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내 눈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돌려 성재를 바라봤다.“난 널 떠날 거야, 이거 하나만 허락해 주면 돼.”이 말을 들은 성재는 깜짝 놀라 주먹을 꽉 쥐었다.“날 못 믿는 거지? 맞지?”“육성재, 나 힘들어. 너랑 진세연 사이의 일들은 나랑 상관없으니까, 날 놔주고, 너 자신도 좀 놔줘. 네 마음속에 도대체 누가 있는지 잘 좀 생각해 봐.”나는 고개를 돌리고 성재를 무시했다. 그러자 성재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휴식 잘하고 있어, 나 먼저 나갈게.”성재가 나가자, 나는 한숨을 쉬고 베개 밑에 놓았던 핸드폰을 꺼내 잠시 생각한 뒤 메시지를 작성해서 세연에게 보냈다.[넌 네가 이긴 줄 알지? 사실 넌 그냥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인형일 뿐이야, 내가 싫다고 하면 성재는 영원히 널 선택하지 않을 거야.”‘진세연, 하던 대로 해.’반 시간 뒤, 세연이 화를 내며 내 병실로 찾아왔고 내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강소라, 네가 사모님이 됐다고 해서 잘난 줄 아나 보지? 넌 평생 성재의 사랑을 못 받을 거야, 난 달라. 난 손가락만 까닥하면 성재가 널 버릴 거야!”나는 평온하게 세연을 바라보았다.“그래서 가질 수 없는 것은 영원히 설레는 거야, 네가 이렇게 한 걸 육성재가 알게 되면 무슨 나쁜 결과가 생길지 생각해 봤어?”세연이 웃었다.“성재는 날 믿어,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야!”“강소라, 이번 생에 사모님이 돼 본 걸 영광이라고 생각해. 너 같은 하층에 있던 사람이 계층을 뒤엎고 올라왔으니 좋은 줄 알아야지! 성재랑 결혼할 생각을 한다니, 네가 성재랑 어울리는 거 같아?”세연이 힘이 펄펄 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골수를 이식해 주고 몸이 빈 것처럼 아주 연약한데, 세연은 아픈 사람 같지 않았다.‘아픈 거 같지 않은데?’“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네가 고백해서 거절당한 걸 봐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세연은 웃으며 손으로 내 턱을 꼬집었다.“맞아, 네가 뭔데 내 비밀을 엿봐? 넌 그
나의 말에 화가 난 세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내 뺨을 세게 때렸고 내 목을 조르며 말했다.“강소라, 너 같은 거 내가 목 졸라 죽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결혼식에서는 내가 일부러 쓰러진 거였어. 나는 네가 성재 마음속에서 어떤 지위인지 잘 보라고 그런 거야. 넌 영원히 날 이기지 못할 거야!”“사모님 자리 네가 가졌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너 딱 기다려. 내가 성재보고 너 칼로 찌르라고 할 테니까! 이번 장례식도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네 엄마 유골함도 남기지 않을 거고, 요즘 유행하는 바다에서 진행하는 장례식으로 할 거야!”나는 화가 났지만, 세연은 내 얼굴을 툭툭 치고 웃으며 병실에서 나갔다. 나는 핸드폰을 가져다가 라이브 방송을 껐다.‘진세연, 앞으로도 웃을 수 있길 바랄게!’세연이 대중들 눈에는 강한 여자다. 그녀가 설정한 이미지가 바로 암에 걸린 여자가 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계정에는 세연이 병에 걸린 뒤의 일상을 날마다 기록했고 팔로워가 100만이 넘었다.나의 라이브 방송이 공개되고 세연의 진짜 모습이 공개되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앞과 뒤가 다른 이중인격자네!][영상에서 백혈병에 걸려 골수 이식을 받는다고 하길래, 골수가 어디서 왔냐고 하니까, 대답을 못하더라고요.][사실은 옆에다 묶어 놓고 자기 이동 골수 은행으로 만든 거였어요. 너무 무서워요!][돈 많다고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육씨 집안이 도대체 어떤 집안인지 좀 조사해 봐야죠!][이 여자 육성재 결혼식에서 버림받고 어머니도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너무 불쌍하네요!]언론은 쌍날 검처럼 잘 이용하면 아무에게나 칼을 던질 수 있다. 나는 성재가 날 놓아주지 않을 것을 알지만 이것은 나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다.이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나는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재가 급히 달려왔고 나를 본 순간 조금 휘청거렸다.“강소라, 나...!”“육성재, 제대로 봤어? 이게 바로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진세연이야. 이 5년
