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나랑 항서는 이런 게 아니야.’항서는 우리 집 도우미의 아들이었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한집에서 살았다.그때 친구가 없던 나는 나보다 두 살 많은 항서의 뒤에서 오빠라고 부르며 따라다녔다.항서는 나에게 따듯하게 대해주었고 한 번도 날 괴롭힌 적이 없었으며 나랑 말할 때 항상 부드럽게 말했다.“예진은 내 공주님이야, 내가 평생 보호해 줄게, 예진.”내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때, 집사가 말하길, 항서 엄마가 우리 아빠를 꼬셔서 우리 엄마, 아빠가 항서 엄마를 쫓아냈다고 했다.나는 울면서 문밖에서 비를 쫄딱 맞은 항서를 보며 울었다.“항서 오빠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내보내지 마세요!”우리 엄마, 아빠가 놀라자, 항서가 앞으로 다가와 우리 집 문밖에 무릎을 꿇었다.“아저씨, 아줌마, 전처럼 예진이 잘 지키면서 클게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항서가 자기 엄마와 선을 긋고 이렇게 나를 보호하겠다고 했다.그때 나는 그런 로맨스 드라마에 빠져 있었고 항서가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는 모습에 나는 항서가 나를 위해 세상과 등을 돌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드라마처럼 나도 항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집에서 엄마, 아빠가 애지중지 키운 딸이라 무슨 요구를 제출해도 부모님은 다 들어주셨다.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그때 부모님이 나를 바라보는 눈에 가슴 아프고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이 있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지금 항서가 나에게 우리 집안에 대한 원망을 말하기 시작하자,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었다.“문예진, 내가 말하는데, 이젠 끝났어. 넌 왜 그렇게 멍청한데, 또 고귀한 척을 해? 그냥 잘 태어난 거 하나 가지고 우리 엄마를 내보내고 어린 나를 무릎 꿇게 해? 너희 가족들 겉으로는 나한테 잘 대하는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무시했잖아. 너희 집에서 참고 사는 생활, 이젠 지겨워!”나는 항서가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을 이렇게 싫어하는 줄 몰랐다.나는 항서가 나를 항상 아끼고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일이 아무리 바빠도 내 전화를 받았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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