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설국 병사들은 신급이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순간 멍해졌다.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물러서려 했지만, 불행히도 이미 늦었다.허공에 우뚝 선 윤구주가 두 팔을 벌리고 사방으로 손을 내리며 외쳤다.“진역 결계, 열려라!”윤구주를 중심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금빛 그물이 형성되더니, 단번에 모든 설국 병사들과 군영 전체를 뒤덮었다.결계가 펼쳐지자, 그 위압감은 숨을 쉬기도 힘들 만큼 강력했다. 그 압박은 단지 병사들뿐만 아니라, 세나미와 위룡 장군에게도 가해졌다. 마치 몸 위에 거대한 산이 얹힌 듯한 기분이었다.“하늘이시여!”“저 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떻게 이런 신력을 펼칠 수 있지?”사방의 설국 병사들이 모두 윤구주의 금빛 결계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며, 거대한 체구를 자랑하는 위룡 장군마저 두려움에 휩싸였다.하지만 그는 설국의 장군이었다. 곧 마음을 다잡고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모두 겁먹지 마라! 저자는 혼자다. 우리가 모두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겠는가?”“탱크를 준비하라!”“탱크의 포격이라면 저놈이 버텨낼 리 없다!”위룡 장군의 명령과 함께 설국의 탱크 세 대가 일제히 움직였다. 검은 포신이 윤구주를 향해 하늘로 들어 올려졌다.“장군! 정말 발포하시겠습니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포격이 우리 병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한 탱크병이 다급히 말했다.위룡 장군은 이를 악물며 단호히 답했다.“그런 건 상관없다! 오늘 이 하진 놈을 없앨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대가도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윤구주와 같은 신급 강자를 상대하려면 대포와 같은 대형 화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발포하라!”“저 하진 놈을 산산조각 내버려라!”장군의 명령과 함께, 중장갑 탱크에서 강렬한 포성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진동하며, 두려운 속도로 날아간 포탄이 허공의 윤구주를 향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차분히 그 광경을 응시하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찮군.”그의 손에 들린
“명중했습니다! 장군, 우리가 저놈을 맞췄습니다!”탱크병 한 명이 뿌연 연기로 가득 찬 하늘을 바라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주변의 설국 병사들도 환호를 터뜨렸다.“그 하진 놈이 드디어 죽었어요!”“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 우리 탱크 공격을 버티지 못했어요!”모두가 윤구주가 죽었다고 확신했다.심지어 위룡 장군도, 연기 자욱한 하늘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네 운이 다한 거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세나미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아가씨, 드디어 그 끔찍한 하진 놈을 처치했습니다. 이제 안전합니다!”그러나 세나미는 위룡 장군의 말을 들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넓게 뜬 눈으로 연기가 자욱한 하늘만 응시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정말... 죽은 걸까요?”위룡 장군은 세나미의 멍한 표정을 보고는 다시 말을 건넸다.“아가씨,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신급 강자라고 해도, 우리 탱크의 포격을 버틸 수는 없습니다.”그 순간이었다.하늘을 가득 메웠던 검은 연기가 갑자기 소용돌이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이어, 연기 속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세나미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이럴 수가! 윤구주가... 아직 살아 있어요!”“뭐라고요?”위룡 장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그리고 그 순간, 검은 연기로 가득했던 하늘이 강한 바람에 휩쓸리며 맑아지기 시작했다.검은 연기가 흩어진 자리에서, 굉음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를 죽인다고? 설국의 벌레들이 감히 나를 넘본다고?”연기가 걷히며 드러난 윤구주의 모습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그의 온몸이 황금빛 광막에 둘러싸여 있었다.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고, 허공에 우뚝 선 그의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 마치 신화 속의 마신 같았다.“하늘이시여! 그 하진 놈이 아직 살아 있다니! 이게... 이게 말이 돼?”“우리 탱크의 포탄이 분명히 저놈을 맞췄는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지?”설국 병사들은
