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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작가: 라오
“카메라 영상을 가지고 나를 협박할 생각이야?”

“저의 기분에 따라 달라요.”

양시연은 한 글자씩 천천히 또렷하게 말했다.

“알았어.”

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위층으로 같이 가자.”

“싫어요!”

양시연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증거를 주려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사건을 만들려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연정훈은 어이없었다.

“...”

연정훈은 양시연을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 기다려.”

양시연은 속으로 연정훈을 비웃었다. 누군가 증거를 요구하는데도 그가 기다리라고 말하는 모습이 어이없었다.

연정훈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연정훈은 영상 복사본을 양시연에게 내밀었다.

양시연은 물건을 받자마자 그대로 떠났다.

연정훈은 술기운이 올라 머리가 아찔하고 시야가 흐려지는 듯했다.

연정훈은 양시연을 따라가며 그녀에게 사람을 보내줄지 고민했다.

양시연이 계단 아래에 다다르자 연정훈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예요?”

“사람을 보내서 집에 데려다줄게.”

“필요 없어요!”

양시연은 퉁명스럽게 거절하며 위에서 아래로 그를 내려다봤다. 그의 엉망진창인 얼굴을 보고 비웃음이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연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양시연이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본 연정훈은 고개를 돌려 거실의 장식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응시했다.

그 순간...

연정훈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때 나비가 다가와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며 연정훈에게 고개를 내밀고 연정훈을 바라봤다.

연정훈은 미간을 찡그리며 나비를 노려봤다.

“뭘 그렇게 봐?”

나비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응시했다.

쳇, 못생겼다!

정원에서 양시연은 차를 몰고 빠르게 떠나갔다.

속에서 불끈 화가 치솟아 운전이 거칠어졌고 강남시티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하하.

‘내가 나중에 복수한다고 생각하겠지?’

양씨 성을 가진 후 양지원이 가르쳐준 첫 번째 교훈은 바로 ‘복수는 망설이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액셀을 다시 밟으며 목적지에 도달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양시연은 말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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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집에 도착하자 표세연은 서둘러 양시연을 맞이하여 앉히고 다양한 간식들을 차려주며 소파를 정리해 편안하게 앉게 했다.“이쁜 얘기야, 한 달 넘으면 할머니랑 만날 수 있겠네.”표세연은 양시연의 배를 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옆에서 아주머니가 나와 간식을 놓으면서 말했다.“도련님, 요즘은 사모님과 함께 집에서 지내시면 좋겠어요. 도련님께서 오시면 사모님께서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몰라요.”양시연은 표세연의 얼굴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챘고 표세연이 불면증에 걸린 것 같다고 느꼈다.표세연은 아줌마를 보내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별일 아니야. 아주머니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연정훈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말했다.“아버지께서 지금까지 수많은 풍파를 겪으셨는데 어머니께서는 아직 심리적으로 훈련이 덜 된 거 같네요.”표세연이 연정훈을 가볍게 째려보았다.“그 전과는 달라. 예전엔 할아버지가 도와주셨지만 지금은 여기서 할아버지도 손을 쓸 수 없어.”양시연은 위로하며 말했다.“사실 더 승진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회는 있을 거예요.”표세연은 고개를 저었다.“이기지 않으면 지는 거지. 무승부는 없어.”양시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화의 주제를 아기의 이름으로 전환했다.표세연은 확실히 기뻐하며 말했다.“성씨는 네가 선택할 권리를 줬으니 이름을 지을 때는 아이의 할아버지 의견도 좀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좋아요. 이름은 아버님께서 정하게 하세요.”양시연은 여유 있게 말했다.표세연은 다시 양시연의 배를 만졌고 거실은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연정훈은 전화를 받고 회사에 가야 했다.“주말인데 전혀 시간이 없네.”표세연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양시연은 신경 쓰지 않으며 연정훈에게 차 조심히 운전하고 저녁에는 최대한 일찍 돌아오라고 말했다.“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연정훈이 양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자 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응했다.그들의 사이가 좋아 보이자 표세연도 기뻐했다.연정훈이 떠난 후 양시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27화