성재는 나를 바라보았다.“유골함은 너에게 돌려줄게, 근데 날 떠나지 마.”“무슨 자격으로 떠나지 말래? 나에게 상처 주고 우리 엄마 돌아가시게 해서 절대 너 용서하지 않을 거야. 육성재, 나 너 안 사랑해!”나는 성재를 밀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성재가 다급히 말했다.“지금 몸이 연약한 상태니까 그렇게 움직이지 마. 나 보기 싫다고? 그럼, 나 갈게.”성재가 다급히 뒤로 물러났고 처음에 날카롭고 차가웠던 태도와는 상반되어 있었다.나는 웃으며 말했다.“육성재, 앞으로 다시는 보지 말자.”곧이어 경찰이 왔고 성재에게 유골함을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나는 유골함을 받아 땅에 묻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나는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입을 열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잘 지낼게요. 지금의 절 누구도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육성재 더 이상 안 사랑하니까, 걔 억압 안 받을 거예요.”잔잔한 바람이 내 볼에 불어왔고 마치 엄마가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엄마는 내가 상처를 받는 모습을 가장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늘 내가 여기에 혼자 있으니까 나를 보러 온 것이 아닌지 싶었다.나의 눈은 자연스럽게 촉촉해졌다.전에 성재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성재 옆에서 세연이 이상한 말로 꼬드겨도 성재가 나만 바라볼 줄 알아서 마음속에 넣어두지 않았다.왜냐하면 성재가 선택한 사람이 나니까,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성재의 사랑은 자물쇠가 걸려있는 사랑이었다. 아니, 사랑이라고 할 수 없고 그저 교환일 뿐이었다.성재는 나의 감정을 물건으로 생각하고 등가 교환을 한 것이다.성재는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절대 손실 받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 동등하지 않은 이번 교환에서 성재는 내가 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해 나한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사랑은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고 한 사람이 덜 사랑했다면, 성재처럼 그렇게 받기만 하는 것이
나는 그저 눈썹을 치켜올렸다.“육성재, 너무 늦었어. 네가 계속 이렇게 힘들게 하면 이 도시 떠나서 날 영원히 못 찾게 할 거야.”성재의 눈에 죄책감이 깃들어 있었고 곧이어 자리를 떠나버렸다.성재는 아마 내가 말을 한 대로 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마음속에서 성재의 자리가 사라진 뒤로 내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차가워졌다.멀리 떠난다는 말은 그저 한 말이 아니다. 나는 정말 먼 곳으로 떠날 생각이다.성재는 내가 갑자기 사라질까 봐 가끔 사람을 보내 내가 잘 있는지 확인했고 본인은 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만나지 않았다.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나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그날 실시간 검색어에 ‘육성재 붙잡히다.’라고 뜬 것을 발견했다.여론의 작용 때문인지, 경찰에서 조사가 들어갔고 성재가 전에 했던 일이 다 폭로됐다.성재가 세연을 위해서 회사의 모든 직원을 강제로 검사를 시킨 일과 그때 찍혔던 영상, 그리고 회사 단톡방에서 나눴던 채팅 기록까지 다 밝혀졌다.그때 성재가 회사 직원 모두 무조건 검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사장의 요구에 직원들은 반항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모든 일이 다 밝혀지자, 네티즌들이 다시 한번 토론하기 시작했다.[어떻게 이런 일을?][직원들이 반항 안 하나?][반항? 검사 안 하겠다고 하니까, 점심에, 외국에 있던 아들이 울면서 전화 왔어. 그때 육성재가 그렇게 당당했지!][육성재는 진서연 뭘 보고 저런 거야? 예쁘지도 않구먼!][예쁜지 안 예쁜지는 중요하지 않지. 자기 마음에 드는지가 중요하지. 내가 보기에 진서연도 예쁘장하네!][지금 나만 이번에만 강소라가 뽑힌 건지를 보고 있나?][그런 거 같은데? 진세연도 정말 독하네, 육성재는 바본가? 그렇게 병 걸렸다고 거짓말한 것도 믿고? 의료진들도 감옥 가야 하는 거 아니야?]성재는 할 말이 없었고 사람들이 욕하자, 여론도 순식간에 나쁜 쪽으로 흘러가 성재 그룹에 나쁜 영향이 생겼다.성재는 마음이 급해졌다.젊은 나이에 이 자
5년 전, 나의 골수를 진세연에게 이식해 주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세연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육성재는 나에게 보답하겠다며 곁에 남아 있어 달라고 했다.성재와 나는 5년 만났고 오늘은 우리가 결혼식을 하는 날이다. 그러나 하필 이런 날에 세연이 쓰러지고 말았다.나는 성재보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성재는 내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강소라,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너 왜 이렇게 나빠?”