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71화

작가: 라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5 19:00:00
양시연은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렸다. 그리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딸깍.

욕실 문이 열리고 양시연은 빠르게 두 눈을 꼭 감았다.

연정훈은 수건으로 목에 흐르는 물방울을 닦아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 척하는 양시연을 향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연기 참 못해.”

연정훈이 톡 쏘는 말 한마디에 양시연은 할 말을 잃었다.

‘내 체면이 뭐가 돼.’

눈꺼풀에 경련이 올 것 같았지만 양시연은 절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리고 잠결에 뒤척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등을 돌렸다.

이에 연정훈은 몰래 웃음을 터뜨렸고 수건을 내려 두고 바로 침대로 향하지는 않았다.

술기운이 올라오고 머리도 살짝 어지러웠던 연정훈은 잠기운은 이미 모두 사라진 터였다. 그리고 왠지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

양시연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보던 연정훈은 시선을 거두고 컵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위층에는 도우미 하나 없었다.

오직 검은색과 흰색의 알파카가 걱정 하나 없는 얼굴로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두 알파카는 평소보다 더 풍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영준은 꼼짝도 하지 않고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고 나비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훈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입속의 음식을 씹으며 빤히 바라봤다.

연정훈은 왠지 나비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을 따르러 가는 내내 나비는 연정훈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가 연정훈이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자, 나비는 말린 바나나 간식을 머리로 밀어 연정훈의 곁에 내려놓았다.

‘먹여줘.’

마침 한가한 연정훈은 소파에 자리를 잡고 한 입 한 입 먹이기 시작했다.

나비는 쉬지도 않고 삼켰다.

이런 나비를 보고 있자니 절로 양시연의 생각이 나고 또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갔다.

“바나나가 그렇게 맛있어? 이번 달에 살이 얼마나 쪘는지 알기나 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나비는 입안의 바나나를 꿀꺽 삼키고 또 간식을 빤히 바라봤다.

연정훈은 간식을 내려놓고 피식 웃음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72화

    양시연이 마른기침을 했다.그러자 나비에게 간식을 먹이던 연정훈의 손이 뚝 멈춰 섰다. 그러나 마치 들리지 않는 것처럼 또 이어 간식을 먹였다.‘쳇.’양시연이 입을 삐죽이고 계단 손잡이에 몸을 기댔다.“큼큼. 셋 셀 동안 계속 모르는 척하면 오늘 밤엔 그냥 소파에서 자요.”“...”‘양시연 정말...’‘내가 손아귀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거지?’연정훈이 고개를 들어 양시연을 바라봤다.양시연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미소를 지었다.“셋, 둘...”연정훈이 몸을 일으켰다.“...”‘흥.’양시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의기양양해진 양시연은 턱을 살짝 쳐들고 말했다.“이젠 빨리 자요. 술도 많이 마신 사람이 왜 애꿎은 알파카를 잡고 그래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놀릴 거예요.”연정훈은 빠르게 계단으로 올라가 양시연의 앞에 섰다.그렇게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양시연은 눈만 깜빡였다.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오자 양시연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고 연정훈이 멈추지 않자 계속 뒷걸음질을 했다.한참 뒷걸음치던 양시연은 마음이 급해 양손으로 연정훈을 막아섰다.“뭐 하는 거예요?”연정훈이 살짝 고개를 숙여 낮은 소리로 말했다.“결혼 첫날 밤을 같이 보내지 못하게 하는 것도 꾹 참고 있는데 내가 알파카랑 대화하는 걸 창피해할 것 같아?”“...”양시연은 목을 가다듬고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그리고 연정훈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그래서 나랑 결혼한 걸 후회해요?”연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렇게 큰 노력을 들여 겨우 한 결혼인데 소감이 어때요?”양시연이 인터뷰하듯 물었다.“...”그러자 연정훈이 몰래 이를 악무는 게 보였다. 차마 화를 내지는 못하고 꾹 참고 있는 게 보여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미안한 것도 잠시, 약점을 잡았다는 생각에 또 기쁜 마음이 스멀스멀 찾아왔다. 과거의 연정훈은 나이가 많고 가진 게 많다는 걸 빌미로 양시연을 압도했었다. 그러니 이제 과거에 저지른 자기 잘못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것 같았

