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우가 얼굴이 새파래져서 두 팔을 벌려 서지후의 병상을 막아섰다.“안 돼요, 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나는 일부러 꾸짖듯 말했다.“어른들 일이야. 어린애가 어디 나설 자리가 있다고 그래?”서민우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해했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엄마, 엄마는 아빠를 그렇게 사랑했잖아. 그런데 정말 아빠를 이렇게 죽게 놔둘 수 있어요?”그의 목소리엔 애원하는 기색이 가득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냉담했다.“장기 기증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 나는 지금 너희 아빠가 좋은 일을 쌓아서 다음 생에 더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거라고.”서민우는 내 말을 듣고 설득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느꼈는지 버티며 막아섰다. 그러면서 고개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눈이 반짝였다.“아주머니!”뒤돌아보니 세련되게 차려입은 여자가 허둥지둥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서지후의 첫사랑, 원윤아였다.내 마음속에서는 차가운 웃음이 흘렀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원윤아는 분명 근처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이전 생에서도 나는 서민우와 원윤아가 공모해 나를 속이고, 서지후의 시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도록 유도했었다.결국 화장하기 전 대충 확인만 하고 넘어가서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형수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원윤아는 급한 표정으로 내 앞을 가로막으며 병상 위 사람을 철저히 가렸다.“지후 오빠, 왜 이래요!”그녀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애써 슬픈 척하며 병상에 매달렸다.“안 돼요, 저는 장기 기증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형수님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지후 오빠가 이렇게 됐는데 그의 장기를 기증하다니요. 편히 떠날 수 있게 해주면 안 돼요?”눈앞의 눈물로 범벅된 여자를 보며, 내 속엔 분노와 증오가 치밀었다.원윤아는 서지후의 첫사랑이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지만 나중엔
최신 업데이트 : 2024-11-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