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76화

Author: 라오
부승희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또 부승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라보는 시선에는 안타까움이 담겼다.

부승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에는 찬 바람이 불었다.

“집으로 운전해요.”

기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우희 씨 가방은...”

“성인이 되어서 제 물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건 본인이 알아서 책임져야죠. 내일 서류 제출하지 못하면 숙제는 두 배로 늘어날 테지만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에요.”

“...”

‘부승원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이곳으로 돌아오라고 한 것도 부승원인데. 쯧, 기름 아깝게.”

기사가 유턴하려고 하자 부승희는 그 틈을 타 반우희를 부르려 했다.

부승원이 바로 손을 내밀어 부승희를 잡아당기는 동시에 차창을 올렸다.

“...”

부승희는 굳은 얼굴로 부승원을 바라봤다.

“오빠 점점 이상하게 변하는 거 알지?”

부승원은 못 들은 척 제 자리에 앉았고 얼굴을 굳힌 채로 말을 잇지 않았다.

기사는 천천히 유턴했다.

다른 한편, 아래층의 반우희와 장서진은 한참 서로를 끌어안다가 겨우 서로를 마주 보았다.

“날 찾아온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한데 그동안 대체 왜 말을 하지 않았던 거야!”

장서진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너한테는 세 동생도 있고 나보다 더 힘들게 뻔한데 어떻게 내 짐까지 나누겠어.”

“아무리 힘들어도 예서가 아픈 것보다 큰일인 건 없어.”

반우희도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우린 어릴 때부터 같이 크면서 빵 한 조각도 나눠 먹었잖아. 그런 네가 힘들다는데 내가 모른 척할 리가 없잖아.”

그 말에 장서진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눈물을 흘리는 장서진에 반우희도 눈물 꼭지가 틀어졌다.

같은 보육원 출신인 두 사람은 남들보다 고달픈 삶을 살았다. 하지만 하느님은 항상 힘든 사람에게 더 많은 시련을 주는 것 같았다. 장서진이 동생을 만나 같이 지낸 건 겨우 몇 년뿐인데 그 동생이 큰 병에 걸렸다고 한다. 보험 회사에서 절반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남은 비용은 장서진에게 큰 부담이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77화

    부승원은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쳤다.도우미가 부승원을 찾아와 물었다.“도련님, 소파 위의 때 묻은 가방을 가져올 가요?”‘때 묻은 가방?’부승원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저도 모르게 꼭 끌어안고 있던 두 남녀가 떠올랐다.그래서 부승원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버려요.”‘네?’도우미는 의아했지만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버릴 쓰레기였다면 왜 고이 갖고 온 거지? 완전 헛수고잖아.’도우미가 가방을 들고 버리려고 가는데 아직 그곳에 남아 있던 부승희와 마주쳤다.“아가씨.”부승희가 가방을 받아 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만약 오빠가 가방에 관해 묻는다면 마당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하세요.”도우미는 어리둥절했지만, 또 고개를 끄덕였다.부승원은 워커홀릭이었지만 그래도 12시가 되면 잠에 들었다. 그러나 오늘에는 업무가 많은 편인 건 지 12시가 넘어도 방의 전등이 꺼지지 않았다.12시 30분경, 핸드폰이 울렸다.반우희가 걸어온 전화였는데 부승원은 수신 거부 버튼을 눌렀다.한참 뒤, 반우희가 또 전화를 걸어왔다.수신 거부.그러다가 반우희는 조심스레 문자 한 통을 남겨 이유를 설명했다.벨 소리가 거의 끊어지려는데 부승원이 굳은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변호사님?”반우희는 코를 훌쩍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부승원이 인상을 찌푸렸다.‘울었어?’“무슨 일이야?”“제 가방... 혹시 변호사님한테 있는 건가요?”부승원은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어.”그 말에 핸드폰 너머가 조용해졌다.“아...아...”반우희는 다른 말도 하지 못하고 작게 탄식을 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탄식 사이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알겠습니다...”반우희는 서둘러 통화를 종료하려 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창피하게 엉엉 울어버릴 것 같았다.그때 부승원이 혼을 내기 시작했다.“본인이 잃어버린 물건인데 운다고 뭐가 달라져?”“그게 아니라...”“근무일에 결혼식 한번 다녀와 실컷 먹고 놀고 했더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78화