    최신 업데이트 : 2024-12-25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화

    비 오는 날, 검은색 벤틀리 뒷좌석에서.차 안의 어두운 불빛 때문에 남자의 허리춤을 휘감고 있는 여자의 희고 부드러운 다리가 어렴풋이 보였다.간지럽고 야릇한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안시연의 초점 잃은 눈동자는 젖어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허리를 튕기면서 눈앞의 사람이 빨리 끝내길 바랐다.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받쳐주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줬다.“읍!”안시연이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고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탄 남자가 몸짓을 멈추었다.“처음이야?”안시연은 몸을 불태우던 열기가 조금 식은 것 같았다. 잇따라 허전한 기분이 들더니 그녀는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더 단단히 감아 들었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연정훈의 몸놀림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그는 여자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긴장 풀어.”차 안의 온도가 급상승했다.정신은 흐릿했지만 이상하게 감각은 예민했다.안시연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더니 어금니를 깨물고는 애써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았다.그녀는 이 상황이 황당하게 느껴지기만 했다.두 달 전, 그녀는 주지혁의 팔짱을 끼고 성진대학교 동문 모임에 참석했었다. 연정훈은 성진대학교의 우수 졸업자 겸 학부 특임 교수로서 그 동문 모임에 참석했는데 두 사람에게 선남선녀라며 칭찬했던 적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주지혁은 바람을 피워 곧 명문 가문 아가씨와 결혼한다.그리고 그녀는 연정훈의 아래에 누워 그가 순결을 앗아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다.경인시에서의 연씨 가문은 권력이 대단했다.연정훈은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지만 몇 년 전에 갑자기 교수직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정인 그룹을 맡았다.그리고 지금의 그는 경인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사람들 앞에서는 번듯해 보이더니 이런 일을 할 때는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안시연을 사정없이 괴롭혔다.안시연은 하마터면 그의 차에서 숨이 멎을 뻔해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일이 끝난 후, 그녀는 옷을 꼭 껴안고는 힘이 풀린 채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2화

    안시연은 경찰서에 세 시간의 취조를 받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는데, 이때 주지혁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녀는 어금니를 깨물다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지혁 씨, 우리는 이미 헤어졌어요. 굳이 내 인생을 망칠 생각인가요?”그 8억은 분명 그가 그녀에게 직접 전화해 빼내라고 한 것이다.주지혁은 그녀의 분노를 예상했는지 덤덤하게 말했다.“시연 씨, 나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면 안 되었어요.”“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안 꺼내면 당신이 어떻게 조이현 씨를 안을 수 있겠어요?”안시연이 비꼬며 말했다.주지혁은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이 뻔뻔스럽게 말했다.“나 다음 달에 이현이와 약혼해요. 하지만 난 이현이를 사랑하지 않아요. 시연 씨, 3년만 기다려요. 3년 뒤면 내가 이혼하고 꼭 시연 씨와 결혼할게요.”안시연은 헛웃음이 나왔다.“그럼 3년 동안 나는 어떡하라고요.”“외국으로 유학 보내줄게요.”뻔뻔스럽네!명문 가문 출신인 조이현과 결혼은 해야겠고, 또 그 돈으로 안시연을 ‘내연녀’로 만들게 하다니, 어떻게 이런 염치없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가?안시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지만 난 이미 다른 남자와 잤어요.”주지혁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는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농담은 하지 마요. 나 화나게 만들면 시연 씨에게 좋을 것 없어요.”안시연이 심호흡하고는 어금니를 깨물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뭐예요?”“나 찾으러 와요. 내가 시연 씨 외국 보내줄게요.”“꿈 깨요!”주지혁이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시연 씨, 만약 내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시연 씨는 돈의 행방을 모두 찾아내는 것으로 결백을 증명해야죠.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 줄 알아요? 나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8억이면 시연 씨 감옥에서 10년 갇히고도 더 남아요. 시연 씨가 감옥에 들어가면 누가 외할머니를 돌보겠어요?”안시연에게 힘이 남아돌았다면 진작 그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내가 정말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3화

