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를 맞으며 한옥 마을에서 50미터 떨어진 계단에 서서 내 약혼자인 고태오와 의붓동생의 전통 혼례를 지켜봤다. 고태오가 입에 옥으로 만든 패물을 물고 전통 혼례복을 입은 어여쁜 엄정아에게 전해주자 엄정아가 얼굴을 붉히며 입으로 받았다. 고태오는 엄정아가 입에 문 패물을 꺼내기도 전에 냉큼 엄정아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두 사람은 하객의 호응과 축복 속에 서로를 끌어안고 열정적으로 키스를 나눴다. 그렇게 20분간 지속된 키스는 엄정아의 다리에 힘이 풀리고 나서야 겨우 멈췄다.가을바람에 장식으로 걸어둔 비단들이 휘날려서야 나는 어두운 불빛 아래 환호하는 사람 중에 내 가족과 친구들도 있음을 알아챘다.내가 목숨을 걸고 지켰던 동생 이진욱은 한복을 입고 결혼식 사회를 보며 주인공인 엄정아만 신경 썼다. 전에 엄정아와 엄정아의 어머니에 의해 게임 중독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학교에 보내져 죽을 뻔한 기억은 이미 지워버린 것 같았다.“누나, 형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알콩달콩 잘살길 바라요.”이진욱이 큰소리로 축복하자 옆에 있던 하객이 미리 준비한 불꽃을 터트렸다. 터지는 불빛과 함께 고태오가 엄정아를 번쩍 안아 들었고 흥분한 이진욱이 분위기를 절정으로 끌어올리려고 큰 소리로 말했다.“하객 여러분, 결혼식은 여기서 마칩니다. 신랑, 신부 이제 합방해도 좋습니다.”현장은 시끌벅적했지만 나는 숨이 막힐 듯한 절망감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이내 핸드폰을 꺼내 이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원히 내 편에 서겠다고 약속했던 내 친동생에게 말이다.이진욱은 핸드폰 화면을 한번 쓱 훑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쉬지 않고 고태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건 전화임을 확인한 고태오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고 그대로 끊어버리려는데 엄정아가 한 말을 듣고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어디야?”내가 가벼운 목소리로 묻자 고태오는 하객이 보는 앞에서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또 조사질이야? 임신까지 했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애정 결핍이야, 뭐야.”
Last Updated : 2024-12-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