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

5년 전, 비열한 수단으로 사랑을 쟁취했으나 결국 결혼에 실패해서 감정만 낭비한 꼴이 되었다. 쿨하기로 자부한 그녀는 마음을 정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두 달 후, 새로운 약혼자의 초대를 받아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가 냉철하고 고귀하기로 소문난 허강준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남자는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한테 빌붙기 위해 매달리는 여자를 가차 없이 잘라냈다. 하지만 뒤에서는 마치 발정 난 짐승처럼 그녀를 끌어안고 두 팔로 세면대에 가둬두고는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동자는 서서히 녹아내렸고 어느새 그리움이 묻어났다. “심지유! 나한테 집적거릴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다른 남자랑 약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