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엘, 구주군이었던 저 노인네를 죽여서 우리 설국의 죽어간 병사들을 위해 복수해 줘!”병사들을 이끌던 설국 남자가 명령을 내렸다.게리엘이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는 그 말을 듣자 흉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의 검 또한 살벌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게리엘은 다무를 연달아 공격하기 시작했다.다무는 비록 60대였지만 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렀다. 게리엘의 사력을 다한 공격 앞에서도 그는 확실하게 모든 공격을 정확히 막을 수 있었다.다무를 연달아 십여 차례 공격해도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자 게리엘은 당황했고, 그 기회를 틈타 다무는 장검을 휘둘렀다. 그는 마치 빗줄기 같은 빽빽한 공격으로 반격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잠시 뒤, 게리엘의 허리 쪽에 허점이 드러났다.허점이 드러난 순간, 다무는 아주 재빠르게 움직여서 게리엘의 허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게리엘은 막고 싶었으나 그만 늦어버렸다.촤악!검이 게리엘의 허리를 베는 순간 게리엘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다무는 검을 휘둘러 게리엘을 반으로 갈라버렸다.시체는 바닥에 쓰러졌고 새빨간 피가 땅을 빨갛게 물들였다.“대단하세요, 다무 아저씨!”주민들은 다무가 설국 병사 한 명을 죽이자 너무 흥분한 나머지 환호를 내질렀다.다무는 장검을 꽉 쥐고 서 있었고 그의 검 위로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그 순간, 60대인 다무는 당시 구주군 대도팀 팀원으로서의 영웅 기개를 다시 회복한 것만 같았다.“젠장, 감히 우리 설국 병사를 죽여?”부하가 다무에게 살해당하자 설국 병사들을 이끌던 장수는 허리춤에서 총을 빼 들어 다무를 겨눴다.다른 설국 병사들도 모두 총을 들어 주민들을 겨눴다.다무는 검을 꽉 쥔 채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멍청한 설국 놈들아, 날 죽이면 뭐가 달라져?”죽음 따위 두렵지 않다는 듯이 구는 다무의 모습에 잔인한 설국 장수는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감히 우리 설국 병사를 죽였으니 오늘 당신들 모두 이곳에서 죽는 거야! 여봐라, 이 빌어먹을 화진 놈들을 전부 즉시
윤구주가 드디어 온 것이다.허공을 걸으며 다가오는 윤구주를 본 설국 병사들은 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누구지?”병사들을 이끌던 설국 장수가 그 말을 하자마자 엄청난 기운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그의 몸을 짓눌렀다.퍽!운이 좋지 않았던 설국 장수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단번에 고깃덩어리가 돼버렸다.그 광경에 설국 병사들뿐만 아니라 다무와 마을 주민들까지 전부 겁을 먹고 얼이 빠졌다.윤구주가 움직이지도 않고 설국 장수를 죽일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세상에, 우리 장군님을 죽인 거야?”한 설국 병사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총을 쏴서 죽여버려!”다른 병사들은 그제야 뒤늦게 반응했다. 모든 총구가 윤구주를 겨눴고, 총알들은 마치 빗줄기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윤구주는 총알들을 피하지도 않고 허공에 우뚝 서서 무자비한 눈빛으로 설국 병사들을 힐긋 바라보았다.“설국의 벌레만도 못한 놈들이 감히 내 앞에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차가운 코웃음 소리와 함께 윤구주는 손을 움직였고, 그를 향해 날아들던 총알들은 파멸적인 힘의 충격을 받고 전부 설국 병사들에게로 되돌아갔다.“끄아아악!”비명이 끊이질 않았고, 되돌아간 총알들로 인해 십여 명의 설국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설국 병사들이 전부 목숨을 잃었다.윤구주가 나타나서부터 손을 쓰기까지 겨우 몇십 초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말이다.조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던 마을 주민들은 바닥에 즐비한 설국 병사들의 시체들을 보고 전부 넋이 나갔다.다무 또한 마찬가지였다.그는 두려운 얼굴로 허공에 떠 있는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설국 병사들을 단번에 해치운 뒤 곧바로 빠르게 하늘에서 내려왔다.그가 착지했을 때 다무와 그의 뒤에 있던 마을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뒤로 물러났다.그들에게 윤구주는 신 같은 존재였다.“다들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전 여러분들을 도와주러 온 겁니다.”윤구주는 착지한 뒤 그곳 주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선을 들어 싸늘한 얼굴로 설국 병사들의 시체를 쓱 훑어본 윤구주가 갑자기 질문을 했다.“어르신, 얘기해주세요. 이 설국의 벌레만도 못한 놈들이 어떻게 우리 화진 땅을 밟은 거죠?”윤구주가 물었다.사실 이곳은 설국과의 국경 지역이었고, 이 땅은 화진의 땅이었다.설국 병사들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자 윤구주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질문을 받은 다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잘 모르시겠지만 설국의 세나스 장군이 흑여산맥에 병력을 증강한 후부터 이 빌어먹을 설국 놈들은 몇 번이나 국경을 넘어 우리 화진 땅을 밟았습니다. 