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35화

작가: 라오
양시연이 차창을 두드렸다.

유리가 내려가자 아니나 다를까 연정훈이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연정훈은 운전석에 기대어 앉아 전날보다 한결 나아 보이는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

“처음 결혼하는 거라 긴장돼서.”

양시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러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경험 없을 수도 있죠. 이해해요.”

둘은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어제의 어색함을 덜어냈다.

연정훈이 말했다.

“차에 타. 아침 먹으러 가자.”

양시연은 차를 돌아 조수석 문을 열었다.

“뭐 먹고 싶어요?”

“뭐 먹고 싶어?”

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연정훈은 잠시 멈칫했다.

양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긴 숨을 내쉬며 갑자기 밀려온 긴장감을 떨쳐내려 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닭고기 만둣국 먹을래요? 제가 살게요. 도로가에 작은 가게가 있는데 맛이 꽤 좋아요.”

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좋아.”

그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양시연은 문득 차 뒷좌석을 흘끗 보았다. 거기에는 커다란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안은 조용했고 둘은 아침 식당으로 향했다.

아직 붐비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빈자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양시연은 연정훈에게 앉아 있으라고 하며 직접 주문하러 갔다.

“제 가방 좀 봐줘요.”

그녀가 당부하자 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시연의 가방을 흘끗 쳐다봤다.

양시연은 안심하고 주문하러 갔다.

연정훈에게 대접하는 의미에서 또 오늘 같은 중요한 날이니 통 크게 닭고기 일 인분을 더 추가하여 주문했다.

테이블에 앉고 나니 주변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름 아침의 작은 가게였고 주인은 돈을 아끼기 위해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치마를 입고 있던 양시연도 더운 기운을 느꼈다. 그런데 정장 차림의 연정훈을 보니 조금만 더 앉아 있으면 땀이 날 것 같았다.

양시연은 잠시 고민하더니 만둣국을 포장해 가기로 결심했다.

연정훈은 그녀의 결정을 따르며 포장된 만둣국을 받아 차에서 막기로 했다.

뚜껑을 열자 닭고기가 듬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36화

    연정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나를 그렇게 봐?”양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정훈 씨 말을 제법 예쁘게 하네.’“예쁘네요. 고마워요.”양시연은 진지하게 말했다.연정훈은 그녀가 정말 좋아하는 걸 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뒤에 드레스도 있어. 내가...”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비서가 골랐어. 마음에 드는지 한 번 봐.”양시연은 더욱 놀랐다.“옷도 준비했어요?”“응. 그냥 준비한 거야.”양시연은 몸을 숙여 뒤쪽에 있던 큰 상자를 끌어안아 열어 보았다.상자 안에는 연노란색 롱드레스가 들어 있었다.그녀는 브랜드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연정훈의 뒷좌석에 놓인 정장을 흘깃 보았는데 같은 브랜드였다.그녀는 기억 났다. 얼마 전 부승희와 쇼핑하면서 VIP룸에서 이 두 벌을 본 적이 있었다. 일종의 ‘커플룩’이었다.그때 부승희가 옷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이 정장은 신사적이고 드레스는 우아해서 정말 잘 어울린다고 했다. 부승희의 남자친구에게는 잘 어울렸지만, 부승희는 우아한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며 포기했었다.그런데 연정훈이 먼저 이 옷을 선택할 줄은 몰랐다.연정훈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양시연을 흘끗 살폈다.“오늘 입은 옷도 예쁘네.”양시연이 말했다.“그냥 대충 입은 거예요.”사실 그녀는 옷장을 뒤적이며 한참 고민했었다.하지만 지금 이 연노랑색 롱드레스가 더 마음에 들었다.“앞쪽으로 차 좀 움직여 주세요. 드레스로 갈아입고 싶어요.”양시연의 말을 듣고 연정훈은 감정을 드러내는 데 서툴렀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알겠어.”양시연은 상자를 꼭 안고 차가 움직이길 기다렸다.햇살은 점점 더 강해졌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빛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땅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연정훈은 차를 나무 아래에 세우고 문을 열고 내렸다.양시연은 뒷좌석으로 돌아갔다.차 문이 닫히자 이른 아침의 소음과 시장 특유의 생기 넘치는 분위기가 차단됐다.양시연은 고개를 돌려 창문 필름 너머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37화

