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틀 뒤에 갈 테니까 먼저 청해로 가셔서 필요한 약재를 준비하세요.”염구준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어깨 부상은 빨리 치료받아야 합니다.”이제마는 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까 봐 다시금 충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리고 세 장의 처방을 써주면서 현지에서 약을 찾으면 먼저 복용하라고 일렀다.똑똑!“은인, 나와서 밥 드시지요.”그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이 나쁜 놈을 쫓아냈으니 마을 사람들에게 이보다 경사스러운 일은 없었다.“갈게요.”염구준은 그제서야 휴대폰 액정에 뜬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이렇게 늦은 시간이 되었다니 깜짝 놀랐다. 자신이 몇 시간씩이나 통화한 줄 몰랐던 것이다.“은인. 자리에 앉으시지요.”염구준이 나가자 마을 사람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친절하게 대했다.“하하하. 다들 편하게 말씀해주세요.”염구준이 웃으면서 말했다. 과한 친절은 오히려 더욱 불편했다.“휴대폰!”이때 한 그림자가 쑥하고 염구준 앞에 나타나 앞길을 막았다.바로 연이었다. 휴대폰은 그녀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1분만 더 쓸게.”염구준은 이장에게 물었다.“이장님, 혹시 마을에 한약에 능통한 한의사가 있나요? 제가 진찰을 받고 싶어서요.”비록 염구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워낙 주변이 조용해서 모두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내가 이전에 한약에 대해 배운적이 있다네. 괜찮다면 내가 봐 드려?”이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 그만큼 약재를 잘 아는 사람도 없었기에마을 사람들은 아프면 모두 이장을 찾아 처방을 받아서 약을 지어먹었다.“그럼 한 번 봐주세요.”염구준은 오른손을 뻗고 왼손으로 휴대폰을 열어 방금 이제마가 보낸 처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참동안 어깨를 살펴보던 이장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경맥을 다친 것 같군. 난 치료하지 못해.”역시 염구준의 예상대로였다.“이장님, 혹시 여기 이것과 똑 같은 약재가 있나요?”염구준은 휴대폰을 가까이 들이밀었다.첫 번째 사진을
”검에 다쳤다고요? 무슨 액션 영화 찍어요?!”마침 약재를 빻던 연이가 볼멘 소리로 중얼거렸다.“하하하.”염구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이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굳이 따질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연아, 참견하지 말거라.”이장이 제지했다.평소 그는 손녀딸을 가장 아껴서 감히 심하게 나무라지 못했지만 말이다.“네.”연이는 풀이 죽어 대답하고는 고개를 숙여 다시 약을 갈기 시작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장이 약을 배합하고 즙으로 만들어냈다.“약을 쓰면 좀 아파. 참아.”“알겠습니다.”염구준은 여유롭게 팔을 들었다. 평범한 전사가 되었을 때부터 부상은 밥 먹듯이 입어서 이 정도 아픔은 참을 수 있었다.“스읍!”하지만 약을 바르자마자 심장을 찌르는 듯한 심한 고통이 밀려와 심호흡을 들이마셨다.속으로 이제마가 일부러 이런 처방을 주었다고 불평했다. “은인은 어디서 왔나?”이장은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주의력을 분산시켰다. 평소 마을 사람들을 치료할 때도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고향은 북방이고 지금 청해시에 살고 있어요.”염구준이 드디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약재가 아팠지만 그래도 참을만했다.“연이도 청해대학에 다니는데 이런 우연이 다 있군!”이장의 눈이 반짝였다.“공부를 잘하나 봐요. 청해대학에 가기 쉽지 않은데요.”이건 사실이었다. 청해대학은 손씨 그룹의 후원을 받아 최근에 용하 1순위 대학으로 꼽혔다.“연이는 우리 마을에서 나온 첫 대학생이야.”이장은 이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뿌듯했지만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시내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취직이 어려울 거 같아 걱정이구려.”염구준은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청해에 제 지인들이 있는데 졸업하면 저를 찾아오라고 하세요.”이장이 치료를 해줬으니 당연히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고맙네.”이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허세를 부리긴!”