땅 위에는, 이전까지 남아 있던 설국 병사들의 잔해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왜냐하면, 윤구주의 화련 금안은 단순히 영혼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육체마저 완전히 소멸시켜 뼛조각 하나조차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지금 상황이 바로 그랬다.수백 명에 달하던 병사들은 윤구주의 불꽃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얼어붙은 대지 위,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전멸된 병사들의 흔적을 보며, 세나미는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전장에서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한편, 모든 적을 처치한 윤구주는 허공을 가르며 천천히 내려왔다.그가 땅에 닿자, 세나미가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그에게 달려들었다.“악마야!”“넌 정말 악마야!”“왜 이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거야!”붉은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는 세나미는 거의 발광한 상태로 윤구주의 가슴팍을 두드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가 손을 뻗자마자 윤구주는 단호하게 손바닥을 휘둘러 그녀의 뺨을 가격했다.펑!압도적인 힘에 세나미는 그 자리에서 날아가 눈 위를 여러 번 구르다 겨우 멈춰 섰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선명한 다섯 개의 핏빛 손자국이 새겨져 있었다.“어리석은 년!”윤구주는 차갑게 경고했다.“네 도덕 따위로 내 국가의 존엄을 모욕하지 마라.”윤구주의 서늘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그는 앞에 쓰러져 있는 세나미를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그렇다.이것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윤구주는 하진을 대표했고, 세나미는 설국의 일원이었다.세나미에게는 윤구주의 행위가 지나친 학살처럼 보였을지 모른다.그러나 정말로 그럴까?만약 두 나라가 전쟁에 돌입한다면, 설국 병사들이 죽일 대상은 하진의 병사들, 나아가 무고한 백성들이 아니었겠는가?윤구주의 행위가 과연 잘못이라 할 수 있을까?아니, 전혀 잘못이 아니다.세나미는 차디찬 눈밭에 무릎을 꿇은 채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과 얼어붙은 시체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지금껏 충성과 애국, 그리고 설국을 지키는 것이 옳다
심지어 눈보라조차 윤구주의 신위에 두려움을 느낀 듯 잔잔히 가라앉아 있었다.“하늘이시여, 저자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황금빛 장막에 갇힌 세나미는 멍하니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다.시간이 흘러갔다.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윤구주는 주변의 천지 원기를 모조리 흡수해 버렸다.그 순간, 그의 모습은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외모는 물론이고, 풍기는 기운까지도 전혀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쾅!엄청난 폭음과 함께 윤구주가 두 눈을 천천히 떴다.그의 눈동자는 눈부시게 빛났으며, 그 안에는 형언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그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이곳의 천지 원기로는 부족해. 진정한 ‘구음만상결’을 수련하려면 더 많은 원기가 필요하겠군.”그 말을 마치고, 윤구주는 허공을 가르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섰다.한편, 세나미는 여전히 황금빛 장막에 갇혀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윤구주가 그녀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휘둘렀다.그 순간, 그녀를 가두고 있던 황금빛 장막이 사라졌다.자유를 되찾은 세나미는 격렬한 분노로 외쳤다.“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그러나 윤구주는 조소를 머금은 미소로 대답했다.“너희 설국의 오랑캐들이 하진의 영토를 침범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하진의 무학 보물을 훔치려 했지. 내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스스로 짐작해 봐.”세나미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네가 우리 수천 수만 병사를 죽였다 해도, 너는 고작 한 명일 뿐이야! 설국 전체를 상대로 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건가?”윤구주는 비웃듯 짧게 웃으며 대답했다.“혼자서도 충분해.”그 말이 끝나자, 윤구주는 손을 들어 세나미의 미간을 향해 강력한 기운을 쏘아 올렸다.“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너에게 똑똑히 보여주지.”그 순간, 세나미의 신해가 강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그녀의 신해 안에서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시체의 산과 피의 바다가 한 폭의