    차 안에서 양시연은 계속 안절부절못했다. 몇 번이나 자세를 바꾸며 움직였다.그녀는 거울을 보며 화장을 점검하고 옷매무새를 살피며 서류까지 확인했다.양시연은 긴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결혼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큰일일 줄은 지금 이 순간에서야 실감한 것이다.문밖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양시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너 오늘 결혼하는 거야?’‘응? 뭐라고? 아! 결혼한다고!’‘으악 미쳐버릴 것 같아!’오늘은 양시연이 결혼하는 날이다.그녀는 안전벨트를 꽉 쥐고 조용히 연정훈을 몇 번이나 흘깃 쳐다봤다.“우리 혹시 혼인 전 건강검진 안 한 거 아니에요?”연정훈은 그녀를 빠르게 한 번 보고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지난달에 했어.”“근데 나는...”“인터참 프로젝트 끝날 때 너희 회사에서 단체로 건강 검진했잖아.”그는 양시연의 말을 끊었다.양시연은 멈칫하더니 헛웃음을 지었다.“아. 맞네요. 하하.”그러고는 어색하게 입을 다물었다.연정훈은 그녀의 서툰 핑계가 재미있다는 듯 편안히 등을 기대며 기다렸다.몇 초 후 양시연은 또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입을 열었다.“정훈 씨 할아버지가 우리가 결혼하는 거 반대 안 해요?”연정훈은 속으로 혀를 찼다.그는 양시연이 더 강력한 질문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그러나 단호하게 대답했다.“반대든 찬성이든 내 결정에 영향을 줄 순 없어.”“그러는 거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요. 오늘 먼저 할아버지 댁에 가서 인사드리는 게 어때요?”“할아버지는 이미 준비하셨어. 오늘 저녁에 있을 우리의 혼인신고 축하 파티에 참석하시겠다고 하셨거든.”“...네.”양시연은 더 말을 잇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묘한 패배감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마치 좋은 핑계라도 떠올린 듯한 표정이었다.마침 신호등에 걸려 연정훈이 차를 멈췄고 그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말해봐.’양시연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38화

    양시연은 연정훈을 바라보며 그가 자신이 결혼을 망설이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작은 위로나 배려를 보여주길 바랐다.연정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밀었다.그의 손이 양시연의 손을 감싸는 순간 양시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손에 땀이 차는 것이 느껴졌고 본능적으로 손을 뺄지 고민했지만, 연정훈은 가볍고도 단단하게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심장이 마치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요동쳤다.연정훈의 손바닥은 따뜻하고 건조했다.그에 비해 양시연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양시연은 눈길을 이리저리 돌리며 속으로는 자기 자신을 비웃었다.연정훈은 양시연을 놀리지 않고 손에 힘을 살짝 조절하며 그녀를 안으로 이끌었다.양시연은 그의 발걸음에 맞추어 걸었다.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걸음은 느렸지만, 연정훈은 그런 그녀의 속도에 자연스럽게 맞추었다.긴장이 잠시 풀리는 듯했지만, 혼인신고를 위해 문턱을 넘는 순간 다시 긴장감이 몰려왔다.그녀는 속으로 외쳤다.‘어떡해. 어떡해!’양시연은 속으로 긴장으로 가득했지만, 연정훈은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모든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어 미리 준비된 절차를 건너뛰었고 차분히 과정을 주도하며 완벽하게 진행해 나갔다.서류 확인하고 번호표를 뽑고, 사진 촬영까지 양시연은 마치 그의 뒤를 따라가며 이끌려 다니는 기분이었다.그녀에게 이 모든 과정은 마치 형벌을 기다리며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사진 촬영 전 두 사람은 잠시 밖에서 기다리게 되었다.그제야 연정훈은 양시연의 손을 놓아주었고 양시연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고개를 돌리니 연정훈이 가만히 양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양시연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왜요?”연정훈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대꾸했다.“너 계속 그렇게 수상한 눈빛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 사람들이 나를 의심할 거야. 하필 결혼식 날에 경찰서를 가야 할지도 몰라.”양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그녀는 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39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 양시연에게 혼인신고를 한 날의 기분을 인터뷰했다.양시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음...아찔하고 위태로운 순간의 연속이었어요.”그날 옆 커플이 결혼 서약을 낭독하는 소리가 들렸다.연정훈은 그 소리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왜 이런 절차가 있는 거죠?”양시연은 속으로 탄식했다.‘연정훈 씨, 제발...너무 민망하잖아.’내성적인 양시연에게 그런 절차는 그야말로 악몽 같았다.하지만 연정훈은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는 듯 직원의 설명을 경청할 기세였다.결국 양시연은 서둘러 손을 들어 연정훈의 말을 가로막았다.“괜찮아요. 우리는 그런 절차 필요 없어요. 그냥 사진만 찍으면 돼요.”직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연정훈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저희가 손댈 수 없는 상황이네요.’연정훈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사진 촬영 준비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연정훈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베일을 쓴 여성이 한 커플과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양시연은 연정훈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바로 알았다.그녀는 팔꿈치로 연정훈을 가볍게 쿡 찔렀다.“그런 건 안 할 거예요!”‘제발 좀 가만히 있어!’연정훈은 양시연이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그 말에 양시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직원이 마침내 준비가 끝났다고 알리며 옷매무새를 정리하라고 했다.“여성분, 머리 왼쪽을 조금 더 빼주세요.”양시연은 웃으며 대답하고 머리를 정리하려 했다.하지만 서툴게 손을 놀리는 양시연을 보고 직원이 다시 말했다.“남편분이 도와주시면 더 좋겠어요.”‘남편?’양시연은 그 단어가 어쩐지 달콤하게 느껴져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그 순간 연정훈의 팔이 조용히 양시연의 머리 주변을 지나갔다. 그는 정확하고 매끄럽게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네. 이제 딱 좋습니다.”직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40화