성재는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했고 눈초리를 떨면서 누워 있는 세연이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엄마는 이 일 때문에 심장병이 발작해서 기절했고 내가 울면서 사람들보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그들은 성재가 더 신경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고 성재가 자리를 떠난 것이 내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래서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다.마지막에 종업원이 날 대신해 구급차를 불러주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나는 숨을 쉬지 않는 엄마의 몸 위에 하얀 천이 덮이는 것을 보고 놀라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이때 병원에서 나를 본 성재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강소라, 마침 잘 왔네. 세연이 지금 병이 발작해서 같이 검사하러 가자!”내가 성재의 손을 뿌리치자, 성재가 조금 놀랐다.“강소라!”“육성재, 나, 너한테 빚진 거 없으니까, 골수 기증 안 할 거야.”성재는 내가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있다가 이런 말을 듣자,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너랑 상의하는 거 아니고, 명령하는 거야. 당장 같이 가!”성재는 회사의 사장으로서 결단력이 강했고 항상 강세에 처해 있었다.예전이었다면 나는 동의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우리 두 사람 사이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기에 나는 절대 그들의 이동하는 골수 은행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내가 성재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성재는 바로 경호원을 불러 나를 강제로 병실로 끌고 가서 모든 검사를 시켰다.성재가 우리
“육성재! 너 후회하게 될 거야!”찢어질 듯한 울음소리에 성재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지만, 곧이어 뒤로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반응할 새도 없이 성재의 경호원에 의해 일으켜 세워졌다.“사장님께서 우선 검사를 진행하고 언제 기증하면 언제 이곳을 떠나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내가 소리를 질렀다.“이렇게 하는 거 범죄인 거 몰라? 이거 놔!”그러나 내 혼자의 힘으로 그들과 싸울 수 없었다.나는 수술실로 끌려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주삿바늘을 들고 왔을 때, 나는 바짝 긴장해졌다. 그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엄마를 생각하고 반항하지 마세요.”나는 쓴웃음을 지었고, 바늘이 꽂히는 순간 가슴이 너무 아팠다. 곧이어 몸이 비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면서 기절하고 말았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옆에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그제야 간호사가 나를 보러 왔다.“깨셨어요? 가서 잘 휴식하셔야 해요.”나는 아픈 것을 신경 쓰지 않고 간호사의 팔을 잡았다.“육성재는? 우리 엄마 시체 어디 있어?”간호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 사장님께 직접 물어보세요.”내가 몸을 옆으로 돌리자,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때 밖에서 성재가 들어왔다.성재는 바로 바닥에 있는 나를 안아 침대에 올려주었고 나는 성재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육성재! 우리 엄마는?”“걱정하지 마, 장례식장에 안배해 놨으니까, 언제든지 가서 봐도 돼.”바로 가려고 하는데, 성재가 날 눌렀다.“의사가 그러는데, 너 금방 골수 뽑아서 지금 휴식해야 한대.”“필요 없어!”나는 성재의 손을 필치고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이번이 내가 마지막으로 골수를 기증한 거니까 앞으로 너랑 나 사이에 빚은 없는 거야!”말을 마친 나는 성재를 밀쳤다. 그러나 성재는 여전히 내 팔을 잡고 있었다.“그만 해! 골수 없으면 세연이 죽어!”나는 웃음이 났다.“그래? 근데 결혼식장에서
나는 못 본 척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드디어 엄마의 시체와 마주할 수 있었다. 엄마가 몸이 굳어진 상태로 차가운 냉동고에서 밀려 나왔다.나는 엄마 앞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흰색 천을 내렸다.익숙한 얼굴이 내 눈앞에 나타나자, 나는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내서 울 수 없었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나는 엄마의 손을 꼭 쥐었다. 차갑고 굳은 손은 내 기억 속의 따듯했던 손과는 완전히 달랐다.결혼식 전에 엄마가 나를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우리 소라도 사랑하는 사람 생겼네? 이제는 엄마가 없어도 널 챙길 수 있는 사람이 있겠어.”그때, 우리는 다 성재가 세연을 선택할 줄 몰랐다.