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황의 귀환

마황의 귀환

By:  밤새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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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마황 문일범은 상고마제의 구유비록을 얻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고 환생한 뒤에는 심마 때문에 몰락한 가문의 관리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무자비한 마황 문일범은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보잘것없는 가문을 정상으로 끌어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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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천마봉 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열중하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하늘에는 해와 달이 함께 떠 있고 따스한 햇살과 음산한 달빛이 동시에 대지를 내리쬐고 있었다. 남자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하늘로 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햇빛과 달빛이 한곳에 모이며 남자의 손바닥에 흡수되었고 이내 하늘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곧 스산한 바람이 휘휘 불면서 수많은 악귀들이 울부짖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불며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니 남자의 남다른 이목구비가 나타났다.

하늘의 두 줄기 빛이 남자의 체내에 흡수되자 햇빛과 달빛이 서서히 어두워졌고, 그에 반해 남자의 기세는 점차 강해지면서 그의 주위로 검은색 기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남자가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가는 걸 느끼고 있을 때 짙은 검은색의 기체가 남자를 완전히 뒤덮었고, 남자는 길게 숨을 내쉬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쿠궁!

그 순간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천마봉 주변에 있는 네 개의 산봉우리가 불시에 폭발했다. 그 충격으로 천마봉은 끊임없이 뒤흔들렸고 해와 달의 정수를 흡수한 남자는 두 눈을 번쩍 뜨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바로 이때 하늘을 가를 듯한 소리와 함께 일곱 개의 빛줄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의 앞에 나타났다. 이내 빛들이 사라지고 일곱 명의 엄청난 기세를 내뿜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면서 눈앞의 일곱 사람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줄곧 우리와 같은 마도 수행자를 경멸했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천마봉에 온 것이지?”

“마황 문일범.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정녕 모르는 것이냐?”

흰 수염의 노인이 수염을 쓸면서 경멸 어린 시선으로 문일범을 바라보았고 문일범은 살짝 흠칫하며 조심스럽게 그를 떠보았다.

“검황 늙은이, 나는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모르는 척하지 마. 눈치가 있다면 당장 구유비록을 내놔.”

여도사 한 명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큰 소리로 거만하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문일범은 대경실색했다.

한 달 전, 그는 전설 속 구유마제의 거처를 알아내서 구사일생 끝에 그의 절학이 담긴 구유비록을 가까스로 손에 넣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 정보를 입수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문일범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안색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조규석, 당장 나와.”

문일범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 순간 가벼운 웃음소리가 공허한 숲속에서 울려 퍼졌고 곧이어 흰옷을 입은 준수한 소년이 일곱 사람의 뒤에서 걸어 나왔다. 소년은 문일범을 향해 인사를 하면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사부님, 절 찾으셨나요?”

가식 가득한 조규석의 얼굴을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문일범은 덤덤히 말했다.

“내가 구유비록을 얻었다는 사실을 이자들에게 누설한 게 너냐?”

“네!”

조규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내가 설치한 호산대진을 해제한 것도 너냐?”

“네!”

조규석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짓을 한 것이냐? 나는 그동안 네게 꽤 잘해주었는데 말이다.”

문일범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두 눈에서 살기가 점차 강해졌다.

그는 비록 마도를 익혔지만 죄 없는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죽인 적은 없었다. 그는 다만 양심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문일범은 아마 정통적인 수도자들을 전부 죽였을 것이다. 문일범은 고아인 조규석에게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그를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렇게 그에게 배신당할 줄이야.

문일범의 살기가 점점 강해지는 걸 느낀 조규석은 비록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저도 모르게 자꾸만 뒷걸음질 쳐서 일곱 사람의 곁에 섰다.

“사부님, 사부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부님께서는 팔황의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계셔서는 안 됐어요. 그러면 저는 평생 사부님의 그림자에 가려진 채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구유비록을 얻은 뒤 혼자 수련하신 것도 섭섭했어요. 사부님은 제가 도둑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게 단 한 글자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셨지요.”

조규석의 말에 문일범은 가슴이 저렸다.

조규석은 문일범이 그렇게 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문일범은 조규석의 부족한 실력에 무턱대고 구유비록을 수련하다가 주화입마할까 봐 걱정되어 본인이 먼저 수련을 마친 뒤 그것을 조규석에게 전수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규석은 한 달 만에 자신의 야망을 드러냈다.