    안시연은 그제야 연정훈 눈빛의 의미를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그녀는 빠르게 거울 앞을 지나 옷을 벗고는 욕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다 씻고 나서야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욕실 안에는 남성 가운 하나밖에 없었다.안시연은 어젯밤 연정훈을 떠올렸는데 그가 여색을 밝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어쩌면 이미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녀는 가운을 입고 문을 열고는 조심스럽게 연정훈을 불러보았다.“연 교수님?”아무런 대답도 없었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빠르게 나가 데스크에 전화해 옷을 부탁하려고 했다.침대에 앉아 이제 막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정이슬이 그녀에게 보내준 스크린샷이었다.“시연아, 무슨 일이야? 전민준에게 부탁하러 간 거 아니었어? 왜 싸우게 된 거야? 그 새끼가 단톡방에서 너 꽃뱀이라며 욕하고 있어.”안시연이 단톡방을 확인하자 아니나 다를까, 정말 정이슬의 말대로 전민준은 그녀에게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붓고 있었다. ‘생동감 넘치는’ 거짓말에 사람들은 그에게 위로도 건넸다.[걸레 같은 년은 나도 싫어. 그 와중에 보답 없이 부탁하는 것 좀 봐. 퉤!]안시연은 이 보름 동안 불행의 시간을 보냈다.그녀에게 도움을 베푼 사람이 있기는커녕 지금 단톡방에서 또 이런 비난을 받고 있으니, 그녀는 분노가 끓어올랐고, 또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 코끝이 찡했다.“옷은 이따가 누가 가져다줄 거야.”맑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안시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그제야 연정훈이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뭐야? 왜 소리를 안 내?’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안에 속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연정훈은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느긋하게 말했다.“난 대답했는데 당신이 못 들은 거야.”그 말인즉 자기 탓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안시연은 어이가 없었다.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발목에서 고통이 몰려와 그녀는 작은 신음을 뱉고 다시 침대에 주저앉게 되었다.연정훈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화

    안시연이 얼어붙었다.잠깐 생각하고서야 그의 뜻을 알아챘다.어제는 그녀의 첫날밤이었고 연정훈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니 그의 뜻은 전에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안시연의 얼굴이 점점 빨개졌는데 그녀는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그녀와 잠자리를 가져본 사람은 연정훈밖에 없었다.주지혁이 바람피우기 전 두 사람의 스킨십은 포옹과 키스에 그쳤고, 잠자리는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그녀는 경험도 없어 이런 얘기가 꺼내질 때마다 어색한 마음이 들곤 했다.연정훈이 또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그녀는 겨우 대답했다.“습관 되지 않아서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어요.”사실이었다.연정훈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맑은 눈을 가진 그녀였기 때문이다.“넌 참 착한 여자야.”연정훈이 덤덤하게 뱉은 말에 안시연은 입술을 꽉 물었다.방금까지 단톡방에서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받은 불공평한 대우까지 떠오르니 그의 말에 그녀는 왠지 모르게 억울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분명 그녀는 잘못한 게 없는데 보는 사람마다 그녀를 비난하곤 했다.연정훈이 무심하게 말을 뱉고는 약을 다 바른 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안시연이 서둘러 몸을 뒤로 뺐는데 허벅지 사이로 약간의 고통이 전해졌다.어젯밤의 부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연정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리를 모을 때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포착했다.“다리에도 상처가 있어?”그 얘기를 듣자, 안시연은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들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그녀의 눈가, 그리고 코끝이 빨개졌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마치 비바람 속에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 같았다.연정훈이 한 발짝 다가서자, 안시연은 몸을 더 뒤로 뺐다.“안시연.”연정훈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녀는 긴장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뒤에 있는 침대 시트를 꽉 잡았다.연정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화

    안시연은 테이블 위에 누워있었는데 마침 주인을 기다리는 정교한 선물 같았다.연정훈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고는 달콤한 입술을 맛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여자가 입고 있던 가운의 끈을 풀었다.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가는 허리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누비고 있었다.사실 아까 병풍을 사이 두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부터 그는 그녀의 가는 허리를 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때 안시연은 전민준에게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연정훈은 목덜미를 물어뜯자, 안시연은 온몸에 전율이 퍼지는 것 같았다.점점 거칠어지는 남자의 숨소리와 손길, 그리고 자연스럽게 버클을 푸는 남자를 보며 안시연은 얼굴이 빨개져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어두운 불빛 아래 뭔가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젖은 눈을 크게 뜨고는 빛이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것의 형체를 똑똑히 보려고 했다.연정훈 손에 낀 반지였다.그것도 약지에 끼어 있었다.순간 뜨겁게 달아오르던 안시연의 몸이 차갑게 식어버렸다.대충 세어보니 연정훈도 거의 서른 되는 나이였다.명문 가문의 후계자라면 이 나이에 진작 결혼했을 텐데 말이다.“집중해.”남자는 여자의 귓불을 깨물며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다리를 꽉 잡아 벌리려고 하자 안시연이 갑자기 몸을 뒤로 빼며 남자를 밀어냈다.“안 돼요!”연정훈의 새까만 눈동자는 욕망으로 타올랐다.그는 안시연이 그에게 도움을 부탁할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조건을 내세울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그는 여자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상처 난 부위를 피해 잡았다.그리고 그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고는 힘으로 제압했다.안시연이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의 입술을 피했다.연정훈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숨을 헐떡이고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왜 그래?”“결혼하셨잖아요!”안시연이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주지혁이 바람피워서 마음고생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내연녀’라는 존재를 싫어했다. 그래서 절대 다른 사람의 결혼에 끼어들 생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화

