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웅성거리는 인파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젊고 생기 넘치는 얼굴들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귓가에는 반의 불량한 녀석들이 한 말이 맴돌았다.“고작 이 정도도 못참냐? 븅신.”고등학교 3년 동안 정리한 노트가 사라졌다. 그 안에는 내가 지난 몇 년간 쏟은 모든 열정과 노력이 담겨 있었다.마침내 찾았을 때는 이미 더러운 물이 가득 찬 통 안에 담겨 있었고, 알아볼 수조차 없이 망가져 있었다.뒤에서 들려오는 몇 명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에, 그 순간 온몸에 힘이 빠졌다.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그저 살아가는 것조차 왜 이리 힘든 걸까?’“못 참겠으면 뒤져 븅신아, 너 같은 좆밥이 뭔 놈의 자격으로 살아있냐?”소년의 말은 극도로 악의에 찬 독설이었다. 나는 남학생들을 무시하고 돌아서려 했으나, 그중 한 명이 갑자기 내 팔을 붙잡으며 자기와 놀자고 했다.놀란 나머지 옥상으로 도망쳤다. 단순히 사람들의 괴롭힘을 피하려던 것뿐이었는데, 이 시간이 학교에서 가장 학생들이 많은 때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점심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오는 학생들은 고개만 들면 나를 볼 수 있었다.엄마가 그날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학교에는 이미 나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퍼져 있음이 분명했다.그래서 학생들은 나를 바라볼 때 동정심 하나 없이 오직 악의에 찬 시선만을 보냈다.“저게 1반에서 공부 엄청 잘한다는 애 아냐? 소문으로는 사생활이 문란해서 여러 남자랑 관계 있었대.”“걔 엄마가 직접 말했다는데, 거짓말일 리가 있겠어?”“며칠 전에 나한테도 모텔 가자고 했는데, 내가 거절했어!”“맛이 꽤 좋다던데.”“네가 뭘 알아, 아 더러워!”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가며 나를 무너뜨렸고, 피해자의 해명은 늘 그렇듯 공허하게 울렸다.아래에서 누군가 빨리 뛰어내리라며 재촉했다. 내처럼 이토록 성격이 비뚤어지고 윤리를 저버린 사람은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없다고 했다.나는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그 얼굴을 오랫동안 응시했다.결국, 비명 소리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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