것이다.그때 수량이 적어서 도적을 의심하지 않고 순찰사에 신고한 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나중에 도적들이 당당하게 창고에 쳐들어와 약탈하기 시작했다.마지막에 도둑의 담이 점점 커져서 물건을 훔치는 것도 모자라 공장 직원들에게 폭력을 가했다.송씨네 공장은 워낙 많아 공격하는 무리도 점점 많아졌다.하지만 그들은 도둑들에게 저항할 힘이 없어 특별히 염구준에게 부탁한 것이다.사실대로 얘기를 끝냈지만 수상한 부분이 많아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돈을 강탈하는 사건은 많아도 부품을 강탈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꽤 무거운 물건인데 그렇게 쉽게 가져갈 리가 없는데 말이다.“도적들의 신분은 밝혀졌습니까?”송윤호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정확하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