    호텔 로비에서.연정훈이 내려왔을 때는 이미 샤워를 마쳤고 다른 양복으로 갈아입은 후였다.김세연이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임유정이 앉아있었는데 그녀는 잡지 속의 주얼리를 가리키며 김세연과 얘기를 나눴다.연정훈이 걸어오자, 임유정은 바로 그를 발견했다.“정훈 씨.”그 말에 김세연도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아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바로 샤워한 사실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아들이 체면도 지켜줘야 했으니, 김세연은 굳이 까발리지 않았다.“왜 이제야 내려와? 나랑 유정이가 너 거의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연정훈이 덤덤한 얼굴로 소파 위에 앉고는 말했다.“데스크에서 약혼녀가 왔다고 하던데요. 약혼녀와의 첫 만남이니까 제대로 꾸미고 내려와야죠.”김세연이 의아한 얼굴을 보이고는 임유정에게 고개를 돌려다.임유정의 얼굴에 홍조가 띠더니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약혼녀? 데스크가 그래?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김세연은 그녀의 연기를 간파하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연정훈을 보며 말했다.“데스크에서도 너랑 유정이가 선남선녀로 보여서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이런데도 기회 안 잡고 뭐 해?”임유정의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그녀는 김세연의 팔을 끌어안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김세연이 그녀의 팔을 툭툭 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연정훈을 흘겨봤다.연정훈은 기분이 좋았는데도 임유정이 연기하는 꼴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김세연을 보며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너 집에 안 들어온 지 몇 달이나 됐잖아. 전화해도 계속 건성건성 대답하고. 유정이랑 밥 먹다가 네가 이곳에 묵고 있다는 걸 알았어. 아니면 엄마가 아들 얼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즘 바빠서요.”“핑계는.”김세연은 아들 얼굴 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 임유정을 보며 말했다.“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들어가서 쉬어. 대신 네 엄마에게 안부도 물어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화

    안시연은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주지혁에게 준 집 열쇠를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탁’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멀지 않은 곳에 양복과 구두로 번듯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주지혁이었다.남자는 천생 배우라더니 주지혁도 다를 것 없었다.잘생긴 그는 평소 안시연에게 무척 따뜻하게 대해줬다. 하지만 지금 음침한 얼굴빛을 드러내 안시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안시연이 그를 쫓아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물었다.“전민준 만나러 갔어요?”그는 분명 단톡방 내용을 봤을 것이다.안시연이 숨을 길게 내쉬고는 그와 더 얘기하지 않으려 했다.“누굴 만나든 당신과 상관없으니 이제 우리 집에서 나가죠? 열쇠는 여기 두고요.”불같이 화를 내는 안시연을 보더니 주지혁은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자기에게도 이렇게 모질게 구는데 전민준 같은 인간에게 자존심을 굽혔을 리가 있을까?“시연 씨 일이니까 당연히 신경 써야죠.”안시연은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주지혁이 한발 앞서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한쪽을 버리고는 여세를 몰아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이거 놔요!”안시연이 소리를 질렀다.주지혁은 강세로 그녀를 밀어붙이며 소파에 눕혔다.“출국하는 거, 고민해 봤어요?”안시연이 발버둥 치더니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꿈도 꾸지 마요!”주지혁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는데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빨갛게 물든 그녀의 입술을 발견해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다른 사람과 키스했어요?”안시연이 멈칫했다.곧이어 복수했다는 쾌감이 들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네, 키스했을 뿐만 아니라 잠자리도 가졌죠.”주지혁은 이성의 끈을 놓을 뻔했다.하지만 고집스러운 안시연의 얼굴을 보며 그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을 설득했다.‘나의 시연 씨는 절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자신의 추측에 힘을 실으려고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안시연에게 키스를 퍼부었다.안시연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2-29

