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 시부모님과 늘 우리에게 의지하던 시동생까지 데리고 와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이혼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결국, 내 부모님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부모님의 압박과 설득 끝에 우리는 끝내 이혼에 합의했다. 남편이 먼저 바람을 피웠기에, 재산 분할 없이 그는 빈손으로 집을 나가게 되었다.이혼 절차를 마치고 나오면서, 내 전남편인 허정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회사 자금을 가져다 쓴 일이 들통날까 봐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었다.나는 그런 전남편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로써 우리 부부의 인연은 끝났어. 걱정하지 마. 당신을 더 이상 괴롭히진 않을 거니까. 연말까지 회사 자금을 채워 넣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이것이 내가 허정우에게 건넨 마지막 한 마디였다.그 후, 나는 살던 집을 팔았고 그 돈을 부모님께 모두 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전근 소식도 드디어 확정되었다.떠나기 전, 나는 민지와 승우를 불러 마지막으로 식사를 함께하려고 했지만, 승우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다른 도시로 전근되면서 차장으로 승진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가는 곳과 같은 도시였다.이번 전근은 나나 민지가 전혀 개입하지 않은, 오로지 승우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였다.승우는 나에게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고, 민지 역시 그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승우는 순수하게 무보수로 나를 도운 셈이었다.내가 떠난 지 반년 후, 허정우는 결국 공금 횡령 혐의로 회사에서 해고되었고,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가 그때 빚을 갚기 위해 생각해 낸 ‘기막힌 방법’이란 바로 공금을 몰래 유용해 빚을 갚는 것이었다.그날 나는 혼자 술을 마시며 조용히 과거와의 작별을 축하했다.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고, 나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때, 우연히 승우가 나타났다.“현주 씨는 내가 본 여자 중에 가장 똑똑하고 침착한 사람이에요.”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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