연이는 염구준을 힐끗 째려보다가 할아버지가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이장이 말하려고 할 때 염구준이 나서서 그를 막았다. “이런 사람들과 좋게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염구준은 장 대표를 경멸하듯 쳐다봤다.“뚱보. 날 찾으러 왔지?”“뚱보?”이 별명은 정말 오랜만에 듣는다. 아니, 누구도 감히 부르지 못했다.“그래. 이따가 처맞고도 그런 말을 하나 두고 보자.”외진 산골에서 그는 황제처럼 행동했다.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서 두 명의 고수가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두 사람은 정진왕자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였다.잠시 후 윙 하는 검날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염구준은 왼손으로 검을 뽑아 한 사람의 팔을 베었다.달려오던 부하는 반짝이는 빛이 스쳐가는 것과, 갑자기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내 팔이… 끊어졌어!”다른 부하들 또한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감히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단 한 번 검을 휘둘러서 정진왕자 경지에 도달한 고수의 팔을 잘랐으니 감히 대항하지 못했다.“선배님, 저는 그저 지나가던 길입니다. 저 사람은 몰라요.”겁쟁이 같으니라고!“모른다니 다행이네. 그럼 가서 뚱보 이빨을 전부 뽑아오던가.”염구준이 검으로 장 대표를 가리켰다.“장 대표님.. 죄송합니다.”두 사람은 한마디만 내뱉고 장 대표에게 달려들어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비록 한 사람은 팔이 끊어졌지만 다리를 쓸 수 있어서 화풀이하듯 더 세게 찼다.“으아악! 너희들은 내 돈을 받고도 나를 때리냐…?”장 대표는 머리만 감싸고 바닥에서 뒹굴면서도 소리를 질렀다.뒤에 선 나머지 부하들은 두 고수의 실력을 알고 아예 못 본 척했다.“됐어. 그러다 똥이 다 나오겠어.”이 정도면 되겠다 싶어 염구준은 그들을 제지하고 질문을 던졌다.“내가 여기 있어. 이제는 어쩔 건데?”“나도 그냥 지나가던 길입니다..”장 대표도 똑같은 말을 했다.오늘 이곳까지 온 이상 빚은 갚아야 했지만 두 고수가 두려울 정도라면 그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장 대표는 꼬리를 내렸지만 그
장 대표가 돌진하려고 하는 바로 그때, 뒤에서 누가 손으로 그의 목을 쳐서 기절시켜 버렸다.바로 그가 데리고 온 고수였다!“이만 물러나겠습니다.”두 사람은 염구준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올린 후, 장 대표를 업고 후다닥 도망쳤다.이후에 장 대표의 회사는 결국 차압을 당하고, 염구준은 청해로 돌아가 농업 기술자들을 마을에 보내 과수원을 어떻게 관리할지 주민들에게 가르쳤다.물론 이것들은 전부 나중에 발생한 일들이지만 말이다.지금 이 시각, 마을 주민들은 장 대표가 기고만장하게 나대다가 본전도 못하고 도망치는 꼴을 보니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어 어안이 벙벙해졌다.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모든 일이 눈앞의 사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였다.모든 일을 처리한 후, 염구준은 대충 챙겨 먹고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이튿날, 그는 걸어서 산을 벗어나 손씨 그룹의 지사를 찾아간 후에 청해로 갈 계획이다.그런데 수천 리 여정을 걸어서 가는 것도 말이 아니었다.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했을 때 어깨 부상이 전성기의 2할은 회복되었다.하지만 약효가 벌써 떨어져서 새로운 약을 바른다고 해도 어깨를 고치지는 못했다.“은인. 밥부터 먹어.”이장은 밥을 차려놓고 그를 불렀다.“갑니다.”염구준은 사양하지 않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언제 청해로 돌아갈 생각인가?”이장이 물었다.“밥 먹고 출발할 예정이예요. 더 늦으면 가족들이 걱정해요.”그는 숨길 것도 없으니 바로 대답했다.“가족들이 차로 데리러 오는가?”“아니요. 저 혼자 가지요.”“잘됐네. 연이 학교가 이제 개학해서 대여한 차로 청해로 가야 하거든. 거기 물어보니까 빈자리가 있다고 하더라고.”“아.. 감사합니다! 이장님.”두 사람은 이야기가 잘 끝났지만 연이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친구들이 누구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곤란했지만 할아버지 말을 거역할수는 없었다.그렇게 밥을 먹은 후 떠날 시간이 되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입구로 나와 염구준을 배웅했다.“은인. 잘
