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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Author: 라오
“양창수 씨, 빙빙 돌리지 말고 결과 빨리 말해요.”

양지원이 조급한 듯 말하자 양석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 반대편에서 양창수는 일부러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큰아씨, 제가 결과를 받긴 했는데 아직 안 봤어요.”

‘누가 그 말을 믿겠어. 이렇게 큰 일을 가지고 농담을 할 수 있어?”

양지원은 그의 여유로운 목소리를 듣고 마음속에서 한결 안심했지만 그래도 정확한 결과를 듣고 싶었다.

“빨리 봐요.”

“지금 보고 있어요.”

양창수는 말하며 종이 펼쳐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양지원은 양석진의 품에 반쯤 기대며 귀를 쫑긋 세우고 결과를 기다렸지만 양창수는 계속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양지원이 침묵을 못 참고 다시 말할 뻔했을 때 양창수는 일부러 기침하며 말했다.

“결과는...”

양지원은 침묵했다.

“...”

양석진은 이미 감이 잡혔고 걱정하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양석진은 손을 뻗어 양지원의 머리를 그의 품에 더 가까이 밀어 넣으며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양창수의 과장된 기쁜 소리가 들려왔다.

“양성입니다! 큰아씨, 양성이예요.”

양지원은 이를 악물며 휴대폰을 넘겨 양창수를 때리고 싶었지만 긴장하던 신경은 드디어 풀렸다.

그녀는 눈을 굴리며 몸이 다 풀린 채로 양석진의 품에 엎드렸고 잠시 본능적으로 한숨을 쉬고 나서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

“정말 수고 많았어요. 늦은 밤에 보고서까지 가져오고!”

양창수는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큰아씨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하하.’

양석진은 양지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양창수에게 말했다.

“수술 일정은 정해졌어?”

양창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아마 다음 주에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여러 검사가 남아 있어요.”

“그럼 최대한 빨리 정해줘.”

“알겠습니다.”

시간이 늦어져서 양창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방 안은 잠시 조용했고 잠시 후 양지원은 몸을 일으켜 양석진과 마주 보았다.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양석진을 안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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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81화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요. 아버지 수술이 끝나는 대로 돌아갈게요.”이튿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연정훈이 양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연정훈은 새벽에 양시연이 보낸 문자를 확인하고 답장을 했다. 그리고 아침 8시가 되어서 양시연에게 연락했다.너무 걱정된 연정훈은 바로 자신이 그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얌전히 회사나 다녀요. 굳이 올 필요 없어요.”“임신한 네가 밖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심하고 출근할 수 있겠어?”“뭐가 고생이에요?”양시연이 웃음을 작게 터뜨렸다.“부모님이랑 같이 있으니 아주 편하거든요.”“내 눈앞에 없으니, 안심이 안 돼.”양시연이 입꼬리를 올렸다.그리고 죽을 한술 뜨며 창밖의 햇살을 보며 말했다.“내 몸은 내가 잘 챙길 테니 정훈 씨도 열심히 일하고 우리 가족 지켜요.”연정훈도 웃음이 터졌다.“지금 남은 가족은 나밖에 없는데 뭘 챙겨?”“어? 우리 나비랑 영준이는 가족이 아니라는 거예요?”양시연이 진지한 얼굴로 혼내듯이 말했다.“돌아가서 우리 나비랑 영준이 살이 빠지진 않았는지 확인해 볼 거예요.”“내가 살이 빠지면?”“정훈 씨도 안 돼요.”“...”연정훈은 양시연과의 말다툼에 이길 자신이 없었다. 양시연이 있는 곳으로 다녀오려면 최소 몇 시간은 걸렸고 본인이 시간을 짜내어 그곳으로 가면 그만이었다.그러나 하룻밤이 지나고 양시연은 많이 차분해졌다.연정훈을 한참 달래주다가 양시연은 잠시 잠을 청했고 일어나서는 한강시의 업무를 살펴보았다.정인 그룹은 한강시에도 업무가 있었으나 양시연은 대표직을 맡은 뒤로 한 번도 한강시를 다녀올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한번 제대로 알아볼 생각이었다.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연정훈 생각을 잊지 않았다.시간이 비자 양시연은 양지원에게서 편지지를 얻어와 연정훈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또 우편이 너무 느리게 도착할까 봐 걱정돼 가장 빠른 우편으로 보냈다.연정훈은 편지를 받고 문자로 보내는 대신 센스 있게 편지로 답장했다.양시연은 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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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84화

