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혁이는 사람들이 나를 에워싼 채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며 바닥에 흥건히 퍼진 핏자국을 발견하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상혁이는 당장이라도 나에게 달려들 듯 다가오려 했지만, 이은정이 그의 팔을 붙잡고 가로막았다.“자기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왜 저 여자랑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 건데?”“혹시 저 여우 같은 년이 자기를 꼬드긴 거야?!”그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상혁에게 몰려들며 한마디씩 거들었다.“진 대표님! 방금 저 여자가 얼마나 뻔뻔했는지 아세요? 감히 사모님을 때렸다니까요!”“맞아요! 남자라면 가끔 실수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사모님, 한 번만 진 대표님 용서해 주세요!”상혁이는 이은정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지만,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의 팔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이윽고 상혁이의 인내심이 폭발한 듯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고함을 질렀다.“닥쳐! 다들 입 좀 다물라고!”상혁이의 고함에 사람들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그제야 상혁이는 나를 돌아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시은아, 괜찮아? 어디 다친 거야?”나는 상혁이의 손길을 차갑게 쏘아보며 비웃었다.그리고 그가 내밀던 손을 매몰차게 밀어냈다.“꺼져. 손 대지 마.”상혁이의 반응에 당황한 이은정은 입술을 떨다가 이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자기야, 설마... 정말 저 여자한테 마음이라도 준 거야?!”“저 배 속에 든 애가 누구 애인지도 모르는데 그걸 감싸겠다고?”“우리 웨딩사진까지 다 찍었는데!”난 참을 수 없는 아랫배의 고통에 손을 짚으며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따뜻한 액체가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며 흰색 카펫을 붉게 물들였다.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고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절망감이 나를 덮쳤다.‘왜? 진상혁,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그의 행동을 이해해 보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허무함만이 가슴에 밀려왔다.난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어 상혁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를 향한 분노로 타들어 가는 목소리가 저절로 나왔다.“진상혁, 정말 믿기지 않아. 우
최신 업데이트 : 2024-11-2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