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끊기자 경찰이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상대방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위치를 추적할 수 없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가 뒤를 돌아보니 마침 지나가던 이광희가 서 있었다. 그는 조금 전 대화를 다 들은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형수님... 상훈 형 부모님이 진짜 납치당하신 거예요? 그런데 상현 형은 나한테 부모님이 형수님이랑 짜고 연극하는 거라고 했는데...” 나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이광희에게 말했다. “제발 빨리 심상훈한테 전화해서 지금 상황을 다 말해줘요.” 이어서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장민철의 재력을 생각하면 10억을 보내면 이 정도 시간이 걸릴 리가 없었다. 잠시 후, 나는 직접 다시 장민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연아...]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방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독백하듯 말했다. [거짓말은 하면 안 돼. 생각해 봐. 너희 시댁에서 시아버님, 시어머님 빼고 누가 너를 사람답게 대해줬니? 나는 네가 불쌍해서 좀 더 신경 써줬던 거야. 근데 역시 불쌍한 사람은 꼭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 네가 그렇게 거짓말만 안 했어도 상훈이가 너를 싫어하게 됐겠니?]나는 장민철로부터 나머지 10억을 도저히 구할 수 없겠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삼촌, 혹시 상훈 씨가 제가 짜고 쇼하고 있다고 말했나요?” 내 목소리는 다급해졌다.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 경찰관님들도 제 옆에 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보장할 수 있어요.” 그러나 장민철의 한숨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내 말을 중간에 끊으며 대꾸했다. “굳이 경찰들까지 끌어들여 연극을 할 필요는 없어. 네가 오늘 나를 속인다고 쳐도, 너 자신까지 속일 수 있겠니? 주연아, 나는 다 알아.”“너는 상훈이를 좋아해서 놓기 싫은 거야. 하지만 상훈이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여자애도 이제 돌아왔잖아. 네가 정말 힘들다면 그냥 상훈이랑 이혼하는 게 어떻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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