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형의 목소리네요. 진짜 구주 형이에요!”쇠사슬에 사지가 묶인 소년후는 갑자기 아이처럼 울먹이기 시작했다.“하하, 서준아. 형은 널 속이지 않았다니까!”정태웅은 녹음펜을 거두어들인 뒤 기쁜 얼굴로 말했다.“얘기해줘요. 구주 형 지금 어디 있어요?”남궁서준은 갑자기 고개를 들면서 흥분한 얼굴로 눈앞에 있는 정태웅을 향해 물었다.“얘기했잖아. 나랑 같이 남릉 고씨 일가로 향하면 저하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넌 지금 검옥에 갇혀 있고 너희 집안 어르신들이 쇠사슬로 네 사지를 묶어놓았지. 이걸 어떡하지?”정태웅은 중얼거리면서 아래쪽에 있는, 쇠사슬에 사지가 묶인 흰옷을 입은 소년을 바라보았다.남궁서준은 차갑게 웃었다.“겨우 쇠사슬일 뿐이에요. 절 묶어둘 순 없죠.”남궁서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엄청난 검기를 뿜어댔다.그 검기는 마치 용과 같았다. 그것은 곧바로 검옥 안의 모든 검기를 제압했다.마치 그가 검 중의 왕인 것처럼 말이다.무시무시한 검기가 움직이면서 철컥철컥 소리가 났다.남궁서준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의 사지를 묶었던 쇠사슬이 순식간에 부서졌다.“세상에! 서준아, 너 그사이 실력이 또 는 거야?”그 광경에 정태웅의 눈이 빛났다.“역시 괴물답네! 이 정도 재능이면 곧 저하를 따라잡을 수 있겠는데?”흰옷을 입은 소년은 자신의 사지를 묶었던 쇠사슬을 부순 뒤 오른손을 들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리 와!”챙 소리와 함께 금빛의 검이 지면을 뚫고 지하에서 올라왔다.금빛의 검은 그 길이가 아주 길었고 검날은 보통 검보다 조금 더 넓었다.칼자루에는 빛나는 야명주들이 박혀 있었다. 그 검은 남궁 가문의 명검 유용검으로 남궁서준의 독특한 무기였다.유용검을 손에 넣게 되자 화진 소년후의 기세가 다시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마치 그와 그가 들고 있는 금빛의 검이 한 몸이 된 듯 말이다.금빛의 검을 든 흰옷을 입은 소년은 위로 올라가서 정태웅의 앞에 섰다.엄청난 검기가 그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는 정
두 사람은 검옥 위쪽으로 향한 뒤 문 앞에 정태웅이 기절시킨 두 명의 부하를 보게 되었다.그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보았다.정태웅이 말했다.“우선 이 둘에게 물어볼까?”남궁서준은 짧게 그러자고 대답했다.정태웅은 손가락을 들었고, 곧 현기 두 줄기가 기절한 두 명의 남궁 제자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두 사람은 정신을 차렸다.“헤헤, 일어났네요!”정태웅은 두 사람이 정신을 차리자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정 지휘사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어떻게 저희를 기습할 수 있죠? 지휘사님...”두 사람이 검을 뽑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고 곧 옆에 서 있는 흰옷을 입은 소년을 보았다.‘응?’“도련님...”“도련님을 뵙습니다!”두 사람은 남궁서준을 보자 두 다리가 후들거려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남궁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없이 두 제자를 힐끗 보았다.“도련님, 어... 어... 어떻게 나오신 겁니까?”한 제자가 전전긍긍해서 남궁서준에게 물었다.“내가 나오고 싶으면 나오는 거지. 누가 날 막을 수 있겠어?”남궁서준이 말했다.그 말에 두 제자는 말문이 턱 막혔다.확실히 남궁 가문의 천재이자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귀재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너희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반드시 솔직히 대답해야 해. 알겠어?”남궁서준이 갑자기 말했다.“네, 네. 물으세요!”두 사람이 말했다.“남궁 가문의 젊은 세대 중 절름발이가 있어?”남궁서준은 정태웅이 했던 질문을 똑같이 했다.‘뭐라고?’“절름발이요?”두 제자는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맞아. 그 절름발이가 남릉 고씨 일가 딸과 약혼했다던데, 알고 있어?”정태웅이 말을 더 보탰다.그 말을 들은 두 제자는 한참을 생각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얼굴이 긴 편이 제자가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혹시 남궁 가문의 방계인 남궁혁 말씀이세요?”“남궁혁?”남궁서준은 그 이름이 낯선 듯했다.