게다가 이놈들은 온갖 악행을 다 저질렀어요. 우리 같은 부족들의 재물을 종종 강탈하고 무고한 마을 주민들을 죽이기도 했습니다.”그 말에 윤구주의 눈빛이 점점 더 서늘해졌다.나라를 지키는 군신으로서 화진의 국민들이 설국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면 우리 쪽의 수비군들은요? 그들은 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거죠?”윤구주가 사나운 목소리로 물었다.국경 지역이었기 때문에 흑여산맥에 화진 군대도 당연히 주둔하고 있었다.윤구주가 물은 국경수비대는 화진의 군대였다.“우리 쪽 수비대는 겨우 2,00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세나스의 10만 정예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죠. 그리고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수비대를 이끄는 분이 얼마 전 서울에서 온 외교 대사에 의해 감금되었다고 합니다.”다무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표정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비록 윤구주는 흑여산맥을 이끄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지 못했지만 이쪽 수비대에 문게가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윤구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설국 쪽을 바라보았고, 곧 그의 눈동자에서 파멸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당시 10국과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홀로 설국 수도로 쳐들어갔었다.그런데 그로부터 겨우 몇 해가 지났다고 설국의 벌레만도 못한 놈들이 또 한 번 화진을 노리는 걸까?게다가 무고한 사람들의 재물을 강탈하고 목숨을 빼앗다니.“빌어먹을
“은인님도 군인이신가요?”’다무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조금 전 윤구주는 오로지 검을 보고 단번에 다무의 신분을 추측했다. 그래서 다무는 꽤 놀란 상태였고 저도 모르게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싱긋 웃기만 할 뿐, 자신이 구주군의 창시자이며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최강자라는 것은 얘기하지 않았다.윤구주는 그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윤구주도 한때 군인이었다는 말을 듣게 되자 다무는 매우 흥분했다.“실력이 그렇게 대단하신 이유가 있었네요. 정말로 우리 화진의 군인이셨군요!”다무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은인님은 아마 예전에 장군이셨겠죠? 당시 우리 구주군은 정말 유명했어요. 특히 우리 왕은 천하무적의 최강자였죠!”용맹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린 다무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여실히 드러났다.“어르신, 혹시 왕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윤구주가 궁금한 듯 묻자 다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쉽게도 본 적은 없어요. 솔직히 얘기해서 전 74군단의 취사병이었을 뿐입니다. 대도팀 팀원은 아니었죠.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은 신화와도 같은 그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다무가 머쓱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네? 조금 전에는 대도팀 팀원이라고 하셨잖아요.”윤구주는 궁금한 듯 말했고 다무는 멋쩍게 웃었다.“하하, 아까는 설국의 그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겁니다. 사실 저 같은 노인이 무슨 수로 제74군단의 팀원이 되겠습니까? 전 그저 주방에서 일하는 평범한 취사병이었을 뿐이에요.”다무는 드디어 솔직히 얘기했다.사실 다무는 조금 전 설국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일부러 자신이 제74군단 대도팀 팀원이라고 했다.74군단은 설국을 이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다무를 물끄러미 보았다. 다무는 나이가 꽤 많은 편이라서 74군단 대도팀의 팀원일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평범한 취사병이 설국의 건장한 병사를 죽일 수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어르신, 전 어르신이 존경스럽습니
