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불량배가 나가떨어지는 것을 본 이홍연은 차갑게 웃으며 개코를 바라보았다.“너도 더 맞고 싶냐?”개코는 이홍연이 싸움을 잘하는 걸 보고 겁먹었다.그는 서둘러 음식점 밖으로 뛰쳐나가 이홍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너 이년, 어디 두고 보자!”말을 마친 그는 부하들을 데리고 황급히 도망쳤다.불량배들이 사라지자 이홍연은 다시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그때, 음식점 주인아주머니가 주방에서 나와 이홍연에게 말했다.“아가씨,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이홍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요?”“저 불량배는 요성에서 유명한 깡패예요. 게다가 패거리도 많으니 분명히 다른 놈들을 데리고 올 거예요!”주인아줌마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염려해 주셔서 고마워요. 근데 걱정 마세요. 저런 쓰레기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화진 황실의 육 공주인 이홍연이 깡패들한테 겁먹을 리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다른 이들이 본다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홍연의 태도를 본 주인아주머니는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 어쨌든 말할 건 다 했으니 알아서 하세요.”말을 마친 주인아주머니는 다시 주방으로 가서 하던 일을 이어갔고 이홍연은 식사를 계속했다.십여 분쯤 지났을까.멀리서부터 갑자기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그 소리는 개조된 대형 배기량 오토바이에서 나는 굉음이었고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마침내 스무 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식당 앞까지 도착했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각자 손에 강철 파이프, 쇠사슬,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백호 형! 그년 지금 저기 식당에 있어요!”선두의 개조된 오토바이에서 방금 얻어맞은 개코가 대머리 놈한테 말했다.백호라고 불리는 사내는 우람한 체격에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다.요성에서 백호의 악명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그는 무예에 능통했고 한때 남쪽에서 한 가닥 했다는 놈이었다.지금 요성의 유흥가 절반은 모두 백호가 봐주고 있었다.“못난 놈! 계집 하나도 제대로 처
백호는 이홍연을 보자마자 그녀의 미모에 매료되었다.그는 히죽거리며 이홍연에게 다가가 말했다.“아가씨, 내 형제를 때렸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사실이면 어쩔 건데?”이홍연이 곧바로 대답했다.그녀의 대답을 들은 백호가 말했다.“아가씨의 화끈한 성격, 마음에 드는데! 다만 내 구역에서 내 형제를 아무 이유 없이 패면 안 되지.”백호는 말하며 이홍연의 맞은편에 앉았다.이홍연은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뭘 어쩌자는 거야?”“헤헤! 걱정하지 마, 난 말이 통하는 사람이야! 나랑 밥 한 끼 먹고 술 한잔하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줄게. 아가씨, 어때?”백호가 말했다.그러나 백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홍연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네놈 같은 쓰레기가 감히 나와 식사를 하자고?”모욕을 당한 백호는 순간 분노했다. “아가씨, 좋게 말할 때 들어! 이 오빠를 화나게 하면 오늘 무사하지 못할 거야!”이홍연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내가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도록 하지!”그녀의 말에 요성의 일인자 백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건방진 계집! 맞고 싶어 환장했구나! 내 부하들이 좀 심하게 나와도 울지마라! 얘들아, 저 계집을 쳐라!”백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앞에 있던 쇠파이프 든 똘마니 세 명이 이홍연에게 달려들었다.손에 든 쇠파이프가 이홍연을 향해 무섭게 내리쳐졌다.황실의 육공주인 이홍연은 당연히 이런 불량배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이 순간 번쩍이더니 퍽퍽퍽 하는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그리고 방금 달려들었던 불량배 세 명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세 명의 불량배를 날려 버린 이홍연을 보고 백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다.“오?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어쩌나. 운 나쁘게도 나를 만나서. 다들, 같이 덤벼! 오늘, 이 건방진 계집애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 줘야겠어!”백호의 명령과 함께 쇠파이프, 쇠사슬, 야구 방망이를 든 스무 명 넘는 깡패들이 이홍연