    복도는 적당히 어둡고 분위기도 완벽했다.부승원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반우희에게 입을 맞췄다.처음엔 가볍게 입을 맞췄지만 반우희가 발끝을 들자 부승원은 그녀의 머리 뒤로 손을 돌려 깊게 키스했다.반우희의 몸에서 오래 스며든 듯한 강한 딸기 향이 났고 부승원은 그 향이 가글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반우희는 식사 후 화장실에서 거의 반병을 썼고 혹시 음료처럼 한 통을 다 마신 게 아닌가 싶은 정도였다.입술이 떨어지자 두 사람의 숨결이 얽혔고 쉽사리 떼어낼 수 없었다.반우희는 자기 입술을 핥으며 부승원의 입술도 스치듯 지나갔다.두 사람의 코끝이 부딪히자 반우희는 살짝 부끄러워졌는지 더욱 세게 끌어안고 얼굴을 부승원의 가슴에 묻었다.“이제 가야 해. 승주가 널 찾을 거야.”부승원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반우희는 가볍게 대답하고 그의 품을 빠져나왔다.불빛은 어두웠지만 부승원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된 걸 느낄 수 있었다.‘정말 좋다.’반우희는 부승원을 마주 보며 뒷걸음치자 부승원이 말했다.“넘어지지 말고 조심히 걸어.”“네.”반우희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두 걸음 더 뒤로 걸어가며 기분 좋게 계단을 올랐다.부승원은 그녀의 발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좋아졌고 입안의 딸기 향이 한층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발소리가 계단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가 갑자기 멈추자 부승원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부승원 씨.”그녀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렸고 마치 도둑이라도 된 것처럼 살짝 몸을 숨겼다.부승원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뭐 하는 거야?”반우희는 두 손을 입가에 모아 확성기처럼 만들고 아래를 향해 외쳤다.“오늘 밤에 문제집 다 풀 거예요.”부승원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목을 한 번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적당히 해. 문제집이 너한테 질려서 도망가겠어.”반우희는 키득키득 웃으며 계단을 올라갔고 부승원은 그녀가 집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차로 향했다.차에 다가가자 그는 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26화

    두 사람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운전사는 이미 차량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부승원은 반우희를 건물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그녀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려 했지만 반우희는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반우희는 부승원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말없이 매달렸다.부승원은 마음이 약해져 반우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집에 가기 싫으면 한 바퀴 더 돌면서 간식이라도 사줄까?"“싫어요.”반우희는 부승원을 더욱 꼭 안았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옆얼굴에 살짝 입을 맞췄다.반우희는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재빠르게 그의 턱에 가벼운 키스로 응답했다.주변은 어두컴컴했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부승원의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닿으며 평소의 차가운 기운은 사라지고 따스한 너그러움만이 남아 있었다.“마라 새우를 많이 먹으면 원래 이렇게 집착하게 되나?”반우희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새우 탓이 아니라 달이 문제에요.”“달이 뭘 잘못했는데?”“나는 인정해 이건 전부 달 때문인 것을.”반우희는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부승원은 그녀의 엉뚱한 행동에 미소를 지었다.조용한 밤의 고요 속에서 그녀는 한 구절을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불렀고 그 음성은 살랑이는 바람에 실려 그의 마음을 간질였다.‘달빛이 너무 아름다웠고 너는 너무 다정했어. 그 순간 오직 너와 함께 영원을 약속하고 싶어.’가사가 꽤 마음에 들었고 부승원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이 정도면 달이 욕을 좀 먹어도 억울하지 않겠네.’“부승원 씨.”반우희가 그의 품 안에서 부르자 부승원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반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 흔들리지 마세요. 부모님께 휘둘리지 말고 날 외국으로 유학 보내지 마요. 난 당신과 계속 함께 있고 싶어요.”부승원은 반응 없이 달콤한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져 그녀를 놀리고 싶어졌다.“아닌데? 너 승주한테 돈만 많이 주면 나랑 헤어지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25화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에 부승원은 반우희의 문제지를 채점하고 있었다.동그라미가 이어지고 반우희는 제 자신에게 박수를 쳤다.“와! 다 맞았어요?”부승원은 반우희를 힐끔 보며 말했다.“오바하지 마. 너 몇 문제 운으로 맞춘 거 다 알아.”“누가 그래요?”부승원은 바로 세 번째 문제를 짚으며 말했다.“이거 설명해 봐.”“...”반우희는 혀를 쯧쯧 찼다.“운도 실력이에요.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다 맞은 게 중요한 거죠!”부승원은 못 들은 척하고 문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반우희는 부승원의 옆에 찰싹 붙어 설명을 들었다.“이젠 곧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래. 문제 잘 풀어서 따로 과외를 할 필요는 없겠어. 오늘은 일찍 돌아갈 것 같네.”“그게 뭐예요?”반우희는 입을 삐죽였다.“내가 열심히 문제 풀어서 다 맞춘 건 시간 짜내서 변호사님이랑 연애하려고 그런 거란 말이에요!”‘이럴 줄 알았으면 두 문제는 틀리는 거였는데.’생각이 얼굴에 드러나는 반우희를 보며 부승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교과서를 내려놨다.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것 같은 부승원을 보며 반우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정말 목각처럼 딱딱한 사람이야. 다음부턴 내가 좀 더 머리를 써야겠어.’부승원은 외투를 챙기며 말했다.“신발 갈아 신고 같이 내려가자.”반우희는 축 처진 어깨로 터덜터덜 밖으로 걸었다.그러자 부승원이 낮은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승주한테 말해둬. 조금 늦게 돌아올지도 모른다고.”“왜요?”반우희가 고개를 휙 돌렸다.“기사님이 아래층에 있는 거 아니에요? 금방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은데?”부승원은 반우희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연애하자며?”‘음?’반우희는 바로 눈을 반짝였다.“헤헤.”‘딱딱한 목각이라는 말 취소!’반우희는 활짝 웃으며 승주를 찾았고 빠르게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부승원은 반우희더러 문밖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세 아이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반우희는 문밖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24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승주와 아이들은 숙제하러 방으로 돌아갔다.반우희는 부승원과 함께 제 방으로 돌아갔고 부승원에게 자리를 찾아준 뒤 열심히 문제지를 풀었다.부승원은 그제야 반우희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자신이 반우희에게 잘해주는 날이면 반우희는 보답을 하기 위해 문제지를 푸는 것이었다.‘정말 바보 같긴.’“2년 안으로 사법고시 넘을 자신 있어?”반우희는 씩씩하게 대답했다.“자신 있습니다!”“사법고시 넘으면 뭘 할 건데?”“음... 사건 받아야죠?”“...”“꿈도 야무져. 그렇게 쉽게 사건 의뢰가 들어올 것 같아?”반우희는 또 바보같이 웃었다.그때, 부승원은 부모님이 했던 말이 떠올라 반우희를 빤히 바라보았다.“계속 공부하고 싶은 생각 있어?”“지금 하고 있잖아요?”“그거 말고. 좋은 대학 다니고 싶은 그런 거 말이야.”“에이. 학력도 안 좋은데 누가 절 받아주겠어요?”“그게 뭐가 중요해. 너만 좋다면 내가 다 해줄 수 있어.”“어느 대학인데요?”“세계 어디든.”반우희는 멈칫하더니 펜을 내려두고 부승원을 바라봤다. 왠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날... 해외로 보내려는 거예요?”반우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연애를 실컷 하고 해외로 보내, 반 헤어짐 상태로 끝나는 사람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반우희를 보며 부승원은 설명하려고 했으나 말 대신 볼을 쭉 잡아당겼다.“해외 연수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지금 성적으로는 돈 가득 쏟아부어도 안 돼.”반우희는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그쵸? 아무리 나한테 반했다고 해도 그렇게 뭐든지 해주면 안 되는 거죠.”부승원은 입꼬리를 올렸다.“해외 연수 가고 싶어?”부승원은 다시 떠보듯 물었고 반우희는 당황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아니요.”“왜?”반우희는 대답 대신 노래를 불렀다.“동해 물과 백두산이...”“...”부승원은 두 눈을 질끈 감았고 또 반우희의 볼을 쭉 잡아당기며 말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23화

