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다부진 체격과 준수한 외모 때문에 그는 자꾸만 내 눈에 띄었다.마치 아까 나를 도와준 게 본인이 아니라는 듯 담담한 표정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남자애들은 이리로 와, 오늘 천 미터 시험 볼 거야.”체육 선생님의 말에 나는 빠르게 나무 아래로 달려가 숨었다.그냥 차라리 나무에 머리를 콱 박고 기절해버리고 싶었다.오늘이 하필 그날인데 패드 하나만 붙이고 있어서 지금 달리기를 하면 반드시 흘러내릴 것이라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그때 시험을 마친 조강훈이 친한 척을 하며 나에게로 다가왔다.“넌 왜 여기 숨어있는 거야?”“아, 그게...”남자의 신분인 그에게 말하자니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내가 망설이고만 있자 조강훈의 시선은 내 얼굴, 가슴, 그리고 천천히 다리 사이로 향했다.“너 유산했냐?”그 말에 깜짝 놀라 다리를 본 나는 이미 흘러내리기 시작한 피에 울상을 지어버렸다.그래도 그렇지 무슨 말을 그렇게 생각 없이 하는지 조강훈이 점점 원망스러워지고 있었는데 울상을 지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그는 나무에 걸쳐져 있던 교복을 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거 두르고 있어.”그제야 조강훈이 교복 때문에 이리로 왔음을 알아챈 나는 살짝 민망했지만 서둘러 옷을 받아들고 허리에 둘렀다.땀에 찌든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람을 설레게 하는 특별한 향기가 나는 옷에 나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며 조강훈이 좀 더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다.이게 말로만 듣던 남성 호르몬의 향기인가 싶어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는 한참을 쭈그려 앉아있던 탓에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그런 내 행동에 깜짝 놀란 조강훈은 서둘러 나를 받쳐주었는데 그의 손이 하필 내 가슴에 놓이게 된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십몇 년을 살아오면서 남자가 내 가슴을 만진 게 처음이라 조강훈이 손으로 살짝 주물렀다는 사실도 나는 몰랐었다.“일,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빨리 일어나.”조강훈
Last Updated : 2024-12-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