남릉 고씨 일가.윤구주가 고씨 일가의 장원을 점령한 뒤로 고씨 일가는 아주 초라했다.특히 대문 쪽은 윤구주의 검에 의해 30m에 달하는 길이의 흔적이 남겨졌다. 그로 인해 한때 휘황찬란했던 고씨 일가는 아주 황폐해졌다.현재 고씨 일가 사람들은 전부 장원을 떠났다.누가 감히 그곳에 남아있겠는가?고씨 일가 가주인 고준형도 사람들을 데리고 고씨 일가 장원을 떠났다.현재 고씨 일가 장원에는 윤구주와 시괴 거인 동산을 제외하면 다른 이는 없었다.널따란 고씨 일가 대전 안, 윤구주는 휴대전화를 들고 정태웅이 보낸 문자를 보고 있었다.정태웅은 남궁서준을 데리고 남릉으로 오고 있고, 남궁혁의 신분도 알아냈다고 했다.고씨 일가는 남궁 일가 쪽에 줄 서기 위해 자기 딸을 남궁 일가 방계에 시집 보내려고 했다. 윤구주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어쩐지 남궁 일가의 젊은 세대 중에서 남궁혁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없다 싶었는데 방계에 불과한 쓰레기였군.”윤구주는 문자를 다 본 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휴대전화를 넣어두고 계속해 수련했다.이제 그는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고씨 일가 어르신이 돌아오기를 말이다.천년초 하나와 엇비슷한 수준의 봉안보리구슬 팔찌가 그에게 있었다.윤구주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수련하고 있을 때 끼익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고, 곧 아름다운 여자가 차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고씨 일가 셋째 딸 고시연이었다.레이스가 달린 긴 치마를 입은 고시연은 종처럼 차를 들고 와서 내려놓은 뒤 묵묵히 윤구주의 뒤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마치 정말로 윤구주의 종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네 몸에 남겼던 화련금안은 이미 풀었는데 왜 가지 않는 거야?”윤구주는 갑자기 눈을 살짝 떴다. 횃불과도 같은 시선이 고시연에게 닿았다.고시연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침묵했다가 대답했다.“전... 당신이 저희 할아버지와 싸우기를 바라지 않아요.”“하! 날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네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거야?”윤구주가 물었다.고시연은
그러나 그녀는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에게 정복당했다. 심지어 저도 모르게 눈앞의 마귀 같은 남자가 점점 더 좋아졌다.하지만 그를 좋아해도 될까?아니, 절대 그래서는 안 됐다.그는 고씨 일가의 원수고 고씨 일가를 점령했다. 게다가 이젠 고씨 일가의 보물을 빼앗으려고 하고 있었다.이런 남자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게다가 그는 화진의 4대 가문 중 하나인 고씨 일가 아들과 결혼 약속을 했다.그래서 고시연은 이 마귀를 빨리 보내버리고 싶었다.그가 이 남릉에서 떠나길 바랐다.그러나 윤구주가 떠날 리 없었다.화진의 왕이자 과거 10개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최강자였다. 그의 영예를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그러니 일개 고씨 일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어쨌든 호의는 고마워. 하지만 넌 이만 돌아가도록 해. 이제 이곳은 곧 폐허가 될 테니 말이야.”윤구주가 갑자기 고시연을 향해 말했다.고시연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온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힐끗 말했다.“그래요, 갈게요! 그렇게 죽고 싶다고 하니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말을 마친 뒤 고시연은 단호히 떠났다.그녀가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 윤구주가 갑자기 말했다.“잠깐!”고시연은 고개를 돌렸다.“또 무슨 일이에요?”“묻는 걸 잊었네. 너랑 남궁 일가의 결혼은 네가 선택한 거야? 아니면 고씨 일가를 위해서야?”윤구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시연은 흠칫했다.그녀는 그곳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리고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저랑 남궁 가문의 그 사람은 겨우 한 번 봤어요.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이랑 결혼하겠다고 할 리가 있겠어요?”그 말에 윤구주는 짧게 대답했다.“알겠어. 네 가문에서 강요한 건가 보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희 가문에서는 몰랐나 봐. 모든 남궁 가문의 사람이 4대 가문의 직계는 아냐.”“그 말 무슨 뜻이에요?”고시연은 의아한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별 뜻 없어. 그냥 좋은 마음