    따뜻한 햇살이 방안을 비추고 양시연이 두 눈을 뜨자 잘생긴 외모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은 마침 아침 8시가 되었다.이어 나른하게 기지개를 켠 양시연은 늦장을 부리기 위해 연정훈을 툭툭 밀었다.“오늘 양가 부모님 뵈러 가야 하는데...”눈을 뜬 연정훈은 고개를 돌려 양시연을 바라봤다. 양시연은 바로 자신의 옆자리에 꼭 붙어있었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었다.연정훈은 고민도 하지 않고 양시연을 꼭 껴안았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양시연은 얼떨결에 그 품에 안기게 되었다.눈을 깜빡이던 양시연이 고개를 들어 연정훈을 바라보았다.‘뭐 하는 거야?’연정훈도 고개를 숙여 양시연과 시선을 마주했다.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연정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 눈에 뭐 있어.”‘눈에?’‘아침 댓바람부터 눈에 뭐가 있다고... 설마 눈곱?’양시연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고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남자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를 악문 양시연은 이미지 신경 쓸 겨를 없이 손을 뻗어 연정훈의 볼을 잡아당겼다.“나만 있고, 정훈 씨는 없는 줄 알아요?”“난 없어.”“고개 돌려봐요. 한 번 보게!”연정훈은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양시연의 손을 잡고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그러자 양시연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훈의 얼굴을 제 앞으로 당겼다.연정훈은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이어갔다. 한편으로 피하며 다른 한편으로 양시연의 두 손을 꼭 쥐었다.양시연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자신 있으면 피하지나 말던가요!”“이젠 일어나서 씻어야 하니까 장난은 여기까지.”“쳇. 누구 마음대로. 빨리 고개 돌려봐요! 한 번만 보게!”“양! 시! 연!”아침 일찍 식사 준비를 하던 도우미가 그 소란에 참지 못하고 위층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른 도우미와 몰래 눈짓을 주고받았다.‘신혼이 좋긴 좋네.’위층의 연정훈은 빠르게 일어나 화장실로 도망갔고 서둘러 세수했다.양시연은 치사하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이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79화

    양시연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말했다.“일반적으로 누굴 괴롭히는 스타일이 아니에요.”“만약 날 괴롭힌다면?”“그럼 정훈 씨가 그럴 만한 일을 했나 보죠.”“...”양시연은 몰래 연정훈의 표정을 살폈다. 연정훈이 따로 말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양지원과 양석진의 관계는 비밀까지는 아니었지만... 보아하니 연정훈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에이 됐어.’‘이미 결혼까지 한 사이인데 연정훈 위치에서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일이잖아.’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맞은편의 연정훈이 양시연이 까준 달걀에서 노른자위만 빼고 다시 양시연의 앞접시에 내려놓았다.고개를 드니 연정훈이 자신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먹어.”“네.”양시연은 고개를 숙여 밥을 한 큰술 떠먹다가 흰자위를 입에 넣었다.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다.부부는 바로 양씨 저택으로 떠날 생각이었으나 양지원이 전화를 걸어와 어젯밤 너무 힘들어 오늘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고 조금 늦게 오라고 했다.“정훈 씨 집에도 연락해요. 우리 점심시간에 맞춰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양시연의 말에 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파에 앉아 잡지를 뒤적였다.9시 30분, 두 사람은 양씨 저택으로 떠났다.양씨 저택은 어제 걸어 놓은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입구에 도착하자 집사가 환히 웃으며 두 사람을 반겼다. 집사부터 도우미까지 감히 아무도 연정훈을 양지원처럼 무시할 수가 없었고 공손히 거실로 모셨다.집안으로 들어서고 두 사람은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건넸다. 그러나 양석진과 양홍두만 보일 뿐 양지원이 아직 보이지 않았다.양석진이 양시연에게 말했다.“너희 엄마는 아직 메이크업이 끝나지 않았어, 금방 내려올 거야.”양시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난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네.’양석진이 연정훈을 힐끗 바라보다가 양시연에게 물었다.“어젯밤엔 우리 집이 아닌 곳에서 보낸 밤인데 적응은 돼?”양시연은 잠시 고민했다.‘이 질문은 아마도 연정훈이 잘 챙겨주는지 물어보는 거 맞겠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80화

