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을 아끼고 서민재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형, 우리가 알고 지낸 지 몇 년 됐지?” 서민재가 물었다. “글쎄, 십몇 년쯤 됐겠지. 세어본 적은 없네.” 내가 대답했다. “형,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비웃지 마.” 서민재는 담배를 비벼 끄더니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진지하게 말했다. “요즘 유민아를 봐도 전혀 흥미가 안 생겨.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남자가 걔를 건드린다고 생각하면 속에서 괜히 불이 치솟아. 나 왜 이러는 걸까?” 그제야 나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내 친구에게 뭔가 큰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그냥 생각 안 하면 되잖아?”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요즘 머릿속엔 온통 다른 남자가 민아랑 있는 장면들뿐이야. 그래서 잠도 못 자고 있어.” 서민재는 약간 답답해하며 덧붙였다. “형 눈엔 유민아가 천사 같겠지만 사실 난 걔를 오래전부터 건드리지 않았어.” 서민재는 진지하게 말했다. “형은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래서 부탁 하나만 들어줘.” “무슨 부탁인데?” 내가 물었다. “형, 유민아 어때?” 밥 먹을 때도 물었던 질문인데 지금은 도리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뒤돌아보니 유민아가 막 별장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가는 허리, 완벽한 골반, 긴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형, 형이 민아를 어떻게 보는지 이미 눈치챘어. 형이 나를 배려해서 아무 행동도 안 한 거 이해해.” 서민재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어떻게 도와주길 바라는 건데?” 내가 물었다. 사실 서민재의 이런 상황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나는 촬영업계에서 일하면서 별의별 취향을 다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일이 내 친구에게 일어난 일이라니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다. “내가 민아와 얘기는 다 해놨어. 이제 형이 고개만 끄덕여주면 돼.” 서민재는 내 귀에 대고 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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