“하하하... 그래, 그래. 조규석, 내가 아주 대단한 제자를 두었구나!”

문일범은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크게 웃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네게 구유비록을 보여주마!”

“문일범, 우리 일곱 명이 이곳에 있는데 네가 활개를 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것이냐?”

흰 수염의 노인이 조규석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호통을 쳤다.

“난 성역에서 공인하는 팔황 중 최강자야. 칠황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나한테는 상대가 안 되지.”

말을 마치자마자 문일범은 조규석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며 그를 공격했다.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갑자기 검은 발톱이 나타나 사람들에게로 돌진했다.

조규석은 동공이 잘게 떨리더니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겁을 먹고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흰 수염의 노인은 검은 발톱이 주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견디며 검을 뽑아 들었고, 그 순간 흰색 검광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검은 발톱을 베어서 없애 버렸다.

“흥, 구유비록도 별거 아니구먼.”

흰 수염의 노인은 바람을 맞으며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경멸이 보였다.

그 광경에 문일범은 씩 웃으며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검황 늙은이, 너무 자만하지는 말라고.”

쿵!

한 차례 굉음과 함께 수천 갈래의 천둥이 몰아치기 시작하더니 하늘에서 돌연 수천 개의 검은 손이 나타나 일곱 사람을 공격했다. 그 손들은 조금 전 그 검은 발톱보다 두 배는 더 컸고 위력 또한 무시무시하여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공포에 떨게 했다.

“이럴 수가. 설마 이미 성계 경지에 도달했단 말인가?”

검황은 검은 손으로 뒤덮인 하늘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다른 이들 또한 그 광경에 등골이 오싹했다.

성계 고수는 칠황이 연합한다고 해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조규석은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다. 그는 이미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었다. 구유비록을 겨우 한 달간 수련했을 뿐인데 문일범이 그사이 성계 고수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흥, 빌어먹을 배신자의 결말은 이것뿐이다.”

문일범은 불안에 떠는 조규석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슉!

그러다 갑자기 흰빛이 검은 손들을 꿰뚫고 하늘에서 내려와 눈 깜짝할 사이에 문일범의 앞에 섰다. 문일범이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 빛이 문일범의 몸을 꿰뚫었다.

“컥!”

문일범이 새빨간 피를 토해내자 하늘을 온통 뒤덮었던 수천 개의 검은 손들이 순식간에 검은 기운이 되어 사라졌다. 문일범은 창백한 얼굴을 들어 상공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중년 남성 한 명이 서 있었고 그의 뒤에서는 성스러운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성자!”

문일범은 악에 받쳐 이를 악물면서 중얼댔다. 그는 상대가 이곳에 온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마황 문일범, 성역을 대표하여 마제의 유물을 회수하겠다. 마제의 유물을 내놓는다면 네 목숨만은 살려주마.”

모두를 내려다보는 중년 남성의 눈동자는 매우 거만했다. 문일범이 구유비록을 지니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문일범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바로 성역에서 가장 강한 성자였다. 황계 고수 같은 강자들도 그들에게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

문일범은 처량하게 웃더니 품 안에서 노을빛을 내뿜는 옥간을 꺼냈다.

그 옥간을 본 순간 사람들은 눈빛을 번뜩였다. 그건 성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일범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사람들을 쭉 둘러본 뒤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정파? 성자? 그래봤자 탐욕에 눈이 먼 소인배들이지. 나는 오늘 구유비록을 소멸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이것을 남에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한 뒤 문일범의 주변으로 갑자기 스산한 기운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자폭할 생각인 게 틀림없어.”

검황의 동공이 떨렸다. 그는 황급히 문일범에게서 멀리 떨어졌고 다른 이들 또한 검황의 말을 듣고 서둘러 그를 뒤따랐다. 성자의 눈동자에서 당혹스러움과 분노가 보였다. 그는 문일범을 향해 달려들었다.

“멈춰.”

문일범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더니 성자가 자신의 앞에 선 순간 손에 힘을 주어 옥간을 부서뜨렸다. 성자가 이를 악무는 모습에 문일범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펑!

웃음소리와 함께 문일범의 몸이 폭발했고 강력한 충격으로 인해 천마봉은 초토화되었다.

연기가 사라지는 순간 성자가 노여움 가득한 얼굴로 먼지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단지 옷 몇 군데가 살짝 찢어졌을 뿐이었다.