    “사람씩 가지잖아요. 영훈 씨 본인 것만 보관하면 안 돼요?”“부승원에게 줄 거야. 혼인신고서 사본이 필요해. 나중에 공증할 때 필요할 거야.”“어떤 공증을 말하는 거예요?”“잘 몰라. 부승원한테 물어봐.”양시연은 답답했고 빠른 걸음으로 연정훈을 따라갔다. 연정훈의 걸음이 너무 빨라서 증명서를 되찾을 기회도 없었다.정말 머리가 아프다....양씨 가문에서.양지원은 오늘 회사에 가지 않고 양시연의 전화를 기다렸다.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아 그녀는 물었다.“같이 저녁 먹을래?”“좋아요.”“그러면 나중에 네 할아버지께 말씀드릴게.”“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꼭 제시간에 갈게요.”...전화를 끊은 양지원은 자신만만하게 연씨 가문에서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 확신했다.그녀는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남산 저택에서.날이 저물기 전 양시연과 연정훈은 남산 저택에 도착했다.결혼식은 올리지 않고 혼인 증명서만 받았으며 그들의 결혼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연씨 가문에 대한 인상도 썩 좋지 않았고 이렇게 빨리 식사 자리에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그러나 생각해 보니 이건 예의를 지키는 일 같았다. 어차피 언젠가 직면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빨리 마주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그녀는 양지원과 약속을 잡았고 연정훈도 가문 사람들을 초대했다.두 사람은 큰 방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5시 30분 양쪽 모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6시가 되어서도 여전히 소식은 없었다.7시 30분이 가까워지자 방은 고요했고 여전히 기다림만이 이어졌다.양시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정말 배가 고팠다.하지만 그녀는 양지원의 상황을 이해했다. 양지원은 이미 도착해 있었지만,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연씨 가문의 사람들이 도착하면 내려오겠다고 했지만, 현재 연씨 가문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양지원이 방으로 들어오게 되면 더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테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양지원의 체면을 구기게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41화

    연씨 저택.표세연은 너무 초조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제 남편인 연재혁을 재촉했다.“오늘 손자 상견례 날에 어머님이 갑자기 아프다고 하시는 건 일부러 그러시는 게 아니겠어요?”연재혁도 골치가 아팠다.민수희는 정말 몸이 아주 불편한 건지 소식이 아예 끊겼고 게다가 연호민마저도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연정훈은 이미 단호하게 태도를 보였고 계속 강행한다면 민수희와 연호민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그만 재촉해요. 양씨 집안 사람들도 아직 채모이지 않았잖아요.”표세연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그래도 양씨 집안은 신부 측이고, 우리는 신랑 측인데 우리 때문에 늦어진다면 정훈이 체면이 뭐가 되겠어요?”연재혁이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그럼, 뭐 어떻게 할까요?”“그러지 말고 우리 둘이 가요!”“...”“재혁 씨는 다른 방법 있어요? 난 정말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일단 진정해 봐요.”표세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도우미에게서 가방을 건네받았다.“안 갈 거면 나 혼자라도 갈 거예요! 내 아들 체면은 내가 챙겨줄 거라고요! 당신은 그냥 집이나 얌전히 지키다가 이틀 뒤 학동 시티로 돌아가는 대로 이혼해요!”연재혁의 표정이 굳어졌다.표세연은 농담이 아니었는지 가방을 챙기고 바로 밖으로 걸었다.그러자 연재혁도 별수가 없어졌다. 정말 표세연을 혼자 보내고 이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연재혁은 도우미를 시켜 간단하게 말을 전하게 하고 그 뒤를 따랐다.“기다려 봐요. 같이 가요!”아래층의 표세연과 연재혁이 막 집을 나설 때쯤, 머리가 희끗한 연호민이 민수희의 알약을 챙겨주며 덤덤하게 말했다.“시간도 많이 늦었고 우리도 이만 가요. 우리가 가지 않으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겠어요?”그 말을 들은 민수희는 병상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두 눈을 마주하자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제 남편은 가문의 이익을 1순위로 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아 서러웠다.“난 그럴 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42화