최신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72화

    양시연이 마른기침을 했다.그러자 나비에게 간식을 먹이던 연정훈의 손이 뚝 멈춰 섰다. 그러나 마치 들리지 않는 것처럼 또 이어 간식을 먹였다.‘쳇.’양시연이 입을 삐죽이고 계단 손잡이에 몸을 기댔다.“큼큼. 셋 셀 동안 계속 모르는 척하면 오늘 밤엔 그냥 소파에서 자요.”“...”‘양시연 정말...’‘내가 손아귀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거지?’연정훈이 고개를 들어 양시연을 바라봤다.양시연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미소를 지었다.“셋, 둘...”연정훈이 몸을 일으켰다.“...”‘흥.’양시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의기양양해진 양시연은 턱을 살짝 쳐들고 말했다.“이젠 빨리 자요. 술도 많이 마신 사람이 왜 애꿎은 알파카를 잡고 그래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놀릴 거예요.”연정훈은 빠르게 계단으로 올라가 양시연의 앞에 섰다.그렇게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양시연은 눈만 깜빡였다.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오자 양시연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고 연정훈이 멈추지 않자 계속 뒷걸음질을 했다.한참 뒷걸음치던 양시연은 마음이 급해 양손으로 연정훈을 막아섰다.“뭐 하는 거예요?”연정훈이 살짝 고개를 숙여 낮은 소리로 말했다.“결혼 첫날 밤을 같이 보내지 못하게 하는 것도 꾹 참고 있는데 내가 알파카랑 대화하는 걸 창피해할 것 같아?”“...”양시연은 목을 가다듬고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그리고 연정훈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그래서 나랑 결혼한 걸 후회해요?”연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렇게 큰 노력을 들여 겨우 한 결혼인데 소감이 어때요?”양시연이 인터뷰하듯 물었다.“...”그러자 연정훈이 몰래 이를 악무는 게 보였다. 차마 화를 내지는 못하고 꾹 참고 있는 게 보여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미안한 것도 잠시, 약점을 잡았다는 생각에 또 기쁜 마음이 스멀스멀 찾아왔다. 과거의 연정훈은 나이가 많고 가진 게 많다는 걸 빌미로 양시연을 압도했었다. 그러니 이제 과거에 저지른 자기 잘못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것 같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71화

    양시연은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렸다. 그리고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딸깍.욕실 문이 열리고 양시연은 빠르게 두 눈을 꼭 감았다.연정훈은 수건으로 목에 흐르는 물방울을 닦아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 척하는 양시연을 향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연기 참 못해.”연정훈이 톡 쏘는 말 한마디에 양시연은 할 말을 잃었다.‘내 체면이 뭐가 돼.’눈꺼풀에 경련이 올 것 같았지만 양시연은 절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리고 잠결에 뒤척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등을 돌렸다.이에 연정훈은 몰래 웃음을 터뜨렸고 수건을 내려 두고 바로 침대로 향하지는 않았다.술기운이 올라오고 머리도 살짝 어지러웠던 연정훈은 잠기운은 이미 모두 사라진 터였다. 그리고 왠지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양시연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보던 연정훈은 시선을 거두고 컵을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위층에는 도우미 하나 없었다.오직 검은색과 흰색의 알파카가 걱정 하나 없는 얼굴로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두 알파카는 평소보다 더 풍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영준은 꼼짝도 하지 않고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고 나비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훈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입속의 음식을 씹으며 빤히 바라봤다.연정훈은 왠지 나비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를 쓰다듬었다.물을 따르러 가는 내내 나비는 연정훈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가 연정훈이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자, 나비는 말린 바나나 간식을 머리로 밀어 연정훈의 곁에 내려놓았다.‘먹여줘.’마침 한가한 연정훈은 소파에 자리를 잡고 한 입 한 입 먹이기 시작했다.나비는 쉬지도 않고 삼켰다.이런 나비를 보고 있자니 절로 양시연의 생각이 나고 또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갔다.“바나나가 그렇게 맛있어? 이번 달에 살이 얼마나 쪘는지 알기나 해?”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나비는 입안의 바나나를 꿀꺽 삼키고 또 간식을 빤히 바라봤다.연정훈은 간식을 내려놓고 피식 웃음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70화