진역 결계가 나타나 불량배 무리를 단숨에 덮어버리는 순간 식당 안에는 절세의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바로 윤구주였다!갑작스럽게 나타난 윤구주를 바라보며 육공주 이홍연은 그대로 순식간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녀는 아름다운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바보야?? 네가 여기에 웬일이야?”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매혹적인 이홍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했다.“네 기운이 느껴져서 한번 와봤지.”그 말을 들은 이홍연은 기쁨에 차서 말했다.“바보야! 빨리 이 쓰레기들 혼쭐내 줘! 감히 본 공주를 괴롭히다니? 당장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해!”이홍연은 결계에 갇혀 꼼짝 못 하는 불량배들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윤구주는 간단히 한마디만 했다.“좋아!” 그는 팔을 한 번 휘둘렀다.쾅!거센 기류가 폭발하더니 스무 명이 넘는 불량배들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윤구주의 한 번 휘둘림에 모두 날아갔다.윤구주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불량배들이 모두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본 이홍연은 그제야 안심하고 윤구주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윤구주를 힘껏 껴안았다.“바보야! 보고 싶었어!”이홍연은 그를 꼭 끌어안고는 눈가가 붉어지며 말했다.윤구주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이 황실 육공주가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조금 전. 그는 마궁 방향에서 오던 길이었고 전화로 서울에 있는 형제들에게 소식을 전하려던 순간 신념술로 이홍연의 기운을 감지했다!그래서 마침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현재, 황실의 육공주에게 꽉 안겨 있는 상황에 그는 다소 난감해졌다.“홍연아, 너 여긴 어쩐 일이야?”윤구주는 부드럽게 이홍연을 자신에게서 밀어내며 물었다.이홍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했다.“너 찾으러 온 거지!”“날 찾으러?”윤구주는 잠시 당황했다.“그래! 윤 아저씨께서 네가 기산의 마궁에 있다고 해서 바로 달려왔어!”이홍연은 자신이 황성을 몰래 빠져나온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윤구주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윤구주는 마가의 지하 창고와 설국 사람들에 대한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윤구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그 자리에서 바로 분노를 드러냈다. 그녀는 화진 황실의 육공주로서 적국과 내통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반역이었다! 원래 이홍연은 마가가 멸문당한 것이 다소 잔인하지 않은지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설국과 내통했다는 사실을 듣자 그녀의 주먹은 분노로 꽉 쥐어졌다.“이 죽일 놈의 마가가 설국과 내통을 했다고? 십 국 전쟁 때 설국 역시 십 국 중 하나였다는 것을 그들이 모르기라도 했단 말이야?”“게다가 그 설국 놈들은 우리 화진의 무고한 백성들을 학살한 적도 있잖아.”이에 대해 윤구주는 말했다.“바로 그래서 내가 마가를 완전히 없애버린 거야.”“잘했어!”“적국과 내통한 이 반역자들! 만약 아바마마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그들의 구족을 멸하실 거야!”이홍연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대하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국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수천 년을 이어온 제자백가가 설국과 내통하다니 이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마가가 적국과 내통한 건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야! 내 추측이 맞다면 설국이 이렇게 대놓고 나오는 것은 단지 나 윤구주가 죽었다고 믿기 때문일 거야!”차가운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나왔다.이홍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었다.윤구주의 사망 소식은 이미 십 국에 널리 퍼져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누가 감히 이 금지된 선을 넘을 수 있었겠는가?누가 화진의 일인 왕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그때 나는 혼자 군을 이끌고 십 국을 물리쳤어!”“십 국이 땅을 내주고 배상금을 물게 하며 국경을 수만 리 후퇴시켰지!”“하지만 지금. 이 나라들은 나 윤구주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감히 첩자를 통해 우리 화진을 다시 침략하려고 해!”“그렇다면 이번에는 십 국을 멸망시킬 거야.” “이로써 야심을 품는 자들에게 알게 해줄 거야. 화진을 얕보는 자는 반드시
윤구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윤구주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전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나라와 나라 간의 대전쟁이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이홍연은 갑자기 윤구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바보야. 내가 너랑 같이 설국을 치러 갈게!”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말했잖아. 나 혼자면 충분하다고! 게다가 네가 따라오면 너를 신경 쓰느라 오히려 정신이 더 분산될 거야!” 이홍연은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윤구주를 따라 설국으로 간다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게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홍연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럼 설국으로 언제 출발할 건데?” “지금 바로!” 윤구주는 단호하게 답했다. “이렇게 빨리?” 이홍연은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서두르지 않을 수 없지! 설국 놈들이 우리 화진의 무학을 공공연히 훔쳤다니. 반드시 그 벌레 같은 놈들에게 우리 화진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보여줘야 해!” 