    연정훈이 표세연을 발견하고 의아하다는 듯 살짝 표정을 구겼다.“여긴 어쩐 일이세요?”“...”‘내가 잘못 온 건가?’이미 반쯤 비워진 한 차림을 보며 표세연은 가슴이 철렁했다.연재혁이 표세연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고 입을 열기도 전에 비워진 그릇부터 눈에 들어왔다.“...”양시연은 머쓱해져 빠르게 연정훈이 입가까지 가져온 고기를 마다하고 몰래 눈짓했다.사실 두 사람은 그리 많이 먹은 편이 아니었다. 겨우 배를 채운 정도였으나 남산 저택의 출장 뷔페는 미슐랭처럼 그릇에 담긴 양이 아주 적은 요리였다. 그러다 보니 얼마 먹지 않아도 빈 그릇이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었다.연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표세연과 연재혁을 자리로 안내했다.표세연은 넋이 나간 듯 멍한 얼굴이었다.연재혁이 표세연의 어깨를 톡 건드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양시연은 빠르게 입가를 닦고 인사를 올렸다.“이모, 삼촌, 안녕하세요.”양시연은 평소대로 호칭했지만, 듣는 사람은 그 호칭이 귀에 거슬렸다.표세연은 티가 나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 남편을 향해 눈짓했다.‘호칭이 잘못된 거 아니에요?’‘그러니까 내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잖아요!’표세연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두 사람 앞에서는 체면을 차려 덤덤하게 자리에 착석했다. 다시 요리를 주문하고 오늘 이 자리를 찾은 목적이 떠올랐다.“혼인 신고서는 무사히 등록을 마친 거니?”표세연의 질문에 연정훈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신고서 작성은 모두 마쳤어요.”“다행이구나!”표세연도 기쁨을 숨기지 못했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양시연을 향했다.양시연은 부끄러운 듯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표세연은 그제야 아차 싶었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오늘은 내가 너무 급하게 오는 바람에 따로 챙긴 게 없구나. 이제 날 잡고 너희 엄마랑 같이 주얼리 보러 가자꾸나. 내가 두 세트 해주마.”“그러실 필요 없으세요.”자신과 거리를 두는 양시연의 태도에 표세연은 조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43화

    연호민은 대수롭지 않게 뱉은 말이었지만 양시연은 가슴이 철렁했다.이어 양홍두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그런 말씀 마세요. 석진이 그 녀석은 속마음을 꽁꽁 숨기는 성격이라 얼마나 답답한데요.”연호민은 미소만 지을 뿐 말을 잇지 않았다.비즈니스계의 두 거물이 한자리에 모이고 두 사람은 먼저 예의를 갖춰 악수하더니 이어 가장 자리를 양보하는 ‘쟁탈’이 이어졌다.삽시에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결국 양홍두가 가장자리를 연호민에게 양보했다.“오늘같이 좋은 날 우리끼리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뭐 있나요?”“한 식구가 될 예정인데 누가 앉든 뭐가 중요하겠어요.”양홍두가 말을 이었다.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은 양시연과 연정훈이었지만 어느새 뒷전이 되었다.양시연은 몰래 가문 두 어르신을 살피고 있었다.그런데 참 웃기게도 방금까지 물잔을 들고 동동거리던 연정훈이 제 할아버지한테는 물 한 잔 따르지 않았다.연정훈은 두 어르신이 얘기를 주고받든 뭐든 양시연의 앞접시에 음식을 올려주느라 여념이 없었다.양시연은 밥을 먹는 내내 분위기를 조심스레 살폈다.연호민이 등장하고 식사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양홍두는 부드러운 군주라 칭할 수 있었는데 젊었을 적 많은 풍파를 겪고 현재는 진중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연호민은 달랐다. 아직도 세운시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인 실권자로 비록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그 세력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었다. 연호민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시가 돋쳐 있었고 대체로 안하무인이었다.어느새 식사 자리는 연호민을 중심으로 흘러갔다.짧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연호민은 미소를 장착한 채로 양시연을 바라봤다.양시연은 양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연호민과 같은 거물을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되고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며칠 전 정훈이 할머니가 널 찾아갔다고 들었어,”갑자기 연호민이 그 일을 꺼냈다.다른 사람들도 바짝 긴장한 채로 연호민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연정훈도 경계 가득한 얼굴로 살피고 있었다