눈부신 설국의 여전사로 이름난 그녀조차, 이렇게 끔찍한 악마와 마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러나 지금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생사마저도 이제 윤구주의 손에 달려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그렇게 세나미는 윤구주에게 붙잡힌 채 공중으로 끌려올려졌고, 설국의 영토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흑여 산맥.거센 폭풍설이 몰아치며 산맥 전체를 집어삼킬 듯했다.휘몰아치는 바람 사이로 설국의 대군이 움직이고 있었다.전방에는 수백 대의 전차가 굉음을 울리며 길을 열었고, 그 뒤로는 장갑차들이 줄지어 따라오고 있었다.눈보라 속에서도 그들의 기세는 어마어마했으며, 대강 봐도 병력이 만 명을 넘을 정도로 대규모였다.그때 멀리서 군용 지프 한 대가 눈길을 헤치며 빠르게 다가왔다.차량은 대군 전방 수백 미터 지점에서 멈춰 섰고, 안에서 두 명의 설국 병사가 뛰어내렸다.“보고합니다!”그들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그들의 외침에 대군의 행렬이 즉시 멈췄다.“너희는 누구냐? 감히 우리 장군의 부대를 막다니!”한 설국 병사가 매서운 목소리로 물었다.“저희는 흑여 산맥 186번 주둔 부대의 정찰병입니다! 군사 보고를 위해 급히 온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상대 병사들이 대답했다.“정찰병이라면 어찌 감히 임무를 이탈했느냐?”정찰병은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부대는 이미 전멸했습니다. 그래서...”“뭐라고?”정찰병의 말에 설국 병사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바로 그때였다.갑자기 장갑차 안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말해라. 대체 누가 너희 부대를 전멸시켰단 말이냐?”그와 함께 설국의 군신 세나스가 장갑차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강철 갑옷을 걸친 그의 모습은 살벌했고, 차가운 눈빛은 주변의 온기를 얼려 버릴 듯했다.세나스의 등장에 모든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경외심을 표했다.정찰병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장군, 저희 진지는 하진 사람에
설국 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그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 있던 설국 병사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어두워졌다.그들 가운데 설국의 군신, 세나스조차 표정을 굳힌 채 말을 잃었다.“내 딸... 내 딸은 아직 살아 있는가?”세나스는 목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그는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지금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단 하나, 딸의 생사였다.그의 물음에 설국 병사가 답했다.“장군, 생존자들의 말에 따르면 따님께서는 아직 살아 계십니다.”그 말을 듣고 세나스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느냐?”세나스는 다시 물었다.“보고드립니다! 제11군 진지가 함락된 후, 그들은 아마 제12군 진지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이 말을 듣자마자 세나스는 단호히 명령을 내렸다.“모두 내 명령을 들으라! 즉시 전진하여 제12군 진지로 향한다! 이번에는 그 자가 누구든 간에, 반드시 피로 그 빚을 갚게 만들겠다!”그의 분노에 찬 외침이 폭풍처럼 울려 퍼졌다.만여 명에 달하는 대군은 지체 없이 명령을 따르며 전력을 다해 제12군 진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흑여 산맥, 설국 변방.현재 제12군 진지가 위치한 요새 주변.눈앞의 광경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불길이 하늘로 치솟고 땅은 갈라졌으며 회색 빛깔의 하늘은 절망을 상징하고 있었다.그곳에는 화염 속에서 홀로 우뚝 선 한 남자가 있었다.그는 바로 하진의 전설적인 존재, 윤구주였다.그의 발아래는 수십 대의 중형 장갑 전차가 정확히 두 동강 나 있었고, 산처럼 쌓인 시체들은 참혹한 비명을 대신하고 있었다.많은 시신은 사지가 분리된 채였고, 일부는 그마저도 남지 않아 불길 속에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그의 옆에는 설국의 여전사, 세나미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그녀의 눈빛은 이미 생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악마!”세나미는 눈물로 붉어진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절규했다.“도대체 얼마나 더 죽여야 만족할 거야?!”하지만 윤구주는 차가운 시
