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준태가 유혜선을 객실로 데려가는 모습을 무표정하게 지켜봤다.그때 하늘이 번쩍이며 번개가 내리치더니 큰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꺄악!” 유혜선은 비명을 지르며 서준태의 품에 뛰어들었다.서준태는 순간 몸이 굳어졌지만, 유혜선은 그의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준태야, 나 너무 무서워.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어주면 안 돼?”서준태는 잠시 그녀의 등을 다독여주더니 말했다.“그래.”그 순간, 나는 스스로가 매우 우스웠다. 나도 번개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내가 혼자 살던 시절,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던 날 밤이었다.집에 정전까지 되자 나는 무서워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서준태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이라도 위로받으려 했으나 서준태의 대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몇 살인데 아직도 번개가 무섭다는 거야? 진민아, 자꾸 이런 식으로 내 관심을 얻으려고 하지 마. 너도 어른이니까 이런 것쯤은 혼자서 처리할 줄 알아야지. 안 그래?]서준태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나는 그날 밤 이불을 꼭 껴안고 핸드폰 불빛 하나로 밤을 보냈다.나는 해가 뜨고 나서야 간신히 잠들었다.지금 생각하면, 참 비참했다.서준태는 늘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우리 사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비록 죽었지만, 천둥소리가 나자 여전히 무서웠다.나는 몸을 떨며 도망치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움직일 수 없었다.결국, 나는 그대로 남아 서준태가 유혜선을 달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유혜선은 서준태의 품에 안긴 채, 자랑스러운 눈빛을 보였다.나는 한숨을 쉬며 속으로 생각했다.‘유혜선은 서준태의 영원히 잊지 못할 첫사랑인데, 나는 도대체 서준태한테 뭐였을까?’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죽었음에도 여전히 번개가 두려운 내가 참 우스웠다.다행히 번개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한 시간이 지나자 번개 소리가 멎었고, 서준태는 객실에서 나왔다.유혜선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