최신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4화

    병원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반우희는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간식을 먹고 있었다. 부승원은 또 한가득 간식을 들고 반우희에게 걸어갔다.“아까 그렇게 많이 먹고 또 들어가?”옆자리에 앉은 부승원은 반우희의 배에 걸신이라도 든 건 아닌지 의심하는 말투로 말했다.그러자 반우희는 팔짱을 척 끼며 이렇게 말했다.“간식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병실에는 동생들이 있으니까 제대로 대화도 할 수가 없어요.”부승원은 밤새 반우희의 옆을 지켰고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다 외울 지경이었지만 가까이에서 이마 상처를 보니 또 마음이 철렁했다.통화하다가 핸드폰 너머의 반우희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부승원은 정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그래서 예전과는 달리 다정한 얼굴로 반우희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상처를 살폈다. 그리고 목이 메어 겨우 말을 짜냈다.“많이 아파?”반우희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런 상처쯤이야 껌이죠.”방금까지 승주와 투닥거리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반우희는 영웅 놀이에 심취되어 있었다.“정말 바보 같아.”부승원이 고개를 숙여 반우희의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겠어?”부승원이 가까이 다가오자 반우희는 깜짝 놀랐다. 그런데 부승원의 눈동자에 자신이 가득한 걸 보며 또 미소를 지었다. 이어 부승원의 품에 꼭 안기며 얼굴을 비볐다.“정말이에요. 하나도 안 아파요.”반우희는 고개를 번쩍 쳐들고 말했다.“뽀뽀 두 번만 더 해주면 정말 다 나을지도 몰라요.”“...”부승원은 고개를 슬쩍 돌리다가 다시 반우희를 바라보더니 정말 반우희의 말대로 이마에 연속 두 번 뽀뽀했다.정말 들어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반우희는 당황하다가 또 바보 같은 미소를 지었다.‘역시 불행 끝에 행복이 온다더니. 하나도 틀린 말 아니야.’부승원이 또 질문을 이어갔다.“안 무서웠어?”“무서웠죠. 얼마나 무서웠는데요.”반우희가 오버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너무 마음이 급해서 시속 200까지 달렸는데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3화

    “이번에 우희 씨랑 승주가 없었으면 우리 세 식구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옆 병실 양시연의 말에 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생명의 은인이니까 평생 보답하면서 살아야지.”양시연도 고개를 끄덕였다.부부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대화 주제가 또 아기로 돌아갔다.“우리 아기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요?”연정훈은 양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아주머니가 이름은 막 지어야 오래 산다고 하지 않았어? 전에 고민해 봤는데 쑥쑥이 어때?”“싫어요.”양시연은 단번에 거절하고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이름을 막 짓는다니요! 우리 아기를 그렇게 함부로 부를 수는 없어요. 우리끼리 부르는 애칭이라고 해도 신중하게 생각해야죠.”연정훈도 농담으로 한 말이었고 양시연의 손등에 짧게 키스를 하며 말했다.“며칠 몸 추스르고 다시 결정하자. 일단은 아기라고 부를 수밖에.”그러자 양시연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귀한 아기를 왕자라고 불러도 아쉬울 따름이었다.“어젯밤 한숨도 쉬지 못한 거 아니에요?”양시연은 시간을 확인했고 벌써 아침이 되어 있었다.연정훈은 불안함으로 밤을 지새우고 양시연이 의식을 되찾은 뒤로는 또 흥분에 휩싸여 하나도 졸린 줄 몰랐다.그러나 양시연의 말에 왠지 다시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너랑 조금만 더 같이 있다가 너 잠들면 나도 잘게.”양시연이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지금 당장 자요.”“하나도 안 졸린데?”“안 졸려도 눈 감고 있으면 잠 들 수 있을 거예요.”양시연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정훈 씨 제외하면 믿을 사람은 부모님밖에 없어요. 그런데 부모님을 이곳으로 부를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정훈 씨라도 푹 쉬고 날 보살펴야죠.”그 말을 듣고 나니 연정훈도 별수가 없었다.그래서 양시연을 다시 체크하고 사람을 불러 아기를 데려가게 했다. 그리고 양시연 옆의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다.아기가 떠나고 양시연은 마음이 텅 빈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2화