내가 너무 순진해서, 옆에 몇 년간 붙어 있으면서 노력하면 성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나를 과대평가했고 성재 마음속 세연의 지위를 과소평가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장례식장 직원이 나에게 귀띔했다.“소라 씨, 다 되셨습니까? 시간이 다 됐습니다.”나는 옆으로 물러나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화장로로 밀려들어 갔다가 나오자, 작은 상자 하나만 남아 있었다.나는 유골함을 안고 눈썹을 찌푸렸다.엄마가 한평생 작은 도시에만 있어서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생전에 가장 큰 바람이 바로 내가 한평생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곳에서 사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나는 괜찮은 무덤 하나도 사지 못했다.내 손에 돈이 많지 않아 갖고 있던 것을 현금화해서 힘들게 150만 원을 모았는데, 직원이 다급히 달려왔다.“소라 씨, 누군가 큰돈으로 좋은 무덤으로 바꿔 주셨어요. 저쪽에 있습니다. 풍수가 아주 좋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자리에요!”나는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누가요?”“아직 안 가셨어요, 육성재라고 하십니다.”이 말을 들은 나는 바로 앞에 있는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 성재를 본 순간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육성재, 너
“강소라, 난 그저 너한테 보상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성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결혼식에서는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 혼자 남겨둔 거, 정말 내 잘못이고 세연이 한 말도 맞아, 누가 뭐라고 해도 넌 내 아내인데, 반드시 응답하는 게 맞아. 안 그러면 앞으로 살아가기 힘들 거야.”“그래서 이것도 진세연의 생각이야?”내가 고개를 들고 성재를 보자, 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세연은 널 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됐어!”나는 성재의 말을 끊었다.“큰 회사의 사장님이 이렇게 한 여자애의 말에 따라 계속 움직이다니. 육성재, 정말 나한테 미안하다면, 이러지 말아줄래?”성재는 미간을 찌푸렸다.“세연에게 편견 가질 필요 없잖아, 결혼식 날에...!”“결혼식 얘기 꺼내지 마! 결혼식에서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어, 이건 나한테 한평생 남을 고통이야. 난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리 거리를 좀 유지했으면 좋겠어, 서로 얼굴 붉히면서 헤어지지 말자, 응?”“내 일은 상관하지 마, 결혼식 하려던 거는 관두자. 다행히 법적으로는 아직 부부가 되지 않았으니까! 안 그러면 이혼해야 하잖아!”그때 다행히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것도 세연이 세게 반대해서 하지 못했다.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재는 기분이 나빠 보였다. 나는 성재의 기분을 신경 쓰지 않고 유골함을 빼앗아 오려고 했지만, 성재가 날 막아섰다.“이렇게 하자, 장례식이 끝나면 너 놓아줄게.”나는 성재와 말싸움을 하기 싫어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성재가 깜짝 놀랐다.“사장님, 이렇게 부탁할게, 나한테 자유를 줘. 우리 엄마 너한테 이용당하기 싫을 거고 네 지휘 아래에서 장례식 치르고 싶지 않을 거야! 엄마는 내 엄마고, 나 혼자만의 엄마야! 그러니까 제발 부탁할게! 몇 년 사이에 골수 이식 2번 해준 거 봐서 좀 봐줘!”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골수 이식을 한 뒤에 제대로 휴식을 하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지금 나는 온몸에 힘이 다 빠져 있었고 성재도 마음이
나는 그저 눈썹을 치켜올렸다.“육성재, 너무 늦었어. 네가 계속 이렇게 힘들게 하면 이 도시 떠나서 날 영원히 못 찾게 할 거야.”성재의 눈에 죄책감이 깃들어 있었고 곧이어 자리를 떠나버렸다.성재는 아마 내가 말을 한 대로 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마음속에서 성재의 자리가 사라진 뒤로 내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차가워졌다.멀리 떠난다는 말은 그저 한 말이 아니다. 나는 정말 먼 곳으로 떠날 생각이다.성재는 내가 갑자기 사라질까 봐 가끔 사람을 보내 내가 잘 있는지 확인했고 본인은 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만나지 않았다.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나는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그날 실시간 검색어에 ‘육성재 붙잡히다.’라고 뜬 것을 발견했다.여론의 작용 때문인지, 경찰에서 조사가 들어갔고 성재가 전에 했던 일이 다 폭로됐다.성재가 세연을 위해서 회사의 모든 직원을 강제로 검사를 시킨 일과 그때 찍혔던 영상, 그리고 회사 단톡방에서 나눴던 채팅 기록까지 다 밝혀졌다.