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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넘버토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1-21 14:45:35
둘째 날 밤, 나는 어제 입었던 끈 나시 원피스를 다시 입고 밖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속옷조차 입지 않았다.

계단 입구를 막 나섰을 때, 내 시야 끝으로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모른 척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상태로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간 뒤, 잠시 멈춰 서서 신발을 고쳐 신는 척 허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뒤를 몰래 힐끔거리며 살폈다. 남자는 서서히 내게 다가와 약 2m 거리에 멈추더니 역시 신발 끈을 매는 척하며 쭈그려 앉았다.

그 거리는 내가 일부러 감춘 부분을 보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신발은 고쳐 신어야 했다.

30초쯤 후, 나는 몸을 일으키고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 내 안에 있는 묘한 흥분감이 점점 고조되었다.

특히 치마 아래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은 나에게 마치 몰래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듯한 짜릿한 감각을 선사했다.

오늘의 경험은 어젯밤과는 또 다른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이윽고 나는 길모퉁이 한 가게 앞에 멈춰 섰다.

그곳은 우리 집 소유의 가게로 최근에 리모델링 중이라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가게의 통유리에는 거울처럼 보이는 반전 필름이 붙어 있어 바깥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었다.

나는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살핀 뒤, 외부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열쇠로 문을 열어 안에 들어갔다.

에어컨을 켜고 1인용 소파를 통유리 앞쪽으로 밀어 방진 덮개를 걷어냈다.

그러고는 이내 원피스도 벗고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볼 수 없었고 나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다리를 유리창에 뻗은 채 가볍게 다리를 벌려 스트레칭 자세를 취했다.

그때,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통유리 앞에 나타났다.

그는 키가 족히 190cm에 달할 정도로 컸고 거대한 몸은 가로등의 빛마저 차단해 나를 그림자 속으로 가뒀다.

바로 조금 전 내 뒤를 따랐던 그 남자였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를 바라보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조심스럽게 스스로를 탐색하며 심장이 터질 듯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가 나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바로 앞에 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며 이 은밀한 쾌락을 몰래 즐겼다.

하지만 왜인지 손을 움직일수록 더 깊은 공허함이 느껴졌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난 더 많은 걸 원해.’

내 마음속에서 작은 악마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어서 와. 여기 한 여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그러나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 벌어졌다.

내 마음을 읽은 듯이 그가 문을 밀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그가 문을 걸어 잠그고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 대체 뭘 하려는 거죠?”

그 남자의 거대한 체격은 나를 강하게 압박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는 어젯밤의 남자처럼 나를 단숨에 들어 올려 벽에 밀쳤다.

남성에게 완전히 지배당하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 다시 한번 온몸을 덮쳤다.

그 느낌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며들며 나를 마비시키고 발끝에서 다시 심장으로 뛰어올랐다.

나는 그저 두 손으로 통유리를 짚고 발끝으로 서며 저항을 포기했다.