    이어 부모님 차례가 되자 양홍두는 자연스레 위층으로 올라갔다.양지원이 가장자리에 앉았고 양석진은 그 옆의 소파에 앉아 있었으며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양시연은 거실의 다른 사람을 살폈다. 집사는 양씨 집안에서 오랜 세월 함께 해온 가족 같은 사람이었다.그래서 낮은 소리로 양석진에게 말했다.“엄마 옆으로 가서 앉으세요. 그러면... 우리가 인사하기 편해요.”양지원이 빠르게 연정훈의 눈치를 살폈다. 연정훈이 표정 변화가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개를 돌리니 양석진이 양지원을 향해 눈짓하고 있었다.“옆에 앉아도 될까?”“...”‘그걸 왜 나한테 물어!’‘평소에 내가 엄청 깐깐하게 구는 줄 알고 오해하면 어떡해!’게다가 연정훈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기에 잠시 고민하던 양지원이 양석진에게 말했다.“그래요 오빠, 여기로 와서 앉아요. 같이 인사를 받는 건데 뭐 어때요?”“...”연정훈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도 꾹 다물었다.양시연은 이런 연정훈을 몰래 살피고 있었다. 양지원이 소용없는 짓을 하는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그때, 양석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지원의 옆자리에 앉았다.자리에 앉자 양지원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빳빳이 펴고 긴장한 듯 두 손을 무릎 위로 모았다.양시연은 속으로 쯧쯧 혀를 찼다.이어 두 사람은 또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양지원은 양홍두와 달리 덕담 대신 잔소리를 늘여놨다.“시연이는 정훈이 네가 온갖 고생을 해서 겨우 얻은 아내니까 꼭 잘해줘야 해. 네가 우리 시연이 속상하게 하면 절대 체면 따위 봐주지 않고 되갚아 줄 거니까 명심해.”“그럴 일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네 할머니 쪽도 네가 잘 처리해야 해.”“네 알겠습니다.”“네 엄마가 아이를 재촉하지는 않겠지?”“절대 그럴 일 없어요.”양지원은 한참 꼬치꼬치 캐물으며 사위 앞에서 주름을 잡았다.양석진은 그 옆에 앉아 양지원이 악독 장모님을 연기하는 걸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자 양지원은 하던 말도 멈추고 양석진을 노려보았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81화

    연정훈이 양석진을 아버님이라 호칭하자 점수를 제대로 따게 되었다.별수 없어진 양지원은 몰래 연정훈을 슬쩍 노려보았다.‘이 녀석이!’그러나 연정훈은 표정 변화 한번 없이 양석진과 대화를 이어갔다.양석진은 기분이 좋아져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또 연씨 저택으로 가는 시간이 늦어질까 재촉했다.그러자 양지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훈을 살폈다.이번에는 연정훈이 한 발 더 빨랐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아무도 시연이 괴롭히지 못하게 제가 지킬 겁니다.”“...”‘눈치 한번 빠르네.’양지원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이만 가봐.”그 옆의 양시연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다가 싸늘한 표정의 양지원과 시선이 마주치고 마른기침을 해댔다.양지원이 양시연을 잠시 째려보았다.‘이런 속없는 딸내미.’양시연은 괜히 멋쩍은 기분이 들었고 집을 나서기 전 양지원에게 애교를 부렸다.그렇게 두 사람을 떠나보내고 양지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양석진과 두 눈이 딱 마주치고 왠지 부끄러운 마음에 시선을 슬쩍 피했다.양석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곧 공항으로 갈 거지?”양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백호가 통화에서는 혁수가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했는데 너무 걱정돼서 가봐야겠어요.”“참.”양지원이 양석진을 향해 말했다.“오늘 볼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이렇게 지체되었는데 빨리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괜찮아.”양석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먼저 공항으로 바래다줄게.”양지원은 몰래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집을 떠나지 않을 걸 보아 자신을 바래다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러나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혼자 갈 수 있어요.”양석진이 양지원을 힐끗 바라보더니 눈썹을 살짝 쳐들었다.“그래. 나도 알아.”“그럼...”“그래도 그냥 바래다주고 싶어서 그래.”양석진은 닭살 돋는 말도 참 무덤덤하게 뱉았다. 방금 연정훈이 아버님이라고 말하던 모습보다도 더 덤덤해 보였다.그동안 양석진과 양지원은 대낮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82화

