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낸 운전자가 집으로 전화를 수십 통 걸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마 다들 바쁜가 보네.’손자의 생일을 축하해 주느라, 아마 나를 잊었을 것이다.간단하게 응급처치를 받은 후, 운전자는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집에 들어서기도 전에, 안에서 웃음소리와 떠들썩한 대화가 들렸다.이 집은 내가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내가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 손에 쥔 열쇠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제야 그들은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았다.나는 그들이 조금이라도 미안해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모두 그냥 차분하게 나를 쳐다보았다.“왜 이렇게 늦게 왔어? 밖에서 뭐 하다 늦은 거야? 애 생일인데 그런 것도 신경 안 써?”남편이 불평을 시작했다.나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손자를 바라보았다.“준우야, 할머니가...”‘금 팔찌를 하나 샀어.’“어머니께서 너무 늦게 돌아오셔서 저희끼리 이미 식사 마쳤어요. 나머지 좀 치우신 다음 먹을 것 좀 있나 한번 살펴보세요.”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며느리, 임정아가 내 말을 끊고 준우와 함께 식탁에서 일어났다.준우는 여전히 핸드폰을 보고 있었고, 한 번도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남편, 서정국은 이쑤시개로 치아를 이리저리 쑤시며 일어나서 말했다.“방금 치킨 먹어봤는데 맛없더라. 네가 먹고 난 후 식탁 치워.”1분도 지나지 않아, 식탁 위의 웃음소리와 떠들썩함은 사라졌다.역시나 내 존재가 그들의 즐거운 분위기를 방해한 것 같았다.나는 식탁 위에 흩어진 뼈다귀들, 먹다 남은 산산조각 난 케이크, 한 입 물었던 치킨을 보고 있었다.참으로 아이러니했다.내 마음은 답답함으로 가득 차, 붕대로 감긴 팔을 내려다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팔은 내 가슴 앞에 걸려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조차 묻지 않았다.나는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나서야, 한 손으로 일어나 힘겹게 치우기 시작했다.한 팔을 움직일 수 없었기
Last Updated : 2024-11-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