필경 진우의 수단은 그녀도 들은 바가 있어서 두려워졌다.“친구, 말 조심해서 해. 나도 너를 순식간에 죽여버릴 수 있다고.”조수석에 앉은 염구준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눈을 부릅떴다.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진우는 강적을 만난 듯 감히 찍소리도 못했다.기사님은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서둘러 나서서 화제를 돌렸다.“지금 다들 한가한 거 같으시니 먼저 차비부터 주시죠.”염구준은 그 말을 듣고 입가를 슬쩍 올렸다.차비는 내야 하니 모두 잇달아 현금을 꺼내 기사한테 건네주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러지 못했다. 수중에 일전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에 갖고 다니던 현금은 전부 밥을 먹은 대가로 마을 주민들에게 탈탈 털어 주었다.“기사님. 청해에 도착하면 드려도 괜찮을까요?”“설마 내리자마자 도망치는 건 아니겠죠?”기사님은 오랫동안 택시를 운전하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어 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했다.“그럼요. 나 돈 많아요.”염구준이 장담했다.영웅이 일 푼도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분 차비는 제가 낼게요.”그때 연이가 현금을 세더니 기사에게 건넸다.일주일 생활비가 사라져서 가슴이 아프지만 도와준게 내심 고마웠다. “하! 잘난 척하더니 이제 보니까 거지였네?”여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아냥거리자 진우가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염구준 같은 눈빛을 가진 사람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느꼈다. 심지어 진우의 보스도 그의 눈빛에 비하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염구준은 그들이 자신을 욕해도 보잘것없는 두 마리 벌레라 여기며 무시했다.“연이야, 청해에 돌아가면 바로 갚을게.”“다정하게 부르지 마세요. 이연이라 불러요. 돈은 무조건 갚으시고요.이연은 마음과 달리 퉁명스럽게 말했다.“당연하지. 그때 가서 100만원으로 갚아주마.”염구준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치며 엄숙하게 말했다.“100만원이요?!”이연은 이렇게나 많이 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부족해? 그럼 0 하나 더 추가할까?”염구준은 적다고 싫어한다고 생각해
”우리도 호텔에서 묵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어.”염구준은 이연의 짐을 들고 호텔로 향했다.그랜드 호텔은 전국 체인 호텔로서, 역시 손씨 그룹 계열사였다.“거짓말하지 마세요. 내 돈으로 호텔에 들어가지도 못하거든요.”이연은 동행한 친구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뒤따랐다.몇몇 사람들이 빠르게 호텔 로비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또 진우와 만나 버렸다.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하는가?“이연.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니야.”진우의 여자친구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괴롭힐 기회가 왔는데 그녀가 절대 놓칠 리 없었다.“하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지.”염구준은 트렁크를 놓고 데스크로 향했다.“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물었다.그러자 염구준도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안녕하세요. VVIP룸 있나요?”“현재 없습니다.”“그럼 VIP룸을 주세요. 그리고 스위트룸도 추가로요.”“네, 비용은 총 합쳐서 3400만 원입니다. 호텔 내 유흥업소는 편하신 대로 이용하시면 됩니다.”직원은 체크인 수속을 하고 카드 두 장을 내밀었다.“하. 차비도 없으면서 무슨 허세야.”진우 여자친구가 또 옆에서 빈정거렸다.“스캔하세요.”염구준은 무시하고 핸드폰을 인식기에 댔다.“이체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순간 모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정말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호텔 직원들이 하마터면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는 것이다. ‘염구준이다.’그랜드호텔은 손씨 그룹의 것이니 그들의 사장이나 다름없었다.“선생님. 잠시만요.”직원은 말을 마치고 휴대폰을 꺼내 총괄 매니저에게 연락했다.사장이 이곳가지 오셨는데 감히 푸대접을 할 수는 없었다.염구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드 두 장을 가져와 한 장은 이연에게 건넸다.“너희 둘은 한 방 써.”그가 건넨 것은 VIP룸 카드였다.“진짜요?”이연은 꿈을 꾸는 것 같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평