    “숙취해소제라도 샀어요?”반우희는 순진한 얼굴로 물었고 부승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옆에 내려두었다.부승원이 속이 많이 불편한 가 싶어 반우희는 장서진의 질문에도 답장하지 않고 부승원의 옆에 꼭 붙어 이마를 대신 꾹꾹 눌러줬다.작고 말랑말랑한 손이 주무르는 느낌이 참 좋았다.부승원은 창문 밖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을 빌어 반우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빠르게 반우희를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헤헤.’바보 같은 반우희는 방금까지 무뚝뚝하던 부승원의 변화에 마냥 기분이 좋았다.그래서 부승원의 품에 안겨 더 열심히 머리를 꾹꾹 눌러줬고 목을 꼭 끌어안아 거의 품에 매달린 것처럼 되었다.부승원의 집 아래에 도착하고 반우희는 부승원을 위층으로 바래다주고 바로 내려올 생각으로 기사에게 말했다.“아저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바로 내려올게요.”기사는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네. 올라가세요.”반우희는 안심하고 부승원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차가 빠져나가고 있는 게 보였다.“어... 어!”그래서 서둘러 손을 흔들려는데 부승원이 그 손을 낚아챘다.두 사람은 다시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섰고 반우희는 마음이 급해져 이렇게 말했다.“차가 떠나고 있잖아요!”“알아.”“그럼 저는...”“오늘 밤 넌 집 못 가.”“음... 응?”반우희는 고개를 번쩍 쳐들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부승원은 설명을 할 마음이 없는 듯 여전히 차가운 얼굴이었다.반우희는 몰래 부승원의 손에 쥔 봉투를 힐끔거렸고 순간 그 속에 든 물건이 숙취해소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승주가 걱정할 거예요.”“내가 승주한테 전화 해줄게.”“그래요...”반우희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고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반우희는 이어질 상황에 가슴이 뛰는 것이 아니라 평소와 달리 흐트러진 부승원을 볼 수 있는 게 좋았다. 부승원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때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85화

    반우희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누가 문제 푸는 걸 재밌어해요? 난 문제지만 봐도 머리가 아프던데.”“...”“변호사님이 풀라고 하지 않았으면 절대 손도 대지 않았을 거예요.”부승원은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본인이 문제지를 풀라고 한 건 맞았으나 소꿉친구랑 같이 문제를 풀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다.“그러니 내 말대로 빨리 문제지나 풀어.”부승원은 다시 시선을 서류로 돌렸다.‘아, 뭐야.’‘이미 물건은 사뒀으면서 날 꼬시지도 않아?’‘정말 김빠져.’반우희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부승원이 서랍에서 물건을 꺼내는 틈을 타 빠르게 무릎 위로 앉았다.부승원은 예상을 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으나 너무 갑작스러운 반우희의 움직임에 행여나 반우희가 넘어질까 빠르게 허리에 손을 감았다.그러자 반우희는 자연스레 부승원의 목에 손을 걸고 눈을 깜빡거렸다.“...”반우희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에 부승원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꾹 다물었다.“뭐 하자는 거야?”“시간이 많이 늦었고 술 마셔서 속도 불편한데 왜 계속 일만 해요?”반우희의 푸념에 부승원이 대답했다.“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해야 할 일이야.”부승원은 한 손으로 반우희를 안아 들고 계속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반우희는 심술이 나 몸으로 부승원의 시야를 가렸다.그러나 부승원은 차가운 얼굴로 자연스레 다른 한 손으로 서류를 잡고 읽었다.‘아 짜증 나!’부승원이 자신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은 걸 알아차린 반우희는 아예 몸을 돌려 부승원의 몸 위를 가로 타 앉았고 시야를 통째로 가려버렸다.‘흥! 어디한번 해보시지!’그러자 서류를 쥔 손이 허공에 멈춰서고 부승원은 반우희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반우희는 입을 삐죽이며 부승원을 노려보았다.그렇게 한참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부승원이 먼저 어쩔 수 없다는 듯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고 반우희의 허리에 손을 올린 채로 가만히 반우희를 바라보았다.반우희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이어 입꼬리를 올리더니 부승원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86화