윤구주가 설국 본토를 향해 나아가던 때,하진의 수도, 황성 금란전에서는 맑고도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부황! 아직도 병력을 보내 윤구주를 돕지 않으시는 건가요? 지금 그 바보가 혼자서 온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고요!”목소리를 따라가 보니 붉은 비단 치마를 두른 하진의 육공주, 이홍연이 용좌에 앉아 있는 하진 국주를 향해 항의하듯 말하고 있었다.알고 보니, 기산에서 돌아온 이후 이홍연은 매일 윤구주의 동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그가 설국으로 떠난 지 어느덧 일주일. 그녀의 걱정은 날로 커져만 갔다.용포를 입은 국주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네가 구주를 걱정하고 있구나?”“당연히 걱정되죠!”이홍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생각해 보세요. 혼자서 나라 하나를 상대하고 있는데, 걱정 안 하면 제가 사람이겠어요?”국주는 딸의 투덜거림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다. 이것 봐라. 방금 전선에서 도착한 전황 보고인데, 네가 직접 읽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이홍연에게 건넸다.이홍연은 서둘러 펼쳐 보고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우리 왕께서 이미 설국 흑여 산맥의 십여 개 군영을 평정하셨으며, 적군 2만여 명을 전멸시켰습니다. 현재 왕께서는 설국 본토로 진군할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이홍연은 보고서의 내용을 보고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 그 바보, 정말 대단하잖아! 벌써 설국 병사 2만 명을 쓸어버렸다니!”옆에서 지켜보던 대신 육도진이 나서서 말했다.“공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구주왕께서는 설국의 여러 군영을 격파했을 뿐만 아니라, 설국 군신 세나스의 딸을 포로로 삼으셨습니다.”“뭐라고요? 그 바보가 여자를 잡았다고요?”이홍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육도진은 조심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공주님, 그 여인을 얕보시면 안 됩니다. 그분의 이름은 세나미로, 설국 제일의 미인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분은 설국 군신 세나스의
“설국은 비록 벌레와도 같은 보잘것없는 나라지만 광명 신전과 그곳 제사장들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어. 게다가 구주 혼자 설국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아.”말을 마친 뒤 국주가 갑자기 말했다.“육도진, 명령을 내리겠다.”“네, 국주님!”“직접 북방군 40만 명을 이끌고 지금 당장 흑여산맥 국경 지역으로 향하도록 해. 만약 구주를 만난다면 바로 설국을 공격하도록 해.”명령을 받은 육도진은 서둘러 말했다.“명 받들겠습니다!”육도진이 명령을 받자 망포를 입은 국주는 심오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이제 시작이겠구나.”...설국은 국토가 설국의 10분의 1로 그리 크지 않았다.설국은 아주 추운 지역이었고 인구 또한 겨우 수천만 명뿐이었다.설국은 화진과 달리 여러 개의 도시가 아닌 도시 국가로 이루어졌다.이때 설국의 한 도시 국가에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는데 길가에는 여전히 행인들이 있었다.그곳은 설국의 낙일성이었다.낙일성은 사시사철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설국인들은 이런 엄동설한에 일찌감치 익숙해져서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행인들이 오가는 길가에서 갑자기 경보음이 길게 울렸다.경보음은 귀청을 찢을 듯한 음량으로 낙일성 상공에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그리고 곧이어 군복을 입은 설국 병사들이 길가 양측에 모습을 드러냈다.병사들의 손에는 총과 같은 무기가 들려 있었고 그들이 나타나자 시민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일이지? 저 사람들 우리 설국의 가장 강력한 군대 아니야?”“그런 것 같은데? 세상에, 뭔 일이래? 저 사람들이 왜 낙일성에 온 거지? 게다가 경보음까지 울리다니.”“설마 전쟁이라도 난 걸까?”설국 국민들이 의논이 분분할 때 갑자기 긴 밍크코트를 입은 노인이 입을 열었다.“여러분의 추측이 맞습니다.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우리 설국은 곧 화진과 싸울 거라고 합니다.”‘뭐?’“화진과 싸운다고요? 왜죠?”그 말에 근처에 있던 설국 국민들은 전부 경악한
‘헐, 대박.’진동왕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윤구주를 신처럼 떠받들었다.‘이게 진짜 신이지. 곤륜에 있는 그 자식들은 모두 가짜 신들이었어. 허위적이기 그지없지.’오늘 밤 그는 여러 강자의 싸움을 직접 목격하고 강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문경우도 아주 강했지만 윤구주가 나타나자 문경우는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고 영혼마저 산산조각이 났다. 윤구주의 술법에 의해 영혼도 남기지 못하고 진정한 죽음을 맞이했다.승리는 결국 화진에게 돌아갔다. 화진을 무너뜨리려는 역적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윤구주는 자신의 힘으로 화진의 막강한 실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문경우를 처단한 윤구주는 즉시 임정설의 치료에 돌입했다.“짐은 별일 없으니 먼저 왕숙과 네 친구를 치료해줘라.”임정설이 임성진과 청해를 가리키며 말했다.청해는 이미 정신을 차렸다. 비록 상처가 심해 반쯤 죽은 상태였지만 화진 국주에게 인정받은 첫 순간이었다. 