윤구주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홍연은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냉혹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이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네가 이미 결정했다면 나는 네 결정을 지지할게!” “걱정하지 마. 내가 황성으로 돌아가면 바로 아바마마께 소식을 전할게. 군을 보내 너를 도울 수 있도록 할게!”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찮은 설국 따위에 군을 보낼 필요는 없어!” “홍연아, 황성으로 돌아가면 국주께 이렇게 전해줘. 내가 설국을 멸하러 가는 건 귀신조차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윤구주의 그 압도적인 말에 이홍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형제들에게도 전해줘. 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윤구주는 덧붙였다. 이홍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
비록 마음속으로 답답함이 가득했지만 이홍연은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 그녀는 황실의 육공주, 품위가 중요한 여인이었다! 비록 가식일지라도 품위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밤이 고요히 찾아왔다. 두 사람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들어간 후 이홍연은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그녀의 스위트룸과 윤구주의 방은 단지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방 안에서 답답한 마음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생각했다. “어떡하지?” “어떡하냐고?” “이 멍청한 바보, 나한테 관심이 조금도 없는 것 같잖아? 설마 오늘 밤 정말 각자 방에서 따로 자야 하는 거야?” “말도 안 돼! 그럴 거면 내가 뭐 하러 이 바보를 붙잡고 같이 있으라고 했겠어?” “아아! 진짜 열 받아!” 생각할수록 이홍연은 더 답답해졌다. 그녀가 생각한 건 오늘 밤 윤구주와 마주 앉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껴안고 잠드는 것이었다. 그래야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어! 윤구주라는 나무토막 같은 남자는 스위트룸에 들어간 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이 상황은 이홍연을 굉장히 난처하게 만들었다. “설마 본궁이 한밤중에 그의 방을 두드려야 한단 말이야?” “안 돼, 안 돼! 그건 너무 창피해!” “나는 여자란 말이야! 게다가 황실의 육공주인데! 어떻게 남자 방문을 두드릴 수 있겠어?” 이홍연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윤구주가 오늘 밤 여기에 남아 있기로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그가 떠나버리는 것보다 더 이홍연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벽에 걸린 수정 시계가 끊임없이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며 이홍연은 당장이라도 윤구주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그를 마구 두들겨 패고 싶었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정말 본궁이 그의 방으로 쳐들어가서 늙은 술꾼이 말한 대로 그를 첫 경험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건 뭐랄까. 좀 그렇잖아
윤구주는 이홍연에게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오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이홍연은 이제 더는 가면을 쓰지 않았다!숙녀다운 체면이든 조신한 태도든 이제 상관없었다!이번에 그녀는 먼 길을 달려 서울에서 기산까지 찾아왔다.그저 그녀가 이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이제야.둘만의 시간을 겨우 가지게 된 이 순간.이홍연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바보야, 하나만 묻자. 너나 좋아해?”갑자기.이홍연은 방문을 닫고 윤구주를 쳐다보며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그녀의 눈은 촉촉하게 빛났고 윤구주를 향한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그 말을 들은 윤구주는 잠시 멍해졌다.“뭐라고?”“내가 묻잖아. 너나 좋아하냐고?”이홍연은 다시 물었지만 윤구주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대답하지 못했다.어릴 적 두 사람은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누구나 그들이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세상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16년 전, 윤구주와 그의 어머니가 윤씨 일가에서 쫓겨난 이후로 윤구주는 더 이상 이 화진국의 육 공주를 만날 수 없었다.그로부터 긴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하지만 이홍연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윤구주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윤구주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말했다.“홍연아, 왜 갑자기 이런 걸 묻는 거야? 너도 알잖아. 내 마음속에서 넌 늘 가족 같은 존재였다는 걸.”“난 가족 같은 거 싫어! 지금 묻는 거야. 너나 좋아하냐고?”이홍연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왔고 그녀의 눈가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은 마치 영롱한 진주처럼 빛났다.그녀는!화진국 황실의 육 공주로서 신분과 지위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윤구주 앞에서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비참하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이홍연의 거듭된 물음에 윤구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 보았다.“진실을 듣고 싶어?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괜찮아?”“당연히 진실
