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는 우리와 함께했던 영상을 반복해서 봤다.영상 속 추억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무너져 울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밤이 되면 그는 곰 인형을 품에 안고 영상 속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잠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는 점점 변해갔다. 예전에는 손도 대지 않던 부엌에 들어가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갈비찜, 토마토 새우, 간장 닭찜... 내가 좋아하던 음식, 강민혁이 좋아하던 음식들을 그의 상처투성이 손끝에서 만들어냈다.그는 식탁에 앉아 마치 우리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술잔에 술을 채우며 말했다.“유정아, 민혁아, 봐봐. 내가 만든 음식 어때? 정말 맛있어 보이지?”“이제 나 요리도 할 줄 알고, 그림도 배웠으니까 우리 앞으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그렇지?”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마치 행복에 겨운 사람처럼 미소를 띠고 있었다.강민혁은 방 한쪽 구석에 숨어 형을 외면한 채 고개를 돌렸다.그는 더 이상 이 형과 어떤 감정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나는 조용히 강민호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의 몰락에서 복수의 쾌감도, 연민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그가 너무나도 비참해 보였다.강민호는 점점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회사를 등지고 주식을 팔아 치운 뒤, 그는 온갖 사찰을 찾아다니며 신에게 빌었다.크고 작은 절을 수백 곳 찾아다니던 그는, 마침내 전설처럼 신통하다고 소문난 옥령산의 천년 고찰로 향했다. 거기서 그는 3천 계단을 한 걸음씩 절하며 올랐다.땀이 그의 눈을 따갑게 만들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타는 눈빛으로 스님을 향해 외쳤다.“제 아내와 동생이 사라졌습니다... 스님이 정말 신통하다면 제발 그들을 돌아오게 해주세요. 그조차도 안된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그들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스님은 그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며, 나와 강민혁을 발견했다.강민혁은 귀를 막고 바닥에 웅크려 몸을 작게 만들었다.나는 손을
Last Updated : 2024-12-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