그때 성재가 회사 직원 모두 무조건 검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사장의 요구에 직원들은 반항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모든 일이 다 밝혀지자, 네티즌들이 다시 한번 토론하기 시작했다.[어떻게 이런 일을?][직원들이 반항 안 하나?][반항? 검사 안 하겠다고 하니까, 점심에, 외국에 있던 아들이 울면서 전화 왔어. 그때 육성재가 그렇게 당당했지!][육성재는 진서연 뭘 보고 저런 거야? 예쁘지도 않구먼!][예쁜지 안 예쁜지는 중요하지 않지. 자기 마음에 드는지가 중요하지. 내가 보기에 진서연도 예쁘장하네!][지금 나만 이번에만 강소라가 뽑힌 건지를 보고 있나?][그런 거 같은데? 진세연도 정말 독하네, 육성재는 바본가? 그렇게 병 걸렸다고 거짓말한 것도 믿고? 의료진들도 감옥 가야 하는 거 아니야?]성재는 할 말이 없었고 사람들이 욕하자, 여론도 순식간에 나쁜 쪽으로 흘러가 성재 그룹에 나쁜 영향이 생겼다.성재는 마음이 급해졌다.젊은 나이에 이 자
성재는 나를 바라보았다.“유골함은 너에게 돌려줄게, 근데 날 떠나지 마.”“무슨 자격으로 떠나지 말래? 나에게 상처 주고 우리 엄마 돌아가시게 해서 절대 너 용서하지 않을 거야. 육성재, 나 너 안 사랑해!”나는 성재를 밀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성재가 다급히 말했다.“지금 몸이 연약한 상태니까 그렇게 움직이지 마. 나 보기 싫다고? 그럼, 나 갈게.”성재가 다급히 뒤로 물러났고 처음에 날카롭고 차가웠던 태도와는 상반되어 있었다.나는 웃으며 말했다.“육성재, 앞으로 다시는 보지 말자.”곧이어 경찰이 왔고 성재에게 유골함을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나는 유골함을 받아 땅에 묻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나는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입을 열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잘 지낼게요. 지금의 절 누구도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육성재 더 이상 안 사랑하니까, 걔 억압 안 받을 거예요.”잔잔한 바람이 내 볼에 불어왔고 마치 엄마가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엄마는 내가 상처를 받는 모습을 가장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늘 내가 여기에 혼자 있으니까 나를 보러 온 것이 아닌지 싶었다.나의 눈은 자연스럽게 촉촉해졌다.전에 성재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성재 옆에서 세연이 이상한 말로 꼬드겨도 성재가 나만 바라볼 줄 알아서 마음속에 넣어두지 않았다.왜냐하면 성재가 선택한 사람이 나니까,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성재의 사랑은 자물쇠가 걸려있는 사랑이었다. 아니, 사랑이라고 할 수 없고 그저 교환일 뿐이었다.성재는 나의 감정을 물건으로 생각하고 등가 교환을 한 것이다.성재는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절대 손실 받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 동등하지 않은 이번 교환에서 성재는 내가 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해 나한테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사랑은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고 한 사람이 덜 사랑했다면, 성재처럼 그렇게 받기만 하는 것이
나의 말에 화가 난 세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내 뺨을 세게 때렸고 내 목을 조르며 말했다.“강소라, 너 같은 거 내가 목 졸라 죽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결혼식에서는 내가 일부러 쓰러진 거였어. 나는 네가 성재 마음속에서 어떤 지위인지 잘 보라고 그런 거야. 넌 영원히 날 이기지 못할 거야!”“사모님 자리 네가 가졌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너 딱 기다려. 내가 성재보고 너 칼로 찌르라고 할 테니까! 이번 장례식도 예정대로 진행할 거야. 네 엄마 유골함도 남기지 않을 거고, 요즘 유행하는 바다에서 진행하는 장례식으로 할 거야!”나는 화가 났지만, 세연은 내 얼굴을 툭툭 치고 웃으며 병실에서 나갔다. 나는 핸드폰을 가져다가 라이브 방송을 껐다.‘진세연, 앞으로도 웃을 수 있길 바랄게!’세연이 대중들 눈에는 강한 여자다. 그녀가 설정한 이미지가 바로 암에 걸린 여자가 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계정에는 세연이 병에 걸린 뒤의 일상을 날마다 기록했고 팔로워가 100만이 넘었다.나의 라이브 방송이 공개되고 세연의 진짜 모습이 공개되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앞과 뒤가 다른 이중인격자네!][영상에서 백혈병에 걸려 골수 이식을 받는다고 하길래, 골수가 어디서 왔냐고 하니까, 대답을 못하더라고요.][사실은 옆에다 묶어 놓고 자기 이동 골수 은행으로 만든 거였어요. 너무 무서워요!][돈 많다고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육씨 집안이 도대체 어떤 집안인지 좀 조사해 봐야죠!][이 여자 육성재 결혼식에서 버림받고 어머니도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너무 불쌍하네요!]언론은 쌍날 검처럼 잘 이용하면 아무에게나 칼을 던질 수 있다. 나는 성재가 날 놓아주지 않을 것을 알지만 이것은 나에게 남은 유일한 기회다.이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나는 한숨을 내쉬고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재가 급히 달려왔고 나를 본 순간 조금 휘청거렸다.“강소라, 나...!”“육성재, 제대로 봤어? 이게 바로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진세연이야. 이 5년