“누군데? 누구냐니까? 빨리 말해봐!”“그때 서울에서 너랑 껴안고 있던 여배우야?”이홍연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윤구주한테 물었다.윤구주는 감정이 격해진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이홍연, 일단 진정해 봐.”“지금, 이 상황에 내가 진정되겠어? 난 어릴 때부터 너만 사랑해 왔는데 너한테 지금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빨리 말해봐. 진짜 그 여배우를 사랑하게 된 거야?”이홍연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사실을 말하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는 윤구주는 울고 있는 이홍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그 여자 아니야.”“아니라고? 그럼, 누군데?”은설아 때문에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했던 이홍연은 그녀가 아니라는 윤구주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이름은 소채은 이고 지금 강성에 있어.”윤구주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말았다.“강성에 있는 소채은이라고?”“응.”윤구주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소채은 이라는 여자는 어디가 나보다 그렇게 좋았어? 왜 그 여자를 선택한 거야?”윤구주는 사실대로 말했다.“그 사람은 이홍연 너랑 비교할 수 없어. 지위도 다른 것도, 그 무엇도 비교가 안 돼.”강성의 한 일반 가정에서 살아온 소채은이 눈앞에 있는 화진 황실의 육공주와 비교가 될 리 없었다.이홍연은 울면서 되물었다.“나랑 비교도 안 되는 여자를 왜 선택한 건데?”이홍연은 화진 황실의 육공주인 자기를 마다하고 일반인 여자를 선택한 윤구주가 이해되지 않았다.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네가 이해할 수 없을 그러한 일들이 많아.”이홍연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그러니까 말해봐,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게 뭔지.”윤구주는 큰 숨을 들이쉬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그 이유가 그렇게 듣고 싶으면 말해줄게.”이홍연과 소채은한테 부끄러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윤구주는 오늘 밤 이홍연에게 소채은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겪어온 모든 일들을 털어놓기로 했다.“이홍연, 넌 내가 죽음의 바다에서 문아름의
부진이 가동되었고 윤구주가 금전 전체를 뒤덮었다.하늘을 가득 메운 부적 진법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세나미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이, 이 악마. 뭘 하려는 거야?”윤구주는 피식 웃더니 시선을 들어 상공의 부적 진법을 보았다.“오늘 나는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것이다.”국운이란 무엇인가?바로 한 나라의 운세였다.그런데 윤구주는 혼자의 힘으로 설국의 백 년 국운을 파괴할 거라고 했다.과연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우렁찬 목소리로 말한 뒤 윤구주는 훌쩍 뛰어올라 설국 금전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그의 온몸에서 기운이 넘실댔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선기가 그를 신처럼 보이게 했다.윤구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그가 두 손으로 수인을 맺는 순간, 하늘과 땅이 윤구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빛줄기를 형성했다.빛줄기 아래, 윤구주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부진, 가동!”쿵쿵쿵.금전 전체를 뒤덮었던 거대한 부적 진법이 가동됨과 동시에 진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64개의 금빛 부적이 64개의 금빛이 되어 설국 금전 위로 내려앉았다.그 뒤로 금전 아래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그리고 곧이어 파멸적인 기세의 자줏빛 기운이 윤구주에게 흡수되어 금전의 땅 밑에서부터 올라왔다.자줏빛 기운은 상서로운 기운이었다.설국 수도에서 이 금전은 역대 설국 황실이 거주하던 곳이자 설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경배하는 곳이었다.그곳에는 용의 기운도, 상서로운 기운도 있었다.이 순간, 수많은 설국 국민들이 살고 있는 이 신성한 곳의 기운을 윤구주가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그 광경에 세나미는 얼이 빠졌다.“이... 이... 이 악마! 우리 설국 황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거야?”세나미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윤구주가 만약 설국의 기운을 빨아들인다면 설국은 당연하게도 쇠락할 것이다.심지어 심각할 경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이 모든 건 설국이 자초한 일이야.”윤구주는 세나미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설국의 국운을 흡수했다.
