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게도, 우리는 사실 삼 일 전에 혼인 신고를 했고, 결혼식을 아직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 이혼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성현이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곧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성현은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희연, 내가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운 건데, 이렇게까지 한다고?”성현의 마음속에 나는 무릎을 꿇고 비위를 맞추어서라도 그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그러니 성현이 내가 이혼하겠다는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비록 내가 성현을 사랑했고, 그와 결혼하고 싶었으며, 특히 할머니께서 내가 시집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기에 그 소원을 이루어 드리고자 했었다.그런데 이제 할머니도 안 계시니 더 이상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그래서 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주성현, 너는 내가 계속 너 봐줄 줄 알았어?”나는 유골함을 들고 두 사람을 무시하고 앞으로 갔다.평소 같으면, 나의 이런 태도는 진작에 성현을 화나게 했을 것이고 며칠 동안 나를 무시할 것이다.그러나 성현은 오히려 나를 잡아당기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됐어, 이번에는 내가 잘못했어. 오늘 밤에 내가 돌아가서 오늘보다 더 성대한 결혼식을 다시 준비할까?”성현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고 내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부드러움이었다.“할머니께서 우리 결혼식 기다리고 계시잖아.”할머니를 떠올리자 흔들리던 내 심장이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성현 때문에 나는 나의 유일한 가족을 잃었다.“할머니? 할머니 너 때문에 열 받아서 돌아가셨어!”나는 품에 안고 있던 유골함을 보여주었다.성현이 멍하니 있자, 곁에 있던 주혜가 즉시 성현의 표정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희연 언니, 제가 성현을 불러서 결혼식을 망친 건 정말 미안해요. 그런데 할머니 목숨을 가지고 사람 속이면 안 되죠.”주혜의 말에 성현이 즉시 반응을 보였고, 경멸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희연, 이젠 할머니까지 이용하는 거야? 할머니는 너의 유일한 가족인데 이렇게
최신 업데이트 : 2024-12-1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