    “내 어디가 좋아?”부승원이 갑작스레 질문했다.사실 부승원은 반우희의 마음을 진작 눈치를 챘었다. 하지만 그동안 늘 반우희가 어린아이처럼 보여 그 마음을 모른 척했었는데 오늘따라 자신을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어린 친구들은 이승우 같은 사람이 더 취향 아닌가?’반우희는 이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어 하나하나씩 세면서 대답했다.“첫째. 변호사님이 부자인 게 좋아요!”부승원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바짝 세웠다.잔뜩 구겨진 부승원의 표정에 반우희가 빠르게 말을 덧보탰다.“난 변호사님 돈만 밝히지 다른 사람 돈엔 관심이 없어요.”“...”부승원은 심호흡을 하며 애써 진정하려고 자신을 다독였다.“돈이 없으면 날 좋아하지 않을 거야?”“그럴 리가요.”반우희는 바로 반박하더니 두 번째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변호사님은 돈만 있는 게 아니라 똑똑하고 일도 잘하잖아요!”“그건 첫 번째 이유랑 다를 게 없잖아.”부승원은 어이가 없어졌다.“아니요. 달라요. 변호사님이 돈이 많은 이유는 아주 다양하잖아요. 능력도 좋고 재벌 2세이기도 하고!”반우희의 말에 부승원은 어이가 없어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대앉았다. 그리고 또 어처구니없는 가설을 하며 질문을 이었다.“내가 돈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고 일도 잘 못하면 그래도 날 좋아할 거야?”“당연하죠.”반우희는 부승원의 입술에 뽀뽀하며 말했다.“변호사님은 또 잘생겼잖아요.”“...”그 순간 부승원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러자 반우희는 작게 감탄하며 말했다.“그리고 변호사님이 돈이 없을 리가 없어요.”“부모님이 그렇게 돈이 많은 데다 또 똑똑하고 잘생겼잖아요.”반우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정말 천지개벽이 일어나고 모든 게 달라진다고 해도, 이 얼굴 하나로도 돈 잘 벌 걸요.”부승원은 정말 피를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길게 심호흡했다.“너 정말 돈만 보고 날 만나는 거지? 내가 돈이 없으면 얼굴이라도 팔아서 돈 벌게 하려고? 그리고 돈이 없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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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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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4화

    오성호가 죽자 양혁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모든 걸 혼자 감당할 거로 생각했다.누군가 그에게 ‘네가 악몽 꿀까 봐 걱정돼’, ‘슬플까 봐 걱정돼’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자신 안에서 일어난 미세한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날 밤 변여름은 마치 작은 수호신처럼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켰다.그는 처음으로 마음속 어딘가에 기대어도 된다는 감정을 느꼈고 양혁수는 변여름을 품에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를 들으며 전보다 훨씬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었다.해가 막 떠오르려는 새벽에 오성호는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양혁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가장 간단한 절차로 화장을 준비했다.며칠 전 한강시에서 오래된 집사가 찾아왔다. 겉으로는 인사차 왔다고 했지만 양혁수는 양지원이 그를 대신해 장례를 챙기도록 보낸 거로 생각했다.이틀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고 그는 유골함을 집에 임시로 안치한 뒤 며칠 후 한강시로 옮길 준비를 했다.설날이 다가오자 양지원이 전화를 걸어 어디서 보낼지 물었다.십 대 후반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는 북적이는 곳을 즐겼지만 요즘은 성격이 한층 차분해져 설날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꺼렸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한강시로 모셔 함께 명절을 보내거나 그가 경인으로 가는 편이 가장 편하고 좋았다.하지만 올해는 곁에 변여름이 있었다.그녀는 설날을 특별히 챙기지 않는 집안 출신이라 굳이 집에 갈 필요도 없었다.양혁수는 그녀를 어디로 데려갈지 결정하지 못했고 일단 양지원에게 말을 돌렸다.그는 변여름이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때 노지혜가 끼어들었다.“그쪽에서는 설날이 큰 행사예요. 진짜 사귀는 여자 친구라면 데려가야죠.”변여름이 알아본 바로는 그 말이 꼭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여자 친구들도 대부분 설날에는 자기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가는 게 귀찮았고 이번만큼은 양혁수가 자신을 데려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황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3화