더 나아가 설국 수도에까지 울려 퍼졌다.굉장히 낮고 귀에 거슬리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설국 수도 시민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다들 그 종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종이 울리다니... 세상에. 국주님께서 돌아가셨나 봐.”“국주님이?”거리 양쪽에 있던 수많은 설국 백성들은 종소리를 듣고 목 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심지어 밖에 주둔하고 있던 설국 병사들까지 종소리가 들리는 순간 모두 애도하기 시작했다.낙일성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먹구름처럼 낙일성으로부터 3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몰려오고 있었다.수십만 명의 대군을 이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염수천과 박천후였다. 두 사람은 화진의 군대를 이끌고 있었다.이때 설국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낙일성의 종소리 또한 울리기 시작했다.“총사령관님, 얼른 들어보세요. 낙일성 쪽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한 장수가 빠르게 박천후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군복을 입은 박천후는 귀를 기울였고, 종소리를 듣는 순간 크게 웃기 시작했다.“설국은 끝났어. 설국의 국주가 죽었거든.”박천후의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장수가 서둘러 물었다.“소문에 따르면 설국 국주는 아주 젊다고 하던데요? 갑자기 죽었을 리가 없지 않나요?”“멍청하긴! 당연히 우리 저하께서 죽인거겠지!”박천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뭐라고?’“구주왕께서 죽였다고요?”주변 장수들은 전부 깜짝 놀랐다.“당연하지. 이 세상에 우리 저하를 제외하고 누가 설국 국주를 죽일 수 있겠어?”그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그들은 전부 눈이 휘둥그레져서 설국 쪽을 바라보았다.설국의 국주가 설국 수도의 금전에서 윤구주의 손에 죽을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설국 금전.피 칠갑이 된 사람의 머리통은 여전히 바닥에 있었다.그것은 당연하게도 설국 국주의 머리였다.설국 대신들은 전부 겁을 먹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금전에는 오직 윤구주와 일찌감치 몸에
금전을 가득 채운 마의 기운은 윤구주가 대신관을 처리하자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금전에는 윤구주와 그의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는 금빛 용 두 마리뿐이었다.금빛 용은 마치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울음소리를 냈다.윤구주가 머리 위 금빛 용을 바라보다가, 설국 대신들과 설국의 젊은 국주 모두 겁을 먹었다.윤구주는 마지막 대신관을 죽인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설국 국주 설태현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 차례야!”윤구주의 말에 설국 국주는 겁을 먹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쩔 수 없었다.더는 설태현을 지킬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심지어 설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대신관마저 윤구주의 손에 죽었는데 누가 그를 지키겠는가?“뭘, 뭘, 뭘 하려는 거야?”설태현이 덜덜 떨면서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얘기했어. 오늘 네 머리를 치겠다고.”윤구주의 목소리는 매정했다.“감히 내 목을 치겠다고?”“어서, 어서 국주님을 보호해야 해!”주위에 있던 대신들이 달려들려고 했다.그런데 바로 이때 용의 울음소리가 금전에 울려 퍼지면서 윤구주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던 금빛 용이 설국 대신 여러 명을 한입에 집어삼켰다.금빛 용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마저 남지 않았다.그 광경에 남은 설국 대신들은 전부 겁을 먹었다.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정말로 날 죽일 생각인 거냐... 너도 알다시피 날 죽인다면 설국은 화진과 필사적으로 싸울 거야. 심지어 국제중재기구의 다른 나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설태현은 살기등등하게 윤구주를 바라보며 용기를 북돋웠다.설태현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당시 10국은 연맹을 맺었고 전 세계에 국제중재기구를 창립했다.소문에 따르면 중재기구는 세력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세계에 얼마 되지 않는 몇몇 제국들의 지원을 받고 있고 심지어 진정한 초극 절정 강자가 있다고 한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국제중재기구는 팔부 절정 강자를 한 명 출동시켰다.그러나 그팔부 절정은 그저 잠깐 모습만 드러냈을 뿐 윤구주와 진짜