그제야 내 눈이 흔들리더니 고개를 돌려 성재를 바라봤다.“난 널 떠날 거야, 이거 하나만 허락해 주면 돼.”이 말을 들은 성재는 깜짝 놀라 주먹을 꽉 쥐었다.“날 못 믿는 거지? 맞지?”“육성재, 나 힘들어. 너랑 진세연 사이의 일들은 나랑 상관없으니까, 날 놔주고, 너 자신도 좀 놔줘. 네 마음속에 도대체 누가 있는지 잘 좀 생각해 봐.”나는 고개를 돌리고 성재를 무시했다. 그러자 성재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휴식 잘하고 있어, 나 먼저 나갈게.”성재가 나가자, 나는 한숨을 쉬고 베개 밑에 놓았던 핸드폰을 꺼내 잠시 생각한 뒤 메시지를 작성해서 세연에게 보냈다.[넌 네가 이긴 줄 알지? 사실 넌 그냥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인형일 뿐이야, 내가 싫다고 하면 성재는 영원히 널 선택하지 않을 거야.”‘진세연, 하던 대로 해.’반 시간 뒤, 세연이 화를 내며 내 병실로 찾아왔고 내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강소라, 네가 사모님이 됐다고 해서 잘난 줄 아나 보지? 넌 평생 성재의 사랑을 못 받을 거야, 난 달라. 난 손가락만 까닥하면 성재가 널 버릴 거야!”나는 평온하게 세연을 바라보았다.“그래서 가질 수 없는 것은 영원히 설레는 거야, 네가 이렇게 한 걸 육성재가 알게 되면 무슨 나쁜 결과가 생길지 생각해 봤어?”세연이 웃었다.“성재는 날 믿어,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거야!”“강소라, 이번 생에 사모님이 돼 본 걸 영광이라고 생각해. 너 같은 하층에 있던 사람이 계층을 뒤엎고 올라왔으니 좋은 줄 알아야지! 성재랑 결혼할 생각을 한다니, 네가 성재랑 어울리는 거 같아?”세연이 힘이 펄펄 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는 골수를 이식해 주고 몸이 빈 것처럼 아주 연약한데, 세연은 아픈 사람 같지 않았다.‘아픈 거 같지 않은데?’“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네가 고백해서 거절당한 걸 봐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세연은 웃으며 손으로 내 턱을 꼬집었다.“맞아, 네가 뭔데 내 비밀을 엿봐? 넌 그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성재가 나에게로 뛰어오는 모습을 보았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사방이 온통 소독수 냄새로 가득 차 있었고 성재가 내 곁에서 지키고 있었다. 그는 내가 깨어난 것을 보고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강소라, 좀 어때?”나는 힘을 써서 성재의 손에서 내 손을 빼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더 말을 해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초점이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성재가 다급히 말했다.“강소라, 말이라도 좀 해봐, 이러고 있지 말고.”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성재와의 첫 만남을 회억했다.그때, 내가 금방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와 점심 휴식 시간에 혼자 복도 계단으로 갔는데, 세연이 발꿈치를 들고 성재 옆에 서서 부끄러워하며 고백하는 것을 보았다.그러나 성재가 그녀의 고백을 거절했다.나는 그 두 사람이 관계가 그렇게 가까운데, 왜 세연의 고백을 거절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러나 내가 마침 이 모든 과정을 다 목격하게 되어 세진이 그 뒤로부터 날 안 좋게 생각했다.인턴 하는 기간에 여러 번 나와 분쟁이 생겼고 공개적으로 날 남아있기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갑자기 세연이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려서 골수 이식을 받기 위해 회사 사람들 모두 성재의 요구에 맞춰 검사를 받게 되었고 내가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뽑히게 되었다.그 뒤로 나는 인턴에서 사장님 비서직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성재는 나에게 따듯함을 베풀어 주었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나는 성재의 따듯함에 눈이 멀고 말았다.나는 세연에게 골수 이식을 하겠다고 했고 그 뒤로 그곳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성재는 내가 세연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고 또 그녀의 생명 보장이라고 하면서 그들의 곁에만 있게 했고 그 대신 나에게 가장 좋은 생활을 할 수 있게 했다. 나는 그 덕에 엄마를 작은 도시에서 데리고 올 수 있었다.그때 나는 성재의 외모에 눈이 멀어 성재를 믿었었는데, 그 뒤로 세연이 자꾸 끼어들어서 나와 성재의 관계가