”새 휴대폰을 가져다 주세요. 여기 방 번호 있어요.”염구준은 총괄 매니저를 상대하기 귀찮아져 카드를 보여주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그렇게 로비에는 당황한 진우 커플만 덩그러니 남았다.“휴.”진우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거물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보고 건드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상대방의 세력을 봐서는 자신을 황천길로 보내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았다.“대체 누구세요?”“누구긴, 나지.”염구준은 상대방의 의도를 몰라 어리둥절하며 답했다.“흥. 말하기 싫으면 관둬요!”이연은 아직도 방금 일 때문에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그러자 염구준은 따지지 않고 시선을 돌려 말했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근데 마을에서 나올 때 네 할아버지한테 널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청해에서 무슨 일에 닥치면 나한테 찾아오도록 해.”그 말에 이연이 또 오해했다.“누가 보살펴달라고 했어요?”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연이는 트렁크를 끌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염구준은 자신이 방금 아무런 실수도 안 했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괜히 머리를 긁적거렸다.방에 들어가 식사를 마친 후 염구준은 계속 남은 기운으로 체온을 조절하면서 고중천 늙은이에게 탄복했다.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 고수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수련 상태로 들어간 그는 너무 집중해서 다른 공간에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까맣게 잊을 정도였다. 저녁에 누가 노크하는 소리에 깨어날 수 있었다.똑똑!“선생님! 같이 오신 여자아이한테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 술집 2층에 있습니다..!”총매니저의 다급한 목소리에 심각함이 느껴졌다.평소 같았으면 직접 나서서 해결했을 텐데, 이번엔 염구준이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끼익!“앞장서세요. 직접 가서 확인할게요.”염구준은 왼손에 천으로 감싼 구자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낮까지만 해도 보살핌이 필요 없다고 땅땅거리더니 청해에 가기 전에 벌써 일이 터지다니!…술집 2층.
”계속 질러. 더 높게 지를수록 난 더 흥분되니깐.”사내가 이연에게 덮치려고 했다.“아아악!”바로 그때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술집 입구에는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바로 염구준이었다.“넌 누구야? 감히 내 부하를 건드려?! 정말 죽고 싶어?”사내는 인상을 굳히며 소리쳤다.오랜만에 반반한 여자를 만났는데 어디서 굴러온 놈 때문에 흥이 다 깨져 버린 것이다.“너한테 그럴 실력이 있나 모르겠네.”염구준은 술집에 성큼성큼 들어오면서 사내를 노려보았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이연은 아는 얼굴이 나타나자 두 말하지 않고 바로 안전하게 그의 뒤에 숨었다.마치 영웅이 미녀를 구하는 장면과도 같아 사내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자신의 즐거움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그를 짓밟고 여자의 환심을 사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밖에서 뭐해? 들어와서 저놈을 쳐!명령을 내렸지만 평소 그에게 절대 복종하던 부하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염구준이 무덤덤하게 말했다.“네 부하들이라면 안 올 거야. 바로 응급실에 보내야 목숨을 살릴 수 있거든.”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강한 사람 앞에서 개처럼 구는 놈들이라 누구도 염구준을 막을 수 없었다. “웃기지 마. 나 윤기범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평생 후회하게 만들 거야.”윤기범은 직접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휴대폰을 흔들었고, 용하국을 통틀어 자신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그래?”그러자 염구준은 말하는 동시에 두 갈래 기운을 발사해 윤기범의 두 다리를 공격했다!“아아악!”처량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윤기범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몸이 움직이지 않자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렀다.“너…! 감히 내 다리를 부러트렸어? 내가 누군지 알아?!”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는 그는 쓰러져서도 큰소리를 쳤다.떳떳한 윤씨 가문의 장손이라 어디를 가도 환대를 받았던 그였는데 쪽팔리기 그지 없었다. “이연아, 싸대기 100대 날려. 건방지게 굴지 못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