    “내 얘기 하는 것 같은데 뭐라고 했어요?”반우희가 다가오자 희주는 빠르게 시선을 피했다.“비밀이에요.”반우희는 몰래 혀를 찼다.다른 한편, 배가 부른 승주는 애어른처럼 요즘 가정 상황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우리가 이렇게 배부르고 등 따신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된 건 모두 한 사람 덕분이죠.”그러자 반우희가 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바로 누나... 의 남자 친구 덕분이에요!”“...”“야!”반우희는 승주는 슬쩍 노려봤으나 승주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그리고 몰래 맥주 맛을 보더니 쓴맛에 혀를 두르며 말했다.“매형, 솔직히 우리 셋이 발목 잡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그 말에 집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꼬맹이들은 모두 부승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털털한 반우희와는 달리 세 아이는 아닌 척해도 걱정이 많아 보였다.그래서 자신의 돈을 쓰는 게 불편하고 누나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부승원은 가재를 입에 넣더니 승주와 짠을 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 실력으론 너희 셋이 아니라 백 명이라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승주는 몰래 숨을 돌리며 부승원과 하이 파이브를 했다.식사 막바지에 다다르니 가재는 줄지 않고 오로지 대화만 오갔다.반우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준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찾았다.희주도 손을 씻으러 자리를 비웠다.부승원은 승주가 아직도 저에게 할 얘기가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누나한테 들어보니 매형 어머니가 오늘 누나 만났다면서요?”부승원은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며 말했다.“그래. 조금 긴장한 건지 딸꾹질했는데 그것도 너한테 말한 거야?”“별건 아니고, 너무 창피했다면서 누나가 용기를 달라고 했어요.”“어머니가 우희 괴롭힌 거 아니야. 우희가 지레 겁을 먹은 거지.”“누나는 언젠간 삼촌 어머니가 드라마처럼 수표 던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그 말에 부승원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너희 누나는 어떻게 할 대책이었는데?”“대책이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22화