    쪽!양시연은 가볍게 키스를 마친 후 바로 자리에 누웠다.“이 정도면 된 거죠?”연정훈은 내려다보며 말했다.“아까 내가 너한테 한 키스랑 똑같아? 그렇게 대충 넘어가려고?"양시연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내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어요? 규칙도 어기고 기준까지 올리겠다고요?”“난 몰라. 그냥 네가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양시연은 혀를 차며 그와 말싸움을 벌일 준비를 했다.연정훈은 말싸움하기 싫었다. 어차피 논리적으로 밀릴 걸 알았기에 아예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그는 그냥 다시 다가가 입술을 가까이 댔다.양시연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고 연정훈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알았어요! 내가 다시 제대로 키스해 줄게요. 됐죠?”연정훈은 침묵했다.“...”연정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몸을 조금 일으켰다.“그럼 해봐.”양시연은 이를 악물고 가볍게 기침을 내었다.그녀는 다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이번에는 눈빛이 조금 더 진지해졌고 살짝 몸을 일으키며 눈을 깜빡이며 그의 입술을 바라보았다.쪽.마치 식전의 애피타이저를 먹는 것처럼 가볍게 했다.그러고는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양시연은 연정훈의 목을 더 세게 감아 붙잡았다. 입술이 서로 스치며 한 번 더 그 사이를 깊게 탐색했다.연정훈은 그녀가 발휘하는 모습을 지켜보려 했으나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양시연이 지치지 않도록 손을 뻗어 그녀의 뒤통수를 받쳤다.양시연을 자신의 팔 안에 부드럽게 안았다.처음엔 약속된 조건에 따라 금방 끝내야 했지만, 연정훈의 부드러운 태도와 그녀의 적극적인 반응이 더해져 키스는 점점 깊어졌다.둘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교차하더니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더욱 깊은 밀착으로 이어졌다.“음...”양시연의 몸이 완전히 풀렸다.어느새 그녀는 그의 손바닥을 베개 삼아 누워 있었다.목을 감싸고 있던 손은 점점 힘을 잃고 느슨해졌다.연정훈은 몸을 낮춰 양시연을 거의 완전히 눌렀다.잠시 숨을 고르는 틈에 그는 양시연의 입술을 한 번 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69화

    연정훈의 뜨거운 숨결이 양시연의 피부를 달구는 듯했다양시연은 눈앞이 아찔해지며 순간 별이 떠오르는 듯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턱이 다시 잡히고 그는 또다시 입술을 차지했다.그녀는 어깨를 움츠리며 억지로 이번 깊은 키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연정훈의 입술이 잠시 떨어지자 양시연은 힘없이 베개에 머리를 기댔다. 그가 멈출 생각이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그의 입술을 손으로 급히 막았다.그녀의 손바닥이 연정훈의 따뜻하고 촉촉한 입술에 닿았다.양시연은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요동쳤다. 그를 통제할 수 없을까 봐 다른 손까지 내밀어 양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연정훈은 양시연의 손목을 다시 붙잡았다. 힘을 주어 떼려던 순간 그녀의 화가 섞인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정훈.”연정훈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어둠 속에서 마주한 두 사람의 눈빛은 서로 빛났다.양시연은 헐떡이며 짜증과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이 밤중에!’연정훈은 태연하게 양시연의 손을 뿌리쳤다.“신혼 첫날 밤인데 내가 뭘 하는 것 같아?”양시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입안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빠르게 생각했다. 그러고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따졌다.“약속 어겼잖아요! 저와 한 약속 기억 안 나요? 사기꾼!”양시연은 연정훈의 잘못을 지적하며 그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 했다.연정훈은 천천히 물었다.“네가 기분 좋으면 하겠다고 하지 않았어?”“기억하는데도 왜 이러는데요!”“오늘 네 기분이 꽤 좋아 보이던데.”연정훈은 너무도 당당하게 말했다.양시연은 어이없었다.“...”그녀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누가 그래요!”연정훈은 대답했다.“결혼식 같은 날도 안 좋다면 대체 언제 좋겠어?”“저...”연정훈은 이어서 말했다.“오늘도 안 된다면 이번 생엔 절대 못 하겠네.”양시연은 여전히 어이없었다.“...”‘이 여우 같은 남자.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해.’양시연은 그를 째려보며 온화한 가면을 벗어던지며 이불 아래서 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68화

    방 안이 갑자기 어둠에 잠겼다.연정훈은 몸을 일으키다 말고 멈춰 섰다.그 순간 양시연이 말했다."저도 너무 피곤해요. 정말 졸려요."마지막 말은 하품하며 입을 벌리는 바람에 한층 더 나약하고 안쓰럽게 들리게 했다.연정훈은 침묵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연정훈은 어금니를 꽉 물며 순간적으로 기세가 꺾였다.어둠 속에서 양시연의 숨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처음엔 조심스럽던 호흡이 점차 고르게 변하며 금세 깊은 잠에 빠질 듯 보였다.연정훈은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화가 나 몸을 침대에 세게 던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몸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양시연은 귀를 기울이다 몰래 한쪽 눈을 떠 근처에 있던 그림자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며 잠들었다.양시연은 곧 깊이 잠들었지만, 연정훈은 끝내 잠을 이룰 수 없었다.연정훈은 옆으로 돌아누워 낮에 남산 저택에서 그녀가 민희수와 나눴던 대화와 USB에 담긴 수많은 영상을 떠올렸다.그리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마치 이 인생에서 겪은 모든 억울함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처럼 느껴졌다.‘다른 건 그렇다 치고 신혼 첫날 밤에 이렇게 적반하장이라니.’게다가 조금 전 욕실에서 곁에 있어 주겠다던 그녀는 중간에 사라졌고 연정훈은 욕실에서 넘어져 자칫 큰일 날 뻔했다.생각할수록 화가 났고 화가 날수록 그 일이 계속 떠올랐다.결국 연정훈은 다시 돌아누워 양시연을 마주했다.어둠에 익숙해진 연정훈의 눈에는 양시연의 얼굴 윤곽이 또렷이 보였다.양시연은 깊이 잠들어 있었고 그 표정은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연정훈은 손을 뻗어 양시연의 얼굴을 한번 꼬집고 싶었다!그런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마음이 바뀌었다.‘꼬집어서 뭐 하겠어? 무슨 의미가 있다고?’결국 연정훈은 몸을 양시연 쪽으로 기울여 양손을 그녀의 옆에 두고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너무 가까워져 서로의 숨결이 섞이기 시작했다.연정훈의 숨소리는 점점 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67화

