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샤워를 마치고 샤워타월을 두른 채 걸어 나왔다.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몰래 휴대전화를 베개 밑에 숨겼다. 그러고는 하얀 두 팔을 드러내고 애교를 부렸다.“복근이 정말 대박이야. 한 번만 제대로 만져보면 안 돼?”여자가 남자의 몸에, 특히 복근에 관심이 간다는데 거절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여자가 예쁘다는 칭찬을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것처럼 남자도 자신에게 반한 여자의 표정을 보면 계속 빠지게 된다.황대현은 침대 옆에 앉아 내가 복근을 만질 수 있게 몸을 돌렸다.“잘 만져봐, 그럼. 이따가 내 차례가 됐을 때 배로 만질 테니까.”이대로 계속 시간을 끄는 것도 방법이 아닌지라 손을 거두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쑥스러운 척했다.“그럼 안 만질래.”황대현이 피식 웃었다.“이미 만진 건 억지 부려도 소용없어. 자, 이젠 내 차례야.”그러더니 이불을 들추려 했다.나는 황대현이 나의 몸을 볼 수 없게 이불을 꽉 잡으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후회했어. 못 만지게 할 거야.”분위기를 잡는 게 좋긴 하지만 너무 길어지면 흥미를 잃게 된다.황대현은 이런 쓸데없는 장난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너한테 후회할 기회를 줬어? 이불 저리 치워. 몸 좀 제대로 보게.”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속으로 손가을이 빨리 오길 바라면서 이불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황대현은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나를 힘껏 들어 올렸다. 나는 놀라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그때 방문이 벌컥 열렸다. 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황대현 이 나쁜 자식아. 감히 바람을 피워? 절대 가만 안 둬.”나를 잡아당기던 힘이 순식간에 약해졌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보니 웨이브 머리를 한 여자가 가방으로 황대현의 머리를 냅다 내리치고 있었다. 그런데 허우대가 멀쩡한 황대현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계속 맞기만 했다.손가을이 바로 황대현의 아내다.눈앞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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