순순히 몸을 숙이고 그가 원하는 자세를 취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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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손에 든 토마토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테이블 위에 놓인 바나나를 보았다.그러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의 한 장면이 떠올랐고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뭔가 해보고 싶은데...’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김현규였다.나는 토마토를 입에 넣고 바나나를 손에 든 채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시간은 저녁 7시가 지났고 하늘이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았지만 거리는 어둠이 내려앉아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상태였다.어둠을 사이에 두고 창밖을 바라보니 몇십 미터 떨어진 맞은편 건물에 있는 김현규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그가 입을 여는 모습이 보였고 곧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저녁 먹었어?”그가 뜻밖에도 가벼운 인사말로 시작해 조금 놀랐지만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먹었어요. 지금 과일 좀 먹으려던 참이에요.”이렇게 말하며 나는 손에 든 바나나를 들었다.그러자 그는 말없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이내 비웃듯이 말했다.“뭘 시킬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제 아이디어 떠올랐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의 말 속에 담긴 뜻이 방금 내 머릿속을 스쳤던 생각과 같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리고 김현규의 입에서 예상대로 명령조의 말이 나왔다.“지금 그 바나나로 나한테 보여줘. 당장.”나는 손에 들린 작은 바나나를 내려다보았다.다행히 크고 두꺼운 바나나는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하지만 내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그는 내가 거절한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위협적으로 말했다.“내 손에 네 약점이 있다는 걸 잊지 마. 아니면 내가 직접 네 집으로 찾아가 해결해줄까?”나는 천천히 맞은편 건물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이거 끝나면 더 이상 아무 요구도 하지 마요.”이 말을 들은 김현규가 피식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네가 조건을 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좋아. 오늘 밤은 딱 이거 하나만이야.”‘오늘 밤?’그의 말장난에 순간 짜증이 밀려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나는 바나나를 씻고 윤활제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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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이성은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하라고 말했지만 나의 지금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소리를 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망했다. 이번엔 도를 넘었어!’난 자극을 추구했지만 낯선 남자와 진짜로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내 몸은 오직 미래의 남자친구한테 남겨주고 싶었는데!’이번엔 정말 벗어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가 갑자기 나를 놓아주었다.“찰싹.”방 안에 탄력 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내 등 뒤로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놀란 나는 본능적으로 제자리에서 살짝 뛰었고 머릿속엔 수치심과 분노가 뒤섞였다.그 강렬한 감정이 내 부끄러움마저 잊게 만들고 내 안의 욕망을 모조리 날려버렸다.나는 남자를 향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주먹질하고 발길질을 시작했다.그러자 남자는 내 손을 막는 데 정신이 팔렸고 그 틈을 타 난 그의 허점을 노려 무작정 발을 휘둘렀다.그 결과 내 발이 정확히 그의 급소에 닿았다.“으악!”남자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나를 놓았고 나는 그사이를 틈타 허둥지둥 속옷을 걸쳐 입었다.‘차라리 조금만 덜 벗어둘걸. 옷만 입었어도 바로 도망치는 건데... 이게 뭔 시간 낭비람?’그렇게 간신히 옷을 다 챙겨 입고 도망치려던 순간, 그가 내 팔을 확 잡아챘다.“불붙여 놓고 끝을 안 내? 네가 날 일부러 유혹해 놓고선 이제 와서 고기 맛도 못 보게 하겠다고? 너무한 거 아냐?”방금 집을 나서며 일부러 노출한 일이 떠올라 순간 당황스러웠다.‘일단 여기서 빠져나가고 보자.’다시는 이 사람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며 남자의 팔을 물어 손을 뗄 계획을 세우는데,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내 말 잘 들어. 난 너 어디 사는지 다 알아.”이 말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설마...’그러자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남자가 덧붙였다.“내가 바로 네가 혼자 놀던 걸 봤던 사람이야...”몸이 굳어졌다.어젯밤 맞은편 건물에서 나를 지켜봤던 사람이

  • 퀸카의 숨겨진 취향   제3화

    둘째 날 밤, 나는 어제 입었던 끈 나시 원피스를 다시 입고 밖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속옷조차 입지 않았다.계단 입구를 막 나섰을 때, 내 시야 끝으로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나는 모른 척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상태로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간 뒤, 잠시 멈춰 서서 신발을 고쳐 신는 척 허리를 숙였다.그러고는 뒤를 몰래 힐끔거리며 살폈다. 남자는 서서히 내게 다가와 약 2m 거리에 멈추더니 역시 신발 끈을 매는 척하며 쭈그려 앉았다.그 거리는 내가 일부러 감춘 부분을 보기엔 충분했다.하지만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신발은 고쳐 신어야 했다.30초쯤 후, 나는 몸을 일으키고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 내 안에 있는 묘한 흥분감이 점점 고조되었다.특히 치마 아래로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은 나에게 마치 몰래 나쁜 짓을 하고 있는 듯한 짜릿한 감각을 선사했다.오늘의 경험은 어젯밤과는 또 다른 쾌감을 가져다주었다.이윽고 나는 길모퉁이 한 가게 앞에 멈춰 섰다.그곳은 우리 집 소유의 가게로 최근에 리모델링 중이라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가게의 통유리에는 거울처럼 보이는 반전 필름이 붙어 있어 바깥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었다.나는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살핀 뒤, 외부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열쇠로 문을 열어 안에 들어갔다.에어컨을 켜고 1인용 소파를 통유리 앞쪽으로 밀어 방진 덮개를 걷어냈다.그러고는 이내 원피스도 벗고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바깥에서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나를 볼 수 없었고 나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나는 다리를 유리창에 뻗은 채 가볍게 다리를 벌려 스트레칭 자세를 취했다.그때,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통유리 앞에 나타났다.그는 키가 족히 190cm에 달할 정도로 컸고 거대한 몸은 가로등의 빛마저 차단해 나를 그림자 속으로 가뒀다.바로 조금 전 내 뒤를 따랐던 그 남자였다.나는 숨을 죽이고 그를 바라보며