    짧은 대화를 통해 양민아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양시연이 몰래 감탄하는데 차량이 연씨 저택 부근에 도착했다.연씨 가문은 역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가문답게 저택에서도 그 오랜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양지원은 널찍한 시야와 해가 잘 드는 걸 좋아해 양씨 저택은 사방이 탁 트인 공간이 많았다.그러나 연씨 가문은 풍수지리를 아주 중요히 여겨 정원부터 뒤뜰까지 거의 빈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거실도 풍수지리적으로 아주 훌륭한 배치를 가졌다.양시연은 오늘 은색 빛이 도는 원피스를 입고 7센티미터가 되는 하이힐을 신었다. 그리고 머리를 반듯하게 올렸는데 햇빛 아래 피부가 투명하게 빛이 돌았다.거실에는 연재혁 표세연 부부를 제외하고 연호민, 민수희도 함께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창가 자리에 앉아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멀리서 보면 꽤 화목해 보였다.연정훈과 양시연이 안으로 들어오자 표세연이 활짝 웃으며 양시연을 반겼다.양시연은 창가의 두 사람을 향해 계산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민수희의 표정도 확인하지 않고 몸을 휙 돌려 표세연의 옆으로 앉았다.“...”표세연은 기분이 퍽 좋아 보였다. 아들이 드디어 결혼한 것도 기쁜 일인데 이렇게 훌륭한 아내를 맞다니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표세연이 양시연의 손을 잡고 강남시티의 집은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채워 넣거라. 구하기 힘든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그러면 내가 바로 구해줄게.”양시연은 왠지 적응되지 않아 예의상 미소만 지었다.그러나 표세연은 개의치 않고 도우미를 시켜 차를 내오게 했다.이어지는 인사 순서는 오전과 마찬가지로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시작되었다.조금 의외였던 건 민수희는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지만 일부러 양시연을 난처하게 만들지는 않았다.인사를 건네고, 절을 하고, 용돈을 받는 내내 민수희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이어 연정훈의 부모님 차례가 되고 부부는 활짝 웃은 채로 여러 덕담을 건넸다.“시연이랑 정훈이가 여기까지 오도록 많은 고생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83화

    “시연이가 좋아하지 않는 요리는 치우면 되죠. 그게 뭐가 대수라고.”표세연이 덤덤하게 말하자 정 할머니는 잠시 주춤하다가 얌전히 순대를 가지고 나갔다.그러나 아직 공기 중에 남은 냄새에 양시연은 여전히 속이 불편했다.다행히 다른 요리는 아주 담백했고 모두 입에 맞았다.빨리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 다른 걸 챙겨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양시연은 말을 아꼈다.연정훈이 제육을 집어 밥 위로 올려주며 물었다.“먹고 싶은 거 있어?”식사 자리가 조용해졌다.국을 마시던 민수희는 조용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양시연은 젓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연정훈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눈치를 챘다.“사케 푸아그라가 먹고 싶네요. 어제 식장에 수성시에서 온 셰프가 만든 게 입에 맞더라고요.”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 할머니를 향해 말했다.“이 셰프한테 사케 푸아그라를 준비해달라고 하세요.”“이미 점심 시간대도 지났고 이 셰프도 쉬는 시간이 아니겠느냐?”민수희가 입을 열었다.“굳이 번거롭게 그럴 필요가 있겠어?”정 할머니가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도련님, 우리 집에 푸아그라는 없어요. 그렇게 잔혹한 식재료는 인간적으로 먹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없으면 사 오세요.”연정훈이 젓가락을 내려 두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경인시에 없는 게 어디 있어요?”정 할머니는 말문이 막혔다.정 할머니가 움직이기도 전에 연정훈이 말했다.“제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제 말은 자꾸 무시하시네요.”“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서둘러 주방에 알리지도 않으시고.”연정훈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정 할머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연재혁은 먼저 예상했던 일이란 듯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그 옆의 표세연은 아들이 두 사람을 상대하는 걸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구경했다.민수희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연호민이 연정훈을 향해 무덤덤하게 말했다.“정 할머니도 이 집안의 어른인데 예의를 차리거라.”“그럴 수는 없죠.”연정훈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84화

    “멀쩡히 밥을 먹다가 굳이 이렇게 태클을 걸어 가족 모두가 기분이 망쳐야 하겠어?”연호민이 언짢은 듯 말했다.“시연이도 괜찮다고 하지 않느냐!”연정훈은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았다.“시연이가 괜찮다고 말한 건 예의를 차려 한 말이에요. 그걸 악용해 괴롭히라는 의미가 아니라고요.”“누가 악용을 하고 괴롭혔다고 그래?”민수희도 참지 못하고 말했다.“집에 식재료도 없는 요리 하나로 이렇게 상을 뒤엎어야겠어? 너희들이 온다고 해서 특별히 준비한 음식인데 네가 직접 봐봐. 어느 요리가 평범하고 무난한 요리이지?”“자세히 보면 시연이가 좋아하는 요리는 하나도 없는걸요.”민수희는 말문이 막혔다.연정훈이 냉소를 터뜨렸다.“결혼한지 이튿날 양가 부모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요. 양씨 가문 사람들은 차를 끓여도 내 입맛이 뭔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우리 집에서는 시연이가 좋아하는 음식은커녕 모든 가족이 할머니 입맛대로 건강식을 먹어야겠어요?”그 말에 민수희가 화를 내기도 전에 연재혁과 표세연이 고개를 갸웃했다.‘정말?’‘네 장모님이 그렇게 잘 챙겨줬다고?’‘지어낸 거지?’양시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마른기침했다.가끔 연정훈이 이렇게 안색 한번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때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탁!이번에는 연호민이 수저를 큰 소리로 내리쳤다.민수희는 남편이 제 편을 들어주는 줄 알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너희들이 오늘 이 집을 찾은 이유가 나와 네 할아버지에게 태클을 걸기 위해서였구나! 결혼한 지 둘째 날부터 가문에서 주름을 잡으려는 거지!”연정훈은 대꾸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갈 생각이었다.양시연은 앞접시에 놓인 반찬을 젓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불쌍한 척 어깨를 구겼다.분위기가 어느새 살벌해지고 연재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머니, 정훈이가 이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번만 봐주세요.”“정훈이는 입이 없는 거니?”민수희가 냉소를 터뜨렸다.“네 아들이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을 말로 아주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4화

