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년 전, 그 소파에서 허문덕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그것이 내 첫 살인이었다. 놀랍게도, 내 심장은 두려움보다 묘한 해방감에 빠졌다. 허문덕의 비명을 듣고 유혜정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나는 이미 계단 모퉁이에 숨어 있었고 그녀가 내려오자마자, 뒤에서 그녀의 목에 밧줄을 걸었다. 나는 모든 단서를 정리하며 자살한 듯한 흔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집을 나서던 찰나, 문 앞에서 계부 손수현과 마주쳤다. 사방은 고요했고, 달빛은 처참하게 희끄무레했다. 나는 공구 상자를 들고 있었고, 손수현의 옷을 입은 내 몸과 얼굴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는 나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죽인 거니?”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죽어 마땅한 사람이에요.” 달빛 아래 비친 내 얼굴은 섬뜩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세요. 당신이 8년 전에 저에게 했던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요.” 손수현은 두려움에 떨며 조용히 물었다. “설마 나까지 죽이려는 거야?”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당신은 제 아빠잖아요.” 손수현은 나의 말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지 않고, 뒤뜰로 향했다. 거기서 마지막 단서를 남기기 위해 나무껍질 속에 손수현의 머리카락을 심었다. 그날 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허문덕 부부의 죽음으로 사건은 첫 번째 가짜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손수현까지 죽는다면, 세 명의 연관된 죽음은 지나치게 뚜렷한 의문을 남길 것이었다. 다음 날, 이건욱이 방문했을 때,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욱을 속이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나는 거실에서 마지막 일기를 썼다. 그것은 이미 1년 전부터 손수현을 위해 준비해둔 일기였다. 그의 필체를 모방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일기를 다 쓰고 고개를 돌리자, 손수현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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