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는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싫다며 오래 머물지도 않고 떠났다. 떠나기 전, 내 모든 통신 기기를 빼앗아갔다. 아마 아빠에게 전화로 이라도 할까 봐 걱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병원에서 통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호출 버튼을 눌렀고, 간호사가 곧 전화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외울 정도로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아빠...나 병원에 있어요.” 벨이 몇 번 울린 뒤, 차가운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 뒤로는 회의 중인 듯한 웅성거림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병원에 있다는 말만 겨우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빠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를 본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떨리는 손으로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연정아...누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니. 아빠가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 순간 병실 문이 또 한 번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바로 새엄마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구석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아빠를 보며 오히려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내가 연정을 잘 돌볼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회의 중에 왜 왔어요?” 아빠의 얼굴에 잠시 짙은 분노가 스쳐갔다. 하지만 그는 겨우 참으며 물었다. “허인아, 네가 연정을 잘 돌볼 수 있다더니,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허인아는 여전히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빠에게 매달렸다. 내게는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마치 내가 진실을 말할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결국 아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갑게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누가 내 딸을 삼이라고 헐뜯어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데, 지금 당장 그 사람을 찾을 거야.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 거라고!” 이 말을 들은
Last Updated : 2024-12-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