묘한 영예감이 그의 마음을 꽉 채우며 날아갈 듯 기뻤다.“이 두 사람 모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국주님이 더 위험하십니다. 경지를 무리하게 넘어서셨고 섭혼번 아래서 정기를 너무 많이 잃으셨습니다. 지금 국주님의 기운이 안정하지 않으니 제 도움이 없다면 폭주 할수도 있어요. 그때가 되면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윤구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임정설은 결국 윤구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윤구주의 치료를 거부한 이유는 목숨을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황자급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있었다. 윤구주는 임정설에게 풀지 못한 원한이 있음을 눈치채고 치료를 해주며 화진으로 압박했다.“국주님께서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화진에게는 국주님이 필요합니다. 국주님은 30년 동안 화진을 지켜오셨잖아요. 지금 승부가 달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시면 안 됩니다.”임정설
서울 삼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고 섭혼번이 작동되면 화진의 국운은 영원히 봉인될 것이다.“우리 문씨 가문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쇠퇴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화진의 주인이다. 감히 누가 복종하지 않겠느냐?”문경우는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웃어댔다.이때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며 공간이 갈라지더니 한 남자가 시체 한 구를 밟고 서울에 강림했다.“웃기고 있네. 문씨 가문이 화진의 주인이 되겠다고? 문씨 가문 따위가 어디 감히 그런 꿈을 꾸는 것이냐? 나 윤구주가 용납하지 않겠다.”우르릉.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문경우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윤구주의 기운이 섭혼번 아래에 나타나며 음의 기운을 찢어버렸다.거대한 섭혼번이 관통당하자 전법이 무너지고 문경우는 피를 토해냈다.고개를 돌리니 윤구주가 허공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발아래에는 아사 신전의 신주 오딘의 시체가 보라색 번개에 휩싸여 있었다.“이게 무슨? 네가 신왕 오딘을 죽였다고?”문경우는 오딘의 시체를 바라보며 벌벌 떨었다.“이 개 같은 자들이 여러 번 화진을 범했으니 죽이는 게 당연하지. 나는 오딘뿐만 아니라 아사 신족 전체를 멸했다. 이제 곤륜에 아사 신족은 존재하지 않는다.”윤구주가 공중에 우뚝 서서 음양의 기를 손아귀에 감아쥐었다. 그의 머리 위 갈라진 공간 너머로 아사 신전의 폐허가 보였다. 수만 신령이 죽어 아사 신족이 멸족한다는 종말이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문경우의 눈에 비친 윤구주는 무적의 화신이었다. 그는 윤구주와 싸울 용기도 내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려 했다.“너희들이 내가 없을 틈을 타 화진의 기운을 봉인하려 했다고? 문씨 가문은 정말 개수작만 부리는군. 예전에는 나를 죽이려 온갖 더러운 수작을 다 부렸잖아. 내가 없는 틈만 노리는 걸 보니 이젠 내가 무서웠나 보지?”“팔기지, 술자결.”윤구주가 손짓하자 삼천만 생령이 국운 속으로 모여들었다. 백성들은 새 국운에 각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냈고 모두의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며 위기가 해소되었다.“팔기지, 어
태양으로 변한 그 부적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독한 태양 빛이 대지를 지지며 수많은 건물을 녹여버렸고 그 안에 있던 평민들도 산 채로 타죽고 말았다.“그만해. 화진의 백성들을 건드리지 마라!”임정설이 분노에 차 외쳤다.“너와 나는 모두 화진의 절정 수련자인데 어찌 무고한 자들을 끌어들이느냐?”“하하! 무고하다니? 임정설, 현실을 직시하지. 이 하등한 것들은 개미나 다름없어. 한 무리를 죽여도 금방 다시 번식할 테니. 게다가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삼천만 백성의 목숨으로 화진의 새 국운을 봉인하는 거라네. 우리 문씨 가문이 얻지 못하는 것은 부숴버려도 남에게 주지 않을 거야.”문경우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윤구주가 문씨 가문의 뜻을 거역하는 것에 화가 났다.만약 윤구주가 그들에게 순종했다면 지금쯤 화진의 주인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천추만대가 지나도 윤구주는 여전히 화진 최고의 명군으로 남았을 것이다.“저 빌어먹을 윤구주.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걸 모르나? 역사를 조작한 왕조가 그렇게나 많은데 유독 그놈만 고집을 부리잖아. 화진의 재난은 모두 윤구주 때문이야. 명군이 되길 거부한다면 영원한 역적으로 만들 거야. 윤구주는 역사의 수치주에 못 박혀 천년만년을 욕먹을 것이다.”“닥치거라! 구주는 우리 화진의 영웅이다. 너 같은 쓰레기가 어찌 감히 구주를 함부로 논하는 것이냐?”그의 말에 단단히 열 받은 임정설은 양혼을 불살라 목숨을 걸려 했다. 그러나 문경우가 이미 임정설의 기를 봉쇄하고 제삼의 전법으로 그의 영혼까지 잠가버렸다.“임정설, 내 앞에서 자살조차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목숨을 걸겠다고 떠드는 건가?”문경우는 기고만장했다. 임정설이 황자가 되면 뭐하나? 어차피 문씨 가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오늘이 바로 화진 황제의 멸망일이라네. 섭섭해하지 말게. 윤구주도 곧 자네 뒤를 따를 거니까. 하하!”그가 양손을 내리자 백 미터 크기의 사악한 검은 기발이 구름을 뚫고 서울 상공에 나타났다.“이, 이것은 섭혼번이군!”그 거대