    부승원은 승주의 초대를 받고 반우희의 집으로 향했다.집 안은 벌써 떠들썩했는데 승주와 반우희가 티격태격 다투고 있었다. 그 원인은 두 사람이 좋아하는 입맛이 달랐기 때문이었다.“마늘 향이 제일 맛있어!”“에이 마라가 찐이죠!”승주가 반우희를 타이르듯 말했다.“마늘 향 먹으면 양치해도 마늘 향이 남는데 남자 친구랑 뽀뽀할 수 있겠어요?”“...”반우희는 순식간에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틈을 타 승주가 마지막 승부사를 날렸다.“그러니까 내 말이 맞아요. 우리 마라 맛으로 해요!”“마늘 맛 조금만.”반우희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마늘 맛도 조금 해줘. 너희 누나 정말 먹는 거에 진심이라니까.”부승원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 목소리에 승주와 반우희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반우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왔어요?”승주는 그사이에 삶은 가재를 한입 먹으며 부승원을 불렀다.“삼촌, 여기로 와서 앉아요. 동준아, 우리 매형한테 술 따라드려!”“네.”반우희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승주의 귀를 쭉 잡아당겼다.“삼촌이었다가 매형이었다가 호칭 좀 통일하면 안 돼?”“나한테는 삼촌이지만 누나의 남자 친구일 때는 매형이니까 틀린 거 없잖아요!”승주는 아주 당당하게 대답했다.“어휴. 좀 조용히 해!”그러나 승주는 이런 일로 풀이 죽을 아이가 아니었고 바로 가재를 입안 가득 넣었다.부승원은 자연스레 주방으로 향했고 소매를 걷어붙였다.“남은 거 뭐 있어? 내가 할게.”그러자 반우희가 말했다.“오이무침할 줄 알아요?”“응.”“그럼 부탁할게요.”주방에는 거실의 에어컨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아 온도가 아주 뜨거웠다.부승원은 언젠간 이 집의 가전제품을 다 새것으로 갈아주겠다고 몰래 다짐했다.손놀림이 빠른 부승원은 빠르게 오이무침을 완성했다.반우희는 가재를 입맛별로 나눠 상에 올렸고 작은 상이 부러질 듯한 한 상 차림이 완성되었다.부승원은 그전에도 여러 번 집을 오갔던 터라 이젠 익숙하게 밥상 앞에 앉았다.희주는 부승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21화

    날이 어두워지고 부승원은 본가로 향했다.부승희는 집에 없었고 부모님은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부승원을 발견한 채애정은 활짝 웃으며 손 씻고 함께 밥을 먹자고 했다.“아니에요. 일이 있어서 바로 나가봐야 해요.”“약속인 것이냐?”아버지 부형석의 질문에 부승원은 표정 변화 한번 없이 대답했다.“네.”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하니 부모님은 부승원을 잡아 둘 수가 없었다. 대신 꿀물로 속을 채우게 했다.“네 어머니가 오늘 그 아이를 만나고 왔다고 들었어. 복스럽게 생겼다던데.”“네.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예쁘던데 나이가 좀 어려요.”채애정의 말에도 부승원은 묵묵히 꿀물을 마시며 대꾸하지 않았다.한참 뒤 부혁석이 물었다.“그 아이랑은 어떻게 할 생각인 것이냐?”부승원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무슨 말씀인지?”부형석은 고개를 돌려 제 아내를 바라봤고 채애정은 몰래 고개를 저었다.‘그런 말 마요. 우리 아들이 어떤 성격인지 몰라서 그래요?’부형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질문을 이어가기로 했다.“나와 네 어머니의 생각은 그 아이가 나이가 어리니 네 옆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해외 연수를 다녀와 몇 년 뒤에 결혼하는 게 좋을 것 같구나.”그러자 채애정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본인 생각이면서 왜 나까지 함께 묶고 그래요?’부형석은 말없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무게를 잡았다.부승원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고 침착하게 잔을 내려놓았다.이런 부승원의 모습에 채애정과 부형석은 절로 긴장이 되었다.도우미 아주머니는 내려놓은 잔만 챙겨서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도련님 부승원에게 쉽게 밉보여서는 안 되었다.부승원은 입가를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그 시선에 두 사람은 절로 허리를 꼿꼿이 세워졌다.“몇 년간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가 결혼하면 그래도 짝으로 걸맞으니 창피하지 않으실 거고, 내가 그동안 견디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실 거잖아요. 그 아이는 돈과 명예를 가졌으니 더 이상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요.”“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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