다무는 그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알고 있죠. 은인님은 국경 쪽에 가보고 싶은 건가요?”“네!”“그러면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저도 국경에 안 가본 지 오래됐거든요!”노인은 갑자기 흥분하며 말했다.“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윤구주가 말했다.“별말씀을요. 은인님은 저희 마을 사람들을 구해준 은인이신데 그곳까지 안내해 드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괜찮으시다면 잠깐 상황 정리를 한 뒤 안내해 드려도 괜찮을까요?”다무가 말했다.“좋아요.”다무는 부족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다무가 노약자들을 돌보고 있을 때 7, 8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은 윤구주의 앞에 섰다.“형! 우리 할아버지랑 같이 국경 쪽에 가는 건 설국의 나쁜 놈들을 물리치기 위해서인가요?”소년은 윤구주가 하늘에서 내려와 마을 사람들을 구해준 순간부터 윤구주를 신이라고 여겼다.아이는 반짝이는 눈망울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구주는 웃으면서 쭈그려 앉아 대답했다.“그래.”“와! 형, 그러면 저도 데려가면 안 돼요? 저도 군인이 되고 싶어요!”소년이 갑자기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하자 윤구주는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왜 군인이 되고 싶은 거야?”“군인이 되면 형처럼, 할아버지처럼 나쁜 사람들을 무찌를 수 있잖아요! 형은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퇴역한 뒤로 매일 밤 제게 구주군이 얼마나 용맹한지를 얘기해 주셨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평생 가장 후회되는 것이 전설 속의 구주왕을 만난 적이 없는 거라고 하셨어요. 만약 제가 군인이 되어서 할아버지를 대신해 그 소망을 이루어준다면 할아버지는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소년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걱정하지 마. 너희 할아버지는 분명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거야!”‘응?’“형, 그 말이 사실인가요?”아이의 질문에 윤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그가 바로 그 전설 같은 존재, 천하무적의 구주왕이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그들의 앞에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윤구주의 정체를 몰랐다.“아이야, 앞으로 인연이
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대답했다.“네.”다무는 낙타를 이끌고 소년의 앞에 섰다.“할아버지는 이틀간 집에 없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집을 잘 지켜야 해. 돌아오게 되면 할아버지가 맛있는 간식을 사줄게!”7, 8살쯤 되는 소년은 웃으면서 가슴팍을 툭툭 쳤다.“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집은 저한테 맡기세요!”다무는 손자의 말을 듣더니 미소 띤 얼굴로 아이의 얼굴에 뽀뽀했다.“그러면 할아버지는 가볼게.”말을 마친 뒤 다무는 손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작별 인사를 나눈 뒤 다무와 윤구주는 각자 낙타를 탄 뒤 인적이 드문 흑여산맥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다무의 말대로라면 이곳에서부터 국경 지역까지 가려면 적어도 이틀이 걸렸다.사실 윤구주는 날아서 가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자신이 진짜 능력을 선보이면 다무가 겁을 먹을까 봐 걱정되어 그와 함께 낙타를 타고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다.흑여산맥은 아주 황폐할 뿐만 아니라 날씨도 아주 추워서 이곳에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가는 길에 하늘에서 매 몇 마리가 나는 것이 이따금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살아있는 생물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다무는 입담이 좋아서 가는 길 내내 윤구주에게 지난 2년간 국경 지역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윤구주가 죽었다고 알려진 뒤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쳤던 구주군은 문아름에 의해 해산되었다. 그리고 2,000명쯤 되는 군인들로 이루어진 국경수비대가 현재 국경 지역에 주둔하고 있었다.그러나 작년부터 설국은 끊임없이 흑여산맥에 병사들을 보냈고, 심지어 설국의 세나스 장군도 흑여산맥의 국경 쪽에 온 적이 있었다.현재 흑여산맥에 주둔하고 있는 설국 군인들은 대략 10만 명 정도 되었고, 반대로 화진은 겨우 2,000명뿐이었다.그것이 설국 병사들이 대놓고 화진의 영토에 침입한 이유 중 하나였다.“은인님은 모르시겠지만 설국 놈들은 비록 수가 많긴 하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만약 천하무적인 구주왕이 계셨더라면, 우리 구주군의 한 군단이 이곳에
다무는 비록 아주 두꺼운 밍크를 입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흑여산맥의 찬바람을 이길 수는 없었다.거침없이 휘몰아치는 찬바람이 뺨에 닿으면 얼굴이 칼에 베이는 것만 같았다.“헉, 헉.”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다무는 고개를 들어 먼 곳의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큰일이에요. 하늘을 보니 눈보라가 칠 것 같아요. 은인님, 저희 하룻밤 쉬었다가 다시 출발할까요?”윤구주는 어둑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괜찮아요.”“하지만 이 흑여산맥의 눈보라는 정말 무시무시한걸요. 만약 저녁에 정말로 눈보라가 친다면 얼어 죽을지도 몰라요.”다무가 말을 마치자마자 윤구주는 갑자기 허공에 대고 부적을 그리기 시작했다.부적이 나타나자 윤구주는 손을 들어 그것을 톡 쳤고 곧 빛이 다무를 감쌌다.“제가 있으니 마음 놓고 길을 재촉해도 돼요.”윤구주가 말을 마쳤다.