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나는 손에서 구겨진 영화표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내 지팡이조차 챙기지 못했다.출입구에 있는 화분을 잘못 건드려 깨진 도자기 조각이 내 종아리에 깊게 박혔다.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고, 이다니가 먼저 눈치챘다.“서준아, 연희가 다친 것 같아. 나가서 확인 안 해?”강서준은 다니의 말을 듣고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젠 성질까지 부리네. 집 나가겠다고 소란 피우고 말이야! 그래 나가봐야 알지, 내가 몇 년 동안 본인을 얼마나 잘 보호해 줬는지 몰랐을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벽에 머리를 부딪혀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다니는 혀를 차며 말했다.“나는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드네. 어차피 연희는 안 보러 갈 거니까, 너가 나랑 같이 가는 건 어때?”서준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고, 내 다리에 피가 흘러나오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나는 절뚝이며, 마음이 칼로 베인 듯 아파하며 그 집을 떠났다.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가에 멍하니 서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몸에 스며들었다.그제야 비로소 후회가 밀려왔다.처음부터, 나는 내 각막을 서준에게 기증하지 말았어야 했다.손으로 더듬어 휴대폰을 꺼내, 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헤어지자.]얼마나 우스운가? 내가 시력을 잃어가며 얻은 약혼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으니.서준이 시력을 잃은 것은 한 번의 사고 때문이었다. 교통사고로 양쪽 눈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고, 새로운 각막이 필요해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두 눈을 잃자, 강씨 집안에서는 서준을 쓸모없다며 버려두었고, 더는 집안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서준은 병원에 남겨진 채 운명에 맡겨졌다.그때 서준의 여자친구였던 다니는 조용히 서준의 곁을 떠나버렸다.나는 서준을 오래도록 짝사랑해 왔기에, 처음에는 단지 서준의 곁에서 서준을 돌봐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다 어느 깊은 밤, 서준이 갑작스럽게 내게 고백을 해왔다.너무나 큰 기쁨이 나를 덮쳐 머릿속이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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