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엄마가 대꾸하지 않자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내가 말하고 있잖아! 귀먹었어?”“내 앞에서 뺨을 때리면 내가 얼마나 창피한지 알긴 해?”“네 아들이라는 놈, 그 버릇없는 짓거리가 다 너 닮은 거야! 남자가 돼가지고 온갖 응석을 받아주니까, 온전치 못한 놈이 됐잖아. 따지고 보면 민준이는 유희 딸만도 못해!”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앞으로 아들 내가 직접 키운다. 네가 계속 키웠다가는 그냥 망가져버릴 게 뻔해!”엄마는 아빠를 막아섰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민준이가 네 아들이라는 건 기억하고 있었네? 맨날 내 아들, 내 아들 하고 다니길래 나 혼자 키운 줄 알았잖아. 뭐, 상관없어. 우리 이혼하자.”아빠는 엄마가 건넨 이혼서류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정신 나갔냐? 이 결혼은 네가 울며 매달려서 얻어낸 거잖아. 네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을 거 같아?”엄마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너무 지친 모습이었다.“맞아, 내가 울며 불며 매달려서 얻게 된 결혼이었지. 하지만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도, 민준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어. 우리 이제 서로 그만 괴롭히자. 도장 찍으면 네 첫사랑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을 텐데, 좋지 않아?”아빠는 엄마의 손을 거칠게 밀쳐냈고, 그 충격에 엄마는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넌 진짜 미쳤어! 네가 멋대로 남의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갔던 건 기억 안 나? 유희가 너랑 시비 안 붙어준 게 어디야. 안 그랬으면 불법 침입이야. 네 아들놈이 네 버릇을 그대로 배워서 예의도 모르고, 내가 밖에 서 있으라고 했더니 생떼를 부리다 못해 죽을 둥 살 둥 쇼를 했잖아!”“그런 걸 다 받아주고 나랑 이혼하자고 떠들어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데?”엄마는 화가 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뭘 생각했냐고? 내가 너한테 묻고 싶어! 민준이가 체리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 너 알고는 있기는 해?”“어릴 때 처음 먹고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목이 부어 숨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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