    다른 한 편 옆 병실에서.“그때, 갑자기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고 발로 뻥 차니 문이 펑 하고 열렸어!”승주는 정신을 차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쌩쌩한 모습으로 허풍을 불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그 이야기를 영웅 설처럼 들었지만 옆의 반우희는 몰래 혀를 끌끌 찼다.‘벌써 허풍이 늘어서 어떡하냐.’“너희 쪽은 심각한 편도 아니었어. 앞쪽의 내가 얼마나 위험천만했는데. 내가 문을 박차고 단번에 아저씨를 끌어냈다고!”반우희가 승주의 말을 자르자 승주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반박했다.“뭐가 안 심각해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라고요!”반우희는 쯧 하고 혀를 찼다.반우희가 여전히 인정하지 않자 승주는 또 말을 바꿔 이렇게 말했다.“그러는 누나는 며칠 전만 해도 운전 실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자랑하더니. 아주 범퍼카 운전하는 줄만 알았어요.”‘뭐라고!’반우희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말했다.“뭐? 범퍼카? 운전하는 내내 다른 차량과 스치지도 않았어.”“마지막에 들이박을 때 위치 선정은 정말 말도 마요.”승주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고 반우희는 큰 모욕을 당한 것처럼 씩씩거렸다.‘웃기지 마.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내 덕분이라고!’두 사람이 다투려고 하자 부승원이 제때 끼어들었다.“야식 도착. 야식 먹을 사람?”반우희와 승주는 동시에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나요!”“...”두 사람은 정말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한 가족으로 보였다.부승원은 야식을 한가득 주문했고 사람을 시켜 순서대로 병실 안으로 옮기게 했다. 그러자 병실 안에는 순식간에 향기로운 냄새로 가득했다.반우희와 승주는 동시에 고개를 번쩍 들고 강아지처럼 코를 킁킁거렸다.‘맛있는 냄새...’희주와 동준은 현재 두 사람을 영웅으로 받들고 있었고 각자 한 사람을 책임져 쿠션과 밥상을 내왔다.많은 음식 중에서 찜닭의 향이 제일 좋았다.포장을 뜯자 군침이 쏟아져 우희와 승주는 하마터면 침대에서 내려와 찜닭으로 돌진할 뻔했다.부승원은 찜닭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1화

    연정훈은 참 행운이라 생각했다.아이가 그렇게 큰 충격을 받고도 양시연의 뱃속에서 무사했으니 말이다.양시연은 연정훈의 말에 심장이 철렁했고 엄마로서 죄책감을 느꼈다.“이렇게 작은 녀석이 벌써 큰 위기를 넘겼으니...”그리고 연정훈은 양시연보다도 더 죄책감을 느꼈다. 본인이 모자의 곁을 지켜주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내일 내가 타려고 했던 차량이었는데 나 때문에 너희 두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어.”양시연은 두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사건이 벌어진 뒤로 연정훈은 양시연과 아이를 제외하고 다른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차츰 이성을 되찾고 임성원을 시켜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었다.“탁승호가 벌인 짓이라고요?”임성원의 말에 양시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은 여 아주머니 손자예요!”임성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 저희 쪽에서 조치하고 있습니다. 몇 시간 뒤 제대로 된 심문해 볼 계획입니다.”양시연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탁승호일 줄은 몰랐다.연정훈은 양시연이 안 좋은 생각을 할까 봐 빠르게 말을 보탰다.“누군가 뒤에서 지시한 게 분명해. 그게 누구인지는 우리도 잘 알고 있고. 탁승호는 그냥 이용당한 것뿐이야.”그리고 표정을 살짝 굳히며 뒷말을 이었다.“그러나 이런 일을 벌였으니 뒷감당은 해야겠지?”과거와 똑같은 방법으로 벌어진 교통사고였다. 그러니 이건 척 보아도 조씨 가문이 벌인 짓인 게 틀림없었다.양시연도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고 연정훈의 손을 꽉 잡았다.가족과 연루된 문제라면 양시연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양시연에게 있어 건강을 챙기는 게 제일 우선이었으며 본인과 아이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양시연에게 사고가 생기는 순간, 연정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재민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조재민이 벌인 게 아닐 수 있어도 혐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0화