“고 가주님, 어떤 빌어먹을 놈이 제 사제를 이렇게 다치게 한 겁니까?”질문을 한 사람은 용호산의 기성윤이었다.그는 흐려진 안색으로 사람을 죽일 듯이 짙은 영기를 내뿜었다.“맞습니다, 고 가주님. 홍 대사님께서는 무려 태허 경지인데 누가 그를 다치게 할 수 있단 말입니까?”기성윤의 뒤에 있던 십여 명의 도포를 입은 제자들도 의문을 표했다.질문을 받은 고준형은 탄식했다.“기성윤 대사님, 홍 대사님을 다치게 한 사람은 바로 우리 고씨 일가를 점령한 놈입니다!”“젠장! 고 가주님, 그놈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전 그 자식의 살갗을 벗기고 사지를 분질러 제 사제의 복수를 할 겁니다!”기성윤이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그 자식은 지금 저희 고씨 일가 장원에 있습니다!”고준형이 대답했다.“좋아요! 오늘 그 자식이 얼마나 배짱이 두둑하길래 감히 우리 용호산과 척지려 하는 건지 한 번 지켜봐야겠어요!”기성윤은 그렇게 말한 뒤 윤구주를 찾으러 가려고 했다.“기성윤 대사님, 잠시만요!”이때 고준형이 기성윤을 불러 세웠다.“왜요? 설마 제가 그 자식을 이기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겁니까?”기성윤이 고개를 돌려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전 그저 홍 대사님이 저희 고씨 일가 때문에 심하게 다쳤으니 저희 고씨 가문도 당연히 복수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제 두 아들이 조금 전 저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아마 30분쯤 뒤에 저희 집안 어르신께서 올 겁니다.”고씨 집안 어르신이 곧 돌아올 것이다.그 말을 들은 기성윤은 멈칫했다.“고씨 집안 어르신께서 오신다고요?”그가 물었다.“네.”“그래요. 고씨 집안 어르신이 돌아오신다니 제가 나설 필요는 없겠네요. 아무래도 고씨 집안 어르신이 저보다 더 강하니 말이에요.”기성윤이 말했다.고진용은 고씨 집안 어르신으로 무도 천방 7위인 사람이었다.그가 드디어 출관해서 돌아온다니!시간은 일분일초 흘렀다.고씨 일가 사람들, 무
무시무시한 추락으로 인해 무도 연맹 지면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심하게 진동했다.더욱 두려운 점은 그의 발밑에 백 미터 반경으로 단단한 지면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다.그는 회색 옷에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었다.그의 나이 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그의 무시무시한 현기는 숨겨지지 않았다.그가 바로 고씨 일가의 어르신 고진용이었다.고진용이 천 미터 고공에서 뛰어내리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 용호산의 기성윤까지 눈이 휘둥그레져서 80대 고령인 고진용을 바라보았다.“아버지, 오랜만입니다. 출관을 축하드립니다!”첫 번째로 무릎을 꿇은 것은 고씨 일가 가주 고준형이었다.“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출관을 축하드립니다!”곧이어 현장에 있는 수백 명의 무도 연맹 사람들이 일제히 노인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수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자 고진용은 무덤덤하게 손을 휘저었다.“이렇게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 난 그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야. 내 팔순 잔치가 곧 열리는데 그 직전에 갑자기 우리 고씨 일가에서 소동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니 말이야.”고진용이 차갑게 말하자 고준형이 서둘러 나섰다.“아버지! 제가 고씨 일가를 지키지 못한 탓입니다. 절 벌하여 주십시오!”고진용은 코웃음 친 뒤 말했다.“벌은 일단 차치하고 질문 하나 하겠다. 우리 손녀는 어디 있어?“그가 말한 손녀는 당연하게도 고시연이었다.“아버지, 시연이는… 아직도 그놈에게 붙잡혀 있습니다!”고준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진용이 바럭 소리를 질렀다.“젠장!”우레와도 같은 소리였다.심지어 그 무시무시한 서리에 내공이 약한 무도 연맹 사람들은 혈기가 날뛰어서 피를 토할 뻔하기도 했다.“나 고진용의 손녀를 누가 감히 감금해?”무적의 육신이라 불리는 고진용의 얼굴 위로 무시무시한 살기가 드러났다.“고준형, 내가 물을게. 너 아버지로서 자격이 있니? 네 딸이 남에게 감금당했는데 넌 여기 한가하게 있는 거야?”고진용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준형을 바라보았다.“용서해 주십시오, 아