말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쓸모없는 대화는 필요 없었다.임정설은 황제의 의지를 칼로 삼았다. 황자의 기세가 모여 금빛 칼날을 형성하더니 국운을 상징하는 그 칼로 문경우를 향해 내리쳤다.우르르.음과 양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휩쓸었다. 사령부 빌딩과 인근 건물들의 유리가 모조리 산산조각이 났다.두 사람은 빌딩 꼭대기에서 결투를 시작했다. 칼 빛이 번뜩이며 천지의 영기를 뒤흔들었고 광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산해가 울부짖으며 서울은 보라색 번개와 금빛 불길에 휩싸였다.그들은 각각 화진 최강의 무도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정의와 사악의 대결이 아니라 임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결전이었다.서울 상공에서는 용의 형상이 구름 사이를 휘저으며 흉수와 피 묻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이게 바로 황자의 힘인가. 정말 굉장하군.”진동왕마저 넋을 잃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다른 도시의 지원병들이 서울에 도착해 진동왕과 연락을 취했고 이 소식을 해외에 있는 현모와 주작에게 즉시 전했다.“국주께서 문경우와 결전을 벌이고 계신다고?”“국주께서 황자급 경지에 오르셨다니.”이는 분명히 좋은 소식이었다. 비록 한 산에 두 호랑이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윤구주와 임정설의 관계는 남달랐다. 임정설은 윤구주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너무 기뻐하지 마라. 저 문경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곤륜에서 오랫동안 잠적하며 수많은 신전의 공법을 익혔어. 저놈이 서울로 온 목적은 바로 임정설을 죽이기 위함일 것이야.”옆에 있던 황보웅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주작과 현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화진이 무사하고 임정설이 문경우를 물리치길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한창 싸우고 있던 두 강자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두 사람의 손짓 하나에 산이 뒤집히고 천지가 진동했으며 그들의 기세는 수백 리 밖까지 영향을 미쳤다.임정설은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임정설은 문경우가 극 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법이 발동되면 서울 수천만 사람들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야. 비록 이길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화진의 백성을 위해 싸우겠다. 구주군과 금위군의 여러 장수들은 듣거라. 짐이 전사하면 너희들이 나라를 지킬 책임을 지고 계속해서 적들을 섬멸하라.”임정설은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홀로 서울 사령부로 날아갔다.서울 사령부는 진동왕과 수비영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함락된 상태였다. 주둔지는 죽음의 적막에 휩싸여 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라붙은 백골들이 널브러진 참혹한 장면뿐이었다.당시 강적의 침입을 받은 주둔지의 병사들은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전원이 전사할 때까지 적들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이 생각에 임정설의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이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우리 화진의 자랑이다. 저 요망한 것들이 화진을 어지럽힌 지 얼마나 되었느냐? 이 빚을 짐이 갚아 내지 못하더라도 화진 자손들이 반드시 값나낼 것이다.”그는 절대 화진의 혼란에 맞선 마지막 황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선인이 걸어온 길을 밟으며 그의 발걸음은 더욱 확고해졌다.이 순간 황운이 임정설의 몸에 서리더니 새로운 국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부터 그는 특정된 누군가의 왕이 아닌 천하 만민이 우러러보는 황제가 되어 있었다.황도가 더해지자 임정설의 기세는 한층 더 강해졌다. 그는 사령부 빌딩 최상층에서 서울을 어지럽힌 장본인을 마주했다.검은 도포를 걸친 그 자는 사악한 부적으로 몸을 감싼 채 요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바로 그가 전법으로 서울을 뒤덮고 있었다.“참으로 예상치 못했어. 화진에 또 한 명의 황자가 나타나다니. 윤구주는 정말 신기하다니까. 자신의 기운으로 국운을 바꾸고 자네의 운명까지 바꿔놓았군. 하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해주지. 임정설 자네가 황자가 된 이상 사흘을 넘기지 못할 것이야. 넌 사흘 안에 목숨을 거둘 것이란 말이지.”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은 임정설이 죽음을 각오하고 온 것을 알아