    변여름의 한마디에 양혁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만이 가슴에 가득 찼다.그가 이를 악물자 변여름은 진심 어린 아쉬움이 스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70점은 너무 적어요. 내가 오빠한테 키스 몇 번 더 할 테니 80점으로 올려줄 수 있어요?”양혁수는 어이없었다.“...”그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끝내 시선을 들지 못한 채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변여름은 그의 등 뒤를 꼭 끌어안았다. 마치 끈적하게 달라붙는 상큼한 레몬 맛 엿처럼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양혁수는 도무지 그녀를 떼어낼 수 없어 결국 그녀를 끌어안은 채 조용히 들어 올렸다.변여름은 놀란 숨을 삼키며 그를 꼭 껴안았고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그의 얼굴에 바싹 닿아 있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쉰 뒤 변여름을 흘겨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지금은 59점이야.”‘푸. 80점을 바라다니.’변여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잽싸게 다가가 양혁수의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60점이면 좋아요. 80점까지는 욕심내지 않을게요.”양혁수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코웃음을 흘렸다.그녀를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변여름은 그의 옆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심장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늘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크고 작은 사고도 잦았다. 하지만 어떤 성취보다 지금 이 남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 더 벅차고 소중했다.그가 몇 점을 주든 그녀는 그저 기뻤다.양혁수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곁눈질로 그녀를 슬쩍 바라보았다.그녀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품을 더욱 꼭 끌어안았다.목에 닿는 그녀의 힘은 마치 목줄 같았다. 양혁수는 속으로 생각했다.‘이제 이 골칫덩이를 정말 떼어낼 수 없겠어.’하지만 떼어내고 싶지도 않았다.그가 화서시에 온 이유는 오성호의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오성호가 바로 죽지 않아 그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 며칠은 우울했지만 그 뒤로는 일주일 넘게 변여름에게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다.함께 먹고 함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2화

    양혁수는 목을 가다듬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얼굴을 지었다.“...조금?”‘응?’변여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이내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실험실의 연구자처럼 엄정한 표정을 지었다.“조금이면 몇 퍼센트쯤 되는 건가요?”양혁수는 잠시 생각했다.변여름은 계속해서 추궁했다.“만점이 백 점이면 조금은 몇 점쯤 될까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고 방금의 말이 너무 경솔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너무 높게 말하면 선을 넘을 것 같고 너무 낮게 말하면...’양혁수는 변여름의 얼굴에 스친 심각한 표정을 보고 그 생각을 떨쳐냈다. 너무 낮게 말했다간 변여름이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그는 조심스럽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점수를 입에 올렸다.“60점.”‘60점밖에?’변여름은 입술을 꾹 깨물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양혁수는 순간 멈칫했다.‘너무 낮았나?’그가 서둘러 말을 수습하려던 찰나 변여름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잠시 이를 악문 채 감정을 눌러 담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빠, 60점은 좀 적어요. 다시 말해줄 수 있어요?”‘네?’그녀는 가볍게 말했지만 양혁수는 그 말이 왠지 모르게 섬뜩하게 느껴졌다.머릿속이 지끈거리는 동시에 그는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변여름은 예전에 연기를 참 잘했는데 요즘은 점점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에든베타에 있을 때부터 그를 부려 먹더니 이제는 그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휘두르려 드는 것이다.‘하하. 말도 안 돼.’지금 그녀는 감히 그의 머리 위에서 놀아보겠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고 앞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60점이면 많아.”그는 눈빛을 바꾸며 마지못해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50점 정도인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변여름은 한 발짝 다가와 그의 발끝에 그녀의 발끝을 겹쳤다.양혁수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1화