    양시연의 불안한 기색을 알아챈 연정훈은 몸을 숙여 조용히 속삭였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의사 선생님이 잠깐만 볼 거야.”양시연은 연정훈의 말을 되새기며 천천히 손을 놓았고 그가 멀리 가지 않고 곁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의사가 진찰하는 동안 그녀의 오감이 점차 선명해졌고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피곤함에 눈을 감았다. 그러다 곧 배에 무게가 덜어진 느낌을 받았다.오랜 시간 동안 아이와 하나였는데 갑자기 떨어져 나간 그 느낌은 너무나도 강렬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며 가슴이 조여들고 불안감이 밀려왔다.“아기...아기는 어디에 있나요?”연정훈이 급히 앞으로 다가가며 설명을 덧붙였다.“아기는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다만 검사를 받아야 해서 네 곁에 두지 않은 거야.”‘괜찮다면 왜 검사를 받아야 하지?’양시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건 사고 당시의 아찔한 장면들이었고 순간적으로 연정훈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통증조차 잊은 채 몸을 움직이려 하며 그의 손을 꼭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내 아기... 보여줘요. 제발 나한테 보여줘요.”“양시연 씨,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제발 무리하지 마세요. 몸에 여러 군데 골절도 있고 과다출혈도 있으셔서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양시연은 억지로 쥐어짜 낸 힘을 풀었다. 다만 연정훈을 계속 쳐다본 탓에 눈이 너무 건조해져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연정훈은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걱정하지 마. 이제 끝났어. 너도 무사하고 아기도 괜찮아. 반우희 씨도 모두 다 괜찮아.”양시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사고에 연루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연정훈이 모두 무사하다고 하자 그녀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말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다. 온몸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온 듯했고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시 맞춰진 것처럼 낯설었다. 마취 효과가 남아 있어 강한 통증은 없었지만 몸을 자유롭게 움직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9화

    위층 병실에는 양옆으로 각종 의료 기기가 늘어서 있었고 간간이 울리는 기계음은 마치 폭탄의 카운트다운처럼 들렸다.연정훈은 단 한 순간도 양시연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하룻밤 사이에 초췌해진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마치 피 한 방울 없는 듯했다.연정훈은 양시연의 손을 꼭 잡고 싶었지만 혹여나 의료 기기에 닿을까 조심스러워 손끝에 힘조차 줄 수 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었지만 입술은 창백하게 변해 생명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폭발 응급처치 그리고 혼수상태까지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휘몰아친 듯했다.마치 오래전 그날처럼 갑작스레 울린 전화 한 통이 생각났다. 삼촌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그는 이미 마지막 순간을 놓쳐버린 뒤였다.그때와 똑같이 반복되는 비극이였다. 또다시 교통사고가 났고 이번에는 연정훈의 아내와 아이가 그 중심에 있었다.연정훈은 양시연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동안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냉정하게 일을 처리했다. 밤을 꼬박 새운 지금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그 순간의 수많은 가능성을 떠올렸고 온몸을 휘감는 공포에 휩싸였다.‘시연, 시연.’연정훈은 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시간을 되짚어가며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깨어나길 간절히 바랐다.양시연이 괜찮은 모습을 보여야만 가슴속에 박혀 있던 돌덩이를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때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연정훈은 원래 아무런 대꾸도 할 생각이 없었지만, 양지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방 문이 열리자 그는 입을 열었고 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쉬어 있었다.“어머님...”양지원은 급히 달려왔고, 경인에 막 도착했을 때쯤 양시연은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녀는 오는 내내 가슴을 졸였고 급한 마음에 뛰다가 그만 넘어져 발목까지 삐고 말았다.그녀는 초췌한 연정훈을 훑어보며 조용히 말했다.“이제 곧 아침이야. 밤새 한숨도 못 잤을 텐데 뭐라도 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8화

    [오늘 저녁 6시경 가로수길 중부에서 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한 대의 마이바흐가 갑자기 폭발했으며 폭발의 여파는 상당히 컸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구타이 국제공항에서 선글라스를 쓴 한 여성이 뉴스를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생각보다 일이 너무 빨리 터졌다. 탁승호 그 무능한 놈.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내가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연정훈도 양시연도 끝내 살아남았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러나 방송을 듣는 순간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일이 터진 이상 지금 당장 떠나야만 했다. 망설이면 다음 차례는 그녀가 될 것이었다. ‘인생은 길어. 너희들 끝까지 지켜보겠어.’병원에서.근처 병원에서 치료받았기에 개인 병원과는 달리 병실은 그렇게 호화롭지 않았다.반우희와 승주는 나란히 누울 수 있는 2인실에 배정되었다. 폭발의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고 단지 깊은 기절 상태에 빠져 있었다.새벽 4시에 부승원은 두 아이와 함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그들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누구도 잠들지 못했다.복도 넘어 다른 병실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초조하게 머물고 있었다.부승원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었고 가라앉지 않는 긴장감이 온몸을 조였다.‘교통사고’와 ‘폭발’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그의 온몸이 떨렸다.‘몇 초만 늦었어도...’“우희 언니, 왜 아직도 안 깨나?”“곧 깨어날 거야...”“승주 형도 아직 안 깨어났어.”두 꼬마는 각각 한 명씩 침대 옆에 앉아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새 입술이 삐죽해지고 커다란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정을 참지 못하고 결국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우희 언니...”“승주 형...”부승원은 침묵했다.“...”부승원은 이마를 눌러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이것은 이미 세 번째 생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7화

