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운 내가 고통으로 몸부림칠 때 이도진은 몇십만 원 하는 PCIA를 내게 써줄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한라희가 간호사의 시선을 피해 그에게 고개를 내젓자 이도진은 끝내 나의 고통을 무시한 채 단돈 몇십만 원을 아끼려 들었다.나는 점점 의식이 흐릿해지고 온몸의 세포가 외쳐대는 것만 같았다.PCIA 달라고, 나 혼자 그 돈 낼 수 있다고 말이다.하지만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진 채 무기력하게 이도진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와 함께 분만실에 들어오는 걸 포기했다.내 아이는 배 속에 있었고, 남편이란 자는 분만실 밖에, 친정엄마는 병원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아파트에 있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나의 사활에 관심이 없었다.친정엄마마저 우리 오빠네 아이를 돌봐준다면서 날 보러 오지 않았다.내가 아이를 낳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한 달 내내 엄마는 단 한 번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한편 식사 자리에서 내연녀는 아예 젓가락을 들지도 않았다.이도진이 정성껏 음식을 집어주자 열성적으로 반겨주는 척하던 한라희도 끝내 본심을 드러냈다.“이서야, 들어와서 나랑 함께 설거지해.”“싫어요, 나 안 할래요.”한라희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유이서를 쳐다봤다.이에 유이서는 흐뭇해하며 이도진의 어깨에 기댄 채 거들먹거리면서 웃었다.“아줌마, 나 임신했잖아요. 만에 하나 손에 물이 닿았다가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아줌마가 책임질래요?”한라희는 어이가 없어 얼굴이 다 벌게졌다.“임신이 뭐 벼슬이야? 설거지 안 하는 며느리가 어디 있다고 그래?”“애까지 뱄으면서 우리 도진이한테 시집 안 오면 대체 누가 널 데려가겠니?”이 말을 들은 유이서가 피식 웃었다.“아이는 내 마음먹기 나름이죠. 싫으면 언제든지 떼버릴 수 있잖아요.”“근데 도진 씨, 진짜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당신 엄마가 이렇게 날 괴롭히는데 계속 지켜보기만 하겠어?”이도진은 순간 안쓰러운 표정으로 유이서를 품에 와락 안았다.“엄마, 말이 너무 지나치잖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2-1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