조금 전까지 찬바람 때문에 추위에 덜덜 떨던 다무는 윤구주의 빛이 몸을 감싸는 순간 한기가 가시는 걸 느꼈다. 그리고 따뜻한 온기가 빛에서부터 전해졌다. 다무는 마치 엄동설한이었다가 화창한 봄날을 맞이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빛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다무는 당황스러움을 느꼈다.“세상에, 정말 놀랍네요! 이 빛의 막에서 온기가 느껴져요! 은인님은 정말 대단하시군요!”다무는 이렇게 신기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참지 못하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잘것없는 재주인걸요. 자, 우리는 계속 가요.”말을 마친 뒤 두 사람은 계속해 길을 재촉했다.곧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곧 눈보라가 칠 것만 같았다.차가운 바람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흑여산맥에서 기승을 부렸다.싸늘한 돌풍이 불어옴과 동시에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보호막을 두르게 된 다무는 한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걸으면 걸을수록 땀이 날 정도였다.다무는 윤구주를 점점 더 존경하기 시작했고 저도 모르게 속으로 물었다.‘은인님은 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실력을 갖추고 계신 거지?’늦은 밤이
“은인님, 도착했습니다. 어서 보세요. 저기가 바로 우리 화진 국경수비대가 있는 막사입니다.”이때 다무가 흥분한 얼굴로 먼 곳에 있는, 타오르는 모닥불이 보이는 막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윤구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곳에서 수십 리 떨어진 곳에 있을 때부터 윤구주는 이미 화진 국경수비대의 기운을 느꼈다. 그저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은인님, 저랑 같이 가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다무는 낙타를 타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바람은 아주 차가웠고 폭설도 내렸지만, 두 사람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그들은 곧 화진 국경수비대의 막사에 도착했다.다무의 말대로라면 그곳에는 한 개의 소대만 있을 뿐이었기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겨우 수십 명 정도밖에 없었다.윤구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 설국 병사들을 상대할 때 그는 많은 임시 주둔지를 만들었었다.그렇기에 주둔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도 정상적인 일이었다.막사에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안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기랄, 날씨가 왜 이 모양이야? 왜 또 폭설이 내리는 건데?”“야, 왜 아직도 넋을 놓고 있어? 얼른 가서 술 좀 데워 와. 우리 오늘 진탕 마실 거니까!”“좋아, 좋아!”막사 안에서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에 윤구주의 안색이 폭설보다도 더욱 차갑게 변했다.“은인님, 갑시다. 제가 사람들을 소개해 드릴게요!”다무는 그렇게 말하더니 낙타 위에서 훌쩍 뛰어내린 뒤 윤구주를 데리고 막사 안쪽으로 걸어갔다.군영은 꽤 컸는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십여 명의 두꺼운 겉옷을 입고 군영 안에 모여서 큰 그릇에 술을 담아 마시고 고기를 먹는 병사들이 보였다.그들은 비록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다들 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다무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술을 마시고 있던 병사들은 눈보라 속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서 말했다.“누구야?”그중 손에 술이 담긴 큰 그릇을 들고 있던 까무잡잡한 피부의 건
윤구주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혼자서 설국과 대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구주왕도 잘 알다시피 우리 설국에는 수억 명의 백성들이 있어. 네가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일 수 생각하니?”살기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던 대신관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윤구주의 손에 쥐어져 있던 용혼한위총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다.윤구주는 마치 신마처럼 당당히 선 채 거만한 목소리로 외쳤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지. 화진을 괴롭히려는 외적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말이야. 설국의 오랑캐가 내가 죽은 줄 알고 전쟁을 다시 일으키려 하는데 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까!”대신관이 화내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내가 헛소리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이후로 설국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지.”