고진용이 고씨 일가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손녀였다.고시연이 돌아온 걸 본 고진용은 서둘러 손녀를 끌어안았다.고시연도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면서 그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꼭 끌어안았다.“우리 손녀, 울지 마. 얼른 할아버지에게 얘기해 봐. 어디 다치진 않았니? 억울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고?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왔으니 네가 힘들었던 만큼 이 할아버지가 천 배 만 배 상대에게 갚아주마!”고진용은 애정 가득한 얼굴로 고시연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전 다치지 않았어요. 억울한 일을 당하지도 않았고요. 그냥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어요.”고시연은 눈물을 닦으면서 고개를 들었다.“바보 같긴!”그렇게 고시연이 돌아왔다.널따란 무도 연맹 로비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중의 선두는 고진용이었다.그리고 용호산 천암사의 기성윤과 고준형, 무도 연맹 각 파벌의 장문인들이었다.그들 모두 고진용의 출관을 축하하러 온 것이었다.그리고 현재 그들은 윤구주를 어떻게 상대할지 의논하고 있었다.“난 이미 출관했고 우리 손녀도 무사히 돌아왔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솔직히 얘기해 봐.”고진용이 물었다.“어르신, 무도 연맹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번만큼은 부디 저희 편이 되어주세요!”한 남자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고진용을 향해 말했다.그가 무릎을 꿇자 무도 연맹의 다른 구성원들도 고진용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어르신, 저희 형의문을 위해 나서주십시오!”“신씨 일가 형제를 나서주십시오!”“금강사와 청성관도요!”단도문, 형의문, 신씨 일가 형제, 금강사, 그리고 청성관까지 전부 서남의 유명한 무도 문파들이었다.그런데 그들의 제자가 갑자기 본인 앞에 무릎을 꿇자 고진용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고진용은 슬쩍 보았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5대 문파의 제자들이었는데 장문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체 무슨 상황인 것이냐? 너희들 장문인은?”“어르신, 저희 장문인은... 이미 그놈에게 전부 죽임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복수해 줄 테니까. 하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군. 우리 서남 무도 연맹은 그 자식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그 자식은 왜 사람들을 죽인 거지?”고진용이 물었다.“아버지, 그 자식이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봉안보리구슬을 노리고 있습니다.”고준형이 서둘러 말했다.“뭐라고? 빌어먹을 놈이 감히 우리 집안 보물을 노려?”고진용은 참기 어려웠다.봉안보리구슬은 고씨 일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보물이었다.고진용은 그것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것은 인체에 유익하고 무인에게는 내력을 증강하는 효능이 있다.그런데 윤구주가 감히 고씨 일가의 보물을 노려서 사람들을 죽였다는 걸 알게 되자 고진용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목숨 귀한 줄 모르는 놈이구나. 감히 우리 고씨 일가로 찾아와서 우리의 물건을 빼앗으려고 해? 어떤 배짱 좋은 놈이 감히 서남에 와서 소동을 일으키는 건지 오늘 한 번 봐야겠어!”고진용이 윤구주에게 복수하려고 그를 찾아가려고 할 때, 아름다운 고기연이 갑자기 안에서 달려 나왔다.“할아버지, 잠깐만요!”자기가 가장 아끼는 손녀가 뛰어나오자 고진용은 서둘러 말했다.“시연아, 안에서 편히 쉬고 있지 왜 나온 거야?”고시연은 로비 중앙으로 나오더니 고진용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시연이 갑자기 무릎을 꿇자 로비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어리둥절해졌다.가장 어리둥절한 사람은 고진용이었다.“시연아, 너 뭐 하는 거야?”고시연은 고개를 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할아버지, 그 사람을 용서해 주세요…”그 말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특히 로비에 있던 무도 연맹 사람들과 용호산 천암사의 사람들은 안색이 돌변했다.“고시연 아가씨,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희 장문인께서는 아가씨를 위해서 나섰다가 그 빌어먹을 놈에게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 망할 놈을 용서해달라고요?”단도문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맞아요. 우리 형의문, 금강사, 신씨 형제들 모두 고씨 일가 아가씨를 위해서 나섰는데 어떻게 그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