  • 퀸카의 숨겨진 취향   제2화

    “제발... 부탁이에요... 살려주세요...”나는 고개를 들고 발끝으로 서며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 마지막으로 몸부림쳤다.그러나 남자는 오히려 더 흥분한 듯 내 속옷을 거칠게 찢어버렸다.모든 것이 끝났다는 절망감에 등 뒤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을 감지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순응하듯 몸을 숙이며 더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랐다.그때, 골목 밖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젊은 남자들 몇 명이 시끄럽게 떠들며 골목으로 다가오는 소리였다.그 순간, 나는 용기를 내어 남자의 팔을 세게 물었다.그러자 남자는 고통에 손을 놓았고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 황급히 도망쳤다.남자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도망치는 대신 빠르게 치마를 정리한 뒤 벽에 몸을 웅크렸다.그들은 골목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보고 잠시 말을 멈췄지만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쳤다.누군가 장난스럽게 휘파람을 불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나는 망설임 없이 집으로 뛰어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실로 달려가 샤워기를 틀었다.차가운 물줄기가 온몸을 적셨지만 마음속 깊은 불안과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만약 다른 사람들의 방해가 없었다면 나는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그 기억을 떠올리면 온몸이 떨리고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무의식적으로 벽에 손을 짚고 골목에서의 자세를 떠올리며 몸을 숙였다.그 금기와 수치심, 그리고 묘한 자극감이 내 안에서 점점 흥분으로 변해갔다.샤워를 마치고 나와 집안의 모든 불을 켰다.그러고는 벽장을 가득 채운 상장과 트로피 아래에서 그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오랫동안 인터넷에서 몰래 배운 동작으로 오직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만든듯한 춤이었다.그때 문득,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건너편 건물은 모두 어두웠지만 꼭대기 층의 작은 불빛 하나가 유독 밝게 빛나고 있었다.그리고 그곳에서 한 남자가 발코니에 엎드려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방금... 내가 한 모든 행동들을 혹시 봤나?’이렇게 은밀한

  • 퀸카의 숨겨진 취향   제1화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기 위해 나는 통유리를 마주해 침대에 누워 다리를 벌린 채 격렬히 자신을 위로했다.어두운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맞은편 발코니에는 건장한 남자가 내 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이처럼 머리끝이 서늘해지는 금기를 경험하면서 나는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나는 허리를 크게 젖히며 수치심도 이성도 없이 오직 욕망만을 좇는 나쁜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내 이름은 전유진, 무용 예술 입시생이다.부모님과 선생님 앞에서 나는 품행이 단정하고 우수한 학생으로 보였다.동급생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고백을 거절해 온 차가운 여신으로 불렸다.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 순수한 얼굴 뒤에 숨겨진 전통을 거스르고 어두운 심리를 품은 진짜 나를.나는 강제로 누군가에게 지배당하는 상황을 상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리고 이런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그 여름이었다.그날, 부모님은 옆 도시에 일을 보러 가셨고 당일 저녁에 집에 돌아올 예정이었다.그러나 자정까지 기다리던 나에게 그들은 이틀 후에나 돌아올 것이라는 연락을 전했다.“유진아, 엄마 아빠는 모레 돌아갈 것 같으니 집에서 안전에 유의하렴.”“네, 알겠어요.”전화를 끊고 텅 빈 집을 둘러봤다.오랜만에 집에 혼자 있게 된 나는 오랜 시간 학업에 억눌려 있던 내면이 강렬한 외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느꼈다.하여 허벅지까지 오는 끈 나시 원피스를 골라 입고 얼굴을 다시 씻어내고는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밖으로 나섰다.밤은 이미 깊었고 길가에는 몇몇 야식 노점 외에는 행인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노점 앞을 지날 때마다 길가의 남성들의 뜨거운 시선이 내 몸에 달라붙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들의 놀란 듯한 시선은 나를 묘하게 흥분시키고 기쁘게 했다.특히 묵직한 발소리가 내 뒤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오고 있을 때 더욱 그러했다.뒤돌아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뜨거운 시선이 내 뒤쪽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마치 당장이라도 넘쳐흐를 용암처럼 나를 완전히 녹여버릴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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