“성자는 역시 성자군요. 이렇게 강력한 자폭 속에서도 멀쩡할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검황은 성자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허리를 깊이 숙이면서 그를 찬양했다.

성자는 차갑게 코웃음 친 뒤 그를 무시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이때 조규석이 서둘러 그를 막았다.

“잠시만요. 마황 문일범은 아주 교활한 자입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의 몸을 빼앗는다면 이 세상에 오직 그만이 구유비록의 내용을 알고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먼 훗날 반드시 저희에게 복수하려고 할 겁니다.”

“흥, 그놈은 영혼까지 함께 자폭했어. 그런데 무슨 수로 남의 몸을 빼앗는단 말이냐?”

성자는 옷소매를 휘날리면서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황계 고수라고 하더라도 성자의 앞에서 자폭하는 방식으로 영혼을 탈출시키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그들로서는 상고마제의 구유비록을 손에 넣지 못한 것이 통탄스러울 뿐이었다.

고개를 돌려 폐허가 되어버린 천마봉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애석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은 안타까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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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천마봉 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열중하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하늘에는 해와 달이 함께 떠 있고 따스한 햇살과 음산한 달빛이 동시에 대지를 내리쬐고 있었다. 남자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하늘로 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햇빛과 달빛이 한곳에 모이며 남자의 손바닥에 흡수되었고 이내 하늘이 어두워졌다.그리고 곧 스산한 바람이 휘휘 불면서 수많은 악귀들이 울부짖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바람이 불며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니 남자의 남다른 이목구비가 나타났다.하늘의 두 줄기 빛이 남자의 체내에 흡수되자 햇빛과 달빛이 서서히 어두워졌고, 그에 반해 남자의 기세는 점차 강해지면서 그의 주위로 검은색 기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남자가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가는 걸 느끼고 있을 때 짙은 검은색의 기체가 남자를 완전히 뒤덮었고, 남자는 길게 숨을 내쉬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쿠궁!그 순간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천마봉 주변에 있는 네 개의 산봉우리가 불시에 폭발했다. 그 충격으로 천마봉은 끊임없이 뒤흔들렸고 해와 달의 정수를 흡수한 남자는 두 눈을 번쩍 뜨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바로 이때 하늘을 가를 듯한 소리와 함께 일곱 개의 빛줄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의 앞에 나타났다. 이내 빛들이 사라지고 일곱 명의 엄청난 기세를 내뿜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남자는 본능적으로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면서 눈앞의 일곱 사람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말했다.“너희들은 줄곧 우리와 같은 마도 수행자를 경멸했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천마봉에 온 것이지?”“마황 문일범.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정녕 모르는 것이냐?”흰 수염의 노인이 수염을 쓸면서 경멸 어린 시선으로 문일범을 바라보았고 문일범은 살짝 흠칫하며 조심스럽게 그를 떠보았다.“검황 늙은이, 나는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모르는 척하지 마. 눈치가 있다면 당장 구유비록을 내놔.”여도사 한 명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큰 소리로 거만하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문일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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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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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문기범은 한 손에 홍재호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홍은진을 잡고서 미친 듯이 달렸다. 등 뒤에서는 홍씨 가문의 호위무사와 산적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 저들을 버릴 수는 없어.”홍은진은 문기범에게 이끌려 수백 미터를 달린 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말했다.그러나 문기범은 홍은진의 말 따위 무시하고 계속하여 앞으로 달렸다.“이거 놔!”홍은진은 문기범이 명령을 듣지 않자 그의 손을 뿌리쳤고 문기범도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는 반드시 돌아가야 해. 난 홍씨 가문의 호위무사들이 우리 때문에 희생하는 걸 지켜볼 수 없어.”“돌아가면요? 그 산적들을 전부 때려눕힐 수는 있어요?”문기범이 덤덤히 말했다.홍은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휴,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손경진 그 늙은이는 취기 6중의 실력자야. 나는 취기 3중이고 호위대장은 취기 4중이지. 우리 둘이 연합한다고 해도 그 늙은이의 상대가 되지는 못해.”“돌아가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네요. 그러면 그냥 가요.”