    오성호가 죽자 양혁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모든 걸 혼자 감당할 거로 생각했다.누군가 그에게 ‘네가 악몽 꿀까 봐 걱정돼’, ‘슬플까 봐 걱정돼’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자신 안에서 일어난 미세한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날 밤 변여름은 마치 작은 수호신처럼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켰다.그는 처음으로 마음속 어딘가에 기대어도 된다는 감정을 느꼈고 양혁수는 변여름을 품에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를 들으며 전보다 훨씬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었다.해가 막 떠오르려는 새벽에 오성호는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양혁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가장 간단한 절차로 화장을 준비했다.며칠 전 한강시에서 오래된 집사가 찾아왔다. 겉으로는 인사차 왔다고 했지만 양혁수는 양지원이 그를 대신해 장례를 챙기도록 보낸 거로 생각했다.이틀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고 그는 유골함을 집에 임시로 안치한 뒤 며칠 후 한강시로 옮길 준비를 했다.설날이 다가오자 양지원이 전화를 걸어 어디서 보낼지 물었다.십 대 후반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는 북적이는 곳을 즐겼지만 요즘은 성격이 한층 차분해져 설날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꺼렸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한강시로 모셔 함께 명절을 보내거나 그가 경인으로 가는 편이 가장 편하고 좋았다.하지만 올해는 곁에 변여름이 있었다.그녀는 설날을 특별히 챙기지 않는 집안 출신이라 굳이 집에 갈 필요도 없었다.양혁수는 그녀를 어디로 데려갈지 결정하지 못했고 일단 양지원에게 말을 돌렸다.그는 변여름이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때 노지혜가 끼어들었다.“그쪽에서는 설날이 큰 행사예요. 진짜 사귀는 여자 친구라면 데려가야죠.”변여름이 알아본 바로는 그 말이 꼭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여자 친구들도 대부분 설날에는 자기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가는 게 귀찮았고 이번만큼은 양혁수가 자신을 데려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황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3화

    변여름의 한마디에 양혁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만이 가슴에 가득 찼다.그가 이를 악물자 변여름은 진심 어린 아쉬움이 스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70점은 너무 적어요. 내가 오빠한테 키스 몇 번 더 할 테니 80점으로 올려줄 수 있어요?”양혁수는 어이없었다.“...”그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끝내 시선을 들지 못한 채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변여름은 그의 등 뒤를 꼭 끌어안았다. 마치 끈적하게 달라붙는 상큼한 레몬 맛 엿처럼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양혁수는 도무지 그녀를 떼어낼 수 없어 결국 그녀를 끌어안은 채 조용히 들어 올렸다.변여름은 놀란 숨을 삼키며 그를 꼭 껴안았고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그의 얼굴에 바싹 닿아 있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쉰 뒤 변여름을 흘겨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지금은 59점이야.”‘푸. 80점을 바라다니.’변여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잽싸게 다가가 양혁수의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60점이면 좋아요. 80점까지는 욕심내지 않을게요.”양혁수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코웃음을 흘렸다.그녀를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변여름은 그의 옆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심장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늘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크고 작은 사고도 잦았다. 하지만 어떤 성취보다 지금 이 남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 더 벅차고 소중했다.그가 몇 점을 주든 그녀는 그저 기뻤다.양혁수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곁눈질로 그녀를 슬쩍 바라보았다.그녀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품을 더욱 꼭 끌어안았다.목에 닿는 그녀의 힘은 마치 목줄 같았다. 양혁수는 속으로 생각했다.‘이제 이 골칫덩이를 정말 떼어낼 수 없겠어.’하지만 떼어내고 싶지도 않았다.그가 화서시에 온 이유는 오성호의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오성호가 바로 죽지 않아 그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 며칠은 우울했지만 그 뒤로는 일주일 넘게 변여름에게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다.함께 먹고 함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2화

