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가 갑자기 대낮처럼 밝아졌다. 박예은이 스탠드를 켠 것이었다.그녀가 나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다연아, 왜 소리를 질러? 옆방에서 와서 시끄럽다고 욕하겠어.”산 사람의 온기에 나는 재빨리 박예은의 옆에 바짝 붙었다.“여기 귀신 있어. 얼른 도망치자.”박예은이 스탠드로 나의 침대를 비췄다. 텅 빈 게 아무것도 없었다.“귀신이라니? 아무것도 없어. 다연이 너 요즘 공포 영화 많이 봐서 꿈꾼 거 아니야?”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쳐다보았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내 두 눈으로 귀신을 봤어. 그리고 나한테 내 얼굴 가죽을 벗기겠다고 말도 했어...”박예은은 어이없어하며 내 얼굴을 가리켰다.“얼굴에 아무 상처도 없어.”나는 거울을 비춰보았다. 여전히 부드럽고 하얬고 벌건 자국도 없었다. 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악몽을 꿨나? 근데 아까 그 고통이 엄청 생생했는데 그게 다 꿈이라고?’나는 여전히 귀신이 있다고 믿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던 박예은은 나에게 귀신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었다.“가죽이 없고 온몸이 피범벅인 데다가 흑갈색의 기름이 나오고 있었어. 그리고 눈동자가 하나였는데 고개를 숙이면 툭 떨어지더라고. 몸에서 썩은 냄새가 났고 말을 할 땐 입이 귀에까지 째졌어...”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계속 말했다.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이젠 내 말 믿겠어? 직접 본 적이 없으면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을 리도 없잖아.”박예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그렇게 생긴 거 맞아?”내가 대답하려는데 박예은의 얼굴 가죽이 벗겨지더니 떨어진 눈동자가 내 발 옆을 스쳐 침대 밑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나처럼 이렇게 생겼어?”순간 겁에 질린 나는 계속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 룸메이트 세 명이 옆에서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다연아, 방금 악몽 꿨어? 계속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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