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정환이 떠난 후, 현아는 아빠를 보고 싶다고 계속 조르기 시작했다.“아빠, 오늘은 꼭 나랑 생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잖아.”“아빠 어디 갔어? 나한테 아직 화난 거야?”현아는 작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현아는 앞으로 착하게 잘 들을게. 더 이상 현우 오빠를 화나게 하지 않을게.”김현우는 소정환의 첫사랑 허유연의 아들로, 태어날 때부터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유연은 이혼 후 아들 현우와 함께 남편이 일하는 병원으로 찾아왔고, 그때부터 정환은 집에서 현우 이야기를 자주 꺼내며, 현아가 철이 없고 버릇없다며 꾸짖었다.현우가 현아의 인형을 찢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겨도, 언제나 현아의 탓이었다. 현아는 울면서 눈이 벌겋게 되어 김현우가 집에 오면 입을 꾹 다문 채 방으로 들어가 나오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남편은 차가운 얼굴로 딸을 방에서 끌어내어, 현우에게 사과하게 했다. 나 또한 겨우 설득하여 갈등을 가라앉힌 적도 여러 번이었다. 이 일을 떠올리니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나는 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빠는 의사라 환자를 돌보는 일이 우선이야. 아빠가 현아를 신경 안 쓰는 게 아니라, 아빠가 지금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거야.”현아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어린아이답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야. 현아의 히어로야!”나는 웃으며 딸을 안고 침실로 데려다 눕히고, 동화책을 가지러 서재로 향했다. 딸을 재워야지 싶어서였다. 그런데, 고개를 돌린 순간, 딸아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집 안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언제 대문이 열렸는지 모를 정도로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어두운 밤,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급히 내려와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불길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그때, 문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환 씨, 빨리 와서 현우 좀 봐줘요! 상태가 급해요!”유연이었다. ‘왜 여기에 있는 거지?’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늘 침착하던 정환이 얼굴이 창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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