    연정훈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원래 분노가 절반쯤 가라앉았는데 방금 넘어지면서 다시 화가 났다.‘이 잔인한 여자 아프다고 해서 옆에 있어 준다고 했잖아!’연정훈의 머리는 윙윙거리며 바닥에 앉아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양시연은 아래층에서 올라오며 작은 오이 하나를 들고 안에서 물소리가 나는 걸 듣고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하며 그냥 밖에서 기다렸다.잠시 후 양시연은 유리문을 두드렸다."연정훈 씨, 괜찮아요?”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뭐지?’양시연은 눈을 깜박이며 문을 더 세게 두드렸다.이번에는 안에서 물소리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나왔다.양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문을 톡톡 쳤다.“빨리 나와요 너무 오래 있지 말고요.”양시연은 말을 끝내고 돌아섰다.실내에서 연정훈은 샤워기 아래에 서서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있었다. 이전에는 화가 치솟았지만, 양시연이 다가와서 대충 걱정하는 척하자 그 분노는 또 다시 사라졌다.양시연의 그의 마음을 꽉 쥐고 있는 것 같아 더 짜증이 났다.그는 급히 물을 틀어놓던 수도꼭지를 세게 잠갔다.양시연은 영리하게 물이 멈춘소리를 듣었다. 연정훈이 빨리 씻고 나오려는 줄 알고 옷을 가져와 욕실로 갔다.두 사람은 방에서 마주쳤고 연정훈은 머리를 말리며 양시연을 보았다.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양시연은 연정훈을 보고 약간 불안한 느낌을 받았고 힘없이 웃으며 자연스럽게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 말리고 물컵을 들고 나가며 마치 물을 따르러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선물과 돈을 보관하는 큰 방으로 가는 길이었다.연정훈이 양시연을 찾으러 와도 그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양시연은 커다란 카펫 위에 앉아 기쁜 마음으로 돈을 셈하기 시작했다.침실에서 연정훈은 침대에 누워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가 오지 않는 걸 보며 상황을 확실히 파악했다.‘그래. 버텨보자.’그녀가 하룻밤 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든 기다려 볼 작정이었다.양시연은 선물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고 결국 시간이 흐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66화

    양시연은 잠시 멈칫하고 깜짝 놀랐다. 양시연은 얼른 몸을 돌려 가슴 부분의 지퍼를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휴.’연정훈은 여전히 양시연을 응시하고 있었다.양시연은 입술을 깨물며 소파에 손을 올리고 눈을 돌리며 말했다.“어때요? 괜찮아요? 힘들면 제가 위층으로 모시고 올라갈까요?”연정훈은 나른하게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머리가 좀 어지러워.”연정훈은 자신의 상태를 말했다.양시연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해장국 좀 끓여 드릴까요?”연정훈은 대답 없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괜찮아.”“그럼 잠깐 누워 있으세요. 저는 짐 정리 좀 할게요.”“...응.”양시연은 연정훈을 보며 내심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나쁜 짓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기쁜 마음으로 빨간색 캐리어를 열었다.며칠 전 양시연의 일상용품은 이미 일부 보내졌고 연정훈도 준비해 놓은 것이 있었지만, 양시연은 최근에 사용하던 물건들을 가져왔다.그녀는 짐을 안방에 놓을지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연정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양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양시연은 순간 당황했다.“...”‘캑캑.’나쁜 짓만 안 하면 된다. 다른 방에서 자는 건 너무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한참을 생각한 후 양시연은 결국 짐을 안고 안방으로 갔다.그때 연정훈이 일어나 위층으로 가려는 길이었다. 계단에서 마주친 양시연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속이 안 좋으면 벽을 짚고 천천히 걸어요.”양시연은 말하면서도 한 발자국도 멈추지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연정훈은 어이없었다.“...”방에 도착한 양시연은 침대 끝에 앉아 있는 연정훈을 보며 바쁘게 움직였다.기운이 넘치는 양시연은 부엌에서 오이를 꺼냈다.한참을 들락날락하다가 마침내 연정훈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샤워 안 해요?”“너 먼저 해.”“먼저 해요.”양시연은 예의 있게 말했다.“이 상태로는 걱정돼요. 먼저 씻으세요. 문제가 생기면 제가 들어가 도와줄 수 있어요. 옷이 젖어도 괜찮아요.”연정훈은 그녀가 말로만 하는 것이라 짐작했고 실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65화