문기범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홍재호를 안고 계속해 앞으로 걸어갔다.그런데 바로 이때 홍재호가 버둥거렸다.“일개 하인 따위가 감히 주인님에게 그딴 식으로 얘기해? 어서 우리 누님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시켜 널 혼쭐내줄 거야.”문기범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발버둥 치는 홍재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홍은진을 바라보았다. 홍은진도 살짝 화가 난 얼굴이었다. 문기범은 그제야 지금의 그가 홍씨 가문의 하인이고 조금 전 그가 한 말이 불경스러운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진짜 문기범이 아니기 때문이다.게다가 홍씨 가문은 거의 멸문 직전인데 뭘 믿고 거들먹거린단 말인가?심마가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면 마황인 그는 그들의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저를 혼쭐내주겠다고요? 저한테 혼쭐나고 싶으세요?”문기범은 홍재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감히 네가 날 혼쭐낸다고?”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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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두 시진 뒤, 세 사람은 안개가 짙게 낀 숲에 도착했다.흰 안개에 휩싸인 숲을 본 순간 문기범의 눈빛이 번뜩였다.“이곳이 바로 안개숲이야. 일 년 내내 안개로 둘러싸인 곳이라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빠져나오기 힘들어.”홍은진은 망설이는 눈빛으로 눈앞의 숲을 바라보았다.“안개숲에 잠깐 몸을 숨길 수 있긴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영원히 이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몰라.”그러나 문기범은 그녀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관찰하다가 동쪽에 있는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본 순간 눈을 빛냈다.“저곳이 바로 흑영산인가요?”문기범은 그 산을 가리키면서 물었고 홍은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우리 아버지께서는 흑영산의 주인은 아버지와 엇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어. 지난 수십 년간 흑영산과 우리 홍씨 가문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흑영산의 산적들이 갑자기 우리 산장을 습격했어.”“하하하... 훌륭한 곳이네요.”문기범은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심으로 칭찬했다.“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에는 현무, 중앙에는 기린이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라... 이 숲은 이미 그 자체로 대진을 이루고 있어!”문기범은 혼잣말했다.“다만 애석하게도 그걸 알아채서 이용한 사람이 없을 뿐.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왔으니 이곳은 제2의 천마산이 될 거야.”문기범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그는 이 산의 진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곳은 성역에서도 오직 성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성지였다.“아가씨, 이곳에서 손경진 일당을 죽이는 건 어떤가요?”문기범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말했고 홍은진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지금 그들은 세 명뿐이고 상대방은 그들보다 수도 많은 데다가 실력도 더 강했다. 숨는 것도 어려운데 무슨 수로 그들을 죽인단 말인가?홍재호는 같잖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면서 문기범을 향해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일개 하인이면서 큰소리만 칠 줄 알지!”“또 엉덩이를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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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어... 어떻게...”“제가 어떻게 했는지는 일단 신경 쓰지 말고 지금부터 저를 따라 하세요. 이건 미혼진이라고 적의 이성을 교란하는 진법이에요. 음살을 이용하여 적을 섬멸하는 것이죠.”홍은진은 멍한 표정으로 문기범의 수인을 따라 했다. 그러나 문기범은 아주 빠르고 또 매끄럽게 수인을 맺었고 홍은진은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았지만 기억하지 못해서 손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어휴, 왜 이렇게 멍청해요? 이건 가장 간단한 수인들이라고요.”문기범은 홍은진이 자신을 따라 하지 못하자 조금 짜증이 나서 말했다.“이 정도 수준이면 손경진 일당이 쫓아왔을 때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있어요. 정말 바보 같네요.”홍은진은 어렸을 때부터 쥐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사람들의 애정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기에 이런 취급을 처음 받아보았다. 게다가 하인에게서 욕을 듣게 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연습했다.옆에 있던 홍재호는 누이가 모욕을 당하자 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문기범을 힘껏 밀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빌어먹을 놈, 우리 누님을 괴롭히지 마!”문기범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는 어린아이와 싸울 여력이 없었다.조금 전 진법을 펼쳤을 때 그는 자신의 원력으로는 진법을 펼칠 수만 있을 뿐 그것을 조종할 수 없다는 걸 발견했다.