    양혁수는 목을 가다듬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얼굴을 지었다.“...조금?”‘응?’변여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이내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실험실의 연구자처럼 엄정한 표정을 지었다.“조금이면 몇 퍼센트쯤 되는 건가요?”양혁수는 잠시 생각했다.변여름은 계속해서 추궁했다.“만점이 백 점이면 조금은 몇 점쯤 될까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고 방금의 말이 너무 경솔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너무 높게 말하면 선을 넘을 것 같고 너무 낮게 말하면...’양혁수는 변여름의 얼굴에 스친 심각한 표정을 보고 그 생각을 떨쳐냈다. 너무 낮게 말했다간 변여름이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그는 조심스럽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점수를 입에 올렸다.“60점.”‘60점밖에?’변여름은 입술을 꾹 깨물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양혁수는 순간 멈칫했다.‘너무 낮았나?’그가 서둘러 말을 수습하려던 찰나 변여름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잠시 이를 악문 채 감정을 눌러 담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빠, 60점은 좀 적어요. 다시 말해줄 수 있어요?”‘네?’그녀는 가볍게 말했지만 양혁수는 그 말이 왠지 모르게 섬뜩하게 느껴졌다.머릿속이 지끈거리는 동시에 그는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변여름은 예전에 연기를 참 잘했는데 요즘은 점점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에든베타에 있을 때부터 그를 부려 먹더니 이제는 그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휘두르려 드는 것이다.‘하하. 말도 안 돼.’지금 그녀는 감히 그의 머리 위에서 놀아보겠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고 앞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60점이면 많아.”그는 눈빛을 바꾸며 마지못해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50점 정도인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변여름은 한 발짝 다가와 그의 발끝에 그녀의 발끝을 겹쳤다.양혁수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1화

    키스는 쉽지만 그것이 끝나자마자 머리가 아파졌다.입술을 떼자 양혁수는 웃고 있는 변여름의 눈과 마주쳤고 그 순간 그는 망했다고 느꼈다. 그녀에게 완전히 휘둘릴 것 같았다.역시 변여름은 그에게 물었다.“오빠, 이번에는 오빠가 먼저 키스한 거죠?”“...”“사실 처음이 아니잖아요. 에든베타에서도 오빠가 갑자기 나를 안고 키스했잖아요.”“...”“왜 일어나요?”‘왜? 너를 피하려고.’양혁수는 도망치고 싶었다.변여름은 그를 따라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양손을 느긋하게 등 뒤로 모은 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오빠, 인정 안 할 거예요?”양혁수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핥고는 억지로 말했다.“네가 몇 번이나 키스했는데 내가 따지기라도 했어?”변여름이 말했다.“따져요. 난 인정할게요.”양혁수는 어이없었다.“...”그는 그녀를 쳐다보고 입술을 깨물었다가 갑자기 틈을 찾아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다.변여름은 재빨리 움직여 그의 품에 안기며 꽉 껴안았다.양혁수는 그녀의 턱에 부딪혔다. 세게 부딪힌 것은 아니었지만 아픔보다는 놀란 듯 심장이 쿵쾅거렸다.그는 침을 삼키고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들었다.“오빠, 그러면 안 돼요. 내가 키스하게 했잖아요...”양혁수의 얼굴이 빨개졌고 오랫동안 바른 사람으로 살아온 그에게 악당 역할은 서툴렀다.갑자기 키스해 놓고 인정하지 않으려니 좀 어색했다.양혁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폼을 잡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인정 안 한다고 했어?”변여름은 1초 만에 고개를 들었다.“응?”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키스 한 번에 이렇게 큰 진전이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양혁수는 전에 변여름을 꼬마 변태라고 부르며 지능이 뛰어나다고 했지만 지금 보니 그 말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았다. 몇 번이나 자신에게 이득을 보게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에게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변여름은 그에게 물었다.“오빠, 진짜 인정할 거예요?”양혁수는 마음속으로 변여름이 어디까지 나아가려는지 알 수 없어 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0화