    양지원은 양혁수의 상황을 방금 알았지만, 양시연이 말하자 양혁수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양혁수는 양시연의 결혼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렇게 했다.자세히 생각해 보니 아마 양혁수가 양시연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바로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이었을 것 같았다.양지원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혁수가 나에게 큰 문제 없다고 말했어.”양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다행이네요.”양지원은 양시연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시간도 많이 늦었어. 오늘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 집에 가서 푹 쉬어. 내일 아침에 집에 가서 아침 먹고 어머니가 아주머니한테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할게.”양시연은 얼굴이 빨개지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 양지원을 꼭 안았다.“오늘 밤은 집에 가면 안 되는 거예요?”양지원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가능하지만, 연정훈한테 먼저 물어봐야지. 그래도 연정훈에게 조금의 체면은 줘야지.”양시연은 입술을 살짝 굴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가고 싶으면 갈 거예요.”양지원은 애정 어린 손길로 양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들은 잠시 더 이야기한 후 양지원의 휴대전화가 계속 울려서 양시연은 손을 흔들며 먼저 가 보라고 했다.복도에서 양지원은 전화를 받으며 급히 걸어갔다.양시연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양지원이 ‘연정훈에게도 체면을 줘야 한다’는 말이 양시연의 마음에 남았다.‘신혼 밤 정도는 함께 보내겠지.’그녀는 계속 속으로 생각했다.연정훈이 모든 손님을 다 보내고 같이 차를 타고 강남시티로 돌아갈 때 그녀의 마음은 결혼식 날 연정훈을 향해 걸어갔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집 가는 길은 조용했고 연정훈은 술을 꽤 마신 상태여서 눈에 띄게 취한 기색이 있었다. 그는 의자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양시연은 연정훈을 힐끗 쳐다보았다.‘취했구나. 취한 게 좋겠다. 집에 돌아가서 그냥 곯아떨어질 수 있겠네.’양시연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속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64화

    이승우는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동생이라니? 내 작은고모!”부승희는 가볍게 받아넘겼다.“안 믿어.”이승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부승희는 드레스를 갈아입는 대신 양시연과 잡담을 나누며 웨이터에게 간단한 간식을 부탁했다.“네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 있어?”그러다 부승희가 갑작스레 이승우를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양시연은 호기심을 숨길 수 없었지만, 부승희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질문할 줄은 몰랐다.옆에서 연정훈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이 상황을 구경했다.이승우는 혀를 차며 말했다.“왜? 내 약점을 들춰내려는 거야?”부승희는 물러설 기미 없이 말을 이었다.“전에 말했잖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결혼한다고.”이승우는 잠시 말을 멈췄다.“...”양시연과 연정훈은 서로를 힐끔 바라보며 이승우의 어색한 침묵을 지켜보았다.그러나 이승우는 언제나 자신만만한 성격답게 대답을 내뱉었다.“헤어졌어.”부승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과장되게 반응했다.“그래? 왜?”이승우는 고개를 돌려 한숨을 쉬었다.“...”그는 결국 혀를 차며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부승희의 머리를 밀칠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그때 모연준이 화원에서 종이봉투를 들고 들어왔다.이승우는 손을 주머니에서 빼려다 잠시 멈칫하고 다시 넣었다.부승희는 드레스를 이승우에게 건네며 말했다.“됐어. 동생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아니지, 고모에게 고맙다고 전해줘.”말을 마치기 무섭게 부승희는 이승우가 받기도 전에 손을 놓아 종이봉투가 떨어질 뻔했다.양시연은 연정훈 옆에 기대어 앉아 이승우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연정훈과 눈을 맞췄다.순수한 호기심이 담긴 그녀의 시선에 연정훈은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의 불편한 상황이 더 길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그는 조용히 양시연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옷 갈아입어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