국주 임정설은 해청현의 음기를 제거한 후, 그를 보호하던 기운까지 걷어내 양기로 해청현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이게 바로 미친 스님이 말했던 진정한 자제력이었다.“해청현은 수법만 닦고 수도는 하지 않았으며 몸만 수련할 뿐, 마음은 단련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 결국 다 헛것이 되어버린 거야.”미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그는 해청현에게 타고난 수도의 체질을 주었지만 그에 걸맞은 의지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청현은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되려 휘말려버린 것이었다.임정설의 머리 위엔 성스러운 빛이 맴돌았고 온몸엔 천지를 뒤덮을 만큼의 정기가 흘러넘쳤다. 해청현은 결국 싸움에서 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도 임정설처럼 황자급 경지였다면 이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두 사람의 경지가 같았다 해도 여전히 자신이 완전히 압도당했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정설은 손바닥을 휙 내리치더니 끝까지 미련을 품던 해청현을 그 자리에서 즉사시켰다. 그는 영혼조차 남지 않은 채 완전히 소멸당했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엔 수련했을지 몰라도 한 번도 진정한 수도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국주님이 이렇게까지 강했다고?”공수이는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해졌지?”진동왕은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예전에는 그가 임정설보다 더 강했었고 임정설은 국운 덕에 간신히 그를 이길 정도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이젠 내공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그제야 깨어난 백호는 조금 전 자신이 국주를 진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백호, 널 속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내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임정설은 양기를 끌어내어 백호의 몸속에 주입했고 그의 정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이렇게 되면 백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회복할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공수이와 진동왕은 또다시 멍해
“뭐? 저게 누구지? 지금 화진에 저런 강자가 또 있었다고? 설마... 저자가 바로 구주왕이란 말인가?”청현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당황스레 외쳤다.누가 알았겠는가, 이 결정적인 순간에 고수가 나타나다니!“젠장...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나는 반드시 백호를 죽인다!”청현은 더는 여유가 없었다.상대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이미 백호와 싸우면서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그와 맞붙는 건 목숨만 붙어 있을 뿐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청현은 그저 백호부터 처리하려 했다.“이런 건방진 것! 우리 화진의 전쟁 신이 너 같은 흉수에게 쓰러질 수는 없다!”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활기찬 천 음 소리!금빛 실루엣이 구름을 뚫고 내려오더니 손바닥으로 청현을 튕겨냈다!눈앞의 인물을 본 청현은 잠시 얼어붙었다. 모르는 인물이다.하지만 이 압도적인 기운은 분명 고위자일 것이다.화진에서 구주왕 말고는 누가 이런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기절해 있던 진북왕은 익숙한 기운에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실루엣을 본 순간 기절할 뻔했다.“이런! 임정설! 너 황자가 된 거야!”“흠? 왕숙께서 실망하셨나 보네요??”금빛 그림자가 사라지며 실체가 드러났고, 그 모습은 바로 용맥에 들어가 수련하던 화진의 현직 왕 임정설이었다.“폐하 만세!”구주군 장병들은 격동된 마음으로 일제히 무릎 꿇고 경례하며 외쳤다.자신들의 왕이 서울로 화진의 백성을 구하러 온 것이다!“임정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아무리 강해도 극한신경 정도일 텐데!”청현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다.극한신경과 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황자 한 명이면 수십 명의 극한신경을 상대할 수 있다!서울에 황자가 주둔해 있다면, 곤륜영역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청현이 아무리 천재고 강하더라도 황자와의 싸움은 불가능했다.자칭 수요산 제일검이라던 청현은 위축됐다.그 모습을 본 임정설은 냉소하며 말했다.“이게 바로 검객이란 말인가? 검객의 마음은