차가운 말과 함께 윤구주의 온몸에서 불멸의 빛과도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손에 창을 들고 있던 윤구주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적선기가 그의 손에 든 용혼한위총을 신성한 무기로 바꾸자, 윤구주는 또다시 은창을 휘두르며 대신관을 향해 달려갔다.그 모습을 본 대신관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대신관은 포효하며 오른손을 움켜쥔 후 이마에 갖다 댔다.“이오지심, 무신 나와!”‘쾅!’하는 소리와 함께 대신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밝았던 금전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둠 속에서, 수 미터 높이의 신명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되었다.이 신명은 팔이 여섯 개나 있었다.그중 두 손에는 각각 피범벅이 된 거대한 도끼와 해골이 쥐어져 있었다.세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 신명은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둠의 신인지라 설국의 모든 사람이 떠받들고 있었다.그런 신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된 것이었다.“신…”“맙소사! 대신관께서 어둠의 신을 소환했다고?”조정에 있던 설국의 문무 대신들은 어둠의 신을 본 순간, 모두
설태현의 말에 검붉은 옷차림을 한 대신관의 시선이 윤구주에게 향하는 순간 한줄기의 붉은 빛이 대신관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그가 수련한 신혼의 힘이었다.대신관이 신혼의 힘을 발사하자, 윤구주도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찌릿찌릿!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보이지 않는 살벌한 기운이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우르르!금전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수정유리도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설국의 문무백관들은 두려움에 아연실색하였다.이 상황이 2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그때, 검붉은 옷을 입고 있던 대신관이 갑자기 몸을 휘청이더니 오른발을 반 발짝 뒤로 물렸다.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역시 화진 최고의 인왕답게 명불허전이네!”대신관의 말에 윤구주도 한마디 내뱉었다.“50% 신념의 힘을 막아냈으니, 너도 나쁘지 않아!”대신관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구주왕의 칭찬을 받게 되어 영광이네. 다만 우리 설국은 너에게 원한이 없는데 왜 설국 사람들의 도륙을 서슴지 않는 것이야? 게다가 나의 제자까지 인질로 잡아두고?”제자라고 말할 때 그의 시선은 세나미에게로 향했다.“이제 보니 네가 광명 신전의 대신관이구나.”윤구주가 말했다.“그래 내가 대신관이다.”대신관이 말했다.“잘됐네. 너를 찾고 싶었는데 마침, 내 앞에 나타났구나! 어떻게 죽여 줄까?”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신관을 쳐다봤다.그 말에 금전 안에 있던 설국의 모든 문무백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제정신이 아니구나. 여기는 설국의 금전이야. 대신관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인데 대놓고 죽이겠다며 윽박지르다니.’“화진의 구주왕이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광명 신전 내에서는 누구나 다 평범한 인간이야. 네가 화진의 왕이라 할지라도 설국에서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단 말이야.”대신관이 낮은
설국의 국주와 대신관의 시선은 윤구주에게 쏠렸다.“태현아, 아직도 나를 기억하느냐?”금전에 발을 딛는 순간, 윤구주의 시선도 설국의 젊은 국주에게로 향했다.“뭐? 정말 너야?”윤구주의 얼굴을 똑똑히 본 설태현은 충격에 빠졌다.6년 전, 윤구주가 전임 국주를 참수했을 때 설태현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당시 그는 아버지가 윤구주의 칼에 죽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성통곡했었다.그 이후로 윤구주가 날마다 꿈에 나타난 탓에 그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6년 만에 금전에서 윤구주를 다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구주왕이 맞네! 용케도 살아남았구나.”윤구주를 바라보던 젊은 국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날 죽이고 싶어?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안 될걸?”그의 말에 설태현은 침묵에 빠졌다.그 당시에 10개국의 많은 절정이 윤구주의 손에 죽었었다.‘10개국의 잔인한 대군들조차도 윤구주를 죽이지 못했으니 그를 죽일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겠지.’다시 윤구주를 바라보던 설태현은 갑자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설국 대군이 화진 사람 하나 못 막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명성이 자자한 구주왕이였네!”