    키스는 쉽지만 그것이 끝나자마자 머리가 아파졌다.입술을 떼자 양혁수는 웃고 있는 변여름의 눈과 마주쳤고 그 순간 그는 망했다고 느꼈다. 그녀에게 완전히 휘둘릴 것 같았다.역시 변여름은 그에게 물었다.“오빠, 이번에는 오빠가 먼저 키스한 거죠?”“...”“사실 처음이 아니잖아요. 에든베타에서도 오빠가 갑자기 나를 안고 키스했잖아요.”“...”“왜 일어나요?”‘왜? 너를 피하려고.’양혁수는 도망치고 싶었다.변여름은 그를 따라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양손을 느긋하게 등 뒤로 모은 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오빠, 인정 안 할 거예요?”양혁수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핥고는 억지로 말했다.“네가 몇 번이나 키스했는데 내가 따지기라도 했어?”변여름이 말했다.“따져요. 난 인정할게요.”양혁수는 어이없었다.“...”그는 그녀를 쳐다보고 입술을 깨물었다가 갑자기 틈을 찾아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다.변여름은 재빨리 움직여 그의 품에 안기며 꽉 껴안았다.양혁수는 그녀의 턱에 부딪혔다. 세게 부딪힌 것은 아니었지만 아픔보다는 놀란 듯 심장이 쿵쾅거렸다.그는 침을 삼키고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들었다.“오빠, 그러면 안 돼요. 내가 키스하게 했잖아요...”양혁수의 얼굴이 빨개졌고 오랫동안 바른 사람으로 살아온 그에게 악당 역할은 서툴렀다.갑자기 키스해 놓고 인정하지 않으려니 좀 어색했다.양혁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폼을 잡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인정 안 한다고 했어?”변여름은 1초 만에 고개를 들었다.“응?”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키스 한 번에 이렇게 큰 진전이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양혁수는 전에 변여름을 꼬마 변태라고 부르며 지능이 뛰어나다고 했지만 지금 보니 그 말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았다. 몇 번이나 자신에게 이득을 보게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에게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변여름은 그에게 물었다.“오빠, 진짜 인정할 거예요?”양혁수는 마음속으로 변여름이 어디까지 나아가려는지 알 수 없어 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0화

    집사가 창문을 여는 순간 계단에 앉아 있는 양혁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쯧쯧.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엉덩이가 안 차가운지 몰라.’아래층에서 변여름은 스스로 제안한 낭만을 즐기려 분위기를 내보려 했지만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후회했다.“오빠, 우리 들어가요.”양혁수는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낭만은 벌써 끝난 거야?”변여름이 말했다.“...엉덩이 안 차가워요?”양혁수는 물론 알고 있었다. 앉자마자 속으로 거친 말이 먼저 떠올랐다.그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절대 앉지 않았겠지만 정원 풍경이 제법 괜찮아 기분이 좋아진 그는 곧장 들어가지 않고 차고에 들러 방석 두 개를 가져왔다. 그리고 하나를 변여름이게 건넸다.엉덩이는 보호했지만 변여름은 다시 양혁수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그는 아무 말 없이 핫초코를 마셨고 그녀 역시 말없이 그와 함께 따뜻한 시간을 나눴다.잠시 후 온몸이 데워진 양혁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 소리를 들은 변여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오빠, 기분 좀 나아졌어요?”양혁수는 그녀가 죽어가는 친아버지를 보고 마음이 복잡할까 봐 일부러 자신을 찾아온 것임을 알아챘다.‘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진심을 받을 수 있을까.’그는 속으로 꽤 흐뭇했지만 양지원을 제외하고도 어떻게 누군가가 그것도 여자가 자신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그는 변여름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이렇게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거 힘들지 않아?”“힘들지 않아요.”변여름은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마치 오래 준비했던 듯 담담히 말했다.“내가 오빠 좋아하잖아요.”양혁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내가 뭐가 좋아?”변여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오빠가 양혁수여서요.”순간 양혁수의 마음은 멍해졌다.변여름은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오빠가 양혁수인 이상 전 계속 좋아할 거예요.”흔들리는 마음을 숨기려 그는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정원은 고요했고 언제부터인가 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9화