윤구주가 8기를 쓰는 순간, 그의 손에 있던 용혼한위총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용혼한위총이 한 줄기 은빛이 되는 순간, 설국 금전은 창의에 완전히 뒤덮였다.창은 공기를 가르며 설국 어둠의 신의 팔로 향했다.창이 내려앉는 순간, 검은색 마기를 내뿜던 팔이 베어졌다.그 팔은 어둠의 신 세스의 것이었다.“아악!”어둠의 신 세스의 입에서 분노에 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설국 국민들이 신앙하는 신 세스가 격노했다.“인간이여, 난 널 집어삼킬 것이다.”광기에 빠진 어둠의 신이 한 걸음 내디뎠다. 쿵쿵 소리와 함께 설국의 금전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곧이어 그의 다섯 개의 팔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윤구주를 향해 덮쳐들었다. 마치 윤구주를 산 채로 집어삼킬 듯한 모습이었다.윤구주는 빠르게 움직여 피했고 그 때문에 어둠의 신의 다섯 팔은 윤구주의 뒤에 있던 설국 대신들에게로 향하게 되었다.“끄아악!”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십여 명의 설국 대신은 어둠의 신에 의해 고깃덩이가 되어 버렸다.어둠의 신은 실패하자 다시 한번 다섯 팔을 마구 휘둘렀다.넘실대는 마의 기운이 설국 금전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이번에 윤구주는 피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거대한 체구를 가진 어둠의 신을 바라보았다.“신이라고? 그러면 오늘 신이라고 불리는 당신을 죽여주지.”윤구주가 갑자기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랐다.적선기가 맴돌기 시작하자 윤구주는 합장하였고 굉장히 쩌렁쩌렁한 용의 울음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전해졌다.용의 울음소리가 설국 수도에 널리 퍼졌다.설국 수도.수많은 백성들이 귀청을 찢을 듯한 용의 울음소리를 들었다.심지어 일부 간 큰 설국 백성들은 거리로 나와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금전 쪽을 바라보았다.“세상에, 우리 수도의 금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왜 저렇게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용이야!”“저길 봐! 금전 상공에 용이 나타났어!”수많은 설국 백성들이 설국 수도 금전 상공에서 금빛 용을
윤구주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는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혼자서 설국과 대항하려는 건 아니겠지? 구주왕도 잘 알다시피 우리 설국에는 수억 명의 백성들이 있어. 네가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일 수 생각하니?”살기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던 대신관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윤구주의 손에 쥐어져 있던 용혼한위총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다.윤구주는 마치 신마처럼 당당히 선 채 거만한 목소리로 외쳤다.“6년 전,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지. 화진을 괴롭히려는 외적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말이야. 설국의 오랑캐가 내가 죽은 줄 알고 전쟁을 다시 일으키려 하는데 내 어찌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까!”대신관이 화내며 말했다.“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내가 헛소리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이후로 설국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지.”차가운 말과 함께 윤구주의 온몸에서 불멸의 빛과도 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손에 창을 들고 있던 윤구주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적선기가 그의 손에 든 용혼한위총을 신성한 무기로 바꾸자, 윤구주는 또다시 은창을 휘두르며 대신관을 향해 달려갔다.그 모습을 본 대신관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아주 미쳐 날뛰는구나.”대신관은 포효하며 오른손을 움켜쥔 후 이마에 갖다 댔다.“이오지심, 무신 나와!”‘쾅!’하는 소리와 함께 대신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밝았던 금전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둠 속에서, 수 미터 높이의 신명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되었다.이 신명은 팔이 여섯 개나 있었다.그중 두 손에는 각각 피범벅이 된 거대한 도끼와 해골이 쥐어져 있었다.세스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 신명은 설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둠의 신인지라 설국의 모든 사람이 떠받들고 있었다.그런 신이 대신관에 의해 소환된 것이었다.“신…”“맙소사! 대신관께서 어둠의 신을 소환했다고?”조정에 있던 설국의 문무 대신들은 어둠의 신을 본 순간, 모두
