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가족의 날 행사가 시작되었다.학부모와 아이들은 미리 세팅한 책상 앞에 앉았다. 딸은 맨 앞줄에 있는 송지헌을 바라보며 풀이 죽은 채 물었다.“엄마, 아빠는 왜 따로 앉아요?”나는 딸의 포동포동한 뺨을 살짝 꼬집었다. 이런 추잡한 일에 끼어들기에 아이는 너무 어렸다.“엄마는 원더우먼이니까 아빠가 다른 친구를 도와주러 가야지 공평하지 않겠어?”이때, 유치원 선생님이 첫 번째 게임이 블록 쌓기라고 말했고 활짝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1등은 우승 상품도 있는데 바로 우주선 레고이죠.”딸은 신이 나서 방방 뛰며 우주선을 가리켰다.“엄마, 아리도 갖고 싶어요.”“알았어. 그럼 파아팅해보자고.”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 직전 서아리는 손을 번쩍 들고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선생님, 저희 끝났어요!”선생님이 다가와 고개를 끄덕이며 결과를 발표하려는 순간 맨 앞줄에서 남자아이가 재빠르게 뛰어왔다.다름 아닌 송준우였다.녀석은 우리가 쌓은 블록을 무너뜨리더니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이제 내가 1등이야.”딸은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바라보며 눈물이 금세 차올랐고 홧김에 커다란 블록 하나를 집어 들고 녀석을 향해 던졌다.송지헌이 버럭 외쳤다.“서아리! 남한테 물건 던지면 어떡해? 얼른 준우 오빠한테 사과해.”서아리는 고집스럽게 받아쳤다.“싫어요. 준우가 내 블록을 먼저 망가뜨렸거든요? 진짜 나빴어요!”나는 딸아이의 뒤에 서서 단호하게 말했다.“송지헌,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뻔할 텐데? 준우가 아리한테 사과해야 맞지.”뒤따라온 안소정이 송지헌의 팔을 잡아당겼다.“오빠, 됐어. 그냥 넘어가. 한 번만 눈 감아 줘.”유치원 선생님이 상황을 수습하려고 나서는 순간 서아리가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아빠, 왜 아리의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되레 화를 내는 거죠?”생각지도 못한 호칭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나랑 송지헌 그리고 안소정을 번갈아 쳐다보기 바빴다.송지헌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안소정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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