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똑똑똑-세 번의 노크 후, 회의실 문이 열리며 익숙한 유현의 얼굴이 나타났다.나를 본 순간, 그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임... 임이치?”양희의 얼굴은 순간 하얗게 질렸다.“여... 여보?”회의실 안, 사장인 오지명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양희를 한 번, 이성준을 한 번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우리가 협력 중인 회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대표가 양희 씨의 남편인가요?” 양희는 눈길을 이리저리 피하며 초조한 듯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 순간, 이성준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가더니, 낮은 목소리로 이를 악물며 쏘아붙였다. “양희,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중졸도 못 나온 주제에 어떻게 이 그룹에 발 들였겠어?”“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넌 나한테 이렇게 보답하냐?”알고 보니 이성준은 줄곧 양희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겼던 것이다.뭐, 어차피 말했다면 양희가 유현 같은 쓰레기를 마음에 들었을 리가 없다.주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성준은 비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전에 내가 안 말했던 건 아니야. 네가 신경도 안 쓴 거지. 매일 내가 출장만 간다고 생각했으니.”그는 갑자기 유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그래서 네가 외로움을 못 참아서 이런 하찮은 걸 고른 거냐?!”“당신... 당신!” 유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나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빌었다.“여보아, 이건 우리 집안 문제잖아. 집에 가서 얘기하자!” 그러면서 나를 잡으려 했다.내가 손을 들어 그를 막으려는 순간, 이성준이 주먹을 날려 유현을 바닥에 쓰러뜨렸다.“유현? 그게 너 별명인가 보네.”유현은 바닥에서 일어나며 다급히 손가락으로 양희를 가리켰다.“이 대표님, 저는 단순히 동료를 출퇴근시켜준 것뿐입습니다! 임이치가 말한 영상은 다 조작된 거라고요
Last Updated : 2024-12-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