설태현의 말에 검붉은 옷차림을 한 대신관의 시선이 윤구주에게 향하는 순간 한줄기의 붉은 빛이 대신관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그것은 그가 수련한 신혼의 힘이었다.대신관이 신혼의 힘을 발사하자, 윤구주도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찌릿찌릿!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보이지 않는 살벌한 기운이 두 사람의 몸을 휘감았다.우르르!금전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수정유리도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설국의 문무백관들은 두려움에 아연실색하였다.이 상황이 2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그때, 검붉은 옷을 입고 있던 대신관이 갑자기 몸을 휘청이더니 오른발을 반 발짝 뒤로 물렸다.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역시 화진 최고의 인왕답게 명불허전이네!”대신관의 말에 윤구주도 한마디 내뱉었다.“50% 신념의 힘을 막아냈으니, 너도 나쁘지 않아!”대신관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구주왕의 칭찬을 받게 되어 영광이네. 다만 우리 설국은 너에게 원한이 없는데 왜 설국 사람들의 도륙을 서슴지 않는 것이야? 게다가 나의 제자까지 인질로 잡아두고?”제자라고 말할 때 그의 시선은 세나미에게로 향했다.“이제 보니 네가 광명 신전의 대신관이구나.”윤구주가 말했다.“그래 내가 대신관이다.”대신관이 말했다.“잘됐네. 너를 찾고 싶었는데 마침, 내 앞에 나타났구나! 어떻게 죽여 줄까?”윤구주는 말을 마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신관을 쳐다봤다.그 말에 금전 안에 있던 설국의 모든 문무백관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제정신이 아니구나. 여기는 설국의 금전이야. 대신관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인데 대놓고 죽이겠다며 윽박지르다니.’“화진의 구주왕이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광명 신전 내에서는 누구나 다 평범한 인간이야. 네가 화진의 왕이라 할지라도 설국에서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단 말이야.”대신관이 낮은
설국의 국주와 대신관의 시선은 윤구주에게 쏠렸다.“태현아, 아직도 나를 기억하느냐?”금전에 발을 딛는 순간, 윤구주의 시선도 설국의 젊은 국주에게로 향했다.“뭐? 정말 너야?”윤구주의 얼굴을 똑똑히 본 설태현은 충격에 빠졌다.6년 전, 윤구주가 전임 국주를 참수했을 때 설태현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당시 그는 아버지가 윤구주의 칼에 죽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성통곡했었다.그 이후로 윤구주가 날마다 꿈에 나타난 탓에 그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6년 만에 금전에서 윤구주를 다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구주왕이 맞네! 용케도 살아남았구나.”윤구주를 바라보던 젊은 국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날 죽이고 싶어?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안 될걸?”그의 말에 설태현은 침묵에 빠졌다.그 당시에 10개국의 많은 절정이 윤구주의 손에 죽었었다.‘10개국의 잔인한 대군들조차도 윤구주를 죽이지 못했으니 그를 죽일 사람은 세상천지 어디에도 없겠지.’다시 윤구주를 바라보던 설태현은 갑자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설국 대군이 화진 사람 하나 못 막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명성이 자자한 구주왕이였네!”설태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을 내뱉은 후,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왕이 갑자기 설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설태현이 차분하게 말했다.20대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온몸에서는 군왕의 기가 넘쳐났다.“네 모가지 따러 왔다!”윤구주의 목소리도 차분했다.다만 윤구주가 이 말을 하는 순간 금전 내의 분위기가 썰렁해졌다.“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설국 국주의 면전에서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꾸짖는 소리가 주변에 있던 문무백관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그들 앞에서 설국 국주의 모가지를 따겠다고 말했으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윤구주가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윤구주의 말에 설태현은 코웃음을 쳤다.“6 년 전, 네