설태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을 내뱉은 후,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이 갑자기 설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설태현이 차분하게 말했다.20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온몸에서는 군왕의 기가 넘쳐났다.“네 모가지 따러 왔다!”윤구주의 목소리도 차분했다.다만 윤구주가 이 말을 하는 순간 금전 내의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설국 국주의 면전에서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꾸짖는 소리가 주변에 있던 문무백관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들 앞에서 설국 국주의 모가지를 따겠다고 말했으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윤구주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윤구주의 말에 설태현은 코웃음을 쳤다.“6 년 전, 네
눈보라는 계속 휘몰아치고 있었다.설국의 초극 절정을 죽인 후, 윤구주는 시체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설국 도성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버지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죽음을 목격했던 세나미는 이제 무감각해졌다.그녀는 마치 윤구주에게 조종당하는 좀비와 같았다.설국 도성 앞에는 설국의 고대 건축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그중 가장 높고 큰 건축물이 바로 설국 도성의 궁전이었다.그곳은 설국의 국주가 살고 있는 곳이자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곳이기도 했다.이 순간, 하얀 망토를 두른 윤구주가 세나미를 데리고 거대한 도성 앞에 도착했다.길게 뻗든 궁전 복도의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덮여있었다.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가 매우 침울했다.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성문을 바라보자, 마치 자신을 막으려는 듯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하지만 그 무엇도 윤구주를 막을 수 없었다.그가 팔을 휘두르니 ‘쾅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문이 산산조각이 났다.나무 조각들이 흩날리는 가운데 윤구주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화진의 윤구주가 왔다!”우렁찬 목소리가 설국 도성 전체에 퍼졌다.설국 도성의 대전에는 설태현이 안색이 어두운 채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설국의 젊은 국주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젠장!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광명 신전의 대신관을 바라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관도 그 순간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초극 절정들조차도 이를 막지 못했다고? 제가 이 화진 사람을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대신관이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대신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국주, 방금 그 사람이 왜 자신을 윤구주라고 부르는 것인가요? 윤구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주변의 다른 대신들도 어리둥절했다.“자네들 잊었는가? 6년 전에 화진 인왕의 이름이 윤구주였어!”늙은 대신이 말했다.“뭐라고요? 화진의 인왕? 구주왕 말인가요?”“맞아요! 바로 그 사
설국을 지키는 두 초극 절정은 윤구주의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그들 뒤에는 설국 도성이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이들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면 설국에는 분명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화진 꼬마야, 너 완전히 미쳤구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육도 절정인 두 초극 절정이 공격을 개시했다.이들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의 진역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두 초극 절정이 힘을 합친 순간, 반경 100미터 안에 회색의 천수 구역과 갈색의 난쟁이 사자 구역이 형성되었다.두 구역 안의 생명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한 줌의 재로 변했다.“천수 부도!”가장 먼저 공격한 쪽은 검은 옷을 입은 천수였다.그가 종횡무진하다가 손바닥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육도의 위엄이 담겨있는 이 어마어마한 정법은 신급 강자를 박살 낼 수 있었다.천수가 공격을 펼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난쟁이 사자도 함께 움직였다.난쟁이 사자가 포효하더니 몸에서 적갈색의 절정기가 뿜어져 나오며 흉악한 사자의 그림자가 몸에서 나왔다.