완벽한 음살진이었다면 조종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손경진 일당을 해치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얻은 영석은 겨우 천여 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곳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대진이라서 영석만으로도 진안을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면 문기범은 불완전한 진법조차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이때 진법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취기 3중인 홍은진뿐이었다.그러나 진법 수인은 상당히 복잡했고 지금 당장 그것을 전부 기억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결국 문기범은 어쩔 수 없이 뒤에서 홍은진을 안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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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들은 마치 실에 꿰인 구슬처럼 손에 붉은 실을 쥐고 흰 안개 속을 누볐다. 문기범이 가장 앞에서 걸었고 손경진이 뒤에서 문기범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의 옷을 꽉 잡고 있었다.안개가 너무 짙게 낀 탓에 꼭 붙어 있어도 서로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촉감에 의지하며 혹시라도 일행과 떨어지지 않게 바짝 붙어서 걸었다.안개숲 중심에 도착하여 더는 아무도 도망칠 수 없게 되었을 때 문기범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왜 그래?”손경진은 살짝 당황하며 불안해했다. 문기범의 옷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문기범은 씩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저는 여기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황천길은 알아서 걸으세요.”손경진은 그제야 뒤늦게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어 문기범을 자신의 곁으로 끌고 온 뒤 그를 공격했다.찌지직 소리와 함께 옷이 찢겼다. 그러나 옷에 감싸인 것은 문기범이 아니라 큰 바위였다.문기범은 언제 도망친 것일까?손경진은 경악한 표정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혹시라도 문기범이 허튼수작을 부릴까 봐 줄곧 그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결국 함정에 빠져버렸다.“어서 돌아가야 해.”손경진은 황급히 몸을 돌리며 초조하게 말했다.사람들은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붉은 실을 잡고 돌아가려고 했다.그런데 바로 이때 안개 속에서 제일 마지막에 서 있던 사람이 외쳤다.“큰일입니다. 돌아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붉은 실이 끊어졌어요.”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었다. 다들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안개숲에 들어왔는데 붉은 실이 끊어졌으니 어떻게 무사히 돌아간단 말인가?손경진은 이를 악물면서 발을 굴렀다.“젠장, 망할 놈이 나를 농락했어. 여봐라, 홍씨 가문의 호위대장을 데려오거라.”“큰일입니다. 호위대장이 사라졌습니다.”“빌어먹을!”손경진은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고 바닥에 1미터 깊이의 구덩이가 생겼다.손경진은 평생 노련하고 주도면밀하게 살아온 자신이 머리에 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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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진귀진, 토귀토, 구유마살귀아속.”문기범이 수인을 맺는 순간, 대진을 조종하던 홍은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음살진의 통제권을 잃었고 조금 전까지 보이던 손경진 일당의 상황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홍은진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수인을 맺었지만 더는 대진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끄악...”돌연 안개숲의 곳곳에서 사람들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손경진 일당은 이 순간 완전히 어둠에 잠식되었지만 의식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들은 검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자신의 체내에서 빠져나오는 걸 느꼈다.검은 무언가가 하나씩 빠져나갈 때마다 그들은 살이 잘리는 듯한 고통 때문에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검은 것이 전부 빠져나간 뒤에야 비로소 비명이 그쳤다. 이때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그들의 몸은 천 년 된 미라처럼 변했고 바람이 불자 가루가 되어 허무하게 흩어졌다.문기범은 가부좌를 틀고 검은 안개 속에 앉아 있었다. 수천 개는 될 듯한 검은 것들이 마치 벌떼처럼 문기범을 향해 돌진했다.문기범은 평온한 표정으로 검은 것들을 전부 받아들였고 그의 안색 또한 손경진 일당처럼 서서히 까매졌다. 그러다 검은 것들이 전부 체내로 들어오자 문기범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파직.눈 깜짝할 사이 문기범은 축기 6기가 되었다.파직.또 한 번 소리가 들려왔다. 축기 7기를 뛰어넘은 것이다.곧이어 축기 8기, 축기 9기, 마지막엔 축기의 최고 단계까지 도달했다.천천히 눈을 뜬 문기범은 심호흡을 하며 두 주먹을 쥐더니 계속하여 실력을 끌어올렸다.이번에는 조금 전처럼 쉽지 않았다. 음살이 가져다준 마화된 원력이 거의 다 소모된 탓이었다. 그러나 오랜 경험의 소유자인 문기범은 원력이 고갈되었을 때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더 값지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문기범은 이를 악물고 계속하여 공법을 사용했다. 그는 음살이 가져온 원력을 전부 쥐어 짜낸 뒤 자신의 남은 원력으로 마지막 돌격을 했다.파직.굉음과 함께 문기범은 무언가 부서지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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