눈보라는 계속 휘몰아치고 있었다.설국의 초극 절정을 죽인 후, 윤구주는 시체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설국 도성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버지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죽음을 목격했던 세나미는 이제 무감각해졌다.그녀는 마치 윤구주에게 조종당하는 좀비와 같았다.설국 도성 앞에는 설국의 고대 건축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그중 가장 높고 큰 건축물이 바로 설국 도성의 궁전이었다.그곳은 설국의 국주가 살고 있는 곳이자 설국의 문무 대신들이 국정을 논의하는 곳이기도 했다.이 순간, 하얀 망토를 두른 윤구주가 세나미를 데리고 거대한 도성 앞에 도착했다.길게 뻗든 궁전 복도의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덮여있었다.하지만 텅 빈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가 매우 침울했다.윤구주가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성문을 바라보자, 마치 자신을 막으려는 듯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하지만 그 무엇도 윤구주를 막을 수 없었다.그가 팔을 휘두르니 ‘쾅쾅쾅!’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년 된 설국의 성문이 산산조각이 났다.나무 조각들이 흩날리는 가운데 윤구주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화진의 윤구주가 왔다!”우렁찬 목소리가 설국 도성 전체에 퍼졌다.설국 도성의 대전에는 설태현이 안색이 어두운 채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윤구주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설국의 젊은 국주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젠장! 결국에는 올 것이 왔구나!”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광명 신전의 대신관을 바라보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신관도 그 순간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초극 절정들조차도 이를 막지 못했다고? 제가 이 화진 사람을 과소평가한 것 같네요.”대신관이 말하자마자 옆에 있던 대신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국주, 방금 그 사람이 왜 자신을 윤구주라고 부르는 것인가요? 윤구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주변의 다른 대신들도 어리둥절했다.“자네들 잊었는가? 6년 전에 화진 인왕의 이름이 윤구주였어!”늙은 대신이 말했다.“뭐라고요? 화진의 인왕? 구주왕 말인가요?”“맞아요! 바로 그 사
설국을 지키는 두 초극 절정은 윤구주의 위력에 깜짝 놀랐지만, 그들 뒤에는 설국 도성이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이들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면 설국에는 분명 재앙이 닥칠 것이 분명했다.“화진 꼬마야, 너 완전히 미쳤구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육도 절정인 두 초극 절정이 공격을 개시했다.이들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자신만의 진역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두 초극 절정이 힘을 합친 순간, 반경 100미터 안에 회색의 천수 구역과 갈색의 난쟁이 사자 구역이 형성되었다.두 구역 안의 생명체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한 줌의 재로 변했다.“천수 부도!”가장 먼저 공격한 쪽은 검은 옷을 입은 천수였다.그가 종횡무진하다가 손바닥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손바닥 그림자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육도의 위엄이 담겨있는 이 어마어마한 정법은 신급 강자를 박살 낼 수 있었다.천수가 공격을 펼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난쟁이 사자도 함께 움직였다.난쟁이 사자가 포효하더니 몸에서 적갈색의 절정기가 뿜어져 나오며 흉악한 사자의 그림자가 몸에서 나왔다.사자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난쟁이 사자가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매서운 권의는 거대한 사자 그림자와 함께 허공을 가로지르며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두 육도 절정이 동시에 공격한 탓에 윤구주는 혼자서 둘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그 순간, 옆에 서 있던 세나미도 그들의 기세에 눌려 재빨리 뒤로 몇 발짝 후퇴했다.두 육도 절정이 함께 공격하는 모습을 본 윤구주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겨우 이 정도야?”윤구주가 한 발짝 내딛자, 도성의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온몸에 적선기를 가득한 윤구주가 손에 쥐고 있던 용혼한위총을 휘두르자, 10미터 길이의 창 그림이 허공에 나타났다.윤구주가 손으로 법인을 눌렀다.“천둥! 오너라!”쾅쾅!온 하늘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갑자기 보라색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용혼한위총에 떨어졌다.그러자 긴 창이 순식간에 번개 창으로 변했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