“강소라, 난 그저 너한테 보상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성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결혼식에서는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 혼자 남겨둔 거, 정말 내 잘못이고 세연이 한 말도 맞아, 누가 뭐라고 해도 넌 내 아내인데, 반드시 응답하는 게 맞아. 안 그러면 앞으로 살아가기 힘들 거야.”“그래서 이것도 진세연의 생각이야?”내가 고개를 들고 성재를 보자, 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세연은 널 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됐어!”나는 성재의 말을 끊었다.“큰 회사의 사장님이 이렇게 한 여자애의 말에 따라 계속 움직이다니. 육성재, 정말 나한테 미안하다면, 이러지 말아줄래?”성재는 미간을 찌푸렸다.“세연에게 편견 가질 필요 없잖아, 결혼식 날에...!”“결혼식 얘기 꺼내지 마! 결혼식에서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어, 이건 나한테 한평생 남을 고통이야. 난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우리 거리를 좀 유지했으면 좋겠어, 서로 얼굴 붉히면서 헤어지지 말자, 응?”“내 일은 상관하지 마, 결혼식 하려던 거는 관두자. 다행히 법적으로는 아직 부부가 되지 않았으니까! 안 그러면 이혼해야 하잖아!”그때 다행히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것도 세연이 세게 반대해서 하지 못했다.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재는 기분이 나빠 보였다. 나는 성재의 기분을 신경 쓰지 않고 유골함을 빼앗아 오려고 했지만, 성재가 날 막아섰다.“이렇게 하자, 장례식이 끝나면 너 놓아줄게.”나는 성재와 말싸움을 하기 싫어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성재가 깜짝 놀랐다.“사장님, 이렇게 부탁할게, 나한테 자유를 줘. 우리 엄마 너한테 이용당하기 싫을 거고 네 지휘 아래에서 장례식 치르고 싶지 않을 거야! 엄마는 내 엄마고, 나 혼자만의 엄마야! 그러니까 제발 부탁할게! 몇 년 사이에 골수 이식 2번 해준 거 봐서 좀 봐줘!”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골수 이식을 한 뒤에 제대로 휴식을 하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지금 나는 온몸에 힘이 다 빠져 있었고 성재도 마음이
나는 못 본 척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드디어 엄마의 시체와 마주할 수 있었다. 엄마가 몸이 굳어진 상태로 차가운 냉동고에서 밀려 나왔다.나는 엄마 앞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으로 흰색 천을 내렸다.익숙한 얼굴이 내 눈앞에 나타나자, 나는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내서 울 수 없었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나는 엄마의 손을 꼭 쥐었다. 차갑고 굳은 손은 내 기억 속의 따듯했던 손과는 완전히 달랐다.결혼식 전에 엄마가 나를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우리 소라도 사랑하는 사람 생겼네? 이제는 엄마가 없어도 널 챙길 수 있는 사람이 있겠어.”그때, 우리는 다 성재가 세연을 선택할 줄 몰랐다.내가 너무 순진해서, 옆에 몇 년간 붙어 있으면서 노력하면 성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나를 과대평가했고 성재 마음속 세연의 지위를 과소평가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장례식장 직원이 나에게 귀띔했다.“소라 씨, 다 되셨습니까? 시간이 다 됐습니다.”나는 옆으로 물러나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화장로로 밀려들어 갔다가 나오자, 작은 상자 하나만 남아 있었다.나는 유골함을 안고 눈썹을 찌푸렸다.엄마가 한평생 작은 도시에만 있어서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생전에 가장 큰 바람이 바로 내가 한평생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곳에서 사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 나는 괜찮은 무덤 하나도 사지 못했다.내 손에 돈이 많지 않아 갖고 있던 것을 현금화해서 힘들게 150만 원을 모았는데, 직원이 다급히 달려왔다.“소라 씨, 누군가 큰돈으로 좋은 무덤으로 바꿔 주셨어요. 저쪽에 있습니다. 풍수가 아주 좋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자리에요!”나는 깜짝 놀랐다.“뭐라고요? 누가요?”“아직 안 가셨어요, 육성재라고 하십니다.”이 말을 들은 나는 바로 앞에 있는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 성재를 본 순간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육성재, 너