진황은 외공만으로 도에 이른 황자였다.어떠한 술법도 수련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백호가 중얼거리며 ‘진황신공!’을 외치고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미친 소리였다.“미쳐야 도를 이루는 법이다. 백호는 앞날이 창창하구먼.” 미친 스님이 아미타불을 외치며 말했다.“미쳤어, 미쳤어! 전부 다 미쳐버렸다고!” 진북왕이 고함을 지르다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해버렸다.그 사이 백호의 기세는 끝없이 치솟고 있었다!정신은 나갔지만,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청현은 문득 깨달았다. 백호가 저토록 광폭한 이유—바로 그놈의 몸속에 흐르는 성수의 피였다.“이 썩을 놈... 성수 피가 아니었으면 네가 뭔데 날 상대로 이러는 거냐!”청현은 음기를 뿜으며 맹렬하게 연속으로 공격을 퍼부었다.그 음산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오히려 직선 돌진했다.공격은 완전 예측 불가였다.수요산 검종은 온갖 검술과 전법에 능했지만, 다음 공격이 뭔지도 모르는 미친놈을 상대로는 청현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결국, 또 한바탕 두들겨 맞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중 놀랍게도 백호가 자신의 음신사체를 흡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 음기를 집어삼키다니?! 이 괴물 같은 놈!”“음기여 무한하라! 흑검이여, 사악을 베어라!!!”시커먼 흑검이 다시 응집되자, 수백 개의 검날이 연속으로 쏟아졌다.백호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은 피를 흘렸지만——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돌진했다!“개자식... 음기야! 나에게 힘을 줘!!”청현은 검을 땅속 깊숙이 꽂았다.지맥에서 미친 듯이 영기를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 떠 오른 음기 마기의 형상은 산만큼 거대해졌다!그 압도적인 힘으로 청현은 백호를 단숨에 쓰러뜨렸다.이건 이미 백호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를 훨씬 초과한 위력이었다.쿵!!백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지만, 그런데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다만 입에서 나오는 건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였다.“황이 온다... 황... 황이 온다....
“우리 스승 말이야, 진짜 고집쟁이에다 구닥다리야. 정의와 사악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믿고 목숨 걸고 몇백 년 동안 싸우고 피 흘렸지만 무슨 소용이 있어? 인마 좀 없앤 거 빼고는...?”“스승께서 날 산에서 내려가 속세의 삶을 보라고 하신 건, 결국 수련을 위한 경험이었겠지. 하지만 세상을 직접 겪고 나서야 똑똑히 알게 됐어. 이 세상은 결국, 강한 자가 무적이고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이야...”“세상에는 애초에 정의와 악, 흑과 백 따윈 존재하지 않아. 선악의 기준이란 결국 입만 살은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지. 역사가 진실이라고 믿어? 예로부터 어느 왕조의 흥망이 피바다와 시체더미 없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나?”“무릇 장수가 공을 세운다는 건, 수만의 백골 위에 선다는 뜻이지. 그 윤구주가 '구주왕'이라 불리는 것도, 결국은 피로 쟁취한 자리 아니겠어?”“주먹이 곧 진리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날, 선악이든 흑백이든 모두 내 기준으로 정의된다!”“백호, 이제 죽어라.”청현이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의 백호가 먼저 움직였다. 다시 성수인을 발동하더니, 성수의 허상이 실체로 변해 거대한 기운을 모은 주먹을 뻗었다.그 주먹은 하늘을 가르고 청현을 향해 날아갔다.그러나 청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차가운 음기와 사기 담은 손으로 그 주먹을 받아내고 동시에 백 자 길이의 흑검을 형성해 단칼에 성수의 허상을 두 토막 내버렸다.그 검이 날아간 자리에는 구름이 쪼개졌고, 서울 상공을 덮고 있던 먹구름은 그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모두 흩어졌다.먹구름이 사라졌지만, 서울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요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마치 태양조차 삼키려는 어둠의 장막처럼.“진법까지 있었어?! 대체 어느 놈이, 언제 이따위 대형 진법을 몰래 깔아놓은 거야?!”진북왕은 혈압이 오르다 못해 피까지 토할 지경이었다.이건 곧 청현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는 뜻이다!백호가 청현을 이긴다 해도 그보다 더 강한 놈이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백호가 청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