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대답을 기다릴 새도 없이 김미진은 몸에 걸친 마지막 수건마저 내려놓았다.

젊은 소녀의 나체가 눈앞에 드러나자 오랜만에 이런 상황을 마주한 나는 본능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 찾아온 여자를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김미진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와 부드러운 손길로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아저씨, 저 예쁘죠?”

더 몰입하기 위해 나는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아저씨 잘 모실게요.”

그녀는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띤 채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욕실은 금세 안개가 자욱해지며 시야가 흐려졌고 물소리와 교묘한 신음 소리가 가득 찼다.

물론 유리문 밖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두 개의 그림자도 내 눈을 피할 순 없었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욕실에서의 짧은 소란 후, 침대로 돌아오자 김미진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아저씨,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그녀는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방을 빠르게 나가버렸다.

홀로 남겨진 방 안에는 은은한 담배 냄새가 퍼져 나왔고 나는 조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이런 일을 저지르면서도 흔적을 남기다니... 정말 허술하군.”

그들이 떠난 뒤, 나는 컴퓨터를 열어 두었던 숨겨진 백도어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설계도와 중요한 자료들이 모두 복사되어 있었다.

텅 빈 파일 폴더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며칠 후 열릴 신제품 발표회를 두고 정수빈이 어떤 수를 쓸지는 예상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가 발표회 일정을 확정하자마자 그는 자신의 발표회를 이틀 앞당겨 먼저 진행하며 기선을 제압하려 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있던 나는 회사 내부가 동요하지 않도록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며 위기를 안정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발표회 날이 되었다.

정수빈은 수많은 언론인을 초청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화제를 극대화시켰다.

마치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온 세상에 알리려는 듯한 분위기였다.

나는 직접 나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