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고도 내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사랑이 없으니 사람이 잔인하고 매정해진다.“심은혁, 그날 내가 얼마나 전화했는데 네가 다 끊어버렸잖아. 그때 넌 뭐 하고 있었어? 아, 강하윤이랑 열정적으로 키스하느라 바쁘지 않았어?”옆에 있던 강하윤이 불쌍한 눈망울을 깜빡이며 와인을 들고 다가왔다.“민주 씨, 그때 그렇게 다급한 상황인 줄 몰랐어요. 은혁이 용서해 주면 안 돼요? 은혁이랑 이혼하고 바로 다른 사람 찾았잖아요. 은혁이 마음속엔 민주 씨밖에 없어요. 술 한잔 건배하고 예전 일은 다 잊는 게 어때요?”모두의 기대 속에 나는 그녀의 손에서 와인 잔을 받아 들었다.그러고는 그녀의 머리에 들이부었다.순식간에 강하윤의 머리에서 붉은 와인이 흘러내려 화장을 더럽혔고 온몸이 엉망진창이 되었다.강하윤은 당황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울면서 심은혁에게 달려갔다.“은혁아, 저 빌어먹을 여자가 나한테 이랬어. 네가 꼭 복수해 줘.”하지만 강하윤이 아무리 울부짖어도 심은혁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토록 다정하고 아끼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의 눈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민주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약속할게, 이제부터는 너만 사랑할게. 우리 다시 함께하자, 응? 관람차도 타고, 아이슬란드에 가서 오로라도 보고, 네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말만 하면 데려다 줄...”임서준은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심은혁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민주한테 그렇게 상처를 줘놓고 어디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해? 앞으로 민주가 가고 싶은 데는 나랑 함께 갈 거야. 넌 여기서 당장 꺼져!”심은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임서준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고집스럽게 고개를 흔들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민주야. 내가 자존심도 다 버렸는데 기회조차 주지 않을 거야? 이제부터 너만 사랑할게...”그의 헛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았다.임서준이 다가와서 내 손을 잡고는 바로 호텔 밖으로 나를
최신 업데이트 : 2024-12-0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