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난쟁이 사자가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매서운 권의는 거대한 사자 그림자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두 육도 절정이 동시에 공격한 탓에 윤구주는 혼자서 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세나미도 그들의 기세에 눌려 재빨리 뒤로 몇 발짝 후퇴했다.두 육도 절정이 함께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윤구주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겨우 이 정도야?”윤구주가 한 발짝 내딛자, 도성의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온몸에 적선기를 가득한 윤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용혼한위총을 휘두르자, 10미터 길이의 창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법인을 눌렀다.“천둥! 오너라!”쾅쾅!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보라색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용혼한위총에 떨어졌다.그러자 긴 창이 순식간에 번개 창으로 변했다.윤
설국 경내에는 수십만 시커먼 화진군이 낙일성을 향하여 출발했다.대오를 이끈 건 다름 아닌 한때 악인 윤구주를 따른 염수천과 박천후이다.바로 이때, 하늘에서는 한 줄기의 빛이 날아왔다.“조심해!”빛이 엄습해 오는 것을 감응한 절정인 박천후는 콧방귀를 끼며 온몸이 경계 태세를 취하였다.광속을 바라보던 염수천도 허공으로 날아올라 그 광속을 덥석 움켜쥐었다.광속이 손에 닿자 갑자기 빛 속에서 우뚝 솟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의 소환이야!”흥분한 염수천은 얼른 보러 갔다.빛이 흩어지자 한 줄기의 신념의 화면이 박천후와 염수천의 눈앞에 나타났다.화면에는 윤구주가 꿋꿋하게 서서 앞에 있는 설국의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을 바라보며 염수천에게 그의 삼족을 멸할 것이며 완수하지 못할 때 목을 베어버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염수천은 순간 흠칫 놀라 말했다.“명 받들겠습니다!”말을 마친 염수천은 벌떡 일어났다.“설국의 염탐꾼이 어디 있지?”“네, 여기 있습니다.”10여 명의 설국 염탐꾼이 염수천의 앞에 무릎 꿇었다.염수천은 신념으로 소환된 천도의 얼굴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얼른 이 늙다리의 18대 조상을 찾아내라, 내가 오늘 직접 그의 삼족을 죽일 것이다.”염수천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며 말하였다.“네!”가동된 염탐꾼은 설국 전체를 휩쓸었다.윤구주가 오늘 천도의 삼족을 죽인다고 하면 반드시 죽일 것이다.신도 막을 수가 없었다.염수천은 직접 대오를 이끌고 설국 절정의 삼족을 죽이러 갔다....염수천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설국 도성에서는 천도가 윤구주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당신 같은 실력으로 나의 삼족을 멸한다고?”윤구주는 얇은 입술을 가볍게 트이며 말했다.“나의 실력으로 충분해!”말이 떨어지는 순간, 윤구주의 온몸은 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봉왕팔기, 제9기: 적선술!사면팔방은 적선술이 열리는 순간 수십 장 내 전부가 그의 적선기에 휩싸였다.적선술
둘째:천수!셋째:난쟁이 사자!육도 절정 한 명은 한 개의 군을 뒤흔들 수 있었다.그러나 현재 설국에서는 육도 절정 세 명을 출동시켰다.세 명의 설국 육도 절정은 눈보라 속에서 용처럼 우뚝 솟아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생은 진짜 눈썰미가 좋다만 우리 설국 도성에 함부로 침입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지 않아?”윤구주를 천천히 바라보며 제일 중간에 난쟁이 사자가 물었다.경멸의 미소를 지은 윤구주가 답했다.“나는 오늘 당신들이랑 도리를 따지려고 온 거 아니야.”“그럼, 선생은...”난쟁이 사자가 낮은 소리로 흥얼거렸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죽고 싶으면 빨리 덤벼!”윤구주는 육도 절정 세명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누군가 오늘 막으려고 하면 그는 반드시 죽일 거라고 다짐했다. 윤구주의 말을 들은 왼쪽 끝에 선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 나이에 이렇게 오만방자한 선생한테 이 늙은이가 왜 그러는지 가르침을 한번 받아보도록 하지.”말을 마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은 직접 칼을 내밀었다.칙!은빛 달 같은 칼날이 허공에 나타났다.무서운 불멸의 힘을 가진 은빛 칼의 검도가 종횡무진하며 하늘을 가르고 윤구주를 죽이려고 그를 향해 날아가 떨어졌다.이미 검도가 무형의 경지에 이른 진정한 육도 절정으로서 오직 칼끝 하나만으로도 천하의 모든 신급을 다 베어 버릴 수 있었다.그가 바로 설국의 천도이다.윤구주는 은빛 칼날이 앞에 와 닿았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내밀자 용혼 한위총이 승화되어 나타났다.손에 든 은창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천도 위에 떨어졌다.사방으로 흩날리던 눈은 공포스러운 진동의 힘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이 진동으로 그의 손에 있는 천도가 자칫하면 땅에 떨어질 뻔했을 뿐만 아니라 천도의 호랑이 아가리는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강하다!”몸을 뒤로 비켜 물러난 천도는 굵은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40년 전 나는 어린 나이에 신급에 들어섰지. 몇 년 동안 검법에 빠져