    변여름은 남자를 유혹할 때 감정을 자극하는 전략에 집중했다.그녀의 이해력과 용기를 보면 오토바이를 배우는 건 식은 죽 먹기였고 양혁수는 각 부분의 기능만 설명해 주면 그녀는 곧바로 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변여름은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설명을 다 들은 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려워요. 오빠는 어떻게 이렇게 잘해요? 이것도 다 알고… 그래도 오빠가 태워줘요. 안 그러면 저, 넘어질까 봐 무서워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변여름이 순진하고 귀여운 척 연기할 때마다 마치 덩치 큰 남자가 억지로 애교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능숙하긴 한데 그런 애교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변여름은 작은 가방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며 그의 주머니에서 털실 장갑을 꺼냈다.“난 오빠가 장갑 안 낄 줄 알았어요.”변여름은 한숨을 쉬며 끈 장갑을 목에 걸고 장갑을 낀 뒤 손뼉을 쳐가며 그 따뜻함을 느꼈다.양혁수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은 걸 알아차렸다.목도리가 높게 올라와 작은 코를 가렸고 머리에는 털실 모자를 썼으며 짧은 울 코트와 스커트 세트에 검은색 이너와 롱부츠까지 갖춰 입은 모습은 멍청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순진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지닌 그녀를 보며 그는 듬직한 남자가 애교 부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다.“모자 벗고 헬멧 써.”그가 말하자 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 끝에 달린 털 방울을 잡아당겼다.양혁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날리는 머리카락을 눌러주고 그녀의 손을 잡아 천천히 모자를 벗겼다.변여름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자 역시나 양혁수는 직접 그녀에게 헬멧을 씌워줬다.마스크 너머로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마스크를 위로 올렸다.그러자 양혁수는 다시 그녀의 마스크를 아래로 내려주며 말했다.“나중에 차 타고 가면 얼어 죽을 거야. 함부로 벗지 마.”‘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8화

    오성호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도 양혁수는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지 않았다. 하물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죽음을 앞두고 짧게 마주한 이 순간엔 더욱 그랬다.묘지 이야기가 끝나자 부자 사이에는 말 한마디조차 스며들 수 없는 침묵이 내려앉았다.오성호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는 지금 자신의 아이를 보고 있는 건지 단지 피를 나눈 존재를 바라보는 건지 아니면 양혁수를 통해 잊힌 과거를 떠올리며 전혀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른다.양혁수는 그것을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오성호가 양지원을 만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고 오성호는 한참 뒤 남아 있는 힘을 다 짜내 그에게 물었다.“네 엄마는...잘 지내니?”양혁수는 사실대로 말했다.“말씀하신 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오성호가 웃자 산소마스크에 김이 서렸고 그는 눈을 감은 채 다시 조용해졌다.양혁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다른 부탁은 없어요?”오성호는 양혁수가 떠나려는 기척을 느끼고 다시 눈을 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날씨가 추워...빨리... 집에 가...”양혁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익숙했지만 지금 이 사람의 마지막 두 마디가 진심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진심이든 거짓이든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성호를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뒤 돌아섰다.서로 30년 넘게 부자로 살아왔지만 결국 남은 건 몇 마디 말뿐이었다.문을 닫으려던 순간 양혁수는 침대에 누운 이가 힘겹게 문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뒤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섰다.올 때와는 달리 밖으로 나서자 마치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달빛 아래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답답함이 뻥 뚫리는 듯했다.양혁수는 계단에 멈춰 서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7화