“육성재! 너 후회하게 될 거야!”찢어질 듯한 울음소리에 성재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지만, 곧이어 뒤로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반응할 새도 없이 성재의 경호원에 의해 일으켜 세워졌다.“사장님께서 우선 검사를 진행하고 언제 기증하면 언제 이곳을 떠나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내가 소리를 질렀다.“이렇게 하는 거 범죄인 거 몰라? 이거 놔!”그러나 내 혼자의 힘으로 그들과 싸울 수 없었다.나는 수술실로 끌려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주삿바늘을 들고 왔을 때, 나는 바짝 긴장해졌다. 그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엄마를 생각하고 반항하지 마세요.”나는 쓴웃음을 지었고, 바늘이 꽂히는 순간 가슴이 너무 아팠다. 곧이어 몸이 비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면서 기절하고 말았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옆에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그제야 간호사가 나를 보러 왔다.“깨셨어요? 가서 잘 휴식하셔야 해요.”나는 아픈 것을 신경 쓰지 않고 간호사의 팔을 잡았다.“육성재는? 우리 엄마 시체 어디 있어?”간호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 사장님께 직접 물어보세요.”내가 몸을 옆으로 돌리자,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때 밖에서 성재가 들어왔다.성재는 바로 바닥에 있는 나를 안아 침대에 올려주었고 나는 성재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육성재! 우리 엄마는?”“걱정하지 마, 장례식장에 안배해 놨으니까, 언제든지 가서 봐도 돼.”바로 가려고 하는데, 성재가 날 눌렀다.“의사가 그러는데, 너 금방 골수 뽑아서 지금 휴식해야 한대.”“필요 없어!”나는 성재의 손을 필치고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이번이 내가 마지막으로 골수를 기증한 거니까 앞으로 너랑 나 사이에 빚은 없는 거야!”말을 마친 나는 성재를 밀쳤다. 그러나 성재는 여전히 내 팔을 잡고 있었다.“그만 해! 골수 없으면 세연이 죽어!”나는 웃음이 났다.“그래? 근데 결혼식장에서
5년 전, 나의 골수를 진세연에게 이식해 주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세연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육성재는 나에게 보답하겠다며 곁에 남아 있어 달라고 했다.성재와 나는 5년 만났고 오늘은 우리가 결혼식을 하는 날이다. 그러나 하필 이런 날에 세연이 쓰러지고 말았다.나는 성재보고 가지 말라고 했지만, 성재는 내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강소라,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너 왜 이렇게 나빠?”성재는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했고 눈초리를 떨면서 누워 있는 세연이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엄마는 이 일 때문에 심장병이 발작해서 기절했고 내가 울면서 사람들보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그들은 성재가 더 신경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고 성재가 자리를 떠난 것이 내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래서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다.마지막에 종업원이 날 대신해 구급차를 불러주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나는 숨을 쉬지 않는 엄마의 몸 위에 하얀 천이 덮이는 것을 보고 놀라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이때 병원에서 나를 본 성재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강소라, 마침 잘 왔네. 세연이 지금 병이 발작해서 같이 검사하러 가자!”내가 성재의 손을 뿌리치자, 성재가 조금 놀랐다.“강소라!”“육성재, 나, 너한테 빚진 거 없으니까, 골수 기증 안 할 거야.”성재는 내가 이렇게 나올 줄 모르고 있다가 이런 말을 듣자,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너랑 상의하는 거 아니고, 명령하는 거야. 당장 같이 가!”성재는 회사의 사장으로서 결단력이 강했고 항상 강세에 처해 있었다.예전이었다면 나는 동의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우리 두 사람 사이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기에 나는 절대 그들의 이동하는 골수 은행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내가 성재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성재는 바로 경호원을 불러 나를 강제로 병실로 끌고 가서 모든 검사를 시켰다.성재가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