한창 설국 도성에서 의논이 진행되고 있을 때 흰 옷차림을 한 윤구주가 눈보라 속에서 바람을 타고 왔다.낙일성은 원래 도성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이 거리는 윤구주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설국 도성에 접근할수록 눈보라가 점점 더 거세졌다.설국 도성 앞에 신들린 악마 같은 윤구주가 불현듯 나타났다.쿵!그의 발이 땅에 닿자 땅 전체가 무거운 진동 소리를 냈다.눈앞에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설국 도성은 우뚝 솟은 옛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설국의 백성들이 몇 시간 전 제거되었기에 떠들썩해야 하던 설국 도성은 현재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도 않았다.“도착했어.”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친 윤구주가 오른손을 들자, 펑 하고 눈보라 속으로 아름다운 그림자가 던져졌다.바로 세나미였다.원래 설국 미래의 황후인 세나미는 이 시각 얼굴은 백지처럼 창백하고 두 눈에는 끝없는 절망으로 가득했다.그녀는 험상궂은 두 눈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악마야, 왜 나를 죽이지 않고 남겨 두는 거야?”세나미는 울부짖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만 명 넘는 설국 제일 강력 대군이 도살당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윤구주에 의해 참살되는 것을 직접 보았기에 참을 수가 없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우리 화진을 건드린 결과를 너희들이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를 바랄 뿐이야.”냉담하게 말을 마친 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한 채 도성 성문을 향해 곧게 걸어갔다.눈앞의 넓고 길이가 몇 장이나 되게 높은 오래된 도성 성문은 사람들에게 위엄 있고 엄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마치 윤구주를 환영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환영하지 않는다고 윤구주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참 우스운 일이었다.윤구주의 새하얀 오른손이 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길이가 몇 장이나 되는 기검이 그에게 뭉쳤으며 검은 천둥같이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벽을 단칼에 베여버렸다.우르릉!오래된 성문은 윤구주에 의해 단칼에
“어떻게 화진인 마음대로 우리 설국 영토를 침략할 수 있단 말인가?”화가 난 설태현이 말했다.이곳은 설국이다.그러나 윤구주는 홀로 곧 도성까지 쳐들어오고 있다니, 누구라도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우리가 화진에 파견한 사신은 어떻게 되었나?”화가 난 설태현이 물어보았다.“국주님, 화진에서 우리가 파견한 사신을 만나주지 않습니다.”“만나주지 않는다고?”“네, 그렇습니다.”이 말을 들은 설태현은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람을 얕잡아 봐도 너무 얕잡게 보는구나.”주위에 있던 설국 대신들도 하나둘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그 화진인이 낙일성을 꿰뚫고 우리 도성을 향해 오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좋을까?”“그자가 감히?”“군신 각하도 그의 손에 죽었는데 우리도 방법이 없지 않은가?”이때, 조정의 대신들은 하나둘씩 의논하기 시작했다.“이런 재능을 가진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혹시 6년 전 악마와 같은 그런 사람이 화진에 또 나타나기라도 한 건가?늙은 대신 한 명이 말했다.이 말과 함께 모든 조정의 신하들은 얼굴 안색이 어두워졌다.6년 전 금전에서 윤구주의 검에 의해 설태현의 아버지가 참살당하였기에 신하들은 6년 전의 치욕이 설국의 치욕이자 현 국주의 치욕이라 생각했기에 그 누구도 입에 올리기 싫어했다.게다가 6년 후 윤구주가 다시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국의 대신들이 하나둘씩 허둥대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광명 신전 대신관님 납시오.”빨강과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 위로 높은 모자를 쓴 노인이 소리와 함께 밖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대신관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분명히 천천히 걸고 있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금전에 도착했다.“대신관이 오셨네.”“우리 설국에 희망이 생겼네.”금전에서 모든 설국 대신은 희망으로 가득 찬 눈길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빨갛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대신관은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혀 설태현에게 인사를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