    어두운 저녁 거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넓은 가로수길 양옆으로 거대한 나무들이 우뚝 서 있었고 그 사이로 한 대의 마이바흐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더니 커다란 굉음과 함께 두 그루의 나무 사이로 돌진했다.띠 띠디. 따르릉.폭탄을 연상케 하는 소리와 함께 경고음 휴대폰 벨 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모든 소음은 순식간에 터진 에어백에 묻혀버렸다.양시연은 차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귓가에 울리는 진동과 멈추지 않는 타이어 소리가 여전히 차가 공중에 떠 있거나 어딘가에 걸려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냄새 점점 뜨거워지는 공기가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예고했다.아직 몇 분도 지나지 않았고 어쩌면 1분 내로 연정훈이 도착할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차 안에 탄 사람들의 운명은 단 몇 초 안에 결정될 터였다.결국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고 곳곳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무언가가 몸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양수뿐만이 아니라 피도 섞여 있을 것 같았다.그제야 생명이 이렇게도 연약하다는 걸 깨달았다.양시연은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마음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부모님 연정훈 모두 마지막으로 보지 못했고 가장 지키고 싶었던 배 속의 아이마저 이제는 지킬 수 없게 되었다.“아!”그 순간 귓가에 힘찬 소년의 외침이 들려왔고 곧이어 덜컹거리는 거친 소리가 났다.그것은 발로 차 문을 거세게 걷어차는 소리였고 이어서 차 안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왔다.양시연이 간신히 고개를 돌려보려는 그 순간 한 손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양시연 누나, 내가 꺼내 줄게요. 누나도 힘을 내요.”양시연은 깊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듯 본능적으로 소년을 향해 힘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또렷한 띠 띠디 소리가 들려오자 두려움이 엄습했고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승주...너 먼저 가...”“싫어요. 절대 안 갈 거예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6화

    도시 안이라 차에 도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반우희는 초보 운전자로 아직 면허도 따지 못했다.“우희 씨, 차를 좀 한적한 곳으로 몰아 기름을 다 소모해 버려요.”양시연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배는 점점 더 아파지고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앞에서 반우희는 이미 운전석에 앉아 길을 주의 깊게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운전하고 있었다.반우희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양시연 언니, 사실 지금 차를 모는 게 아니라 그냥 장애물 피하기 게임을 하고 있어요. 길 위의 차들만 피하고 있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해요.”‘차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데 한적한 곳으로 가는 건 더 어려워.’양시연은 반우희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그것밖에 못 했다.“우희 씨, 3분만 더 참아요. 3분만 더 참으면 돼요.”연정훈은 몇 분 내로 인근 교통 시스템에 사람들을 보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반우희는 3분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할 수도 보장할 수도 없었다. 3분은 그녀에게도 너무 길게 느껴졌다.갑자기 앞에서 한 대의 차가 다가왔고 반우희는 눈을 크게 뜨며 핸들을 급하게 돌렸다.이번에도 너무 급하게 돌린 탓에 양시연은 다시 안전벨트에 의해 쪼여졌다.승주는 휴대폰을 들고 연정훈에게 상황을 계속 전달하며 양시연을 보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양시연 누나, 피를 흘리고 있어요.”“양시연!”연정훈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고 승주는 급히 전화를 양시연의 귀에 가져다 대었지만 양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대신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띠 띠디.“정훈 씨, 우리 차에 아마 폭탄이 있는 것 같아요.”그 말을 듣자마자 전화 너머로 들려온 연정훈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둘은 더 이상 말을 할 기회도 없이 반우희가 앞에서 소리쳤다.“양시연 언니, 앞에 바로 가로수길이에요. 차는 별로 없어요.”“차는 없지만 폭탄은 있어요!”승주가 절망적으로 외쳤다.“제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