    “나 혼자 가면 돼.”양혁수가 말했다.변여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끈 달린 장갑을 꺼내 들며 말했다.“알아요. 그냥 장갑 가져다주려고요.”양혁수는 장갑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고 침잠했던 기분이 조금씩 풀렸다.“나가서 끼면 돼.”“분명히 거짓말이에요.”변여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끝내 그를 다그치지 않고 장갑을 조용히 그의 품에 안겼다.그녀는 그를 배웅하며 갑자기 물었다.“주차장에 오토바이 있던데 내가 타도 돼요?”“오토바이 탈 줄 알아?”변여름은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하지만 배울 수 있어요.”“배울 필요 없어.”양혁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헝클이며 말했다.“추운 날 오토바이 타면 귀 얼어서 떨어질지도 몰라.”변여름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나중에 오빠가 가르쳐줘요.”“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양혁수는 계단을 내려갔다.차에 타기 전 창밖 너머로 변여름이 손을 흔들며 목에 무언가를 거는 시늉을 하자 양혁수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오성호가 입원한 곳은 조용한 곳에 자리한 개인 병원이었고 밤 9시가 넘자 주변은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았다.저택에서 병원까지는 잠깐이었지만 병원 밖에서 병실까지는 20분이나 걸렸다.양혁수는 정원을 지나 사람 하나 없는 긴 복도를 걸었고 부드러운 조명이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개인 정원에 도착했다. 그 사이 그는 오성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그러나 병상에 누워 있는 오성호의 모습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린 데다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양쪽 볼은 부어 있었으며 눈은 천장의 형광등을 멍하니 응시한 채 공허했다.소리를 들은 오성호는 낡은 자루처럼 거칠게 숨을 내쉬며 몸을 움직여 문 쪽을 바라보았다.양혁수가 들어서는 걸 보자 그의 눈에 희미한 빛이 스쳤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곧 사그라졌고 낯선 이를 보는 듯한 평온만이 남았다.“왔구나...”그가 입을 열었지만 그 목소리는 듣는 이를 거슬리게 할 만큼 거칠고 불쾌한 소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6화

    변여름은 스웨터와 목도리 장갑 한 켤레를 챙겨 왔다.양혁수가 스웨터를 걸쳐보니 몸에 맞았고 목도리 역시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하지만 그는 끈 장갑을 들어 올리며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여름아, 이런 장갑은 아이들이 잃어버릴까 봐 쓰는 거잖아.”변여름은 말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장갑 끈을 그의 목에 걸어주었다.“오빠, 평생 오빠를 위해 장갑을 떠줄 거지만 내가 뜬 장갑은 소중하니까 잃어버리면 안 돼요.”“...”양혁수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착용은 할 수 있겠지만 끈만큼은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털실 장갑은 별로 따뜻하지 않아. 보온성은 가죽 장갑이 훨씬 낫지.”그가 넌지시 말하자 변여름이 고개를 들었다.“그러면 끈을 가죽끈으로 바꿔줄게요.”양혁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됐어. 됐어.’두 사람은 한참을 고집스럽게 맞서다가 결국 다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기분이 좋았던 그는 결국 변여름의 달콤한 설득에 넘어가 담요 뜨는 법까지 배우게 되었지만 이내 장난스럽게 시범을 보여달라며 매우 긴 부분은 늘 여름이 대신 떠주곤 했다.“곧 설날이네요.”조용하던 틈에 변여름이 말을 꺼내자 양혁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변여름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오빠, 저희 화서시에 가요.”양혁수의 손이 멈췄다....양혁수는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오성호에게 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다른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부성애가 필요할 나이였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양지원이 준 사랑이 넘쳐흘렀기에 ‘아버지’라는 감정의 빈칸조차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혈연이란 참으로 기묘하고도 무서운 것이었다. 오성호가 아무리 끔찍한 사람일지라도 그는 분명 양혁수의 친아버지였다.그리고 생사의 경계 앞에서 누구도 완전히 무심할 수는 없었다.결국 양지원은 오성호를 죽이지 못했다. 대신 화서시에 가둬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했다.양혁수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오성호를 찾아가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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