    집사가 창문을 여는 순간 계단에 앉아 있는 양혁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쯧쯧.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엉덩이가 안 차가운지 몰라.’아래층에서 변여름은 스스로 제안한 낭만을 즐기려 분위기를 내보려 했지만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후회했다.“오빠, 우리 들어가요.”양혁수는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낭만은 벌써 끝난 거야?”변여름이 말했다.“...엉덩이 안 차가워요?”양혁수는 물론 알고 있었다. 앉자마자 속으로 거친 말이 먼저 떠올랐다.그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절대 앉지 않았겠지만 정원 풍경이 제법 괜찮아 기분이 좋아진 그는 곧장 들어가지 않고 차고에 들러 방석 두 개를 가져왔다. 그리고 하나를 변여름이게 건넸다.엉덩이는 보호했지만 변여름은 다시 양혁수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그는 아무 말 없이 핫초코를 마셨고 그녀 역시 말없이 그와 함께 따뜻한 시간을 나눴다.잠시 후 온몸이 데워진 양혁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 소리를 들은 변여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오빠, 기분 좀 나아졌어요?”양혁수는 그녀가 죽어가는 친아버지를 보고 마음이 복잡할까 봐 일부러 자신을 찾아온 것임을 알아챘다.‘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진심을 받을 수 있을까.’그는 속으로 꽤 흐뭇했지만 양지원을 제외하고도 어떻게 누군가가 그것도 여자가 자신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그는 변여름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이렇게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거 힘들지 않아?”“힘들지 않아요.”변여름은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마치 오래 준비했던 듯 담담히 말했다.“내가 오빠 좋아하잖아요.”양혁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내가 뭐가 좋아?”변여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오빠가 양혁수여서요.”순간 양혁수의 마음은 멍해졌다.변여름은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오빠가 양혁수인 이상 전 계속 좋아할 거예요.”흔들리는 마음을 숨기려 그는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정원은 고요했고 언제부터인가 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9화

    변여름은 남자를 유혹할 때 감정을 자극하는 전략에 집중했다.그녀의 이해력과 용기를 보면 오토바이를 배우는 건 식은 죽 먹기였고 양혁수는 각 부분의 기능만 설명해 주면 그녀는 곧바로 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변여름은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설명을 다 들은 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려워요. 오빠는 어떻게 이렇게 잘해요? 이것도 다 알고… 그래도 오빠가 태워줘요. 안 그러면 저, 넘어질까 봐 무서워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변여름이 순진하고 귀여운 척 연기할 때마다 마치 덩치 큰 남자가 억지로 애교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능숙하긴 한데 그런 애교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변여름은 작은 가방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며 그의 주머니에서 털실 장갑을 꺼냈다.“난 오빠가 장갑 안 낄 줄 알았어요.”변여름은 한숨을 쉬며 끈 장갑을 목에 걸고 장갑을 낀 뒤 손뼉을 쳐가며 그 따뜻함을 느꼈다.양혁수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은 걸 알아차렸다.목도리가 높게 올라와 작은 코를 가렸고 머리에는 털실 모자를 썼으며 짧은 울 코트와 스커트 세트에 검은색 이너와 롱부츠까지 갖춰 입은 모습은 멍청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순진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지닌 그녀를 보며 그는 듬직한 남자가 애교 부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다.“모자 벗고 헬멧 써.”그가 말하자 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 끝에 달린 털 방울을 잡아당겼다.양혁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날리는 머리카락을 눌러주고 그녀의 손을 잡아 천천히 모자를 벗겼다.변여름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자 역시나 양혁수는 직접 그녀에게 헬멧을 씌워줬다.마스크 너머로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마스크를 위로 올렸다.그러자 양혁수는 다시 그녀의 마스크를 아래로 내려주며 말했다.“나중에 차 타고 가면 얼어 죽을 거야. 함부로 벗지 마.”‘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8화

    오성호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도 양혁수는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지 않았다. 하물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죽음을 앞두고 짧게 마주한 이 순간엔 더욱 그랬다.묘지 이야기가 끝나자 부자 사이에는 말 한마디조차 스며들 수 없는 침묵이 내려앉았다.오성호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는 지금 자신의 아이를 보고 있는 건지 단지 피를 나눈 존재를 바라보는 건지 아니면 양혁수를 통해 잊힌 과거를 떠올리며 전혀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른다.양혁수는 그것을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오성호가 양지원을 만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고 오성호는 한참 뒤 남아 있는 힘을 다 짜내 그에게 물었다.“네 엄마는...잘 지내니?”양혁수는 사실대로 말했다.“말씀하신 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오성호가 웃자 산소마스크에 김이 서렸고 그는 눈을 감은 채 다시 조용해졌다.양혁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다른 부탁은 없어요?”오성호는 양혁수가 떠나려는 기척을 느끼고 다시 눈을 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날씨가 추워...빨리... 집에 가...”양혁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익숙했지만 지금 이 사람의 마지막 두 마디가 진심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진심이든 거짓이든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성호를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뒤 돌아섰다.서로 30년 넘게 부자로 살아왔지만 결국 남은 건 몇 마디 말뿐이었다.문을 닫으려던 순간 양혁수는 침대에 누운 이가 힘겹게 문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뒤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섰다.올 때와는 달리 밖으로 나서자 마치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달빛 아래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답답함이 뻥 뚫리는 듯했다.양혁수는 계단에 멈춰 서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7화

