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목소리는 참 듣기 좋았다. 특히 낮게 깔린 목소리로 혼잣말을 할 때는 더더욱.[아가, 잘 안 보여.][아가, 좀 더 보여줘. 제발.]...화면 너머로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몰입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했다.솔직히 말해, 이 남자, 조금 귀여울 정도로 멍청해 보였다.그렇게 억눌린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그의 템포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블루투스 이어폰 너머로 그의 만족스러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정말 최고의 자극제였다.내 잠옷이 땀에 젖었기에, 이제 한 번 더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발신자는 낯선 번호였다.최근 들어 이런 낯선 번호로부터 메시지를 자주 받았다. 전부 그 스토커가 보낸 것이었다.남자는 소프트웨어로 번호를 바꿔가며 나에게 성희롱 문자를 보내곤 했는데, 대부분 한밤중에 왔다.그런데 오늘은 시간을 앞당겼다. 역시 참지 못한 모양이다.나는 흥미롭게 핸드폰을 열어 그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아가, 네 작은 손은 정말 하얗네.][아가, 난 너를 정말 좋아해. 너랑 즐거운 걸 하고 싶어.][아가, 오늘 다른 남자라도 만난 거야? 왜 이렇게 갑자기 흥분했어?]...이런 말은 정말 스토커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에게 이런 메시지는 너무 유치하고 단순했다.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나는 참고 그의 반응을 예상하며 적당한 표정을 지었다.아마 남자는 화면 너머에서 몰래 나의 반응을 살피고 있겠지. 그래서 나는 때맞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아직 열어둔 커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확인하는 척했다.곧 떨리는 손으로 생애 처음 그의 메시지에 답장을 썼다.[누구세요? 당신 뭐 하는 거예요? 몰래 훔쳐보지 마세요! 또 훔쳐보면 신고할 거예요!][아가!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될까?][이 변태! 꺼져버려!]아마 욕을 들어서 더 좋았던 걸까?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한 줄 한 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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