    “나 혼자 가면 돼.”양혁수가 말했다.변여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끈 달린 장갑을 꺼내 들며 말했다.“알아요. 그냥 장갑 가져다주려고요.”양혁수는 장갑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고 침잠했던 기분이 조금씩 풀렸다.“나가서 끼면 돼.”“분명히 거짓말이에요.”변여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끝내 그를 다그치지 않고 장갑을 조용히 그의 품에 안겼다.그녀는 그를 배웅하며 갑자기 물었다.“주차장에 오토바이 있던데 내가 타도 돼요?”“오토바이 탈 줄 알아?”변여름은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하지만 배울 수 있어요.”“배울 필요 없어.”양혁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헝클이며 말했다.“추운 날 오토바이 타면 귀 얼어서 떨어질지도 몰라.”변여름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나중에 오빠가 가르쳐줘요.”“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양혁수는 계단을 내려갔다.차에 타기 전 창밖 너머로 변여름이 손을 흔들며 목에 무언가를 거는 시늉을 하자 양혁수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오성호가 입원한 곳은 조용한 곳에 자리한 개인 병원이었고 밤 9시가 넘자 주변은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았다.저택에서 병원까지는 잠깐이었지만 병원 밖에서 병실까지는 20분이나 걸렸다.양혁수는 정원을 지나 사람 하나 없는 긴 복도를 걸었고 부드러운 조명이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개인 정원에 도착했다. 그 사이 그는 오성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그러나 병상에 누워 있는 오성호의 모습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린 데다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양쪽 볼은 부어 있었으며 눈은 천장의 형광등을 멍하니 응시한 채 공허했다.소리를 들은 오성호는 낡은 자루처럼 거칠게 숨을 내쉬며 몸을 움직여 문 쪽을 바라보았다.양혁수가 들어서는 걸 보자 그의 눈에 희미한 빛이 스쳤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곧 사그라졌고 낯선 이를 보는 듯한 평온만이 남았다.“왔구나...”그가 입을 열었지만 그 목소리는 듣는 이를 거슬리게 할 만큼 거칠고 불쾌한 소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6화

    변여름은 스웨터와 목도리 장갑 한 켤레를 챙겨 왔다.양혁수가 스웨터를 걸쳐보니 몸에 맞았고 목도리 역시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하지만 그는 끈 장갑을 들어 올리며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여름아, 이런 장갑은 아이들이 잃어버릴까 봐 쓰는 거잖아.”변여름은 말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장갑 끈을 그의 목에 걸어주었다.“오빠, 평생 오빠를 위해 장갑을 떠줄 거지만 내가 뜬 장갑은 소중하니까 잃어버리면 안 돼요.”“...”양혁수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착용은 할 수 있겠지만 끈만큼은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털실 장갑은 별로 따뜻하지 않아. 보온성은 가죽 장갑이 훨씬 낫지.”그가 넌지시 말하자 변여름이 고개를 들었다.“그러면 끈을 가죽끈으로 바꿔줄게요.”양혁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됐어. 됐어.’두 사람은 한참을 고집스럽게 맞서다가 결국 다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기분이 좋았던 그는 결국 변여름의 달콤한 설득에 넘어가 담요 뜨는 법까지 배우게 되었지만 이내 장난스럽게 시범을 보여달라며 매우 긴 부분은 늘 여름이 대신 떠주곤 했다.“곧 설날이네요.”조용하던 틈에 변여름이 말을 꺼내자 양혁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변여름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오빠, 저희 화서시에 가요.”양혁수의 손이 멈췄다....양혁수는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오성호에게 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다른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부성애가 필요할 나이였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양지원이 준 사랑이 넘쳐흘렀기에 ‘아버지’라는 감정의 빈칸조차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혈연이란 참으로 기묘하고도 무서운 것이었다. 오성호가 아무리 끔찍한 사람일지라도 그는 분명 양혁수의 친아버지였다.그리고 생사의 경계 앞에서 누구도 완전히 무심할 수는 없었다.결국 양지원은 오성호를 죽이지 못했다. 대신 화서시에 가둬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했다.양혁수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오성호를 찾아가지 않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